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팔짱을 끼며 놀아달라고 보채는 푸바오./ 에버랜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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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에서 태어난 첫번째 판다 ‘푸바오(福寶, 행복을 주는 보물)’가 첫 돌을 맞았다. 200ml 우유 한 팩보다 가벼운 197g으로 태어난 푸바오는 생후 1년이 지난 현재 40kg으로 성장했다. 엄마인 아이바오(만 7세, 2013년생)를 따라 이제는 나무도 잘 타고, 대나무 먹는 연습도 곧잘한다. 지금은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푸바오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푸바오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이겨낸 사람이 있다. 33년차 사육사이자 ‘판다 할아버지’로 불리는 에버랜드 강철원(52) 사육사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는 물론 푸바오의 엄마, 아빠인 아이바오와 러바오(만 8세, 2012년생)도 함께 돌보고 있다. 1994년 국내 처음으로 들어온 판다 부부 밍밍, 리리도 강 사육사의 손을 거쳤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모든 판다들을 돌본 셈이다. 국내 판다들의 아빠이자 할아버지인 강 사육사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첫 돌을 맞은 푸바오와 강 사육사. 푸바오는 돌잡이에서 워터우라는 곡물로 만든 빵을 골랐다./ 에버랜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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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가 7월 첫 돌을 맞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식에 성공한 판다라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 판다는 번식도 어렵고, 생후 관리도 굉장히 중요한 동물이라고 하던데.
“판다가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 중 하나가 번식의 어려움이다. 판다의 가임기는 매우 짧다. 1년에 한 번, 그것도 3, 4일에 불과하다. 이 시기를 잘 맞춰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만 8세, 2012년생)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번식 활동이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했다. 어렵게 태어난 새끼도 100일 간은 섬세한 돌봄이 필요했다. 분만 10일 전부터 총 4개월 간 3명의 사육사들이 24시간 상주하며 돌봤다. 수의사들도 한 달 간 상주했다.
태어난 직후와 그간의 성장 과정. 굉장히 작게 태어난 푸바오는 1년이 지난 현재 40kg으로 성장했다./ 유튜브 채널 ‘SB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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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판다들은 스스로 체온조절을 하지 못해 엄마가 바로 안아주지 않으면 저체온증에 걸린다. 첫 한 달간은 엄마가 거의 안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아이바오가 낳자마자 바로 품에 안아 저체온증 위기는 넘겼지만 눈을 너무 빨리 뜬 것이 걱정이었다. 푸바오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눈을 뜬 판다다. 보통 판다들은 40일 정도에 눈을 떠야 하는데 푸바오는 왼쪽, 오른쪽 눈 모두 20일이 채 되지 않아 떴다. 눈을 떠도 이때는 보이지 않는다. 너무 일찍 뜨면 오히려 잘못된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때는 푸바오가 지내는 곳의 불을 모두 껐다. 건강검진도 불을 끄고 진행하거나 눈을 가리고 했다. 태어난 지 5일 만에 체중이 20g 줄어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200g이 채 되지 않는 무게로 태어났으니 20g이 줄었다는 건 굉장히 큰 일이었다. 검진을 하루 한 번씩 진행하고 엄마가 주는 것 이외에 사육사가 추가로 인공 포육을 3주 정도 진행을 하면서 정상체중까지 올려주는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푸바오가 건강하게 자라 장난을 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다.”
-판다 할아버지라는 별명이 재미있다. 어떻게 붙은 별명인가.
“1994년 한국에 들어왔다가 IMF 시기에 중국으로 돌아간 판다 리리 덕분에 얻은 별명이다. 리리가 중국으로 돌아간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하다가 18년 만인 2016년 다시 중국에서 만났다. 그때 리리가 나를 알아보더라. 그 모습을 본 다른 분들이 ‘평소에는 리리가 저러지 않는다, 당신이 진정한 판다의 아빠’라고 해서 판다 아빠가 됐고, 그 다음 세대인 푸바오가 태어나면서 판다 할아버지가 된거다.”(웃음)
-판다들이 사람을 잘 따르고 기억하는 편인가. 중국에는 리리를 보러 간 것인가.
