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충만 보급형 폰, 삼성전자 갤럭시 A31
스마트폰 시장은 한동안 100만원대를 넘는 프리미엄급 제품이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중급형, 보급형 제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고, 최근 출시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의 상당수가 5G 전용 제품이라 비싼 5G요금제가 부담스러운 상당수 소비자들이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은 탓도 있다.
이런 상황에 제조사들은 중급형, 보급형 스마트폰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50만원에서 시작하는 애플의 2세대 아이폰 SE가 높은 사전예약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LG전자 역시 80만원대의 이른바 매스 프리미엄급 제품 '벨벳'을 오는 15일 출시할 예정이다.
체급이 좀 다르긴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삼성전자의 '갤럭시 A31(SM-A315N)' 역시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녹이기 위해 나온 이른바 '가성비' 제품 중 하나다. FHD+급 화면에 64GB의 넉넉한 내부 저장소, 그리고 50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비롯한 쓸 만한 사양을 제공하면서 30만원대 후반으로 출고가가 책정된 실속형 제품이다. LTE 전용 모델이라 5G폰 대비 통신요금 부담도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싼데 '싼 티' 덜 나는 디자인
갤럭시 A31의 전반적인 디자인은 갤럭시 S20 등이 보여준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기조를 이어간다. 전면에는 상단의 U자 공간에 전면 카메라를 넣은 이른바 인피니티-U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지문센서는 전면 화면 하단 내부에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선 드러나지 않는다. 화면을 직접 눌러 잠금 화면을 풀거나 로그인을 하는 등의 활용을 할 수 있다. 화면 가장자리를 곡면으로 처리하는 엣지(Edge)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 평면 화면에 가깝다.
후면에 보는 각도에 따라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빛을 반사하는 표면 처리를 했으며, 카메라는 여러 렌즈를 네모난 공간에 두 줄로 배열하는 속칭 '인덕션'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 역시 최근 출시된 다른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디자인 요소와 거의 일치한다. 참고로 이번 리뷰에 이용한 제품은 블루 컬러 제품이며, 이 외에도 블랙 및 화이트 모델도 같이 출시했다. 보급형 제품이 '싼 티'가 덜 난다는 건 큰 장점이다.
무난함으로 무장한 외부 구성
화면 크기는 6.4 인치로 적당한 수준이며 2400 x 1080 FHD+급 해상도의 OLED 패널을 적용했다. 이는 최근 출시되는 중급~중상급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는 수준의 화면인데, HD급 해상도에 그쳤던 과거의 보급형 스마트폰에 비해 한층 진보한 것이다.
본체 하단에는 충전 및 데이터 교환용 USB 타입 C 포트가 달려있다. PC 연결 시 USB 2.0 수준의 일반적인 데이터 전송 속도를 내며 USB-PD(15W) 규격 고속 충전도 지원한다. 내장 배터리의 용량(5000mAh)이 상당하기 때문에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았으면 충전 속도가 상당히 느렸을 것이다. 다만 고속 충전은 지원하지만 무선 충전 기능은 미지원이다.
그리고 USB 포트 왼쪽에는 요즘 스마트폰에서 점차 빠지고 있는 3.5mm 헤드폰 포트가 달렸다. 이런 건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더 낫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외부로 소리를 직접 출력하는 모노 규격 스피커가 달렸다. 스피커의 음질이나 음량은 썩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품의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그럭저럭 들어줄 만하다. 제품의 무게는 186g이다. 약간 묵직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5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탓이라 생각한다면 그냥 넘어가 줄 수 있겠다.
일부 아쉬움 있지만 이용 감각 자체는 상위 제품과 유사
내부에 탑재된 운영체제는 최근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폰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안드로이드 10(파이)이며 갤럭시 노트10이나 갤럭시 S20 등에도 적용된 바 있는 One UI 2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적용했다. 그래서 보급형 제품이지만 전반적인 이용 감각은 상위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MST(마그네틱) 기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지원하므로 지갑 없이 다니더라도 불편 없는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제품에 적용되는 전용 음성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 보이스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방수방진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 등의 차이점은 있다. 그리고 카메라 역시 광학식 손떨림 방지기능(OIS) 역시 미지원 하는 등, 상위 제품과의 구분은 분명히 하고 있다.
