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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그널' 버려진 마스크로 의자 만든 김하늘 디자이너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마스크도 재활용이 가능함을 알리고 싶었어요”

코로나19 시대 마스크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나와 타인을 지키기 위해 썼던 마스크가 다른 용도로 재탄생 됐다. 계원예술대학교 김하늘(리빙디자인·24) 씨는 전 세계에서 한 달 동안 폐기되는 마스크가 무려 1290억 장이라는 뉴스를 보고,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더불어 플라스틱류인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지는 마스크가 왜 재활용되지 않는지 의문이 들어 직접 재활용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의자(Stack and Stack)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이제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어엿한 디자이너가 된 김하늘 디자이너를 만나봤다.


김하늘 디자이너.

가구 중에서 ‘의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구를 떠올렸을 때 의자, 조명, 테이블 등 다양한 범주가 있다. 그중에서 ‘의자’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가구이기도 하고, 가구의 범주 속 ‘기본’이라 생각해 선정했다. 그 후 진짜 예쁜 의자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메시지가 중요한 형태로만 제작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형태가 너무 보기 좋으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묻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후자를 선택해 어떻게 하면 더 평범하게 만들어서 의자에 담긴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많은 양의 마스크를 어디서 구했나


“처음에는 의자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마스크가 얼마나 쓰이는지 몰라 막막했다. 그래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폐마스크를 모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왜냐하면 의자 다리 하나에 마스크 250장, 좌판에 750장이 사용돼 총 의자에 들어가는 마스크만 1500장에 달했기 때문이다. 결국 교내에 ‘마스크를 재활용하고자 합니다’라는 푯말과 함께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해 모았다. 그러나 지금은 마스크 제조공장에서 버려지는 원단을 받아 의자를 제작하고 있다. 마스크 원단을 재단하는 과정에서 원단의 10%가 그냥 버려진다고 한다. 오히려 이를 폐기할 때 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투리 원단도 ‘버려진다’는 의미에서 같을 뿐만 아니라, 폐마스크보다 위생적이기 때문에 ‘소재로서 타당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로 제작된 의자, Stack and Stack. (사진 제공=김하늘 디자이너)

마스크로 의자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의자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기존의 방식으로 설명하자면, 수거한 마스크의 코 지지대 철사와 끈을 제거해 필터만 따로 모아둔다. 그리고 미리 제작해둔 의자 형태의 틀에 마스크 필터를 넣고 열풍기로 녹인다. 열에 가해진 필터는 부직포 형태에서 액화 수지 상태가 된다. 그 후 굳어지면서 수축이 된 것을 틀에서 꺼내면 하나의 다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3개의 다리와 1개의 좌판을 각각 제작한다. 그리고 좌판과 다리를 이어 붙일 때는 납땜하듯이 접합 부분에 마스크를 녹여 붙여준다. 원래 보통 가구들은 고정나사를 박거나 접착제를 바르는데, 이 의자는 정말 100% 마스크로만 제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요리를 만들거나 가구를 만들 때, 대부분 참고할 레시피가 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어서 힘들었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삶아 보기도 하고, 라이터로 불에 지져 보는 등 해보지 않은 방법이 없을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과 집에서 캔 음료를 마시던 중, 열풍기를 사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집에 있는 열풍기를 가지고 반으로 자른 캔에 마스크를 넣어 녹였더니 잘 녹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 후 온도와 습도 등에 따른 열풍기의 온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날마다 확인하면서 디테일을 찾았다. 이렇게 매일 기록해 나가다 보니 지금은 나만의 레시피를 갖추게 됐다.”


의자 제작 틀에 마스크를 녹이는 과정. (사진 제공=김하늘 디자이너)

폐마스크 재활용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세상에 의자가 알려졌을 때, 대부분은 ‘대박이다’, ‘멋있다’라며 응원해주셨다. 그러나 ‘저게 코로나 쓰레기지, 예술이냐’라면서 비판하는 일부의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부정적인 반응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속상했다. 물론 만드는 과정에서 코로나가 걸릴 수도 있고 위생적인 부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공감은 된다. 그러나 ‘작업하다가 코로나 걸릴게요’가 아니라, ‘버려지는 마스크 쓰레기가 너무 많으니 같이 해결해 나가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래서 낙담도 잠시, 그런 반응조차도 설득하고 싶어 연구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앞으로 목표와 꿈이 있다면


“현재 마스크로 조명과 테이블을 만들고자 틀을 제작하고 있다. 마스크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의자 이외에도 다른 가구들을 만들어 양산화시키고 싶다. 더불어 크기에 상관없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인센스 홀더도 만들어 보는 중이다. 그리고 요즘은 폐타이어와 헌 옷과 같이 재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재를 찾아보고 있다. ‘디자이너 김하늘’이라고 했을 때, 수식어에 의문이 들지 않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구와 디자인에 대해서 다양한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자 한다. 따라서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neulkeem)을 통해 앞으로 전할 소식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다양한 마스크 색을 혼합해 제작한 Stack and Stack. (사진 제공=김하늘 디자이너)


마스크로 제작된 의자, Stack and Stack. (사진 제공=김하늘 디자이너)

본인과 같은 꿈을 갖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디자이너라고 해서 디자인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곳에 얽매인 디자이너는 별로 멋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야를 넓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으며, 시사 문제도 파악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줄 알아야 한다. 디자인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이번에 환경 문제와 관련해 화두를 던져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렇게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김희연 대학생 기자]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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