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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에서 우승한 한국인 디자이너

넷플릭스 ‘넥스트 인 패션’ 우승 김민주씨


SNS로 예고한 재고 세일. 라이브 방송 2번이 끝이었지만, 판매일이 되자 손님이 매장 앞 사거리까지 줄지었다. 팔로워 1만명이었던 브랜드 SNS 계정은 현재 60만 팔로워를 자랑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차세대 패션 선두주자 선발전 ‘넥스트 인 패션’ 우승 효과였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18명의 디자이너 가운데 한국인 디자이너가 우승했다. 서울 삼청동 팝업스토어에서 그의 성공담을 직접 들어봤다.

MINJUKIM 디자이너 겸 대표 김민주씨 인물사진. /jobsN

점수 맞춰 들어간 패션디자인과에서 찾은 운명

- 어렸을 때부터 만화나 그림을 좋아하셨다고요.


“뉴질랜드로 유학 가기 전에는 가족과 함께 광주에서 살았어요. 광주 안에서도 외진 곳이었죠.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여느 부모님처럼 공부를 가장 강조하던 분들이셨어요. 하지만 저는 공부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TV 만화를 봤습니다. 당시 제가 유일하게 경험할 수 있는 문화였어요. 만화를 보며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대회 나가는 걸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 미술 교사를 꿈꿔 해외에서 관련 학과 입학을 앞두고 계셨습니다. 어쩌다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나요.


“부모님의 권유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즐겼어요. 당시 사디에는 시각·제품·패션, 이렇게 3가지 디자인 학과가 있었는데요. 시각이나 제품은 각각 디자인 학위와 컴퓨터 실력이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제 포트폴리오 상황에 맞는 패션디자인학과를 갔습니다.”

김민주 디자이너가 제작한 2013 H&M 디자인 어워즈 우승 작품. /MINJUKIM 제공

- 사디 졸업 후 세계 3대 패션스쿨 중 하나인 앤트워프왕립예술학교로 가셨죠. 턱걸이 점수로 입학해 수석졸업한 비결이 무엇인가요.


“제게 패션을 공부하는 시간은 즐길 수 있는 순간이었어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 했어요. 초반에는 뭘 해도 남들보다 부족했습니다. 부족했던 모습이 오히려 어떻게든 해내려는 오기를 만들었죠. 주변 친구들이나 교수님들을 보며 자극을 꾸준히 받았어요. 제 생활신조가 ‘주어진 것은 잘하자’이거든요. 잠은 거의 안 잤어요. 제 작업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며 자신을 연구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죠. 패션과 관련해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은 모두 직접 경험하려고 했습니다.”


- 디자이너 지망생으로서 급성장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점수가 꾸준히 올랐어요.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2013 H&M 디자인 어워즈였습니다. 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었죠. 또 우승 혜택 덕에 3학년 학부생에 불과했던 제가 기업과 컬렉션을 열 수 있었어요. 기존 학과 과제와 졸업 런웨이 쇼를 병행하느라 짧은 기간에 30벌을 제작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미완성이었으나 창의력이 넘치던 때였어요. 그 시기에 제작 경험을 많이 하다 보니 저만의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MINJUKIM 첫번째 컬렉션 'HERO'S EYE' 디자인을 위해 그린 컨셉 스케치. /jobsN

디자이너 김민주의 고집 결정체, 브랜드 MINJUKIM

- 졸업 후 개인 브랜드 MINJUKIM을 시작하셨습니다. H&M 디자인 어워즈 우승, LVMH 프라이즈 준우승 이력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초기에는 어려우셨다고요.


“브랜드 초기에는 예술성에만 집중해 사업적인 부분을 놓쳤던 것 같아요. 하지만 패션은 소비자에게 선택받아야 비로소 의미가 생겨요. 내 색깔을 지키면서 대중성을 챙기는 법을 터득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 1년에 2번, S/S(봄/여름)와 F/W(가을/겨울) 컬렉션을 꾸준히 이어오고 계시는데요.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저는 확실히 영감이 끊임없이 샘솟는 천재형은 아니에요. 그때그때 노력을 하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걸 보고 경험하려고 해요. 박물관도 가고 물건을 직접 수집하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죠. 사소한 것이라도 제 것으로 만들려는 작업이에요. 최근에는 사진을 인쇄해 스크랩북을 만들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다 해봐요. 그래야지 제 안에 인사이트가 점점 커진답니다.”

