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밀당…16일만에, 특사단 방북날 맞춰 모습 드러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침묵을 깨고 5일 모습을 드러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주규창 전 노동당 기계공업부장(현 군수공업부)의 빈소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그의 활동을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건 16일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이 당일치기 평양 방문을 하는 날이다.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의 면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에 모습을 드러내 극적 효과를 키운 셈이다. 주규창이 사망한 것은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3일이다. 김정은 위원장 스타일의 ‘밀당’ 전략으로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김 위원장의 조문 소식을 1면에 사진과 함께 실었다. 사진 속에서 김 위원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안치된 시신을 살피거나 허리까지 숙여 조의를 표하고 있다. 주규창은 북한 미사일 개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군수공업 분야 원로였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것은 지난달 21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묘향산 의료기구공장을 현지지도하고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의 영결식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최근 사망한 주규창 전 노동당 기계공업부(현 군수공업부) 부장의 빈소를 찾아 고개 숙여 조문을 하는 모습. [노동신문 캡쳐] |
김 위원장이 16일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하면서 대북 특사단을 만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김 위원장은 꼭 6개월 전인 3월5일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노동당 당사로 불러 부인 이설주와 함께 만찬을 대접했다. 파격 환대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이번 특사 방북은 지난 3월과는 환경이 다르다. 4ㆍ27에 이어 5ㆍ26 남북 정상회담, 6ㆍ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후 비핵화 진전이 더디고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은 재개했으면서도 특사단은 만나지 않는 선택을 한다면 한ㆍ미 양측에 불만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그러나 강력하게 전하는 의미가 있다.
반면 특사단이 문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백악관은 특사 방북 전날인 4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대변인 명의 발표문을 통해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표혔했다. 백악관 발표문엔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내일 평양에 특사단을 보낸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돼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5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통화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을 한다, 하지 않는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북 특사단은 5일 오전9시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10시부터 회담에 들어간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누구와 어디에서 회담을 하는지는 11시30분 현재 밝히지 않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노동신문은 5일자에 경제 발전을 위해선 한ㆍ미의 지원이나 경제협력이 필요 없다는 논조의 글을 실었다. ‘우리의 힘으로 경제강국을 보란듯 일떠세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이 논평은 “우리는 언제 한 번 남의 도움을 받아 경제건설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남북 경제협력에 공을 들이는 남측과 북한에게 비핵화의 인센티브로 경제개발을 주장해온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