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취향 발현시키는 공간, 코로나19 집안 꾸미기 관심 높아져” 한혜원 홈스타일리스트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로 종일 집에 머물며 자신만의 공간을 가꾸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MZ세대 남녀 900명을 대상 리빙 제품 구매 행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리빙 제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를 고려하게 되었다‘에 답한 이들이 82.3%에 달했다. 한혜원 홈스타일리스트를 만나 학교이자 카페이자 휴식처가 된 집을 효율적으로 꾸미는 현실적인 대안을 알아봤다.
홈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인가.
“홈스타일링이란 개인 거주 공간를 모델하우스처럼 꾸며주는 전반적인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골조 자체를 시공하는 인테리어와 달리 스타일링은 이미 기본 틀이 마련된 상태에서 △소품 △침구 △커튼 △가구를 통해 변화를 꾀하는 작업이다. 인테리어를 마친 공간의 전반적인 컨셉부터 디테일한 디피까지 기획하는 역할을 소화한다.”
집을 구할 때 유의점이 궁금하다.
“집에 들어오고 나서 바꿀 수 없는 것들을 확인한다. 벽지는 다시 붙이면 되고 전등은 갈아 끼우면 되지만 △누수 △채광 △수압 등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집을 보러 간다면 변기를 내려보고, 씽크대를 열어보길 추천한다. 또한 단지 내에서 가장 끝에 위치한 동처럼 외벽이 많은 집은 추울 수 있다. 옥상 누수 가능성이 있는 탑층은 특히 꼼꼼히 확인하길 바란다.”
코로나19가 바꾼 인테리어 트렌드가 있다면.
“예전에는 ‘알아서 해달라’는 고객이 많았다. 요즘은 개인의 니즈가 뚜렷해졌음을 체감한다. 집이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나의 취향을 발현시키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제는 가족 구성원마다 니즈가 상이하고 개인 공간을 갖고자 하는 현상도 이상할 것이 없다. 과거 형제가 큰 책상을 함께 쓰던 모습이 온라인 수업 등을 이유로 많이 달라졌고 부모님도 공용공간만 있으면 상관없다는 인식이 바뀌었다. 현장에서 듣기로는 학생들의 경우 문구류나 온라인 강의를 대비해 뒷배경을 장식할 수 있는 소품에 대한 소비량이 늘었다고 한다.”
인테리어 초보자들이 가장 처음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 단계는 ‘정리하기’다. 안 쓰는 물건을 버리는 것이 인테리어의 시작과 끝이다. 보통 꾸미기를 시작하면 ‘뭘 사지’부터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공간이 여유 있을 때 예쁘고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모습을 갖출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취향 찾기’다. 기분이 좋았던 여행지나 어떤 카페, 호텔에 갔을 때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지를 떠올리면 취향 찾기가 한결 쉽다. 실제로 구경하고픈 공간에 갈 수 없다면 간접적인 방법도 좋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잡지 등을 많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많이 보고 느끼는 만큼 감각이 향상되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여기까지 해결된 다음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새로운 물건을 찾기보다 현재 필요한 물품을 취향에 맞춰서 구매하면 된다.”
지갑이 얇고 방이 좁은 학생들을 위한 홈스타일링 팁이 있다면.
”가구를 고를 때부터 직접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를 최대한 많이 찾아보고 자재의 등급을 확인하길 추천한다. 특히 몸에 직접 닿고, 한번 사면 장기간 사용하는 침구는 재질을 꼼꼼히 알아보고 구매해야 추가 지출을 방지할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분위기 전환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요소는 조명이다. 휑한 침대 옆 협탁만 들여도 한층 아늑하다. 식탁 위 펜던트 조명 위치를 살짝 내리면 카페같은 느낌이 든다. 식물을 배치하는 방법도 있다. 실내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기 좋은 식물로 △극락조 △여인초 △알로카시아 △떡갈고무나무 등을 추천한다. 물주기가 어렵고 가습효과를 원한다면 수중 식물로 키워도 되는 몬스테라와 테이블야자가 있다. 아기자기한 품종보다는 잎이 큰 수종이 좀 더 키우기 쉬우면서도 외출이 힘든 요즘 ‘그린테리어’에 효과적이다.
좁은 방을 시각적으로 더 넓어 보이게 꾸미고 싶다면 등받이가 낮은 의자 등 너무 높지 않은 가구들을 사용하길 권한다. 낮은 가구를 중심에 키 큰 가구를 안쪽으로 배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액자나 시계처럼 벽에 다는 장식품들을 조금만 낮게 달아도 훨씬 넓어 보인다.”
끝으로 한마디.
”코로나 전부터 온라인 집들이 등 집 자랑 문화에 붐이 불기 시작했다. 붐이 일기 시작한 초기에는 단순히 구경하는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자신만의 니즈를 찾고 알아가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계속되는 집콕 생활이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맞는 것들을 알아가는 과정을 즐겼으면 한다.”
[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이유림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