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즙' 흐르는데 고기가 아니었다?
친환경, 윤리적 소비 트렌드 확산
판 커지는 국내 ‘대체육’ 시장
노브랜드버거가 4월1일 판매를 시작한 ‘노치킨 너겟’이 한 달 만에 10만개가 팔렸다. ‘노치킨 너겟’은 말 그대로 치킨으로 만든 너겟이 아니다. 영국 대체육 브랜드 퀀(QUORN)사의 마이코프로틴(Mycoprotein)으로 만들었다. 마이코프로틴은 미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다. 조직 구성이 실처럼 가느다란 형태라 닭 가슴살과 생김새, 식감이 비슷하다. 마이코프로틴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더한 치킨 너겟은 노브랜드버거 전국 90여개 매장에서 하루 평균 3000여개가 팔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노브랜드버거가 출시한 '노치킨 너겟'. 닭고기 대신 대체육으로 만들었다. /신세계푸드 제공 |
신세계푸드가 ‘노치킨 너겟’을 출시한 건 미닝아웃(meaning out·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하는 방식) 소비를 지향하는 MZ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대체육(alternative meat)은 환경과 동물 복지를 고려한 친환경, 윤리적 소비라는 인식이 강하다. 대체육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고기와 살아 있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배양해 만든 배양육이 있다.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성장해온 대체육 시장은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패스트푸드에서 마트, 편의점에서도 대체육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체육이 고기에 익숙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기 없는 햄버거 대전
국내에서 대체육 시장이 가장 활발한 곳은 패스트푸드 업계다. 소고기가 핵심인 ‘햄버거 패티’를 두고 경쟁하듯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 2월 ‘플랜트 와퍼’를 출시했다. 버거킹의 대표 메뉴 와퍼 버거에 소고기 패티 대신 식물성 고기를 넣은 제품이다. 플랜트 와퍼에 들어간 패티는 콩단백질이 주 원료로 콜레스테롤과 인공 향료, 보존제가 전혀 없다. 버거킹이 호주의 식물성 대체육 대표 기업 ‘v2 food’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했다. 고기 없는 패티지만 와퍼 특유의 불맛을 그대로 살렸다.
지난해 2월 롯데리아는 ‘미라클 버거’를 내놨다. 식물성 패티·빵·소스로 만들었지만 고기 없이 고기 맛이 난다는 의미로 ‘미라클’이란 이름을 붙였다. 콩·밀 단백질을 조합해 고기 식감을 살렸다.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높였다. 빵도 우유 대신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
‘미라클버거’는 지난해 10월까지 220만개 이상 팔렸다. 11월에는 글로벌 식품 회사 ‘네슬레’가 운영하는 대체육 식물성 단백질 브랜드 ‘스위트 어스’와 함께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도 내놨다. 노란 대두에 비트, 블랙커런트 등 채소과일농축액을 써 육즙과 색상을 고기처럼 구현했다. 소이어니언 소스로 바비큐 풍미를 살렸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윤리적 소비 관심이 늘어나는 경향을 반영했다”며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 식물성 대체 햄버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버거킹이 만든 ‘플랜트 와퍼’(왼쪽)와 롯데리아의 ‘스위트 어스 어썸버거’. /버거킹 인스타그램, 롯데리아 제공 |
대기업도 뛰어든 대체육 시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2019년 47억달러(약 5조2664억원)였던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23년 60억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은 약 1740만달러(2019년 기준)로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체육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진출을 시작한 대기업이 늘며서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접할 수 있는 제품도 많아졌다.
마트에서 판매 중인 비욘드미트의 ‘비욘드소시지’. /비욘드미트 제공 |
국내에서 대체육 시장에 가장 먼저 지출한 대기업은 동원F&B다. 동원F&B는 미국 ‘비욘드미트’와 독점 공급계약을 맺고 ‘비욘드버거’, ‘비욘드비프’, ‘비욘드소시지’를 판매하고 있다. 비욘드미트는 2009년 최초로 대체육으로 햄버거 패티를 만든 회사다. 2019년 ‘비욘드버거’가 국내 할인 마트와 백화점, 온라인몰 등에서 15만개 이상 팔리자 지난해 ‘비욘드비프’와 ‘비욘드소시지’를 출시했다.
농심은 올 초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했다. 떡갈비, 너비아니, 완자, 탕수육 등 대체육으로 만든 간편 냉동식품을 생산한다. 롯데푸드는 2019년 롯데중앙연구소와 약 2년간 연구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해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 판매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곤약과 해조류를 이용한 ‘고기대신’ 시리즈를 출시했다. 곤약과 해조류 등을 이용해 양념 순살 치킨, 돈가스 등과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낸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 성수점과 용산점, 월계점 등 22개 점포에 채식주의존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주의존에서는 식물성 원재료만으로 만든 상품을 판다.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도 입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채식주의존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올해 1~3월 월평균 매출은 지난해 평균과 비교해 점포별로 20~30% 증가했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사먹는 고기 없는 고기
대체육은 이제 동네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체육 전문기업 바이오믹스테크가 4월 출시한 ‘고기대신 맛있는 녀석들 비건 육포’는 출시 한 달 만에 9만5000개 이상 팔렸다. 총 매출의 70%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나온다.
고기 없는 육포는 소고기 대신 조직 대두 단백질, 식물성 유기농 해바라기유, 생강가루를 배합해 만들었다. 바이오믹스테크 관계자는 “식감이 고기 육포보다 부드럽고 잘 씹힌다는 평가가 많다. 오리지널 BBQ는 어린이 간식용, 핫스파이스는 어른들의 술 안주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편의점에서 팔리는 고기 없는 비건 육포. /온라인 커뮤니티 |
CU는 4월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샐러드 볼 도시락과 콩고기 삼각김밥, 두부 샌드위치 등 대체육을 활용한 간편식 3종을 내놨다. GS25는 두부를 이용한 대체육 핫바를 선보였고, 이마트24는 콩단백 대체육으로 만든 갈빗살이 포함된 도시락을 출시했다.
대체육을 쉽게 접하면서 대체육을 보는 소비자 인식도 긍정적이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4월 소비자 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2.6%가 대체육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도 50%에 달했다. 대체육을 먹어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63.2%였다. 이들 중 34.6%는 대체육 맛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41.2%는 보통이라고 답했고 24.2%는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글 CCBB 키코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