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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천억 '게임업계 전설'이 영양제를 팔게된 이유

‘삼국지 무한대전’ ‘블레이드’ 등 제작

게임업계 ‘미다스 손’으로 불려

영양제 섭취 불편함 IT기술로 해결

건강식품 구독 서비스 ‘모노랩스’ 창업


22살 때부터 게임을 만드는 족족 대박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만든 게임은 모바일 게임 사상 최초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첫 회사를 넥슨에 매각한 뒤 세운 두 번째 회사에서도 직접 만든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창업 5년 만에 연간 매출 1000억원을 넘었다. 게임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면서 승승장구하던 중 불현듯 게임업계를 떠났다. 현재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모노랩스’의 소태환(43) 대표 이야기다.

‘모노랩스’의 소태환 대표. /모노랩스


소태환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유명인사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하던 그는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재밌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2001년 대학생 때 게임개발사 인텔리전트를 세우면서 첫 창업에 나섰다. 국내 최초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RPG) ‘삼국지 무한대전’을 만들었다. 게임은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소 대표는 “우연히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한 고등학생이 제가 만든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 한참을 보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게임에 빠져 있더라고요. 살면서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회사를 넥슨에 매각하면서 넥슨모바일로 이름을 바꿨다. 소 대표는 거기에서 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던 중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스마트폰 시대가 열었다. 스마트폰 게임도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두 번째 창업에 나섰다. 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4:33)’을 세웠고 게임 ‘블레이드’, ‘활’을 출시했다. 새로운 플랫폼에 대응하는 게 쉽진 않았다. 창업 후 2년간은 실패를 거듭했다. 소 대표는 “이전처럼 게임을 만들면 고객에게 외면받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하면서 모든 걸 완벽하게 바꿔야 한다는 각오를 해야 했죠. 개인, 조직, 업무 과정 및 방식 등 모든 걸 바꿨습니다.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죠.” 

인터뷰 중인 소태환 대표. /모노랩스

그의 집념과 열정으로 창업 5년 만인 2015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소 대표는 게임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등극했다. 회사는 상승가도를 달렸지만 고된 일상이 이어졌다. 규칙적인 생활은 거의 불가능했다. 마음 편히 잠자리에 드는 날도 손에 꼽았다.

“20여년간 게임회사를 운영하면서 고강도 업무를 계속해왔어요. 글로벌 서비스라는 게임 특성상 365일 24시간 시스템을 가동해야 했어요. 전세계에서 시시각각 올라오는 숫자와 유저의 피드백을 보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어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계속해서 확인하고 대응했죠. 퇴근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었어요. 회사에서 쪽잠을 잘 때가 많았고, 집에서도 계속 일했어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잠도 잘 자지 못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겼어요. 건강 검진을 했는데 의사가 경고했어요. 이런 생활을 계속하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했죠. 의사의 권유로 영양제를 먹기 시작했어요. 비타민, 오메가3 등 영양제를 꾸준히 먹으면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고 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이 좋아졌고, 영양제의 효과가 느껴졌어요.

다만 매일 영양제를 들고 다니면서 챙겨 먹는 게 불편했습니다. 또 현재 건강 상태에 필요한 영양제가 무엇인지 알기도 힘들었죠. 이러한 불편함을 IT 기술로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별 맞춤으로 영양제를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모노랩스 AI 추천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서비스 ‘IAM(아이엠)'. /모노랩스

그렇게 2018년 소태환 대표는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게임업계를 떠나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 ‘모노랩스’를 세웠다. 당시에만 해도 한국에서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소분해 포장·판매하는 게 불법이었다. 건강기능식품법상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소가 제품을 소분해 팔 수 없도록 하는 규정 때문이었다. 소 대표는 오히려 기회라고 봤다. 아무도 뛰어들지 않은 시장에 먼저 도전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규제가 머지않아 풀릴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만약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 있었어요. 기술을 먼저 만들면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인의 건강 상태 등에 맞게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고 소분 판매가 가능한 ‘건기식 소분 판매’를 규제 샌드박스 시범사업으로 지정했다. 맞춤형 건기식 소분판매 시범사업이 가능한 규제특례 대상 기업은 아모레퍼시픽, 풀무원건강생활, 녹십자웰빙, 한국야쿠르트 등 총 17곳이다. 이중 모노랩스는 유일한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이다. 소비자 상담부터 주문, 제조, 배송, 관리까지 한 번에 가능한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구독 서비스 ‘IAM(아이엠)’을 내놓았다.

