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위로 알프스 뺨치는 절경···온몸으로 문경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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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구경북⑪ 문경 액티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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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70% 이상이 산지인지라 지역마다 제 고장의 산을 자랑한다. 경북 문경도 마찬가지다. 한데 누구나 알 만한 국가대표급 산은 없다. 대신 산보다 유명한 고개가 있다. 새재. 문경에 있는 새재여서 문경새재다. 문경의 산이라면 단산을 꼽겠다. 높이는 낮아도 360도 풍광이 드라마틱하다. 이 고개와 산을 즐기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문경 여행의 테마다. 조붓한 옛길을 걷고, 하늘을 날며 산을 굽어보고, 느림보 모노레일을 타고 알프스 뺨치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문경은 온몸으로 즐겨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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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걷는 옛길
문경 하면 새재가 연관검색어처럼 떠오른다. 새재는 백두대간 조령산(1025m)과 주흘산(1106m) 사이에 난 고개다. 새도 넘기 어려울 만큼 산세가 험하다 해서 조령(鳥嶺)이라고 불렀다. 조선 태종 때 이 고개를 길로 만들었다. 이 길을 거쳐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갔고, 이 길을 틀어막아 왜구와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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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고개는 이제 문경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고개 넘어 충북 괴산까지 걷거나 백두대간을 이루는 조령산과 주흘산을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문경새재 도립공원 방문객 대부분은 제1관문부터 3관문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다. 편도 6.5㎞에 달하는 1~3관문 코스를 전부 걸어도 좋지만, 수준에 맞게 걸어도 된다. 실제로 2관문까지만 산책하듯 걷고 발길 돌리는 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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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관문 안으로 들어서자 탐방객이 하나둘 신발을 벗었다. 튼튼한 신발을 신고 왔어도 잠시라도 맨발로 땅의 감촉을 맛볼 일이다. 3관문까지 맨발로 걸어도 되는 황톳길이 이어진다. 청량한 초가을의 기운이 발부터 온몸으로 전해졌다. 2관문까지 가는 길에는 다양한 문화재와 폭포가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발길을 돌려 1관문 앞, 발 씻는 곳에서 모래를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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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에는 볼거리도 많다. 영화 세트장도 있고, 길 박물관도 있다. 최근에 조성한 ‘생태미로공원’을 가봤다. 측백나무로 만든 미로를 비롯해 미로 네 개로 이뤄진 공원이다. 어린이 놀이터 수준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근사했다. 연못과 습지, 주흘산 자락이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았다. 임혜림 문경시 관광마케팅팀장은 “지난 4월 개장 이후 3만7000명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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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들녘을 굽어보다
2020년 문경에서 단연 돋보이는 산은 단산(956m)이다. 주변 1000m급 산에 비하면 아담할뿐더러 산세가 독특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예부터 문경 사람은 알았다. 정상에 오르면 펼쳐지는 풍광이 여느 산보다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문경시가 100억원을 들여 모노레일을 만든 까닭이다. 국내 최장(왕복 3.6㎞) 모노레일이 4월 말 운행을 시작했다. 최근 석달간 안전 보강 작업을 거친 뒤, 9월 18일 재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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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 모노레일은 거북이처럼 느긋느긋하다. 평균 시속 3㎞로 산을 오른다. 그렇다고 지루하진 않다. 최대 경사 42도 구간을 지날 때는 몸이 뒤로 쏠려 제법 스릴이 느껴진다. 내려올 때는 시속 4㎞를 웃돈다. 모노레일 자체도 재미있지만, 역시 백미는 정상부에서 감상하는 풍광이다. 360도 뻥 뚫린 풍광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우람한 성주봉, 문경의 진산인 주흘산, 멀리 월악산까지 보인다. 웅장한 산세와 빨간 모노레일 어우러진 모습이 스위스 알프스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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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산은 패러글라이딩도 유명하다. 월드컵 같은 국제대회가 열릴 정도로 문경의 비행 환경은 세계가 알아준다. 최근 아이유가 tvN 예능 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탔던 바로 그 장소다. 강사와 함께 체험 비행을 해봤다. 처음 하늘을 빙빙 돌 때는 오금이 저리고 현기증이 났다. 비행이 익숙해지자 압도적인 산세가 눈에 들어왔다. 모노레일 타고 느긋하게 본 풍경과는 차원이 달랐다. 발아래 마을 풍경도 눈부셨다. 추수를 앞둔 황금 들녘, 소가 풀 뜯는 목장, 파란색·주황색 지붕 얹은 시골집 풍경이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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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역 카페
단산에서 자동차로 남쪽 10분 거리에 경북에서 손꼽는 절경이 숨어 있다. 1933년 대구일보가 경북 8경(景) 가운데 제1경으로 꼽은 ‘진남교반’이다. U자 모양으로 흐르는 영강과 기암절벽 어우러진 풍광이 웅장하다. 진남교반은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비대면 관광지 100곳’에도 들었다. 정말 사람이 없어서 거리두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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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남교반 바로 옆에 고모산성이 있다. 신라 때 고모산(231m)에 축조한 산성이다. 진남휴게소 뒤편으로 들어가 둘레 1.3㎞에 이르는 산성을 걸을 수 있다. 어스름할 무렵에 찾아가면 좋다. 석양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산성에 은은한 조명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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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읍에도 볼거리가 많다. 아이와 함께라면 충청 이남 최대(90만㎡) 테마파크 ‘문경 에코랄라’를 가보자. 실내외 놀이시설, 석탄박물관, 영화 세트장 등이 있다. 360도 스크린으로 백두대간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에코서클’이 필수 방문 코스다. 탄광촌을 재현한 거리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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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랄라 인근에 ‘카페 가은역’이 있다. 1995년 여객열차 운행이 중단된 가은선의 종착역으로, 과거 석탄을 실어날랐던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다. 거미줄 둘러쳐진 폐역을 아깝게 여긴 주민이 힘을 합쳐 2018년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코스모스 만발한 철로 옆에 앉아 대표메뉴인 밀크티를 마셔봤다. 단맛이 강하지 않아 깔끔하고 상큼한 향이 났다. 카페 가은역 김은하 매니저는 “사과 시럽과 밝힐 수 없는 비밀 재료를 넣었다”며 사과, 오미자 같은 지역 특산물로 개발한 메뉴를 자랑했다. 가은역이 복고 분위기의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지만, 여태 기억나는 건 상큼한 밀크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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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정보
문경새재 도립공원은 입장료가 없다. 대신 주차비를 내야 한다. 승용차 2000원. 생태미로공원 입장료는 어른 3000원. 단산 모노레일은 인터넷에서 예약하면 편하다. 왕복 어른 1만2000원. 패러글라이딩 업체인 ‘문경 활공랜드’는 모노레일 승강장 바로 아래 사무실이 있다. 트럭을 타고 활공장으로 이동한다. 체험 비행 10분 12만원. 에코랄라 입장료 어른 1만4000원.
문경=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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