전면 카메라는 2,000만 화소, 후면 메인 카메라는 4,800만화소의 무난한 사양을 갖췄다. 후면 카메라는 일반 촬영용 메인 카메라 외에 뒤로 물러나지 않고도 더 넓은 범위를 찍을 수 있는 광각 카메라(800만 화소), 근접한 물체를 찍을 때 쓰는 접사 카메라(500만 화소), 그리고 화면의 초점을 정확하게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심도 카메라(500만 화소)의 쿼드 구성이다. 카메라의 개수만 따지면 프리미엄급 부럽지 않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OIS를 미지원하는 점 외에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종종 탑재되곤 하는 망원 촬영용 카메라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은 기억해두자.
촬영 영상의 품질은 이 가격대의 스마트폰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대치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간 촬영 품질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고 접사 촬영 능력 역시 쓸 만하다. 야간 촬영 시에는 세부 묘사 능력이 약간 떨어지고 노이즈도 다소 눈에 띄긴 하지만 크게 확대해서 보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만하다. 동영상 촬영 품질은 풀HD급(1080p)까지 지원한다. 혹시나 4K(UHD급) 동영상 촬영을 하고자 한다면 이보다 상위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보급형으로선 넉넉한 내부 저장소 눈에 띄어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미디어텍의 헬리오 P65 MT6768 프로세서에 4GB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64GB(eMMC 규격)의 내부 저장공간을 탑재했다. 삼성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가 아닌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건 아무래도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실제로 체감하는 성능이 어느 정도 될 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보급형 스마트폰으로서는 드물게 64GB의 넉넉한 내부 저장공간을 제공하며 마이크로SD 카드를 통해 512GB까지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기존의 보급형 스마트폰은 내부 저장공간이 16GB, 혹은 32GB 수준이라 앱을 많이 설치하거나 카카오톡 이용 기간이 길어져 캐시(임시) 파일이 많이 쌓이는 등의 경우, 저장공간 부족 때문에 불편을 주곤 했는데 갤럭시 A31은 이런 걱정을 덜 수 있겠다. 다만 UFS 규격 고속 메모리가 아닌 저렴한 eMMC 규격 메모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보급형답다.
벤치마크 앱을 구동하며 성능을 측정해 봤다. CPU의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긱벤치5(Geekbench 5)의 경우는 단일코어 350점, 다중코어 1237점으로 측정되었다. 그리고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구동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안투투 벤치마크(Antutu Benchmark)의 경우는 총점 155357점을 기록했다. 벤치마크 결과만 봐선 2016년형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S7보다 약간 떨어지는 정도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적인 이용에 불편을 겪진 않을 것이다.
체감 성능 및 배터리 능력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구동하며 실제 게임 성능도 체감해봤다. 그래픽 품질 옵션을 아주 많이 높이는 건 좀 무리지만 중간급인 'HD' 정도의 품질 옵션에선 무난한 플레이가 가능함을 확인했다. 다만 발열은 좀 있는 편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약 30여분 정도 플레이하고 폰 후면을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보니 섭씨 38도 정도까지 온도가 높아진 걸 확인했다. 플레이 자체에 심각한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다소 거슬린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배터리 유지 능력이다. 5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덕분에 상당한 이용 시간을 기대할 수 있다. 와이파이 접속 상태, 화면 밝기 중간 상황에서 유튜브 스트리밍 영상을 연속 구동해 보니 약 6시간 40분이 지난 후에도 60%가량의 배터리가 남은 걸 확인했다. 물론 시스템 이용환경이나 구동 앱의 종류에 따라 전력 소모율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이 정도면 상당히 우수한 배터리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스트레스 없이 쓸 수 있는 실속형 폰 원한다면
삼성전자 A31은 출고가 37만 4,000원에 출시된 보급형 제품이지만 넉넉한 저장공간 및 괜찮은 화질, 그리고 우수한 배터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 '가성비'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다. 무선충전이나 5G, OIS, 방수방진 같은 고급 기능은 지원하지 않지만 어차피 이 정도 가격대 제품에 그런 걸 기대하긴 어렵다. 아주 고성능은 필요하지 않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 스트레스 없이 무난히 쓸 수 있는 실속형 스마트폰을 원한다면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