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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은 매일 사용하는 '운동기구'입니다"

사람이 평생 동안 얼마나 걸을까. 하루에 1만 걸음을 걷는다고 하면 약 3km를 걷는다. 인간 수명을 80세로 보면 평생 걷는 거리는 12만km다. 걸음 수로 하면 약 4억 걸음이다. 지구 둘레가 약 4만km니 지구를 세 바퀴 도는 여정이다.


이 긴 여정동안 발이 편안하게 도와주는 신발을 제안해보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가 있다. 해외 신발 브랜드 8곳과 국내 독점 계약 맺고 있는 해외 신발 전문 유통 플랫폼 세이브힐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세이브힐즈에서 박정훈(45) 대표를 만났다.

세이브힐즈 박정훈 대표. /세이브힐즈 제공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오래 걸어도 편안한 신발을 모아서 파는 세이브힐즈 창업자 박정훈입니다.”

세이브힐즈 외부 모습.

- 세이브힐즈는 무슨 뜻인가요?


“처음에는 신발을 운동 기구로 생각하고 판매했어요. 그러던 중 손님들이 ‘족저근막염이 있었는데 나았다’, ’걷기가 힘들었는데 편해졌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운동 시장만 보고 시작한 사업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신발 하나가 인생을 구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걸 깨달았어요. 이게 세이브힐즈의 시작이에요.”


-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무역에 관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4학년 때 친구들은 취업 준비를 하는데 저는 이 분야에 적성이 맞는지 빨리 알고 싶어서 재학생을 받아주는 회사를 찾아 들어갔어요. 빨리 사회 경험을 하면 나중에 다른 걸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죠.”


박 대표가 처음 들어간 회사는 삼자 무역을 하는 중소기업이었다. 2년 반정도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배웠지만 여전히 어떤 일을 해야할 지 결정을 못했다. 무역회사를 그만 두고 건설사로 옮겨 투자 업무도 했다. 하지만 정해진 양식에 맞춰 회사 경영 내용을 올려야 하는 업무 특성상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없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면 발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독립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다시 종합 상사로 이직을 했어요. 상사에 가면 맡은 분야의 모든 과정을 콘트롤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3개월만 하고 다른 일을 시작했어요.”


다시 무역 회사로 가서 복근 운동을 돕는 의료기구를 수입해오는 사업을 했다. 상사에서 경험해보고 싶었던 업무 전반을 콘트롤하는 큰 꿈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의료기구를 수입하려면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걸 몰랐어요. 의약품처럼 임상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식약처에서는 해외 데이터라고 쉽지 않았어요. 심지어 국내에 카테고리가 없는 제품이라 더 오래걸렸죠. 허가 준비로 3년 동안 지지부진하면서 의류·가방 같은 국내 사업을 병행했는데, 가방 빼고는 잘 안됐어요. 결국 이 회사에서 사업을 더 진행할 수 없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어요.”


- 신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료기기 사업을 하면서 근육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됐고 신체 활동이 몸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일상 생활에서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움직임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이 뭘지 고민했어요. 그러던 차에 해외 출장을 갔다가 신고 걷으면 근육을 자극해서 운동하는 효과가 있다는 신발을 발견했어요. 근육 전문가 입장에서 납득이 갔어요. 의료기구가 아니라 허가도 필요없는 거예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신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박 대표가 처음으로 수입해 온 신발은 영국 신발 브랜드 핏플랍에서 만든 제품이다.


핏플랍으로 연 매출 500억원을 달성해 회사 매출 80%를 차지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는 핏플랍을 중심으로 모든 노력과 투자를 집중했다. 그렇지만 박 대표가 원하는대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없었다. 그러다 2017년 회사에 문제가 생겨 신발 수입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했다. 결국 새 회사를 차렸다.

세이브힐즈 실내 모습.

- 수입할 신발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첫번째는 오래 걸어도 편안한 신발이고요. 그 브랜드가 한 분야에 대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를 봅니다.신발이라는 게 한 카테고리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하는 제품이거든요. 예를 들어 부츠만 150년을 해온 브랜드가 만드는 신발은 착화감이나 디테일에서 오래 고민한 티가 나요.


또 모든 브랜드의 공장을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그 브랜드가 생산을 포함한 전 공정을 관리하는 방식과 브랜드에 대한 업계 평판을 꼭 알아봐요. 어떤 공장에서, 어떤 소재로, 어떤 방식으로 신발을 만드는지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신발에 쓸 가죽을 염색·가공하는 공정에서 물을 심하게 오염시키면 그 브랜드는 조건 미달이에요.”


- 신발을 골라서 런칭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


“보통 2-3개월 정도 내부 검증을 해서 ‘오래 걸어도 편안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신발만 큐레이션해요. 제품을 직접 신어보거나 주변에 전달해서 피드백을 받아요. 신발을 산 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오랜 기간 공을 들입니다. 대형 신발 편집샵과 달리 세이브힐즈만 가지고 있는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업계 매출이 줄어들 때, 세이브힐즈는 매출 40억원을 달성했다. 2017년보다 5배 늘었다. 박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매출이 잘 나온 덕분이라고 했다. 크라우드 펀딩 시스템이 해외에서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세이브힐즈와 잘 맞았다고 한다.

세이브힐즈는 작년 와디즈를 통해 펀딩으로 수익을 올렸다.

"신발을 수입해오려면 미리 수요를 파악해서 발주를 넣어야 해요. 초기에는 수요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는데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하면서 수월해졌어요. 예를 들어 처음에는 그 해 6월 판매량을 보고 다음 해에 수입할 여름 신발 수량을 파악했어요. 짧은 기간동안 판매한 양으로 예측을 해서 정확도가 떨어졌죠. 그런데 지난 3월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제품을 노출하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더 정확한 수요 파악이 가능했어요. 3월에 펀딩을 하고 5월쯤 마감하고 배송하면 수량 파악이 쉬워지는 거지요."


-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 목표는 단순해요. 신발을 신어보고 편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디자인이나 유행을 넘어서 신발을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신발은 옷이나 가방이랑은 다르니까요. 소비자가 평생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할 거예요. 신발을 신는 사람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신발을 계속 찾아서 제안하겠습니다.”


- 유통이나 무역 쪽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유통이나 무역 쪽은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경험해보는 게 중요해요. 회사 규모가 작더라도 취급하는 브랜드의 성장성이나 업계 평판을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어떤 브랜드냐에 따라 경영·마케팅 등 배울 점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게 다른 브랜드를 통해 배우다보면 나중에 내 사업을 할 때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회사 사람뿐 아니라 거래처와 관계를 잘 유지하면 좋겠어요. 필요할 때 직접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폭을 넒혀줄 겁니다.”


글 CCBB 박규빈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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