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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폴더 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LG G8X 씽큐와 듀얼 스크린

LG G8X는 그 자체로는 특별할 것 없는 스마트폰이다. 속도 테스트에서 신기록을 세운 제품도 아니고,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도, 야간 사진이 엄청나게 잘 나오지도 않는다. 심지어 G8에 있었던 ToF 제스처도 없다. 그러나 LG G8X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이런 사소한 부분은 관심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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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X의 존재 이유는 폰 자체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G8X의 존재 이유는 액세서리, 구체적으로 말하면 케이스에 있다. LG 공식 명칭이 ‘듀얼 스크린’인 이 케이스는 LG 폰이 몇 년 전부터 추구했던 ‘생산성을 높여주는 보조 화면’이라는 목표를 실제로 달성한다. V10에서는 기본 디스플레이 위에 끼워 넣은 스트립 형태였고, V30에서는 플로팅 바, G7에서는 노치 주변 영역에 있었다. G8X에서는 USB C를 통해 폰에 연결되는 문자 그대로의 보조 화면이다. 펼치면 마치 G8X 두 개를 나란히 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 된다.


LG G8X 듀얼 스크린에 대한 필자의 첫 반응은 불신에 가까웠지만, 사용하다 보니 점차 좋아하게 됐다. 문제점도 있고(특히 무게와 두께) 주 디바이스로 사용할 만한 폰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절한 환경에서는 다중 모니터 PC 같은 유용함을 제공한다. 또 갤럭시 폴드,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듀오와 함께 스마트폰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제품이다.

사양은 중요하지 않다 모든 스마트폰이 더 큰 화면, 더 많은 카메라, 광활한 메모리 등으로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 하는 지금 시대에 LG G8X의 사양은 전혀 돋보이지 않는다. 고성능 프로세서와 고품질 디스플레이를 자랑하지만 그 정도는 다른 수많은 안드로이드 폰과 그냥 보조를 맞추는 정도다. 지난봄에 출시된 G8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갤럭시 S10과 원플러스 7T는 RAM, 배터리 용량, 디스플레이 사양이 더 뛰어나다.


G8X 씽큐

• 크기: 159.3 x 75.8 x 8.4mm

• 디스플레이: 6.4인치 OLED FHD+ (2,340 x 1,080)

•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55

• RAM: 6GB

• 저장 용량: 128GB

• 배터리: 4,000mAh

• 전면 카메라: 3,200만 화소, f/1.9

후면 카메라: 1,200만 화소, f/1.8, OIS + 1,300만 화소, f/2.4 초광각


G8 씽큐

• 크기: 151.9 x 71.8 x 8.4mm

• 디스플레이: 6.1인치 OLED 쿼드HD (3120x1440)

•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55

• RAM: 6GB

• 저장 용량: 128GB

• 후면 카메라: 1,600 광각, f/1.9 + 1,200만 화소, f/1.5

• 전면 카메라: 800, f/1.7

• 배터리: 3,500mAh


디자인에도 감흥이 없다. 노치, 상/하단 디자인, 베젤, 유리와 알루미늄 소재 모두 흔히 볼 수 있는 요소다. G8과 마찬가지로 후면 카메라는 부드러운 느낌의 유리 아래에 있다. 단, 헤드폰 잭과 고품질 오디오라는 LG 폰의 가장 큰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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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가 없는 두 번째 듀얼 스크린에도 노치가 있다. ⓒCHRISTOPHER HEBERT/IDG

후면 지문 인식 센서도, 3D 얼굴 인식 잠금 해제를 위한 ToF 센서도 없다. LG는 안전한 잠금 해제와 인증을 위해 광학 인디스플레이 지문 인식 센서를 채택했는데, 이 센서가 무척 까다로워서 보통 3~4번은 시도해야 잠금이 해제된다. 또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도 다른 폰에 비해 속도가 느린 느낌이다. 이유는 LG의 별난 지문 인식 과정에 있다. 엄지를 센서 위에 올리면 센서의 지문 인식을 돕기 위해 전면 화면 전체가 검정색으로 바뀐다.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화면이 약간 거슬리는 느낌으로 깜박여 지문 인식 과정이 실제보다 더 느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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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 모드를 켜면 G8X(좌)의 밝기가 최소한으로 유지되고 G8(중)의 노출이 강해진다. 비교 대상인 픽셀 4는 말뚝에 맺힌 물방울까지 표현했다. ⓒCHRISTOPHER HEBERT/IDG

