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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한마디 해서···‘대륙의 연인’서 中역적 된 美총영사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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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여성의 SNS에 중국 네티즌들이 ‘댓글 폭탄’ 세례를 하고 있다. 20여 일 전만해도 중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이다. 격화된 미·중 갈등 속에 여성이 설 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여성의 이름은 좡주이(莊祖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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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태어나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수재. 가수이자 요리사, 푸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팔방미인이다. 지난 2017년 남편을 따라 중국 쓰촨성 청두로 왔다. 이후 현지 생활을 SNS에 올리며 많은 중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의 웨이보 팔로워는 58만 명이 넘는다.



문제는 좡의 남편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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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멀리낙스 총영사다. 맞다. 그곳이다. 중국 정부가 폐쇄 조치를 내린 곳.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 폐쇄에 반발해 맞붙을 놓은 장소다. 멀리막스 총영사를 비롯한 미국 직원들은 지난달 27일 철수 작업을 모두 마쳤다. 그런데 철수 작업을 전후해 부인인 좡씨의 SNS에 중국 네티즌의 험악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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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티즌은 좡씨가 지난달 1일 웨이보에 쓴 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남편의 총영사 임기 만료로 3년만에 중국을 떠나게 되면서 쓴 글이다. 좡씨는 지난 2월 일을 회상했다. 그의 가족은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자, 원치 않게 청두를 급히 떠나야 했다.


좡씨는 웨이보에 “(당시엔) 유대인들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몸을 숨기고자 집을 나설 때 우리와 같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곧 돌아올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머릿속에서 감정을 떨쳐냈다”고 적었다. 그런데 또 청두를 떠나야해서 아쉽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얼핏 읽으면 중국과 코로나19를 나치로, 좡씨와 가족들은 박해를 피해 탈출한 유대인으로 묘사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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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글을 올릴 당시엔 중국에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일부 팬은 “당신이 곧 청두로 돌아오길 기원한다”며 응원 메시지까지 SNS에 남겼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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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지난달 24일 급변한다.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전격적으로 요구한 직후다. 중국 내 반미감정은 최고조로 치닫게 됐다. 더구나 맞대응 성격으로 중국 정부는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결정했다.


청두주재 미국 총영사의 부인 좡주이. 20일 전까지 문제없던 그의 글은 중국 네티즌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망발로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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좡주이 웨이보.[좡주이 웨이보 캡처]

일부 네티즌은 과거 좡씨가 웨이보에 올렸던 글에서 못마땅한 부분을 퍼 날랐다. 그가 과거 "일주일간 남편과 대만에 머무르며 우육면을 먹지 못해 너무 아쉽다" "청두 우육면은 대만 우육면보다 맛이 별로다"라고 한 것을 언급했다. “스파이” “대만 독립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한 네티즌은 "스파이들은 이 나라에서 나가라. 너의 남편과 부하들이 티베트와 신장(新疆)에 관해 스파이 짓을 해왔다는 것을 몰랐냐"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글에는 2만 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좡씨를 옹호한 중국인도 공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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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매체 둬웨이에 따르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천타오(陳濤)는 지난달 27일 웨이보에 ”내가 느끼기에 좡쯔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이라고까지 생각했다”며 “운이 나쁘게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좡쯔이의 발언이 비록 조금 과격했지만, 나는 그를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이 글 역시 성난 중국 네티즌의 공격을 받았다. ‘인간쓰레기’, ‘쓰레기’ 등의 막말이 천타오에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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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팡팡.[중국신문망 캡처]

보다 못한 중국 작가 팡팡(方方)이 다음날 웨이보에 “이 주방장(천타오)의 인생은 얼마나 불쌍한가, 그의 SNS를 보라”고 천타오를 거드는 메시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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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팡은 지난 1~4월 후베이성 우한의 코로나19 참상을 일기로 고발해 일부 중국 네티즌에게 ‘반역자’로까지 몰렸던 인물이다. 팡팡 역시 네티즌의 공격을 피하진 못했다.



좡씨는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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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에 대한 의견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시위가 격렬해지자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SNS로 “자유의 특권을 누린다고 해서 분리주의자에게 공개적으로 총알받이가 되라고 요구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당시 이 글은 중국 네티즌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네티즌에게 ‘미국 또는 대만의 스파이’ 취급을 받는 신세다. 총영사관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빚어진 일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에 사는 미국인, 미국에 사는 중국인 모두 살기가 어려워졌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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