“사람을 잘 따르진 않는다. 다만 곰과 동물들이 지능이 좋은 편이다. 그래도 오랜 기간 못 봐서 기억을 못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해줘서 더 반가웠다. 중국에 간 건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데려오기 위해서였다. 중국 쓰촨성에서 아이바오, 러바오와 함께 2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판다 사육) 연수를 받고 함께 들어왔다. 이 기간 중에 수소문을 해서 리리를 만나러 간 거였다.”
푸바오./ 에버랜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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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판다가 들어왔을 당시 국내에는 판다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육사가 없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돌봤나.
“당시 중국에서 사육사 두 명과 수의사 한 명이 한국에 파견을 나와 상주했다. 같이 판다를 돌보면서 많이 배웠다. 아이바오 때도 파견을 나왔었다. 다만 이때는 적응기간 동안만 상주를 하고 3개월 후 돌아갔다.”
-동물들을 항상 곁에서 볼 수 있어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사육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1988년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고등학교 졸업 후 공채로 들어왔다. 당시에는 매년 공채가 있었다. 식물, 동물 분야로 모집을 했는데 동물로 지원을 해서 사육사로 입사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오래 일할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하다보니 매력을 느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동물을 만났을 것 같다.
“맞다. 워낙 많은 동물을 만나 정확하진 않지만 종류로는 70~80여 종류의 동물을 돌봤다. 침팬지, 오랑우탄 등 원류 동물들을 주로 많이 돌봤고, 북극곰이나 한국호랑이, 백호 등 맹수류도 많이 했다.”
-원래 이렇게 동물들을 돌아가며 맡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한 동물을 주로 하는 분들도 있다. 저는 길게는 6~7년, 짧게는 3~4년씩 돌봤다.”
-판다가 제일 기억에 남는 동물일 것 같은데, 이외 기억에 많이 남는 동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돌보기 까다로운 동물들은 대체로 어떤 동물들인가.
“아무래도 판다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지만 침팬지, 오랑우탄 친구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친구들은 동물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는 행동이나 생각 이런 것들이 동물이라기 보다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 그런 것 같다.
돌보기 까다롭다기보다 관리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는 친구들은 원류들이다. 다른 동물들이 바닥에서 생활한다면 원류들은 못 가는 곳이 없다. 손 잡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그러다보니 시설 관리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이탈 관리도 더 열심히 해야한다.”
-맹수를 돌보는 것 어떤가. 위험하진 않은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동물들은 안전장치가 더 잘 돼 있어 괜찮다. 오히려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동물들을 돌보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젖을 먹여 키우는 등 접점이 많다보면 마음을 놓을 수 있고, 가까이에서 접촉을 하다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다칠 확률도 더 높기 때문이다.”
푸바오의 몸무게를 재고, 나무 오르기를 돕는 강 사육사./ 에버랜드, 푸바오마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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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주고, 지내는 시설을 관리하는 것 이외 사육사의 역할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업무가 있지만 요즘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은 ‘행동풍부화’ 교육이다. 동물 본연의 습성을 찾아주기 위한 활동이다. 먹이를 숨겨 찾을 수 있도록 해주거나 판다처럼 숙명적으로 나무에 올라갈 수밖에 없는 동물에게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나무에 오를 수 있도록 구조물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식이다.
헬스 트레이닝 훈련도 많이 한다. 예를들면 동물들이 건강검진을 위해 채혈을 할 때 예전에는 거의 마취를 시켜서 했다면, 이제는 훈련을 통해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한 달에 한 번 채혈을 해 데이터를 관리하는 판다의 경우에는 채혈할 때 사람처럼 한쪽 팔을 내밀고 한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많은 대나무를 주로 먹는 판다는 입 안이나 장 점막을 다칠 수 있어 매일 아침 시간에 구강 검사를 한다거나 체온을 측정하는데 이때도 검진을 위한 자세를 만들 수 있도록 훈련을 하고 있다.
새끼를 낳기 전에도 엄마 판다에게 사육사가 복부와 가슴을 만질 수 있도록 허용하는 헬스 트레이닝을 한다. 교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훈련을 해야,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하루 한 번씩 엄마 품에서 데려와 건강검진을 할 수 있다.
