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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해적 불가사리로 100억 버는 서울대 휴학생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불가사리로 제설제·화장품·액상비료 만들어

10억→35억→100억, 매년 매출 3배씩 성장

불가사리는 어민들에게 ‘바다의 해적’이다. 산호초를 파괴하고 전북이나 홍합, 멍게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때문이다. 국제해양기구 ‘10대 해양 유해생물’ 리스트에도 이름이 올라가 있을 정도다. 정부는 매년 70억원을 들여 불가사리를 폐기하고 있다. 하지만 소각하는 과정에서 비용과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스타스테크 양승찬(26) 대표는 업사이클(재활용)을 통해 바다의 해적 소탕 작업을 돕고 있다. 불가사리를 해체해 친환경 제설제부터 화장품, 액상비료까지 만든다. 경기과학고에 다니던 시절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부대에서 함께 복무하던 전우와 함께 창업했다.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아 미국과 일본 등 해외 각국으로 진출했다. 그는 현재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휴학하고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스타스테크 제공

-스타스테크는 어떤 회사인가요?


“해양폐기물 불가사리를 활용해 유의미한 제품들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친환경 제설제와 화장품, 액상비료를 만듭니다. 


스타스테크는 사회적 가치와 기술, 화학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지향합니다. 버려지는 자원을 통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또 제설제 부식억제기술과 화장품 원료 피부 침투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기술은 화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왜 하필 ‘불가사리’인가요?


“불가사리 때문에 국내 양식장은 해마다 4000억원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전복이나 소라 같은 고급 어패류를 무차별하게 포식하기 때문이죠. 정부는 매년 불가사리를 1300톤 가량 거두어 들여 피해를 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소각 과정에서는 비용뿐 아니라 환경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불가사리로 인한 피해. /스타스테크 홈페이지

불가사리를 단백질 분해하면 ‘다공성 구조체’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살을 녹여 뼛조각을 추출하는 것인데요. 이 다공성 구조체가 염화이온을 흡착할 수 있습니다. 염화이온은 제설제가 눈을 녹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죠. 그런데 다공성구조체가 염화이온을 흡착하면 제설제를 쓸 때 생기는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게 첫 사업 구상이었고요.”


-군 복무 시절에 본격 창업을 준비하셨다고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대기업 전문경영인을 멘토로 만나면서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습니다. 본격적인 창업 준비는 군대에서 시작했어요. 당시 군 창업경진대회가 열렸는데 불가사리 제설제 아이디어가 큰 호평을 받았어요. ‘국방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참모총장상, ‘도전 K-스타트업 2017’에서 국방부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처음에는 포상 휴가를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능성을 인정받고 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휴가를 나가서 팀원과 함께 기술력 보완을 위한 실험에 몰두했죠. 그렇게 뜻이 잘 맞은 군대 동기 두 명과 회사를 차렸습니다.”


-시제품도 없는 상황에서 직속상관에게 투자를 받았다던데요.


“직속 상관이 투자한 가장 큰 이유는 사업 아이템보다 저희 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어요. 일년 동안 저희가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뭐든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스타스테크는 최초 시장 진입을 B2G(정부 대상 비즈니스) 모델로 잡았습니다.


“새롭게 개발한 친환경 제설제 제품 특성과 기술력이 B2G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거든요. 제품 수요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요. 또 정부나 공공기관을 상대로 사업을 운영해 좋은 사례를 만들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결과적으로도 B2G를 통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자동차 두 대를 렌트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돌아다녔어요. 주행거리가 3개월만에 총 14만 킬로미터가 나왔어요. 초반에는 낯선 회사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호의적이지 않은 분위기였어요. 회사 제품을 소개해도 냉랭한 반응이 돌아왔죠. 그런데 제설제 시장에 저희 같은 젊은 친구들이 드물다 보니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어느날 파주의 한 공원에서 첫 주문이 들어왔어요. 그 후 제설제 성능을 인정 받으면서 하나 둘 다른 곳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에코스트원 제품/스타스테크 제공.

부식 억제율. /스타스테크 홈페이지

-기존 시장에도 친환경 제설제는 있습니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ECO-ST1’(에코스트원)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친환경이라는 점과 제품 성능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제설제는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 염화계열 화학물질로 만들어집니다. 염화계열 화학물질은 눈을 녹일 때 염화이온을 발생시키죠. 그런데 염화이온이 콘크리트나 가드레일에 닿으면 부식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토양오염이나 수질오염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이를 막기 위해 부식억제제를 넣은 제품을 친환경 제설제라고 합니다. 에코스트원은 부식 방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다공성구조체를 섞어 넣습니다. 


