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난리, 외국인 떼창하게 만드는 한국인입니다
DJ 박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노래를 틀자 관객이 열광하며 따라 부른다. 수십, 수백명의 관객을 하나로 만드는 이 사람은 DJ다. DJ는 과거 카페 등 사람이 모인 곳에서 사연을 받고 신청 곡을 틀어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때와 장소에 맞는 다양한 음악을 섞어 틀어주기도 하고 직접 음악을 만든다. 음악 안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기도 한다. DJ들의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이 세계 곳곳에서 열리기도 한다. 또 유명 클럽에서 자신의 무대를 꾸미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많은 DJ가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한국인 DJ를 알아봤다.
페기 구 SNS 캡처 |
베르크하인 첫 한국인 여성 DJ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 영국 AIM 뮤직어워즈 '올해의 노래' 수상, 전 세계 DJ가 꿈꾸는 클럽 '베르크하인' 첫 한국인 여성 DJ. 화려한 수식어의 주인공은 바로 DJ 겸 프로듀서 '페기 구'다. 외신은 그를 '세계를 점령해가고 있는 DJ'라고 칭하기도 했다. 페기 구 음악은 한국어와 문화로 꾸며져 있다. 영국 AIM 뮤직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로 선정된 곡도 '잊게 하네(Itgehane)'다. 페기 구가 클럽에서 음악을 틀면 외국인들이 모두 "푸른 바다보다. 별이 빛나는 밤"이라며 한국어 가사를 떼창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인천에서 태어난 페기 구는 런던 유학 시절 처음 디제잉을 접했다. 한인회 모임에서 음악 틀어주는 역할을 맡은 게 시작이었다. 그는 당시 "신세계였다. 인생이 송두리째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런던 패션 칼리지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하우스 음악의 성지이자 전 세계 DJ가 서고 싶어 하는 클럽 '베르크하인'이 있는 곳이었다. 낮에는 시내 레코드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 다녔다. DJ 앞은 항상 페기 구의 자리였다. 밤 12시부터 해 뜰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틈나는 대로 곡을 썼다. 그렇게 2년간 노력한 끝에 베르크하인 첫 한국인 여성 DJ로 이름을 알렸다. 독일 베를린을 주무대로 전세계에서 활동 중이다.
DJ예지. /예지 SNS 캡처 |
"예지의 노래와 같은 음악은 한 번도 못 들어봤을 것"
'Drink I’m Sippin On' 2주 만에 유튜브 100만회 기록, 미국 유명 음악 매체 '피치포크' 선정 ‘2017년 앨범 50선’ 및 ‘베스트 뉴 트랙’ BBC의 ‘Sound of 2018’ 선정. 몽환적인 멜로디에 한국어 가사를 입힌 노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주인공은 바로 DJ 예지다. 예지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뉴욕을 주 무대로 삼는 뮤지션이다. BBC는 "예지의 노래와 같은 음악은 한 번도 못 들어봤을 것이다. 딥하우스 장르에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가사가 어우러져 황홀한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에서 'Conceptual art'를 전공한 예지는 학교 라디오 활동을 하면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했다. 그 이후 디제잉과 프로듀싱에 관심이 생겨 음악을 독학했다고 한다. 2016년에 데뷔했고 2017년에 낸 곡 'Drink I'm Sippin On'과 'Raingurl'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 곡 모두 한국어 가사로 주목받기도 했다.
예지가 처음 한국어로 가사를 쓴 이유는 어떤 노래를 하는 지 사람들이 잘 모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다 갈수록 한국어 소리 자체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한국어 운율과 리듬, 억양에 집중하면서 가사를 쓴다고 한다.
서울에서 시작해 해외로 간 DJ
페기 구나 예지와 달리 한국에서 디제잉을 시작한 DJ도 있다. DJ박혜진이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피치포크는 물론, I-D 매거진, 디제이맥 등 해외에서 먼저 그의 실력을 알아봐 줬다.
박혜진은 2015년 노래와 랩을 익혔고 2017년 디제잉과 프로덕션 등을 배웠다. 2018년 국내 하우스 클럽 'Pistil'에서 1년 조금 넘게 레지던트 DJ(클럽에서 상주하는 DJ)로 활동했다. 그리고 호주 멜버른에서 데뷔 EP인 'IF YOU WANT IT'을 발매했다. 이 곡은 해외 음악 웹진의 호평을 받았다. 피치포크는 박혜진의 데뷔곡을 '당신이 놓친 훌륭한 작품'으로 선정했다. 믹스맥은 '지난해 가장 눈에 띈 아티스트'로 선정하기도 했다. 박혜진은 호주 멜버른, 영국 런던을 거쳐 LA를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DJ슈보스타. /슈보스타 SNS캡처 |
바퀴벌레, 개미 나오던 집...원동력이기도
미국 네바다 주에 있는 사막 '블랙록시티'에는 매년 일주일 동안 도시가 생긴다. 음악이 흐르고 곳곳에는 예술작품도 설치돼있다. '버닝맨' 페스티벌입니다. 큰 아트 카(art car) 위에서는 세계적인 DJ들이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아트 카는 '마얀 워리어'다. 이 마얀 워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디제잉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슈보스타(본명 박지영)'다.
슈보스타는 처음부터 DJ를 꿈꾼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걸 쫓아갔다. 고등학생 때는 컴퓨터 게임 전공이었고 대학생 때는 화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첫사랑이 향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조향사를 꿈꿨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 학교에서 DJ 동아리 모집 포스터를 발견하면서 DJ를 접했고 매주 클럽에 다니면서 디제잉을 배운 것이다.
이후 2010년부터 2년 동안 태국에서 투어를 다니면서 DJ로 활동했다. 또 멕시코 칸쿤에서는 스냅사진 작가로 일했다. 당시 칸쿤에 놀러 온 친구가 슈보스타의 SNS를 보고 파티를 여는데 와서 음악을 틀어보겠냐고 제안을 했다. 슈보스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평소 좋아하던 음악으로 디제잉을 했다. 슈보스타가 클럽에서 음악을 튼 날 그의 음악이 좋아 입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친구 소개로 멕시코 유명한 클럽 '엠엔로이'에서 레지던트 DJ로 활동했다. 엠엔로이 사장이자 마얀 워리어의 음악 디렉터는 슈보스타를 보러왔다가 그의 음악에 반했다고 한다. 그렇게 슈보스타를 마얀 워리어에 추천했고 마얀 워리어 최초의 한국인 DJ로 무대를 꾸밀 수 있었던 것이다.
슈보스타는 조향 공부, 사진 작가, DJ 등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하고 있는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한다. 그는 걱정 없이 자진이 좋아하는 일을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잃을 게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월세 20만 원 내면서 바퀴벌레와 개미가 나오는 집에서도 살았어요. 저는 제가 가난하다고 인식도 못 했어요. 돈이 없었던 게 저에게는 원동력이었어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글 CCBB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