업무와 관련있는 연구도 진행한다. 판다들에게 최고의 영양간식은 죽순이다. 죽순은 4월에서 6월까지만 나온다. 계속 먹이면 좋은데 이 때가 지나면 생산이 안 되니까 먹일 수가 없다. 2년 정도 냉동, 해동 방법을 다르게 해보면서 테스트를 했다. 그러다 지난해 영하 80도에서 죽순을 급속 냉동한 뒤 해동해봤는데 아이바오가 먹더라. 아이 낳고 식욕이 없는 상태라 주식인 대나무도 잘 안 먹던 때였는데 초저온 냉동을 한 죽순을 먹었다. 굉장했다. 이런 노하우는 다른 나라에도 전하고 싶다.”
-공부를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맞다. 생명을 돌보는 일이다보니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처음 동물원에 들어와 일을 하다 보니 배워야 할 것들이 많더라. 그래서 일을 하면서 동물 관련 학과로 야간 대학을 다녔다. 졸업하고 나니 동물과 식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보니 식물도 공부를 해야겠더라. 식물 공부를 하고 싶어 조경학과에 편입해 졸업했다. 대학원은 또 번식 쪽으로 다녔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려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쉽지는 않았다. 특히 결혼을 하자마자 내가 공부를 시작해 아내가 고생을 많이했다.”
유튜브 프로그램 ‘전지적 할부지 시점’에 출연한 강 사육사와 푸바오, 강 사육사가 쓴 푸바오의 성장 일기./ 말하는동물원 뿌빠TV, 에버랜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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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 홈페이지에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담은 아기판다 다이어리도 일년 간 연재했고, ‘전지적 할부지 시점’이라는 푸바오 유튜브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유튜브나 다이어리는 건강히 잘 키운 푸바오를 조금 더 많은 분들께 보여주고 싶어서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푸바오를 보러오지 못하는 사람 많지 않나. 실제 팬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 중에서도 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푸바오를 통해 우울증을 이겨낸 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 분은 병원 치료를 받다가 푸바오를 알게 됐는데, 푸바오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면서 푸바오 영상을 다 찾아보고, 에버랜드 연간 회원권을 만들어 1주일에 2~3번씩 아기판다를 보러 왔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사육사로서 굉장히 뿌듯하다.”
-사육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겠다.
“물론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입사 1년쯤 지났을 때 표범 한 마리가 태어났는데 그때 엄마가 돌보질 못해서 아기 표범이 죽을 위기에 처했다. 그때는 엄마가 돌보지 않으면 사육사가 맹수를 돌보는 기술이 없었다. 근데 죽게 놔둘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젖을 먹여서 키웠다. 그 아이가 국내 최초로 인공포육에 성공한 맹수다. 이를 계기로 사육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 야생동물의 친구가 돼 줄 수 있고.”
푸바오와 함께한 강 사육사./ 에버랜드 인스타그램,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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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있는 직업이지만 힘들어서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그렇다. 무슨 일이든 좋아해서 뛰어들었다가 안 맞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푸바오를 끌어안고 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실전에 투입돼 관리를 하다보면 ‘이것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나’라는 괴리감이 생길 수도 있다.”
-사육사도 고객 항의를 받는다고 하던데.
“동물을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컴플레인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예를 들면, 엄마 판다가 아이 판다를 때리고 괴롭히는 것 같아 보이는 때가 있다. 이건 보통 한 살 반에서 두 살이면 엄마 판다로부터 독립하는 아이 판다를 위한 일종의 훈련인데, 관람객이 볼 때는 왜 사육사가 이를 가만히 두는지 불편한거다. 당연한 과정이지만 이 때문에 컴플레인을 받기도 한다.”
-사육사를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사육사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내 동물원이 많지 않다. 하고 싶은 분은 많은데 기회가 적어서 안타깝다. 보통 사육사는 동물원에 빈 자리가 있을 때 채용을 한다. 참고로 에버랜드에는 총 80여명 정도의 사육사가 일하고 있다.
사육사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관찰력이다. 동물원은 반려동물 보다는 야생동물 위주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접근하기 힘든 동물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아픈 것을 발견하기가 힘들다. 야생동물의 습성 자체가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걸 싫어한다. 약한게 드러나면 공격을 받고 영역을 침범 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변화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코로나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행복을 주는 보물이라는 이름처럼 푸바오를 통해 많은 이들이 평화를 얻고 행복하면 좋겠다. 푸바오 역시 행복한 판다로 지내면 좋겠다.”
글 CCBB 포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