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 소방공무원 합격선이 압도적으로 낮았던 이유
거주지 제한 폐지, 채용 증가가 원인
체력 시험 경쟁 더 치열할 것으로…
2021년 5월6일 소방공무원 필기시험 합격자가 발표됐습니다. 총 9881명이 합격했습니다. 필기시험 응시자는 4만1842명으로 합격률 23.6%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소방공무원 채용 인원은 4434명으로 향후 경쟁률은 2.2대1인 셈입니다. 한편 소방 공채 남자 분야 필기시험 평균 합격선이 작년보다 조금 낮아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서울시 합격선이 압도적으로 낮았습니다.
올해 소방 공채 남자 분야의 전국 평균 합격선은 367.6점입니다. 작년 합격선은 368.64점으로 사실상 큰 차이는 없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필기시험이 연기됐었죠. 이에 수험생들의 준비 기간이 더 길어져 출제 난이도에 비해 점수가 더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방 공채 남자 분야의 지역별 합격선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합격선이 타지역보다 압도적으로 낮았습니다. 작년 서울시 소방 공채 남자 부문 합격선은 404.65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1년 만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요.
연도별 소방공무원 공채 남자 분야 전국 평균 합격선. /에듀윌 제공 |
◇거주지 제한 폐지 영향
종합 교육 기업 에듀윌은 두 가지 원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거주지 제한 폐지'입니다. 2021년 소방공무원 시험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2020년 4월 1일부터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시험계획공고, 원서 접수, 최종합격자 선정 등은 모두 소방청에서 일괄 진행합니다. 서류 전형, 체력 시험, 면접 등 그 외 일정만 각 시·도 소방본부에서 진행하죠. 거주지 제한 폐지도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현재 주소지와 상관없이 근무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해서 응시할 수 있는 것이죠.
거주지 제한이 폐지된 올해 첫 시험에서 서울시 원서접수 인원은 작년보다 12% 감소했습니다. 합격선이 낮을 것 같은 지역에 전략적으로 지원하거나 인구가 적은 지역에 지원하는 수험생이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소방공무원은 업무 특성상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업무량이 많기 때문이죠. 또 채용 증가로 서울시 소방 공채 남자 경쟁률이 7.3대1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이에 합격선 하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죠.
한편 서울시에 이어 전국 평균보다 합격선이 낮은 지역은 충청남도(356.02), 부산(362.2), 세종(366.83), 충청북도(366.88), 전라남도(365.02) 등이었습니다.
2021년 소방공무원 공채 남자 분야 지역별 평균 합격선. /에듀윌 제공 |
◇채용 증가…체력, 면접 경쟁 치열할 것
두 번째 이유는 '채용 증가'입니다. 소방청은 올해 필기시험 합격자를 평소보다 많이 선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소방 수험생이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동안 소방공무원과 국가직 9급 필기시험은 같은 날 치렀습니다. 그러나 올해 소방공무원 필기시험 일정은 국가직 9급 필기시험보다 2주 앞서 치르기로 했습니다. 이에 소방 수험생은 9급 수험생 유입을 걱정했죠. 국가직 9급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소방 시험을 '실전 모의고사'로 생각하고 응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방공무원 필기시험 과목이 국가직 9급과 겹쳐 소방공무원 수험생의 걱정은 컸다고 합니다. 소방공무원 필기시험 필수 과목은 국어, 한국사, 영어입니다. 선택 과목은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 행정법총론, 사회, 과학, 수학입니다. 이 중 두 개를 선택해서 시험을 봅니다. 정부는 고졸 응시자 채용 강화를 위해 2013년 사회, 과학, 수학 등을 시험에 추가했죠. 소방 시험에서 소방학개론, 소방관계법규를 고르지 않는다면 9급 필기시험과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실제로 2013년 국가직 9급 수험생들이 소방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체력시험에 응시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당시 최종 합격 인원이 선발 예정 인원에 못 미쳤습니다.
소방청은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우려해 많은 인원을 필기시험 합격자로 선발했습니다. 전체로 보면 채용인원 2배수를 선발했죠. 작년에 1.5배를 선발한 것과 비교하면 많은 인원이 뽑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전, 광주, 울산, 세종시는 최종 선발 인원의 3배수를 합격시켰습니다.
2019년 소방공무원 체력시험 현장. /조선DB |
에듀윌 관계자는 "결시 인원이 없을 경우 체력, 면접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방공무원 시험은 필기시험 비중이 가장 높긴 하지만, 체력시험과 면접시험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소방 체력, 면접시험은 역대 최고 수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소방공무원 최종합격자는 필기시험 성적 75%·체력시험 15%·면접시험 10% 비율로 배점해 고득점자순으로 결정합니다.
한편 내년부터는 소방공무원 공채 필기시험 과목이 바뀝니다. 영어, 한국사, 소방학 개론, 소방관계법규, 행정법총론 5개 과목을 필수로 봐야 합니다. 예년처럼 1.5배수의 인원을 필기시험 합격자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듀윌 소방공무원 시험 관계자는 올해 합격권에 들지 못했거나 내년 시험 준비생이라면 행정법총론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듀윌 관계자는 "2022년에는 과목이 개편된다. 또 소방청에서 계획한 2만명 충원계획이 끝나는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필수 과목이 아니었던 행정법총론에 누구보다 빨리 적응해야 2022년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 CCBB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