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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한국 기업에 수억원에 판다는 '이것', 알고보니..

설빙과 파리바게트를 도용한 중국 브랜드. /방송화면 캡처

호식이 두마리 치킨·서울 우유·네파


국내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중국 상표들입니다. 원조 상표에서 모양이나 이름을 조금씩 바꿔 자국 브랜드처럼 특허청에 등록한 것이죠. 무단도용인 셈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한국 상표를 무단으로 등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허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상표 무단 도용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은 2753곳이었습니다. 2019년보다 245%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국 브랜드가 한국 아이돌,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유명해지다 보니 대놓고 도용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돈이 되니 상표를 훔치는 셈입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가 한창 유행하던 2014년부터 중국 내 한국 기업을 베낀 상표 등록 수가 늘었습니다. 중국에는 타국의 인기 있는 상표를 베끼는 전문 사냥꾼은 물론 업체까지 있다고 합니다.

억 단위 요구하는 상표 사냥꾼

상표만 전문적으로 노리는 사람을 '상표 브로커'라고 합니다. 법인까지 만들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데 그 수가 중국에만 360여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상표권을 사고파는 홈페이지도 만들어 놓습니다. 홈페이지에 선점한 상표를 가격과 함께 올리거나 아니면 미정으로 올려놓고 협의를 합니다.


브로커들은 드라마, 영화 등에 등장하거나 유명인들이 사용하는 브랜드를 노립니다. 인기있는 업체의 상표를 중국에 미리 등록합니다. 이후 해당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면 소송을 걸거나 직접 웃돈을 얹어 상표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작은 기업이면 몇백만원 수준이지만 많이 알려진 유명 기업 같은 경우 수억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내 치킨 브랜드 호식이두마리치킨도 같은 피해를 보았고 협상 제안을 받았다고 하죠. 호식이두마리치킨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상표 브로커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우리가 상표권을 등록했으니 협상을 하자’고 했다. 악의적 상표권 침해 피해를 본 업체들과 공동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브로커들이 전문적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기업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 중 한국 기업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브로커도 있는데요. 바로 중국인 김모씨입니다. 그는 본인 명의로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고 자회사를 설립해 한국 기업 상표권을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무단으로 선점한 브랜드만 2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CJ제일제당, BHC치킨, 설빙 등도 피해기업에 포함돼있습니다.

설빙과 파리바게트를 도용한 중국 브랜드. /방송화면 캡처

중국 정부에서 제재하자 자취 감춰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 브로커는 2020년 자취를 감췄습니다. 중국이 상표권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죠. 중국은 2017년 상표 심사기준을 개정하고 상표 브로커를 단속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실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상표 출원을 거절하거나 무효화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중국은 이 개정안을 2019년 11월부터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악명을 떨치던 김모씨가 활동을 멈췄습니다. 신규 상표 등록건수가 2018년 105건에서 2019년 7건으로 줄었습니다. 2020년에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뿐 아니라 유명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에어조던을 베낀 중국 스포츠 브랜드 '차오단(Qiaodan)'도 패소했습니다. 차오단은 조던을 중국어로 번역한 이름입니다. 이름뿐 아니라 관련 상표 200여개를 보유하고 에어조던에 상징적으로 사용되는 마이클 조던의 등 번호 23번까지 함께 사용하고 있었죠. 중국 법원은 이런 차오단에 상표 사용을 중단하고 마이클 조던에게 35만 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또 온·오프라인 공개 사과문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관련 상표 200여개는 계속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표 관련 소송은 등록 후 5년 이내에만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기업이 공동으로 진행한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2017년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8곳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중국 상표 브로커를 상대로 상표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이듬해 승소했습니다. 작년 기준 한국 기업이 제기한 53건의 상표권 소송 역시 전부 승소했죠.

29cm에 입점해있는 진짜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

중국에 오픈한 오롤리데이 가짜 오프라인 매장.

작은 브랜드 노린다

규제와 단속을 강화했지만 상표 브로커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인기 브랜드에서 국내 신생 브랜드로 타깃을 바꿔 활동을 해 문제입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아직 특정 팬층에만 알려진 브랜드를 무단 도용하는 것이죠.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도 피해 업체 중 하나입니다.


오롤리데이는 디자인 브랜드로 의류 및 각종 굿즈를 판매합니다. 중국 브로커는 오롤리데이 관련 상표권 30여개를 등록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브랜드명과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 매장을 열고 영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오롤리데이 박신후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온라인 매장에서 위조품을 파는 걸 막을 수 없어 반포기 상태였다. 그러나 상표를 등록하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연 것은 다른 문제다. 변리사를 선임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오롤리데이와 같은 국내 신생 브랜드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상표권 무효 판단 근거 중 '저명상표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있기 때문이죠. 브로커들은 이 점을 이용해 다수의 국내 브랜드가 입점한 플랫폼을 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미 국내에 피해를 본 몇몇 패션 브랜드는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피해를 막으려면 주기적으로 중국에 상표 출원이 되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미 상표 등록이 끝났다면 무효심판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지만 등록 전이라면 대응할 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브로커의 중국 상표 출원이 한국 상표 출원일로부터 6개월 안에 이뤄졌다면 선출원주의 원칙을 근거로 브로커 상표 등록을 저지하면서 중국 상표권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상표를 출원한 지 6개월이 지났고 브로커의 상표 출원이 아직 진행 중이라면 현지 상표 등록 이후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이 가능합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영석(국민의힘)은 "짝퉁 한류를 방치하면 향후 한국 제품의 판매량 감소나 기업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내 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외교적으로 중국 정부에 재발 방지 및 피해구제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지적재산권 관리 체계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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