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 다운 완전 무선 이어폰, 베오플레이 E8
시대가 변화하는 것인지 무선 이어폰 분야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장르도 무선 헤드폰과 이어폰에서 완전 무선형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애플 이어팟 이전에도 일부 완전 무선 형태의 이어폰이 존재했지만 이후에는 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대중들이 더 편한 제품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뱅앤올룹슨(Bang & Olufsen)도 시대의 흐름을 적극 반영한 완전 무선형 이어폰을 내놓았다. 베오플레이(Beoplay) E8이 그것. 그 동안 베오플레이 라인업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브랜드 성향을 잘 담은 음질을 제공하고 있는데, 선을 완전히 없앤(충전할 때 빼고) 이 이어폰은 어떤 소리를 담아냈을까?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디자인
완전 무선 이어폰이라는 장르에 디자인적 요소로 큰 변화를 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베오플레이 E8도 그 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외모 자체는 평범하고 뱅앤올룹슨 특유의 느낌이 크게 와닿는 편은 아니다. 그저 유닛 상단에 금빛이 도는 원형 라인 속에 뱅앤올룹슨(B&O)을 상징하는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 것이 고작이다.
이어폰을 수납하고 충전하는 케이스는 단순하지만 고급스럽다. 재질을 가죽으로 마무리 해 촉감이나 시각적 만족도가 높다.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스트랩도 마련되어 있다. 어느 정도 탄력이 있어 늘어나는데 누가 사용해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디자인은 야콥 바그너(Jakob Wagner)가 담당했다. 베오플레이 헤드폰 라인업(H8i, H9i)과 H3, H5 등 이어폰 라인업도 그의 작품이다. 베오플레이 전반은 아니지만 일부 주요 제품군에는 그의 손길이 닿았다. 주로 곡선과 단순한 라인 등을 부각한다는 느낌을 준다.
크기는 이어폰 자체로 보면 가장 긴 부분이 25mm, 유닛부 상단은 가로 20mm, 세로 23mm 정도다. 무게는 두 개를 합쳐 13g이다. 이 제품은 별도로 휴대 가능한 케이스(충전 겸용)도 제공되는데 크기는 가로 73mm, 세로 47mm, 두께 33mm 정도다. 무게는 45g.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사용자가 휴대하게 될 제품의 크기는 휴대 케이스 무게는 두 물건을 합친 58g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정도 크기와 무게는 휴대에 어려움이 있는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유선 이어폰과 달리 선이 없으니 더 편리하게 다루는게 가능하다. 대신 분실에 대한 부분은 소비자가 늘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뱅앤올룹슨이 어느 정도 대책을 세워 놓은 모습을 보여준다.
분실을 최대한 막기 위해 충전 케이스 내에 있는 이어폰 고정대는 강한 자석을 적용했다. 한 번 고정해 붙여 놓으면 강하게 흔들어도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귀에 꽂아 사용하다 충격에 의해 이어폰 유닛이 분실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케이스 사용 중에 분실될 우려는 매우 낮다.
조작은 양쪽 모두 가능하지만 주로 이어폰 우측 유닛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버튼이 있는 것은 아니고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방식이다. 연결은 우측이 주(Master), 좌측이 보조(Slave)로 이뤄진다. 우선 좌우 유닛을 길게 누르고(터치) 있으면 음량 조절이 가능하다. 우측 유닛을 가볍게 두 번 터치하면 다음 곡, 좌측 유닛을 동일하게 다루면 이전 곡 검색이 이뤄진다.
음성 비서 소환은 우측 유닛을 세 번 터치하면 된다. 전화를 받을 때는 좌우 유닛 아무거나 상관 없이 터치 한 번으로 진행된다. 통화를 마무리하려면 동일한 방식으로 두 번 터치하면 끝. 충전 케이스에서 이어폰을 꺼내고 활성화하려면 역시 우측 유닛을 한 번 터치해야 작동한다.