G8X의 사진 품질은 나무랄 데 없지만 아이폰과 픽셀의 아성에 도전할 정도는 아니다. 초광각 렌즈는 136도의 넓은 시야를 담을 수 있지만, 가장자리에 얼마간 왜곡이 발생한다. 야간 모드는 픽셀 4나 아이폰 11과 같은 세밀한 보강 없이 단순히 노출을 올리는 방식이다. 카메라 앱 성능은 약간 멈칫거리는 느낌이 있지만(특히 모드 전환 시) 셔터 동작이 빠르고 수동 조작 기능이 매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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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G8X(좌)는 G8(중)보다 색상과 선명도를 잘 표현했다, 그러나 픽셀 4(우)의 눈 결정과 세부 표현을 따라오지는 못했다. ⓒCHRISTOPHER HEBERT/IDG

간단히 말해 사진의 품질은 매우 좋으나 픽셀 수준까지는 아니다. 사진 촬영 시 내부적으로 작동하는 씽큐 AI는 자동 모드에서 장면을 파악하고 적절히 조정하지만 위의 비교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픽셀 4가 훨씬 더 앞선다.

관심의 초점, 보조 화면 설령 G8X의 카메라와 화면이 업계 최고라 해도 G8X를 구매하는 이유는 아니다. G8X를 구매할 때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듀얼 스크린 케이스일 것이다. 듀얼 스크린 케이스 덕분에 G8X는 흔한 스마트폰 중 하나에서 단숨에 아주 재미있는 물건으로 변신할 수 있다.


케이스 자체는 삼성 LED월릿 플립 커버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공급되는 포트폴리오 형태의 케이스다. 폰을 장착하려면 USB-C 플러그를 폰에 연결한 다음 위쪽을 밀어 넣으면 된다. 일부 배터리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 두껍고 무거우며 몇 가지 불편도 따르지만(무엇보다 USB-C로 충전해야 하는 마그네틱 어댑터) 전체적으로 오터박스 디펜더(OtterBox Defender)만큼 투박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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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르기 좀 까다로운 듀얼 스크린의 볼륨 버튼

외부 화면은 폰을 들어올리면 켜지며 시간과 알림만 표시되고 그 외의 기능은 없다. 필자의 경우 반응도 하지 않는 이 화면을 습관적으로 수없이 두드렸다. 그러나 덮개를 여는 순간 모든 단점은 용서가 된다. 듀얼 스크린이 깨어나면서 G8X는 다른 모든 안드로이드 폰과는 다른 존재가 된다.


전면 덮개의 안쪽에는 주 화면과 똑같이 생긴 보조 화면이 있다. 크기, 둥근 모서리 형태 모두 폰 화면과 똑같다. 심지어 카메라가 없음에도 카메라 노치까지 똑 같다는 점은 언뜻 우스꽝스럽게 들리겠지만 두 화면 사이의 넓은 간격에도 불구하고 시각적인 일체감을 주는 대칭 요소로서 효과적이다.


G8X에서는 하나의 창을 두 화면에 펼쳐서 보여주는 크롬의 “와이드 뷰” 기능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화면을 펼쳐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신기한 기능이긴 하지만 듀얼 스크린의 용도 측면에서 보면 별 효용성이 없다. 그보다는 두 화면에 걸쳐 연속적으로 표시되는 LG의 “이음새 없는(seamless)” 바탕화면이 훨씬 더 멋지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바탕화면이 연계해 작동하는 방식이므로 다른 폰에서도 자르고 저장하는 과정만 거치면 같은 효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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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얼 스크린 케이스와 LG G8X를 함께 사용하면서 크롬을 켜면 진정한 생산성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보조 화면이 프로세서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조짐은 느낄 수 없다. 스냅드래곤 855 폰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는 빠른 성능을 자랑한다.


배터리 지속 시간에는 영향이 있다. 스크린 온 시간을 기준으로 한 사용 시간은 13시간을 넘겼지만 듀얼 스크린은 9시간을 겨우 넘었다. 보조 화면의 최대 밝기는 615nit로, 주 화면의 825nit에 비해 현저히 낮음에도 종일 사용에는 무리가 있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G8X는 여전히 안드로이드 9를 사용하고 LG 측에서 안드로이드 10으로 업데이트한다는 소식도 없는 만큼 기대가 크지는 않다.

