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보다 무서운 ‘SKY 캐슬’…이 구역 호러 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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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방송 초반 화제성을 이끈 40대 여성 외에도 중장년 남성과 10대 청소년들이 가세한 덕분. 지난해 11월 드라마 시작 때만 해도 엄마들의 정보 싸움 위주로 흘러갈 것 같았던 이야기는 계급ㆍ세대ㆍ성별 등 교육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을 드러내며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 중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해 명문대 교수가 된 가족들이 모여 사는 SKY 캐슬은 이제 자식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고 싶은 엄마뿐 아니라, 더 큰 성공을 꿈꾸는 아빠와 자녀들의 각기 다른 욕망이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선영 TV평론가는 “자아실현 욕구를 포기하고 자녀를 위해 희생을 택한 기혼 여성의 관심도 높지만 부모의 꿈을 대리하기 위해 압박받고 있는 청소년들의 지지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엄마 시청자들이 교사 일을 그만두고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한서진(염정아 분)이나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전업주부를 택한 노승혜(윤세아 분) 역할에 공감한다면, 아이들은 딸로 태어나 할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강예서(김혜윤 분) 같은 또래 캐릭터를 응원한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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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입시경쟁을 비롯, 현실에서 풍부한 모티브를 따온 것도 몰입 요인. 미국 하버드대에 다니는 줄 알았던 승혜네 딸이 모두를 속인 것이라거나, 또 누군가 학교 시험지 유출까지 감행할 것이라거나 하는 전개는 실제 비슷한 사건을 연상시킨다. 어딘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 우리 집에도 닥칠 수 있는 이야기로 느껴지게 한다.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가 현실에 실재하는 위협과 맞물리는 공포극이 된 셈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호러나 스릴러를 보며 느끼는 것이 오락으로서 공포라면 이는 극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공포”라고 설명했다. 극 중 전교 1ㆍ2등을 다투는 예서와 혜나의 목숨 건 경쟁은 시청자에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밀어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셈이다.
정도는 다를망정 김주영(김서형 분) 같은 입시 코디네이터가 실제 존재한다는 현실은 “똑같이 노력한다 한들 돈 있는 사람은 되고 돈 없는 사람은 안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정덕현 평론가)임을 일깨운다. “이미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도 피라미드 꼭대기가 올라가려고 악다구니를 쓰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김선영 평론가)라는 식의 고민에 빠지게도 한다. 14회 엔딩에 비춰진 혜나의 죽음에 이어 예서ㆍ세리ㆍ우주 등 SKY 캐슬의 아이들이 용의선상에 오른 15회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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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네 여자의 본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저승사자로 콘셉트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주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에,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게 단단하게 묶은 차림새부터 무섭다. 특히 “자식을 그렇게 만든 건 제가 아니라 부모” 같은 대사는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힌다. 집집마다 어떤 도화선이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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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아역 배우들도 피 튀기는 연기 경쟁을 보여준다”며 예서 역할의 김혜윤을 꼽았다. 그는 “예서는 한국사회가 낳은 괴물”이라며 “김주영 선생님이 살해용의자였다고 말해줘도 그러면 어떠냐고 반박하고 자신을 속인 엄마를 향해 가난하고 무식한 유전자 타령을 하는 걸 보면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된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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