‘아이엠’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한다. 또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한 포 단위로 소분 포장하고, 한 달 단위로 정기배송해 준다.

“건강기능식품의 종류가 정말 다양합니다. 어떤 영양제를 먹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또 매일 챙겨 먹는다고 해도 각 영양제를 한 알씩 꺼내서 먹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죠. 케이스에 따로 담으면 위생 문제나 변질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모노랩스 직영 매장 이마트 성수점 모습. /모노랩스 제공

-서비스가 궁금합니다.

“고객은 모노랩스 직영매장이나 입점 약국에 방문해 영양사·약사와 상담을 합니다. 또 정해진 설문조사에 답하면 개인에게 맞는 영양제를 추천해줘요. 서비스를 신청하면 집으로 배송합니다. 영양제는 약처럼 시간대별로 소분해 한 포씩 제공합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구독을 신청하면 한 달 단위로 정기 배송해줘요. 

시중에 있는 제품을 소분하는 게 아닌 ‘IAM’ 건기식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출시된 제품은 여러 영양소가 합쳐진 경우가 많아요. 각각의 영양소 섭취량을 확인하기 어려워 권장 섭취량을 지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타민, 칼슘, 마그네슘, 아연, 밀크씨슬, 테아닌, 히알루론산 등 21종 영양제 제품을 만들었어요. 현재 169만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사업 파트너인 한국콜마와 서흥에서 제품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영양제를 조합하는 공정은 자동화기기로 직접 하고 있어요.

가격은 낱개로 구매하는 것보다 20~30%가량 저렴합니다. 생산공장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하는 F2C(Factory to consumer) 시스템이에요. 유통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가격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고객의 주문 정보를 바로 건강기능식품 생산공장에서 받아볼 수 있게 했어요. 제작을 완료하면 바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형태입니다. 실시간으로 공장과 연결해 정확하게 영양제를 담아 고객에게 전달하는 셈이죠. IT 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과정을 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고객은 모노랩스 직영매장이나 입점 약국에 방문해 영양사·약사와 상담을 한다. 설문조사에 답하면 개인별 맞춤 영양제를 추천해준다. 서비스를 신청하면 소분한 영양제를 집으로 배송해준다. 구독을 원하면 한 달 단위로 정기 배송해준다. /모노랩스

작년 12월 이마트 성수점에 첫 모노랩스 매장을 열었다. 이후 이마트 죽전, 이마트 용산에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약국과도 협업 중이다. 신촌 독수리 약국뿐 아니라 16군데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모노랩스’는 사업성을 인정받아 한국콜마와 이마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총 77억원을 투자받았다.

아이엠 서비스의 주 고객층은 20~40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건강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늘면서 6월 기준 올해 초보다 서비스 이용률이 2배 이상 늘었다. 또 기존에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 먹던 사람에게 반응이 더 좋다고 한다. 불편한 과정을 없애고 개인별 맞춤형 영양제를 먹을 수 있게 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비스 구독 유지율은  80% 이상이라고 한다. 10명 중 8명 이상은 매달 꾸준히 아이엠 서비스를 이용해 영양제를 챙겨 먹는 셈이다.

-게임회사를 운영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게임의 경우 고객의 피드백이 빠르고 즉각적이었어요. 그래서 상황에 맞게 바로 대응할 수 있었죠. 지금은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다 보니 피드백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요. 상황을 콘트롤하는 게 쉽지 않지만 고객을 현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큽니다. 그래서 고객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고객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어떤 이유로 제품을 구매하셨는지 꼼꼼하게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제대로 된 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모노랩스 소태환 대표. /모노랩스 제공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비대면 진료 상담을 허가했어요. 이번 달부터 화상 상담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에요.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 약사나 영양사 등 전문가와 자세히 상담하고 원하는 제품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하게 하고 싶어요. 또 최근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중국 소비자는 한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기대나 만족도가 높아요. 해외에서도 국내 전문가와 화상 상담을 받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본인이 느끼는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창업에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유통기한 지난 영양제를 보면서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강력한 의지와 호기심, 관심이 있었습니다. 본인에게 의미가 있고, 꼭 만들고 싶은 기술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창업하는 걸 추천해요. 

사실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습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없는 실패를 겪고 그 과정을 반복해야 해요. 그러한 시간을 견디면서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분명 힘든 과정이지만 구성원과 협업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어요. 당장 외부적인 지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도 구성원 모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고 배우는 게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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