폴더폰의 미래 혹독한 머슬 메모리 재훈련이 필요하긴 하지만 G8X 듀얼 스크린은 사용해보면 실제로 유용한 부분이 있다. 두 화면에서 모두 앱 드로어와 바로가기에 액세스할 수 있으므로 두 개의 전체 화면 앱을 동시에 열 수 있다(화면 분할을 사용할 경우 4개). 그러나 크롬 외에는 아이패드처럼 동일한 앱을 두 개 열 수는 없다.


화면 오른쪽에 고정되는 LG의 전통적인 특징인 플로팅 바를 통해서도 필요한 툴을 사용할 수 있다. 플로팅 바를 두드리면 다음과 같은 여러 옵션이 표시된다.


- 화면 바꾸기

- 듀얼 스크린에 주 화면 표시

- 주 화면에 듀얼 스크린 표시

- 주 화면 끄기

- 듀얼 스크린 끄기


옵션 이름만 봐도 기능을 알 수 있는데, 또 다른 측면에서는 두 화면이 엄밀히 분리된다는 점도 느낄 수 있다. 보조 화면은 더 이전 버전의 안드로이드를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제스처 탐색을 설정할 수 없으므로 주 화면에서 제스처를 활성화하더라도 기존의 바가 항상 표시된다. 또한 두 화면을 가로질러 앱을 끌어오거나 두 화면에 걸쳐 화면을 미는 동작은 할 수 없다. 크롬 또는 LG가 듀얼 스크린용으로 최적화한 앱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는 두 개의 개별적인 창을 사용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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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팅 툴 바로 두 번째 화면을 제어한다.

듀얼 스크린을 가장 잘 활용하는 앱은 갤러리다. 한 화면에서 이미지를 보고 다른 화면에서는 카메라 롤을 스크롤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화면에서 사진을 보는 방식을 고수할 것이다. LG 게임 패드는 화면 중 하나를 가로형 게임 컨트롤러로 바꿔주지만 현재 대부분의 게임이 호환되지 않고 아마 앞으로도 호환되지 않을 것이다.


두 디스플레이를 따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주 화면의 지메일 앱 또는 다른 이메일 클라이언트에서 이메일의 파일을 연다면 보조 화면에서 파일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보조 화면에서 열기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따라서 이 시나리오에서 멀티태스킹을 하려면 링크를 복사하고 보조 화면에서 크롬을 실행한 다음 이 링크를 주소 표시줄에 붙여넣어야 한다.


불편한 점은 더 있다. 볼륨 버튼이 보조 화면 아래에 위치하므로 보조 화면이 열린 상태에서는 누르기가 어렵다(게다가 버튼 자체도 매우 뻑뻑함). 전화를 걸려면 화면을 열어야 하는데, 정작 이렇게 열린 상태로 전화를 걸기는 무척 불편하다. 또한 덮개를 뒤로 접으면 후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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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할 때 제일 효과적이다.

그래도 보조 화면에는 많은 가능성이 있다. LG가 새로운 개념을 한 모델에만 쓰고 버리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G5의 “프렌즈”를 기억하는 사람?) 듀얼 스크린이 앞으로도 계속 존재하면서 발전할지 여부를 알 수 없지만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고가의 연약한 폴더 폰에 대한 흥미로운 대안이다. 개인적으로는 듀얼 스크린에 승부를 걸고 이 기능을 케이스가 아닌 폰 자체에 구현한 G9가 나왔으면 한다.


LG가 G8X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지와 별개로, 이 제품을 보면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듀오가 무척 궁금해진다. 서피스 듀오의 패키지가 더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안드로이드를 실행하는 듀얼 스크린 폰이라는 기본 개념은 동일하다. 개념 비디오를 보면 두 화면 간의 상호작용이 G8X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듀얼 스크린 진영으로 개발자들을 얼마나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LG G8X를 구매해야 할까? G8X 자체만 보면 상시 할인가 700달러를 기준으로도 추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듀얼 스크린 케이스(어디서 구입하든 기본 제공됨)를 결합하면 비슷한 가격의 삼성, 구글 단말기에 비해 훨씬 더 재미있는 스마트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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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듀얼 스크린의 케이스의 전면은 터치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LG는 2015년 V10부터 보조 화면 개념을 추진해왔는데,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설익었고 잠재력이 온전히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지만 G8X는 최근 LG가 쏟은 노력의 정점으로 느껴진다. 몇 년 후 폴딩 스크린이 대세가 된다면 G8X는 신기하고 우스꽝스러운 폰으로 기억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G8X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사고를 통해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editor@itworld.co.kr


Michael Simo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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