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의 새 복병, AKG N400
오디오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 AKG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70년 넘는 역사와 전통을 품은 음향 장비 기업으로(실제 기업명이 음향&영화 장비사다.)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비를 선보여왔다. 현재는 삼성이 인수한 하만 그룹의 일원으로 명맥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전문가 시장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AKG,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제품군 확보에도 힘을 쏟았다. 음악 애호가를 겨냥한 K 제품군 외에도 젊은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Y 제품군,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운 N 제품군 등이다. 폭넓은 가격대와 제품군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타 제조사들의 흐름을 따른 것이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AKG는 최신 흐름을 적극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비 전문 기업인 탓에 보수적인 면이 강했지만 무선 및 노이즈 캔슬링 등 시장에서 인기 있는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하다. 최근 선보인 N400은 그 정점에 있는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KG의 완전 무선 이어폰
외모는 AKG 답게 실용적인 면이 부각된다. 요란한 요소는 모두 배제하고 직관적이면서 내구성 뛰어난 재질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예로 일부 브랜드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배터리 케이스에 가죽 혹은 별도의 색상을 입히는데 반해 N400은 그런 부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금속 재질의 케이스에 검은색 무광 도색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크기 자체도 작은 편에 속한다. 폭 약 68mm, 높이 약 39mm, 두께 약 35mm 가량이며, 두께는 배터리를 포함한 것이 65g, 이어폰만 약 8g 가량이다. 비교적 휴대가 용이한 뱅앤올룹슨의 베오플레이 E8과 비교하면 높이에서 불리하지만 두께는 얇다. 아무래도 배터리와 무선 관련 기능을 추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결과가 아닐까 예상해 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속 재질 본체(바닥 일부는 고무)에 무광 검은색 도색이 이뤄져 직관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하지만 재질과 도색은 외부 흠집에 약하다는 단점도 함께한다. 주머니에 휴대할 때는 가급적 열쇠나 동전 같은 물건을 함께 넣으면 안 된다. 가급적 별도 보관하는 것이 충전 케이스의 외모를 오래 유지하는 길이다.
덮개를 열면 이어폰이 모습을 드러낸다. 왼쪽 이어폰을 오른쪽 귀에, 오른쪽 이어폰을 왼쪽 귀에 꽂으면 된다. 기기에도 표시(오른쪽-R, 왼쪽-L 표기)되어 있으니 확인 가능하다. 충전기 중앙에는 LED 상태창이 있는데 블루투스 연결 상태나 재설정 상태를 알려준다. 블루투스는 파란색으로 재설정 상태는 붉은색 LED로 안내한다.
이어폰은 외이도에 도관을 연결하는 커널형 방식을 채택했다. 오픈형(귓바퀴 중앙에 고정하는 형태)에 비해 이물감이 느껴지는 한계가 있지만 차음성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평이다. 귀에 맞춰 설계하면 비교적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AKG N400의 착용감은? 이어폰 자체가 조금 크다는 인상이지만 귀에 어느 정도 잘 맞아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귀가 작은 사용자라면 약간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또한 이어팁을 작은 것을 쓰거나, 함께 제공되는 컴플라이 이어팁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
기본 이어팁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지만 더 편안한 착용감을 얻고자 한다면 동봉되는 컴플라이 이어팁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폴리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이어팁 자체의 밀도가 적당하고 부드러워 착용감을 높여주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본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에 외이도에 넣으면 안에서 부드럽게 팽창, 차음성 또한 어느 정도 개선된다. 형상기억 성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하된다는 점 참고하자. 보관을 잘 하거나 여분의 이어팁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충전은 무선 혹은 타원형인 USB-C 규격을 활용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구조. 배터리 용량은 이어폰이 55mA(x2), 케이스는 220mA다. 이어폰은 완전 충전 기준으로 6시간, 케이스도 6시간 충전을 지원해 최대 12시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제조사 측 설명이다. 추가로 이어폰은 10분 충전 시 최대 1시간 가량 사용 가능한 고속 충전 기술도 제공한다.
특유의 청량한 소리에 노이즈 캔슬링까지?