친환경 제설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을 녹이는 ‘융빙성능’과 부식을 방지하는 ‘부식억제효율’입니다. 염화나트륨의 융빙 성능이 100%라고 가정했을 때 일반 친환경 제설제는 113%인 반면 에코스트원은 166%입니다. 또 염화나트륨이 콘크리트를 부식시키는 양을 100%라고 가정하면 일반 친환경 제설제는 30% 이하, 에코스트원은 0.8% 수준입니다. 물보다도 안전한 수준이죠.  


또 기존 제설제는 길고 납작한 모양이라 쉽게 부서집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돌처럼 굳어져 다음 시즌에는 사용할 수 없어요. 하지만 에코스트원은 구슬 형태로 눈 속에 빠르게 스며듭니다. 구슬 모양이라 상대적으로 관리하기도 편합니다. 눈을 빠르게 녹이고, 실내 보관시 3년 동안 보관할 수 있습니다.”

에코스트원 생산 과정. /스타스테크 홈페이지


-국내 시장 점유율은요?


“전체 제설제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정도 입니다. 그 중에서도 친환경 제설제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가 타겟하고 있는 시장은 정부와 공공기관이고 조달 시장은 대략 500억원 규모입니다.  에코스트원 조달시장 점유율은 20~30% 수준입니다. 


반면 해외에선 정부가 아니라 주로 민간기업이 제품을 사갑니다. 외국의 경우 자기 집 앞 눈을 의무적으로 치워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일본, 캐나다로 수출을 하고 있고, 중국과 유럽에도 수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궁금합니다.


“눈이 오는 4분기와 1분기에 가장 매출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번 시즌에는 100억~120억원 가량 매출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는 35억원이었고요. 그 전에는 10억 정도였습니다. 매년 3배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불가사리를 활용한 화장품과 액상비료 사업도 추진 중이라고요.


“친환경제설제를 시장에 안착시키는 과정에서 두 가지 고민이 있었어요. 첫째는 제설제 사업 자체가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다공성구조체를 추출하고 남는 불가사리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죠.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데 일부라도 폐기물이 생기면 완벽한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진행하게 된 사업이 화장품과 액상비료 사업입니다.”


-스타스테크가 추진 중인 화장품 원료 사업은 무엇인가요?


“화장품 원료 브랜드는 ‘페놀라겐’ 입니다. 침투(Penetration)와 콜라겐(Collagen)의 합성어입니다. 불가사리에서 꺼낸 콜라겐을 화장품 원료로 가공합니다.


불가사리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피부 깊숙이 전달하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쉽게 말해 아주 작은 구슬에 콜라겐을 넣어 피부 깊숙한 곳까지 보내는 기술입니다.  콜라겐을 이 구슬 모양 용기에 담는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부터 고려대학 연구팀과 함께 연구를 진행했어요. 결과적으로 콜라겐을 소포체에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곧 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액상 비료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제설제와 화장품을 추출하면 마지막으로 폐액이 남습니다. 폐액을 폐기하는 데에도 비용이 듭니다. 폐액으로 액상비료를 만들었습니다. 불가사리 관련 폐기물을 최대한 없애려는 취지로 만든거죠. 불가사리 액상 비료는 기존 액상 비료와 성능이 비슷합니다. 품질보다 가격경쟁력을 노리고 하는 사업입니다. 재료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액상 비료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액상 비료를 납품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코트라(KOTRA) 등 정부기관과도 협업해 해외 원조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타스테크 양승찬 대표. /유튜브채널 ‘EO’ 캡처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CEO가 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었나요? 사내 문화는 어떤가요?


“자금 운용이 많이 어려웠죠. 초창기에 매일 지금 회사에 돈이 얼마있고, 앞으로 빠져나갈 돈이 얼마인지 확인했어요. 그걸 들여다보면서 내가 몇일을 버틸 수 있을지 하루 종일 계산했죠. 자금이 부족할 때는 돈을 빌리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회사 직원 친구분께 8000만원 정도를 빌리기도 했었죠.


제조업이다 보니 말 그대로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상황도 많았어요. 새벽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낮에는 제품을 알리러 돌아다녔어요. 생산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일년 동안 매출 없이 견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전 직원이 공장에서 밤낮으로 제품을 생산하기도 했어요. 모두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두번째로 나이가 어립니다. 사내 직원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합니다. 의사결정 과정은 전통적인 제조업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편입니다.”

스타스테크 공장. /스타스테크 제공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인 계획은 친환경제설제와 화장품, 액상비료 세 가지 사업들을 모두 안정화시키는 것 입니다. 장기적인 계획은 환경·사회적 가치, 화학, 기술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글로벌한 회사로 성장하는 것 입니다. 


또 다른 목표가 하나 더 있다면, 초창기 회사를 같이 설립하고 함께 고생해준 팀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입니다. 회사 팀원 중에 화학을 전공한 분이 있습니다. 향수에 관심이 많아서 화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 분이 언젠가 조향산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그런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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