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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서 이 차 본 사람 있나요?

나온지 8년 현대차 왜건 i40의 굴욕

유럽선 그동안 17만대 팔렸는데

국내선 새 모델 내도 월 11대 나가

4월엔 6대 팔려 전 차종 중 꼴찌


동급세단 쏘나타보다 비싼데다

한국 소비자들 왜건 선호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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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0대도 안 팔리는 국산차가 있다?

현대자동차의 중형 왜건 i40(사진) 얘기다. 이 차량은 지난달 국내서 총 6대 팔리는 데 그쳤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제조사가 국내서 판매한 모든 차종 중 판매량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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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만 안 팔렸던 건 아니다. 올해 i40 총 판매대수는 43대. 매달 11대꼴이다. 2017년(312대)·2018년(213대)에도 매월 20대 정도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준대형 세단 그랜저 같은 인기 모델(1만135대·4월)이 1000대 팔릴 때 i40는 두 대도 안 팔렸다는 뜻이다.

i40 판매량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가 유독 왜건형 차종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왜건은 세단의 차체에 트렁크를 트렁크 공간까지 지붕을 연결해서 실내 공간을 넓힌 차량이다. 차체가 길어지면서 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필러)도 하나 더 있다(4개). 기본 차체가 세단이기 때문에 주행감각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보다 상대적으로 좋고 넉넉한 트렁크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유럽에서는 인기다.


하지만 세단형 승용차 후방에 트렁크가 마치 ‘꼬리’처럼 둔탁하게 이어져 있어서 굼뜨고 느린 느낌이 들 수 있다. i40를 비롯한 왜건형 차량에 한국이 ‘무덤’으로 불린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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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잘나가는 왜건도 국내 판매를 시작하면 유독 죽을 쑨다. 현대차의 왜건·해치백 등 i시리즈가 유럽에서 어느 정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2007년 유럽서 최초 판매를 시작한 이래 지난 3월말까지 유럽 32개국에서 i시리즈는 300만대가량 팔렸다. 같은 기간 i40도 16만9902대가 팔렸다.

이렇게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8년째 i40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i40 신차(부분변경 모델)까지 내놨다. 크롬으로 제작한 라디에이터그릴을 적용하는 등 디자인을 개선하고, 실내 공간 디자인도 뜯어고쳤다. 전방충돌보조장치·차로이탈방지보조 등 각종 안전 사양도 추가했다.


현대차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죄다 꺼내 들었지만 국내 소비자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못해 무관심하다. 신형 모델이 등장한 이후 11개월 동안 i40는 월평균 16대가 팔렸다. 단종 계획이 없는 국산차 중 이렇게 장기간 판매량이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차종은 드물 정도다.


가격 경쟁력도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i40는 애초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하면서 차체보다 주행성능을 강조했다. 주행성능을 높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가의 부품을 선택했다. 실제로 i40 최저가(2576만원)는 같은 중형급 세단모델인 8세대 신형 쏘나타(2140만원부터)보다 450만원 정도 비싸다. 같은 기간 쏘나타(8836대)는 i40보다 1500배 정도 더 팔렸다.


상품성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i40가 외면받는 것과 달리 수입차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실제로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지난 3월 국내서 출시한 왜건형 차량인 V60 크로스컨트리는 지난달 126대가 팔렸다. 똑같은 중형 왜건인 데다 가격(5280만~5890만원)도 2배 비싼 차량이 스무배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왜건과 같은 다양한 차종을 소개하는 것은 국내 소비자의 선택권 다양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내서 당장 판매량이 부진하다고 해도 i40를 단종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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