2021 S/S 컬렉션으로 나온 'The Spring We Lost' 의상 일부. /MINJUKIM 공식사이트 캡처

- 개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의상을 제작하는 디자이너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앤트워프왕립예술학교에 다니며 배운 작업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어요. 먼저 아이디어를 생각한 뒤 아이디어를 저만의 것으로 해석하는 과정이에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 그와 어울리는 원단이나 옷 형태를 연구해요. 민주킴 브랜드 컬렉션을 13번 준비하면서 한 번도 생략한 적이 없어요.”


- 작업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첫 번째 컬렉션으로 예를 들어볼게요. ‘영웅의 눈’이 컨셉이었어요. 먼저 컨셉을 잡기 위해 어떤 여성이 제 브랜드를 이용하면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에게 당당한 사람이 떠올랐어요. 영웅 같다고 느껴졌죠.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렸어요. 저는 제 그림에 영감을 얻고 그 안에서 발전시킵니다. 컨셉을 잡는 데만 한 달 가까이 시간을 쏟아요. 일반적인 영 디자이너 브랜드와는 다른 편이죠. 보통 문장이나 단어들로 컨셉을 잡은 후 이미 나와 있는 그림들을 참고해 디자인을 만들어가거든요. 저는 한 시즌당 그래픽만 평균 50개 넘게 그리며 민주킴만의 기록을 쌓고 있어요.”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가 넷플릭스 차세대 패션 디자이너 선발전 '넥스트 인 패션'을 리뷰하고 있다. /유튜브 '밀라논나' 캡처

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브랜드가 되고파

- 디자이너 김민주에 관해 이야기하면 넥스트 인 패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우승자로 제 이름이 불리던 순간이 여전히 인상 깊습니다. 사실 촬영 시작 전에는 디자이너가 28명이었어요. 경쟁이 계속 이어졌죠. 옷을 만드는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안했어요. 마침내 모든 과정이 끝나고 우승이 확실해졌을 때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군요. 감동이었어요.”


-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계속 기반을 두는 이유가 있나요.


“저도 처음에는 제 브랜드를 먼저 알아봐 준 곳이 벨기에, 스웨덴 같은 해외였기 때문에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품 생산이나 관리를 고려하니 소통이 편한 한국이 답이더군요. 또 바이어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해외를 오가고 있는데 사실 바이어는 항상 제 옷을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패션 흐름에 따라 구매 여부가 갈려요. 하지만 저희를 직접 통한 고객은 브랜드를 오래 좋아하는 편이에요.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이 정답이었습니다.”

M-BRARY는 MINJUKIM 컬렉션을 준비하며 만든 드로잉으로 캐주얼 제품을 제작한다. /M-BRARY 인스타그램 캡처

- 최근 멀티 편집숍 에이랜드와 협업해 MINJUKIM의 세컨드 브랜드, M-BRARY를 출시했어요.


“M-BRARY는 제가 마음으로 만든 브랜드에요. MINJUKIM은 여성복 브랜드잖아요. 따라서 사람들이 MINJUKIM에게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드레스에요. 그런데 넥스트 인 패션을 통해 김민주라는 사람과 제 브랜드를 좋아하게 된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패션을 모르던 사람이 저를 통해 패션을 좋아하게 됐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이전보다 다양해진 브랜드 옹호자들을 위한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기존 브랜드 정체성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캐주얼 제품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러던 차에 에이랜드 미국지사로부터 협업 제의가 들어와 시작하게 됐습니다. 과거 컬렉션 그림들을 활용해 제품을 제작 중이에요.”


- 올해 개인 브랜드 운영 6년 차를 맞이하였습니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목표는 항상 같아요. 지금도 하고 있는 작업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는 거죠. 변하지 않고 꾸준히 제 작업을 유지한 덕에 큰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생각해요. 창작의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지만 타협하진 않을 거예요. 액세서리나 다양한 제품군도 출시 계획이 있어요.


사람들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브랜드가 싶습니다. 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작업이라면 놓치지 않고 시도할 거예요. MINJUKIM은 그냥 저, 그 자체에요”


-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려요.


“종종 학생들로부터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나 ‘개인 브랜드 운영과 기업 입사 중 어떤 길을 가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럴 때마다 제 답은 정해져 있죠.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그려보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가끔 좋아하는 게 있어도 잘 못 할 경우 진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000~2000장 직접 그려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공부는 적당히 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온 힘을 다해서 될 때까지 해봅시다.”


글 CCBB 이도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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