AKG N400의 음질을 경험해 볼 차례다. 기자가 보유한 갤럭시 S20 울트라 블루투스 연결, 플로와 멜론 등 실시간 음원 재생 서비스를 실행했다. 음원 서비스의 기본 음질은 최고 설정, 별도의 음장 효과는 적용하지 않았다. 추가로 음질에 대한 부분은 기자 개인의 주관적 요소가 반영되기에 참고만 하자. 자신에게 잘 맞는 음향기기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가급적 소비자 개인이 직접 매장 청음을 경험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이어폰과 스마트폰간의 연결은 N400 배터리 케이스의 덮개를 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케이스를 열면 블루투스 연결(페어링) 과정이 진행되고, 스마트폰 내 블루투스 검색에서 이어폰(AKg N400NC TWS)을 선택하면 끝이다.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큰 사용에 큰 어려움 없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어폰 연결 후, 추가로 구글 플레이스토어 혹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AKG 헤드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야 한다. AKG로 검색하면 바로 확인 가능하다.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는 노이즈 캔슬링과 기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함이다. 기본 연결된 상태에서는 노이즈 캔슬링이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폰은 기본적으로 aptX 및 aptX HD 등 고음질 무선 전송을 위한 기술에 대응하지 않는다. AAC와 SBC 등 기본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만 제공한다. 고해상 음원 재생 기술은 뒤로하고 음질 자체는 AKG가 어떻게 조율했는가가 중요한 요소가 될 듯하다.
실제 청음했을 때의 느낌, 청량한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저음은 적당히 울리고 고음은 뚜렷하게 강조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AKG의 유선 이어폰인 N40과 비교하면 상당히 유사한 느낌을 준다. 소리 자체는 뭉개지지 않고 깔끔하게 전달되기에 청음 스트레스는 적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렇다고 음질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는 아니며, 20만 원대 값어치는 충분히 해낸다.
AKG N400에 탑재된 드라이버는 지름 8.2mm 사양으로 고감도 드라이버라는 이름인데 AKG 음향 연구실에서 제품에 맞춰 조율이 이뤄졌다. 여기서 발생한 진동은 금속 음향 공간(메탈 어쿠스틱 챔버)을 지나면서 증폭되고, 최종적으로 소리 필터를 거쳐 귀에 전달된다. 필터도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 N40처럼 소리 필터를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폰은 귀에 꽂았을 때 조금 크게 느껴진다. 높이가 조금 높게 설계되어 있어서다. 그렇다고 젠하이저나 소니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베오플레이 E8과 유사하거나 조금 작은 느낌이다.
노이즈 캔슬링. 이 제품에는 능동형 소음 상쇄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실제 성능은 솔직히 뛰어난 수준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처음에는 해당 기능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고, 앱을 먼저 설치한 다음 활성화해야 기능 활용이 가능해진다. 활성화 후 사용 방법은 좌측 이어폰을 손가락으로 슬라이드하면 된다.
통화 음질, 이어폰 위아래에 각각 하나씩 마이크를 달았는데, 사람의 목소리 대역의 주파수를 집중적으로 걸러내는 빔포밍(Beamforming) 기술을 적용했다. 실제로 통화했을 때 에어팟 에어 정도는 아니지만 타 완전 무선 이어폰에 비하면 무난한 음질을 들려준다. 음성 전달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없었다.
배터리 지속 시간은 이어폰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약 5시간 20분 가량 소요됐다. 음량을 최대가 아닌 2/3 정도에 맞춘 수치다. 최대 음량이라면 이보다 더 낮은 사용 시간을 보여줄 수 있으며, 반대로 음량을 조절하면 제조사 수치인 6시간에 가까운 재생시간을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성비로 보면 무난한 완전 무선 이어폰
AKG N400. 제조사 특유의 청량한 소리도 돋보이지만 가격대비 성능과 기능이 뛰어난 부분이 장점이 아닐까 싶다. 흔히 오디오 전문 브랜드의 완전 무선 이어폰 중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품은 것은 주로 30만 원대 전후에 형성된 것과 달리, 이 제품은 20만 원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어 입문 장벽이 높지 않다. 에어팟 프로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AKG N400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가격대비 성능이나 음질은 매우 뛰어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재질이다. 고급스러운 재질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나, 현재 채용한 재질 자체는 외부 흠집에 너무 약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머니에 작은 금속 재질의 물건이 있다면 서로 부딪히면서 흠집이 발생한다. 차후 개선해 주었으면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춘 제품이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간 완전 무선 이어폰은 기능과 가격에 따라 저가와 고가로 시장이 나눠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이 이어폰은 그 사이에 포진, 대중성에 초점을 맞췄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의 흐름과도 같은 노이즈 캔슬링까지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 전략이 통할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