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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진과 사람의 아지트 ‘조광사진관’

음악팬, 영화광, 사진 포비아 모두 ‘사진관’에서 만나요 

 

충무로역과 명동역 사이 ‘충무로2가’ 지역에는 카메라상과 작은 인쇄소가 꽤 많이 둥지를 틀고 있다. 조광사진관 자립본부는 2013년 이곳에 자리 잡은 사진관이다. 물론 그냥 사진관은 아니다.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여기서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이곳의 주인장은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양한 협업 속에서 그는 ‘사진’으로 통하는 길을 찾고 재미있는 일을 계속 벌이고자 한다.

음악과 사진과 사람의  아지트 ‘조광

1 조광사진관 자립본부 입구에 선 박정근 사진가(오른쪽).
2 조광사진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보이는 공간. 주말에는 자립의 공연이 진행된다.
3 조광사진관 입구(문)에서 보이는 ‘사진관’ 공간 풍경.

스튜디오에서 의자에 앉아 조명을 받으며 사진을 찍는 일. 일반인에게는 이처럼 어색한 일도 없다. 증명사진 촬영이 아니면 좀처럼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막상 ‘찍히는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다. 이런 어색함을 덜어내기 위해 지난 9월에 ‘사진포비아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무려 4회째를 맞이한 심포지엄의 부제는 ‘핸드폰에 셀카는 오백 장인데 사진기 앞에 서면 얼어붙는 당신을 위해’. 행사가 열린 곳은 충무로2가에 위치한 조광사진관 자립본부, 강사 중 한 사람은 이 사진관의 주인장인 박정근 사진가였다.

음악 공연, 영화 상영, 워크숍이 있는 사진관

조광사진관 자립본부(조광사진관)는 여러 종류의 촬영 작업이 진행되는 스튜디오이자 이런 흥미로운 이벤트를 종종 개최하는 ‘사진관’이다. 그냥 사진관만은 아니다. 뒤에 붙은 ‘자립본부’라는 이름이 성격을 일부 설명한다. 단편선과 선원들, 김사월×김해원 등 뮤지션의 음반을 다수 제작한 음악생활협동조합 ‘자립음악생산조합’(자립)과 공간을 나눠 쓰고 있어 주말에는 공연으로 지하가 들썩이기도 하고 자립에서 여는 음악 관련 행사와 워크숍 등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공간의 문을 열면 좌측으로는 드럼 세트 등 악기가 세팅된 공간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흰 배경지와 카메라, 조명이 설치된 공간이 보인다. 충무로에서 사이 좋은 동거 를 해온 지 3년이 다 됐다.

 

박정근 사진가는 암사동에서 부모님 때부터 운영해온 조광 사진관을 2013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동네를 떠나게 돼 이곳저곳 발품을 팔던 중 지금의 자리를 찾았는데, 혼자 쓰기엔 꽤 넓은 공간이었기에 마침 공연장이나 사무 공간이 필요하던 자립과 공간을 공유하게 되었다. 음악가를 사진에 담아보고 싶던 그에겐 좋은 계기가 됐고, 지금도 뮤지션의 앨범 재킷 사진을 촬영하는 등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활동으로부터 사진에 접근할 수 있는 접점을 많이 만들어가고자 한다. 작은 규모의 출력 공장, 오래된 카메라상이 많이 분포돼 있는 충무로는 주말에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가 많아 주말을 이용해(소음이 우려될 법한)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공간의 일반 대관도 하고 촬영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촬영 장비를 저렴하게 대여하기도 한다.

“공간을 빌리고 싶어 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아요. 영상 찍는 분들께 저렴한 가격에 빌려드리기도 하고 문화예술 쪽 일하시는 분들의 작업이나 워크숍 공간으로 대관하는 경우도 있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작년에 한 <시네마지옥>이란 행사예요. 아침부터 밤까지 B급 영화를 상영했는데 50명 정도 관객이 오셔서 밤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가셨어요. 한국에서 상영되지 않은 작품들도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죠.”

‘사진포비아를 위한 심포지엄’과 같이 본업인 사진에 초점을 둔 활동도 반응이 꽤 좋은 편이다.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과 김민석 사진가가 강사로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찍히는 입장과 찍는 입장 모두 만족할 만한 사진 찍기 노하우를 공유하고 참가자들의 수강 전?후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 데이터를 모두 제공한다. 박정국 사진가는 사람들이 사진과 친해지길 바라며 방향이 맞는 외부 강의나 프로젝트에 개인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다양한 장르와 사람의 협업으로 ‘오래 갈’ 아지트

조광사진관이 위치한 충무로2가는 명동역과 충무로역 사이 지역이다. 을지로3가와도 가까운데, 이쪽에서 을지로 및 청계천 방향으로, 멀리는 익선동까지 이르는 지역에 몇 년 사이 젊은 예술가의 작업실과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 동네 서점 등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작업실과 카페?바를 겸한 공간 중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등 소위 ‘뜬다’는 공간도 여럿 있다. 홍대 앞과 종로, 이태원 등 번화가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건물은 다소 낡았지만 임차료가 다른 곳에 비해서는 싼 편이어서 개인작업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이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한 편은 아니다. 운영하며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교류가 많지 않다는 점’이 답으로 돌아온 것은 의외였다.

“이 동네가 제가 하는 분야와 달라서 분리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동네 작업실이나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자주 만나게 되진 않아요. 여기서 오랫동안 장사하시는 분들은 협업을 많이 하는데 저희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다고 느껴요.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근처 명동역 일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탓에 충무로 쪽까지 호텔과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면서 충무로 일대는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작업자들이 들어오는 흐름만큼, 어느 곳은 세가 오르고 누군가는 밀려나기도 한다. 그런 흐름을 박정근 사진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람들과 계속 접점을 만들어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그렇게 해야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서 “합이 맞는 사람들과 오래 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명함의 약도에 ‘김한용 사진 연구소’를 표기하며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을 나름의 방식으로 지키기도 한다. 조광사진관에 원래 자리한 사진과 음악 외에도 관심사 다양한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 이야기 나누고 그사이에 재미있는 일을 도모하며 협업을 이루는 ‘아지트’가 되길, 자신 역시 우연찮게 길을 찾아왔던 한 사진가는 바라고 있다.

“원래 혼자 조용히 작업하려고 했는데 사람들과 이것저것 하는 게 재미있고 잘 맞더라고요(웃음). 장기적으로는 공연과 사진 외에 다른 식으로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연극 포스터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촬영을 위해 모인 배우들이 ‘여기서 재미있는 걸 할 수 있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의 작업을 더 해보고 싶어요. 음악이라면 사람들이 많이 안 듣는 장르로 가고요.”

글 이아림

사진 제공 조광사진관 자립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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