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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형님, 신예, 선발, 프런트, 오너, 팬까지… 모두 함께 프로야구의 신세계를 열었다

중앙일보

SSG 랜더스. 연합뉴스

준비된 감독, 여전한 형님, 무서운 신예, 빈틈없는 선발진, 힘있는 프런트, 야구광 오너, 열광적인 팬. SSG 랜더스가 프로야구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SSG는 지난 4일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2021년 3월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창단한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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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형 SSG 감독. 사진 SSG 랜더스

김원형(50) 감독은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SK에서 코치를 지냈다. 2021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으면서 SSG 초대 사령탑에 올랐다. 첫 해 성적은 6위. 팀은 물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였다.


김 감독은 '준비'에 열을 올렸다. 최대한 많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부상 선수가 발생하고, 외국인 선수가 교체되는 위기가 왔다. 그러나 이태양, 전의산 등 예비 전력들이 착착 자기 몫을 했다.


승부욕이 강한 김 감독은 "첫 해에 감정 표현이 나도 모르게 많았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고 웃었다. 2년차인 올해는 선수들에게 많은 부분을 맡겼다. 김 감독은 "말하지 않아도, 중요한 경기에선 선수들이 더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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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고참 추신수와 김강민. 사진 SSG 랜더스

팀 분위기를 만든 건 동갑내기 추신수(40)와 김강민(40)이었다. 추신수는 부상 여파로 지난해보다 출전경기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16홈런-15도루를 기록하며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김강민도 '짐승'이란 별명에 걸맞는 수비력을 유지했다. 시즌 타율도 2014년(0.302) 이후 가장 높은 0.299다.


무엇보다 최고참인 두 선수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니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랐다. 프로에서만 20년 이상 뛰며 쌓은 노하우도 아낌없이 전달했다. 투수조에서는 고효준과 노경은이 그 역할을 했다. 고효준은 44경기에 등판했고, 노경은은 11승을 거뒀다. 김원형 감독은 "베테랑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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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외야수 최지훈과 내야수 박성한. 사진 SSG 랜더스

젊은 피들의 성장도 눈에 띄었다. 외야수 최지훈(25)과 유격수 박성한(24)이 대표적이다. 최지훈은 프로 3년차인 올해 정상급 외야수로 거듭났다. 141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06, 10홈런, 61타점, 31도루를 올렸다. '작은 짐승'이라 불릴만큼 빠른 발을 활용한 넓은 수비범위도 강점이다.


지난해 데뷔 첫 풀 타임을 소화하며 주전으로 도약한 박성한은 올해도 내야를 든든히 지켰다. 득점권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며 오랫동안 SSG의 고민이었던 유격수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둘이 센터라인을 책임진 SSG는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뽐냈다. 부진했던 외국인 타자 크론이 떠난 뒤 장타력을 채워준 전의산(22)도 쏠쏠한 활약을 했다.


SSG가 우승을 차지한 가장 큰 원동력은 단연 선발진이다. 올 시즌 SSG 선발 평균자책점은 3.38로 1위다. 2년 만에 친정팀에 돌아온 김광현이 중심을 잡았다. 김광현은 원숙한 기량을 뽐내며 1점대 평균자책점(1.99)을 유지하고 있다. 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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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투타의 핵심인 김광현과 최정. 연합뉴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폰트는 '이닝 먹는 괴물'이다. 4월 2일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 9이닝 비공식 퍼펙트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28경기에서 184이닝을 소화했다. 13승 6패 평균자책점 2.69.


폰트가 주춤했던 후반기엔 숀 모리만도가 돋보였다. 이반 노바의 대체선수로 들어와 7승을 거뒀다. 모리만도가 선발로 나선 12경기에서 팀은 11승을 챙겼다. 노경은과 이태양, 오원석은 선발과 구원을 오갔다. 8월엔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박종훈까지 합류했다.


잘 짜여진 선수단 구성 뒤엔 프런트의 노력이 있었다. SSG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 김광현을 빠르게 붙잡았다. FA를 앞둔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은 장기 계약을 통해 편한 마음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대체 외국인 선수 모리만도와 후안 라가레스 영입도 성공적이었다. 유망주 전의산의 1군 콜업도 프런트의 적극적인 추천을 코칭스태프가 받아들인 결과였다.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창단 첫 해 스프링캠프에서 SSG 선수단은 모기업 커피를 선물받았다. 작지만 따뜻한 배려에 선수단은 감동했다. 선수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경기장도 자주 찾아 자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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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10연승 뒤 시구를 하겠다는 공약을 지킨 정용진 구단주. 연합뉴스

이제는 정 부회장이 와도 라커룸에서 편하게 낮잠을 즐길 정도다. 팀 연봉 1위, MLB급 클럽하우스를 조성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4일 우승이 확정된 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제 구부능선 넘었다. 가자 랜더스.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을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천 팬들도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프로야구는 여전히 코로나 여파를 비껴나가지 못했다. 728만명이 입장했던 2019년보다 관중 입장이 20% 줄어든 600만명 동원도 쉽지 않다. 하지만 SSG는 유일하게 평균관중 1만명대(1만3633명)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관중 동원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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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CI에 그려진 일곱 장의 꽃잎처럼 모두가 뭉친 SSG의 2022시즌은 훌륭했다. 남은 과제는 통합 우승으로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SG는 2018년 이후 통산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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