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끄는 개성파 스마트폰, LG 벨벳
2000년대 초반은 LG전자 피처폰(일반폰) 제품군의 전성기였다. 이들은 당시 미려한 디자인과 독특한 부가기능, 그리고 제품의 콘셉트를 잘 표현하는 이름을 달고 나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했다. '샤인', '쿠키', '롤리팝', 그리고 '초콜릿'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세월이 흘러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모바일 시장은 프로세서의 연산능력이나 메모리 용량 등의 기술적 요소에 좀 더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LG전자의 제품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타면서 고성능 지향 프리미엄 제품군인 G 및 V 시리즈의 출시를 이어갔다.
이런 LG전자가 2020년들어 다시 원점회귀를 노리는 것 같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이번에 출시된 5G 스마트폰 '벨벳(VELVET, LM-G900N)'이다. LG 벨벳은 수치적인 스펙 보다는 특색 있는 디자인과 화려한 컬러를 비롯한 감각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좀 더 재미있게 콘텐츠 제작 및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부가기능을 탑재하는 등 기존 스마트폰과 살짝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G나 V 시리즈가 아닌 독자 제품명을 달고 나온 점도 '왕년'의 LG전자 피처폰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다. 참고로 LG벨벳은 화면을 2개로 확장하는 듀얼 스크린(별매) 및 직접 필기가 가능한 스타일러스 펜(별매)을 지원하는 제품이지만 이번 리뷰에선 체험하지 못했다.
과감한 엣지, 몰입감 높은 화면
LG 벨벳의 디자인은 미려하며 나름의 개성도 있다. 대부분의 제품이 길쭉한 바 형태를 띄는 데다 전면 대부분을 화면이 차지하고 있는 최근의 스마트폰에 개성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와중에도 벨벳은 나름의 디자인 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힘쓴 티가 난다.
화면은 6.8인치 크기에 2460 x 1080(FHD+) 해상도의 20.5 : 9 비율인데, 다른 스마트폰에 비해 다소 길쭉하다. 그래서 화면은 큰 편이지만 의외로 그립감이 좋으며, 극장판 영화와 비슷한 화면 비율이라 콘텐츠 감상을 할 때 몰입감이 높은 편이다. 큰 화면에 43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무게(180g)가 생각보다 가볍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요인이다.
본체 전반의 비율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 유사하지만 벨벳이 좀 더 얇고 가벼우며 전면 전체 면적 대비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도 더 넓어 한층 세련된 느낌이다. 물론 2018년형 제품인 갤럭시노트9과 최신모델인 벨벳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무리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화면 양 옆 부분을 곡면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엣지'가 매우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엣지 스크린은 시각적으로는 멋지지만 간혹 터치 오류를 유발하는 일이 종종 있어 꺼려하는 사용자도 다소 있다. LG 벨벳의 경우는 엣지가 상당히 도드라지는 한편, 화면 측면 부분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조정해 둔 것 같다. 그래서 의외로 이용 중 오동작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기능성보다는 '스타일'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 대책을 세웠다.
무선 충전, LG페이, 방수방진 기능도 지원
본체 테두리 부분은 고광택 금속 재질로 처리했다. 특히 양 측면은 전면 화면과 후면 패널 부분이 만나는 부분 사이에 얇게 금속 라인을 넣어 시선을 끝다. 전면 기준 우측면에는 전원 버튼, 좌측면에는 음량 상하 조절 버튼 및 구글 어시스턴트 음성 비서 호출용 버튼이 달려있다.
그 외에 상단의 트레이를 통해 유심 및 저장공간 확장용 마이크로SD카드(최대 2TB 지원)를 넣을 수 있으며 하단에 달린 충전 및 데이터 교환용 USB 타입-C 포트는 USB 3.1 Gen1(3.0) 규격을 지원하므로 PC와 연결했을 때 빠르게 파일을 전송할 수 있고 고속 충전 기능도 지원한다. 본체에 동봉된 충전기도 9V-1.8A / 5V-1.8A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그 외에 무선 충전 기능도 지원하므로 시중에서 파는 Qi 규격 무선충전기를 이용하면 케이블 연결 없이 충전이 가능하다. 100만원대 이하 스마트폰 중에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제품이 적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역시 벨벳의 장점 중 하나다. 마그네틱 기반의 간편 결제 시스템인 LG페이를 지원해 신용카드 없이도 스마트폰 만으로 편하게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며, IP68 등급 방수방진 능력도 갖춰 야외활동에 유리하다.
인공지능 사운드와 스테레오 스피커의 감상은?
요즘 스마트폰에서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진 3.5mm 이어폰 포트가 달린 것도 눈에 띈다. 최근 블루투스 이어폰 이용자가 늘어나서 이 포트의 쓰임새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낫다. 예전의 G시리즈나 V 시리즈에서 지원하던 유선 헤드폰 음질 향상용 하이파이 쿼드 DAC이 미적용인 대신 콘텐츠의 장르에 따라 소리를 최적화하는 '인공지능 사운드' 기능을 탑재했다. 실제로 들어보면 무난한 소리를 들려주고 동봉된 크레신 이어폰과의 궁합도 괜찮은 편이지만 귀가 민감한 사용자라면 쿼드 DAC 적용 모델 대비 소리의 청량감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외부로 직접 소리를 들려주는 내장 스피커는 본체 상/하단 방향으로 소리가 출력되는 스테레오 규격이다. 음질 자체도 그럭저럭 들어줄 만하고 무엇보다 음량이 상당히 크다. 보급형 블루투스 스피커 정도는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려한 후면, 물방울 모양 카메라의 이모저모
LG 벨벳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본체 뒷면이다. 벨벳은 오로라 화이트, 오로라 그레이, 일루젼 선셋, 오로라 그린을 비롯한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는데 특히 일루젼 선셋과 오로라 그린은 대단히 개성적인 색상이다. 리뷰에 이용한 오로라 화이트 제품의 뒷면 역시 흰색을 기반으로 하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 은은한 무지개색 광택을 반사하는 진주 표면을 연상시킨다. 지문 센서가 화면 내장형이라 본체 뒷면에는 따로 센서가 없다.
