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돈도 벌고 칭찬도 듣는 착한 청년들
쓰레기 문제 해결하는 스타트업
음식물 쓰레기·대형 폐기물 활용
99조7030억원. 환경부가 발표한 ‘2019 환경산업 통계조사보고서’에 나타난 환경분야 총 매출액이다. 이 중 ‘폐기물관리 관련 서비스’ 분야 매출액은 총 2조8601억원에 달한다. 쉽게 말해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데 거의 3조원을 쓴다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남들이 꺼리는 쓰레기를 치우면서 돈을 벌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줄이고, 다시 쓰는 자원순환, 업사이클링 기업들이 늘고 있다.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스타트업들이 적극적으로 쓰레기 문제 해결에 뛰어든다. 쓰레기로 돈도 벌고 칭찬도 받는 ‘제로웨이스트’ 스타트업들을 알아봤다.
음식물 쓰레기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리코’
/게티이미지뱅크. |
음식물 쓰레기는 쓰레기 중에서도 가장 불쾌감을 주는 쓰레기다. 먹다 남은 것들을 모아뒀으니 악취에 비위가 상한다. 원형을 알 수 없는 생김새부터 물컹거리는 촉감까지 모두가 음식물 쓰레기를 기피하는 이유다. 실제로 폐기물업체가 가장 꺼리는 품목도 음식물 쓰레기다. 하루라도 처리가 늦어지면 썩기 시작하고 해충이 생기기 때문이다.
리코 김근호 대표/ 유튜브 ‘SparkLabsKorea’ 캡처 |
음식물 쓰레기 수거·처리차량. /업박스 홈페이지 |
폐기물 관리 스타트업 ‘리코’ 김근호(39) 대표는 모두가 꺼리는 음식물 쓰레기 관리로 사업을 시작했다. 2019년 리코가 내놓은 플랫폼 ‘업박스’는 각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처리한 폐기물 양과 처리비용 정보도 제공한다. 배출량·처리비용부터 최종 재활용 데이터까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업박스에 폐기물을 입력하면 리코가 적합한 수거·처리 업체를 연결한다. 5리터(ℓ) 단위 눈금이 있는 전용 수거용기에 담긴 폐기물 배출량 정보부터 수거·운반을 거쳐 마지막 퇴비화되는 재활용 과정까지 모두 찍어 기록한다.
폐기물 양과 비용 정보를 제공하자 고객들이 음식물 쓰레기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 리코 집계를 보면 업박스를 사용하는 업장은 업박스 사용 이전보다 평균 20% 정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2년 동안 폐기물 처리량은 약 1만7000톤. 온실가스 저감효과도 2만7000kg을 웃돈다.
이런 소문이 나자 리코를 찾는 사업장도 늘었다. 2019년 7억9000만원이던 매출액이 2020년 11억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리코가 중개하는 지역은 서울과 성남 등 경기도 일대다. 수거·운반 전문 업체 10여 곳과 손잡고 대형 급식 업체 등 650여개 사업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실적을 발판으로 사업장 폐기물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폐기물 관련 사업을 키워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겠다는 게 리코의 목표다.
대형 폐기물, 복잡한 처리 과정 모두 뺀 ‘같다’
이사나 인테리어를 하면 어쩔 수 없이 폐기물이 생긴다. 처리하려면 폐기물 처리가 가능한지 알아봐야 한다. 다음엔 동사무소를 찾아 폐기물 처리 신고필증을 사야 한다. 이를 폐기물에 부착하고 수거 장소에 내놓아야 끝이 난다. 당사자가 모두 직접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같다 고재성 대표./ 유튜브 머니투데이방송 |
빼기 앱. / 빼기 캡처 |
불편한 과정을 모두 뺀 서비스가 ‘빼기’다. 스타트업 ‘같다’ 고재성(38) 대표는 폐기물을 쉽고 빠르게 처리하는 앱 빼기를 출시했다. 폐기물 사진을 찍어 올리면 앱이 품목을 확인하고 가격을 자동으로 계산한다. 소비자는 폐기물 처리 가격을 확인하고 결제하면 끝이다. 폐기물은 수거 업체에서 가져간다. 가격은 폐기물 필증 가격 수준이다. 무거운 폐기물의 경우 사진을 앱에 올리면 민간 폐기물 수거업체에서 정보를 보고 견적을 올린다. 최저가 견적을 올린 업체를 고르고 방문수거 신청을 하면 업체에서 방문해 찾아간다. 폐기물 필증을 따로 부착할 필요가 없어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빼기는 폐기물 신고·처리 서비스 외에도 폐기물 중고매입 서비스를 운영한다. 아직 사용할 수 있지만 버려야 하는 품목을 사진 찍어 앱에 올리면 원하는 업체가 중고로 거래하는 식이다. 빼기 서비스를 운영하는 같다는 폐기물 자원순환을 통해 탄소배출을 약 4만kg 저감했다고 밝혔다. 소각비용도 약 2억원을 절감했다고 한다.
같다는 2018년 11월 본격 서비스를 출시해 약 3개월만에 매출 1억원을 올렸다. 현재까지 폐기물 수거신청 건수는 8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200건 거래가 이루어진다.
분리수거 할 때마다 포인트 주는 오이스터 에이블
“쓰레기를 잘 분리해 버리는 것을 득이 되게 만들면 사람들이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지”
‘오이스터 에이블’ 배태관(36) 대표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이스터 에이블은 분리수거함 ‘IoT분리배출함’과 앱 ‘오늘의 분리수거’를 만들었다. 자사 분리배출함과 모바일 앱으로 분리수거에 대한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IoT분리배출함’에 쓰레기를 투입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앱으로 지급하는 식이다. 쌓은 포인트는 우유, 피자, 업사이클링 셔츠 등으로 교환할 수 있다.
오이스터에이블 배태관 대표./유튜브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 |
분리배출함./오늘의분리수거 캡처 |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IoT분리배출함’ 앞에서 사용자 QR 코드를 스캔하고 기계에 부착된 바코드에 분리수거용품을 찍고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미리 가입해둔 ‘오늘의 분리수거’ 앱에 포인트가 쌓인다. 소비자가 분리수거에 열심히 참여할 수록 보상이 커지는 구조다.
오이스터 에이블이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IoT분리배출함’ 150대로 시험해보니 40%가 넘던 분리수거혼입률(일반 쓰레기와 섞이는 비율)이 한달만에 2~3% 정도로 줄었다. 분리수거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오이스터 에이블은 ‘IoT분리배출함’을 지자체나 관련 기업에 제공하며 수익을 얻는다. 기본적으로 ‘IoT분리배출함’을 관리하는 역할은 오이스터 에이블이 맡는다. 지자체나 관련 기업은 제품 유지·보수 비용을 오이스터에이블에 지불하는 구조다. 지난 2016년 사업을 시작한 오이스터에이블은 ‘IoT분리배출함’ 현재까지 약 250대를 전국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작년 연매출은 약 8억원 수준이다.
글 CCBB 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