작지만 확실한 울림
베오플레이 E8을 직접 착용해 음질을 체험해 봤다. 연결은 기자가 사용 중인 LG G7 씽큐를 활용했다. aptX HD 혹은 LDAC 지원 기기라면 블루투스 설정에서 별도로 <음질 우선>으로 고음질 구현이 가능하지만 이 제품은 두 코덱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메뉴가 없다.
먼저 음질. 초기 완전 무선 이어폰은 음질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적은 출력으로도 최적의 음질을 내는 기술들이 하나 둘 적용되며 이 부분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완전 무선 이어폰임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접목된 제품도 있다. 그런 점에서 베오플레이 E8은 부가 기능보다 음질 자체에 초점을 맞춘 인상을 준다.
성향 자체를 보자면 베오플레이 H3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살짝 울리는 저음을 중심으로 중고음이 뚜렷하게 전달되는 형태다. 해상력이 제법 높은 편이어서 음원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일부 베이스(저음)가 강한 음원을 감상할 때, 간혹 소리가 뭉개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저음이 단단하게 쳐주는 것이 아니라, 약간 울림을 허용하면서 해상력 저하에 개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저음이 강하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힙합이나 락 같은 장르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대신 발라드나 클래식 같은 저음이 상대적으로 적고 중고음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음원을 즐겨 듣는다면 만족감이 클 가능성이 있다. 어디까지나 청음은 주관적인 성향이 많으므로 가급적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별도로 이어폰에는 주변 소음을 유입시키는 투명화(Transparency) 모드가 있다. 왼쪽 유닛을 손가락으로 한 번 터치하면 된다. 활성화되면 음악 소리 외에 불특정 소음이 들린다. 내 주위의 소음으로 이를 통해 상황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대부분 커널형 이어폰은 착용 시 주변 소음이 잘 들리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감안한 기능이라 하겠다.
완전 무선 이어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배터리. 대부분 제품은 충전 케이스에 약 2~3회 가량 넣어 최대 8~10시간 가량 사용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단일 사용 시간으로 보면 약 2~3시간 가량이다. 베오플레이 E8은 우측에 85mAh, 좌측 60mAh 용량의 배터리를 품고 있다. 충전 케이스는 365mAh 용량의 배터리를 품고 있다.
실제 사용해 보니 제조사가 제안한 최대 4시간보다는 조금 짧은 약 3시간 가량 사용 가능했다. 비슷한 제품들과 비교하면 사용 시간 자체는 긴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날씨가 덥고 사용 환경에 따라 배터리 지속 시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B&O 사운드를 선 없이 편하게
베오플레이 E8의 장점은 최대한 B&O스러운 사운드를 선 없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지 유닛 좌우를 이어주는 선이 없을 뿐인데 몸으로 느껴지는 편안함은 크다. 하지만 그만큼 장시간 사용이 어렵다는 부분은 완전 무선 이어폰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3시간 정도면 충분하지만 케이스에 넣어 충전해야 되고, 나아가 이 케이스도 결국 충전하는 2중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생시간이나 충전 속도 등이 현재의 약 2배 이상이라면 더 편하게 선 없이 음악 감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애플리케이션에 있다. B&O 플레이 애플리케이션 사용성은 이전 대비 개선되고 있지만 일부 설정이 이뤄질 때 다음 단계로 전환되지 않거나 기기를 제대로 검색하지 못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됐다. 애플리케이션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이왕 사용자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이라면 제대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글화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가격은 공식 기준으로 39만 9,000원. 하지만 인터넷을 잘 검색하면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하다. 공식 가격이라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인터넷 최저가로 형성되어 있는 30만 원대 초반이라면 브랜드 대비 제품 성향으로 봤을 때 무난하게 느껴진다. 완전 무선 이어폰을 구매하고 싶은데 조금 더 고급스러운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권장할 만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