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위 쇳덩이가 목 가격…'난데없는 죽음' 범인은 화물차
고속도로 낙하물, 하루 평균 700건
적재불량 탓 1m 넘는 짐도 떨어져
판스프링 불법개조로 인명 사고도
"강력 단속과 안전의식 개선 절실"
고속도로에 떨어져 있다가 승용차를 덮친 마스트핀. [연합뉴스] |
#. 지난 9월 18일 경기도 안성의 중부고속도로 일죽 IC 부근에서 대전 방면으로 달리던 승용차의 앞 유리로 난데없이 쇳덩이가 날아들었다. 이 물체는 유리를 뚫고 동승자(52·여)의 머리를 강타해 중상을 입혔다.
경찰 조사결과, 이 쇳덩이는 타워크레인 부품인 마스트핀(길이 20㎝, 무게 3.5㎏)으로 반대편 차선의 2차로를 달리던 화물차에 실려있던 타워크레인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마스트핀이 같은 방향의 1차로를 주행 중이던 승용차 바퀴에 부딪혀 튕기면서 사고 차량으로 날아든 것이다.
#. 2018년 1월 25일 경기도 이천 부근 중부고속도로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던 관광버스가 도로에 떨어진 화물차용 판스프링을 밟았다. 이때 튕겨 나간 판스프링이 반대편에서 달리던 승용차의 운전석으로 날아갔고, 운전자는 목 부위를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뒤이어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동승했던 운전자의 예비 신부와 지인도 중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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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개조하거나, 짐을 허술하게 실은 화물차가 '도로 위의 흉기'가 되고 있지만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게다가 화물을 더 싣기 위해 적재함에 불법 설치한 판스프링이 떨어져 인명 사고를 유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속도로에서 수거된 낙하물은 127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700건에 가까운 수치다. 이로 인한 사고도 같은 기간에 217건이 일어나 2명이 숨졌다. 사고를 유발한 낙하물은 철재가 96건으로 전체의 44.2%다. 지난해 수거한 철재 낙하물만 1.5t에 달한다. 목재(45건), 타이어(32건)가 뒤를 이었다.
도공의 류종득 교통처장은 "도로 낙하물 사고는 화물 적재불량으로 인해 급회전 또는 과속 때 짐이 쏟아지거나, 불법 개조한 차량의 부속품이 갑자기 떨어지는 게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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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에는 천안논산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앞서가던 25t 트럭에서 떨어진 대형 화물을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뚫고 5m 아래로 추락해 승객 한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까지 언급된 '판스프링'이 골칫거리다. 판스프링은 원래 노면으로부터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차량 하부에 설치하는 완충장치로 강한 탄성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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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부 화물차에서 많은 짐을 실을 때 적재장치가 옆으로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 판스프링을 지지대로 불법 설치하고 있다. 이 판스프링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면 주행 중에 떨어져 대형 사고를 유발한다.
국토교통부도 불법 개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김정희 국토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적재함에 판스프링을 설치하려면 자동차관리법상 튜닝 승인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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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뒷부분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안전판이 없거나 규격에 미달하는 경우도 위험을 키운다. 후부 안전판이 없으면 소형차가 화물차를 추돌했을 때 밑으로 밀려 들어가(언더라이드) 인명피해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도공의 김경일 교통본부장은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재불량·불법개조에 대한 강력한 단속 못지않게 화물차 차주와 운전자의 안전의식 개선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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