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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500m 더 달려야 이륙···40도 폭염, 비행기도 더위먹어

중앙일보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 인천공항 활주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40도 안팎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런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서는 사람과 동물도 지치고 힘들지만, 주요 교통수단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데요.

레일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으면서 휘어질 위험이 커지는 탓에 열차 운행 속도를 줄이는 게 대표적입니다. 열을 받은 레일이 팽창하면서 휘어진 상태에서 열차가 고속으로 주행할 경우 탈선 사고 위험이 높기 때문인데요.







KTX, 레일 온도 64도 넘으면 운행 중단

코레일의 운행 규정에 따르면 레일 온도가 60~64도 일 때 KTX는 시속 70㎞ 이하로, 64도를 넘어서면 아예 운행을 중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낮에 온도가 급격히 상승할 때 열차들이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는 상황이 종종 생기는데요. 열차 운행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레일에 물을 뿌려 식히는 살수 작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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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작업자들이 레일 온도를 낮추기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 코레일]

첨단과학으로 만든 항공기도 예외는 아닙니다. '더위를 먹었다'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정도인데요. 이런 현상은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릴 때 나타납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존하는 최대의 여객기인 A380이 인천공항에서 뜰 때 통상 이륙 거리는 3020m 정도 되는데요. 기온이 20도이고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조건에서입니다. 그런데 기온이 30도로 올라가면 이륙거리가 3120m로 100m가량 늘어납니다.







항공기, 기온 오르면 활주 거리 증가

이후 40도가 되면 이 거리는 3540m까지 증가하는데요. 기온이 20도일 때보다 500m 넘게 길어진 겁니다. B777-300도 20도에서는 이륙거리가 2700m이지만 40도가 되면 3200여m로 역시 500m 이상 이륙거리가 증가합니다.

활주 길이가 길어지는 만큼 기름도 더 쓰게 되는데요. 무더위 속에 더 멀리 달리고 연료도 더 쓰게 되니 그만큼 능률이 떨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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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런 현상은 왜 생길까요. 비행기가 추진력을 얻는 원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통상 항공기 엔진은 활주로 주변에 있는 다량의 공기를 빨아들인 뒤 이를 여러 번의 압축과정을 거쳐 고압의 압축공기로 만듭니다.


여기에 연료를 분사해 혼합한 뒤 폭발시켜 엔진을 돌리는 힘을 얻는 건데요. 하지만 날씨가 더우면 활주로 부근의 공기밀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공기밀도는 기온이 오르면 낮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A380, 40도 때 500m 더 달려야 이륙
특히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두껍게 덮여 있는 활주로는 한여름에는 주변보다 기온이 5~10도가량 높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활주로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것도 고온으로 인해 변형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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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활주로 부근의 공기 밀도가 떨어지면 비행기가 빨아들이는 공기량과 압축량이 줄어들고, 날개에서 발생하는 양력도 감소하기 때문에 이륙을 위한 추진력을 얻으려면 더 오래, 더 멀리 달려야 하는 겁니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항공기 제작사에서 비행기를 만들 때 외부 온도가 30도를 넘을 경우 엔진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일부러 제한한 건데요. 고열로 인해 엔진 내 터빈 날개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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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해 폭염 속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 활주 거리가 더 길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대형기종들이 많이 뜨고 내리는 공항들은 상대적으로 긴 활주로를 갖추고 있는데요.





인천공항 4000m 활주로로 유사시 대비
인천공항이 제 3활주로를 4000m로 만든 데는 이 같은 고려들이 담겨있는 겁니다. 지구온난화를 감안해 20~30년 뒤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3도 정도 올라갈 것이란 계산도 포함했다고 하네요. 앞서 만들어진 1, 2활주로는 길이가 375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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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활주로가 짧은 공항은 어떨까요. 이론적으로는 활주 거리가 길어진 만큼 승객과 짐을 덜 실어서 무게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야 활주 거리를 평소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건데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항공기 성능이 향상돼 웬만해서는 무게를 줄이지 않고도 조금만 더 달리면 이륙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아무쪼록 열차와 항공기 모두 기록적인 무더위 속에 안전 운항하길 기원합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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