전면 1600만 화소 카메라 외에 후면은 일반 촬영용 메인 카메라(4800만 화소), 뒤로 물러나지 않고도 더 넓은 범위를 찍을 수 있는 광각 카메라(800만 화소), 그리고 화면의 초점을 정확하게 잡는 데 도움을 주는 심도 카메라(500만 화소)로 구성되었으며 각 카메라 및 LED 플래시가 떨어지는 물방울 모양으로 배치되어 감각적인 느낌을 준다. 메인 카메라가 표면에서 살짝 돌출(일명 카툭튀)된 것을 싫어하는 사용자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1mm 좀 안 되는 정도이고 주변의 다른 디자인 요소와 은근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직접 보면 그다지 거슬리진 않는다.
메인 카메라는 F1.8의 양호한 밝기를 갖추고 있고 4K UHD급(3840 x 2060) 해상도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띄긴 하지만 광학줌이나 OIS(광학식 흔들림 방지)와 같은 특별한 하드웨어는 탑재하지 않은 평범한 사양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무난히 쓸 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긴 하지만 야간이나 접사, 스포츠 촬영 등의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 이에 벨벳은 셔터 속도 최적화 및 다중 프레임 후처리(Multi-frame post processing) 등의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술을 적용해 품질저하를 최소화한 점이 눈에 띈다.
1인 미디어 시대에 대응하는 각종 부가기능
카메라 보다는 1인 미디어용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공유하는 최근의 추세와 어울리는 부가기능을 다수 탑재한 점이 더 인상적이다. 동영상 촬영 중 최대 60배속까지 속도 조절이 가능한 '타임랩스' 기능, 이동하며 동영상을 찍을 때의 흔들림을 줄이는 '스테디캠' 기능, 그리고 별도의 앱 없이 동영상의 길이를 조절하거나 제목, 배경음악 삽입 등의 간단한 편집 기능도 제공한다.
마이크 관련 기능도 인상적인데, 동영상 촬영 중 배경소음과 촬영 대상의 목소리를 구분, 소음이 제거된 영상을 담을 수 있는 '보이스 아웃포커싱' 기능을 지원하며, 아주 미세한 효과음까지 잡아내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ASMR 레코딩 기능도 지원한다. 고가의 전용 마이크가 필요했던 ASMR 녹음을 스마트폰 자체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이 좋다.
내부 성능, 그리고 배터리 효율
내부 사양을 살펴보면 퀄컴 스냅드래곤 765 프로세서에 8GB의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128GB의 내부 저장공간을 갖췄다. 프로세서의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긱벤치5(Geekbench 5)를 구동해 보니 단일코어 574점, 다중코어 1777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구동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안투투 벤치마크(Antutu Benchmark)의 경우 총점 306972점을 기록했다. 2018년형 플래그십 제품이었던 LG전자 V40이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정도에 근접하는 하드웨어 성능을 가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애당초 벨벳은 플래그십(최상위) 제품 보다 한 단계 낮은 '매스(대중) 프리미엄' 제품임을 내세우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정도의 게임은 쾌적하게 구동이 가능함을 확인했으며, 30여 분 정도 플레이 후에 뒤쪽의 온도를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 보니 섭씨 34도 전후의 약간 따뜻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일상적인 이용에서 불편을 겪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들 역시 대부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겠다.
성능 이상으로 인상적인 건 배터리 효율이다. 벨벳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며, 스냅드래곤 765 역시 5G 모뎀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해 전력 효율을 높인 프로세서다. 배터리 100%, 화면 밝기 50%, 와이파이 접속 상태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연속 재생하니 약 6시간 45분이 지난 후에도 66%의 배터리가 남은 것을 확인했다. 작업 내용 및 이용 환경에 따라 전력 소모량은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벨벳의 전반적인 배터리 효율이 우수한 건 확실하다.
분명 괜찮은 제품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형 최신 스마트폰이 '최고 스펙'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 이야기거리가 될 만하다. 게다가 LG 벨벳의 출고가는 89만 9,800원이다. 요즘 100만원대를 훌쩍 넘는 출고가를 달고 나오는 스마트폰도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벨벳의 출고가가 아주 저렴하다고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 역시 이를 의식했는지 출시 초기부터 나쁘지 않은 판매조건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5G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벨벳 역시 적지 않은 보조금, 지원금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LG전자 역시 벨벳 구매 고객이 구매 24개월 후 기기를 반납하고 LG전자 프리미엄 단말기를 재구매하면 출고가의 최대 50%를 인정하는 중고가격 보장제를 도입했다.
위와 같은 조건을 잘 이용하면 상당히 적은 부담으로 벨벳을 구매할 수도 있겠다. 다만, 어차피 이렇게 팔 바 에야 처음부터 좀더 낮은 출고가로 제품을 출시하는 게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스마트폰의 가격 설정이라는 것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사이의 이해관계 및 마케팅 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보니 이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의 LG전자 스마트폰과는 제품의 지향점 및 마케팅 방향까지 자못 다른 LG 벨벳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을 지 주목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