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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에버그란데

Summary

- 중국 정부의 태도를 볼 때 헝다 그룹 구제 가능성은 거의 없음

- 무엇보다 중국 정부는 예전부터 부동산 기업들이 도산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해 옴

- 결국 헝다 사태로 피해 받는 것은 중국 금융 기관이 아닌 글로벌 금융 기관이 될 것

 

© pixabay

 

헝다 사태 제대로 보는 법 헝다(EVERGRANDE)의 도산을 두고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1차 위안화 이자 결제일을 넘기자 안도의 한숨들이 나왔지만 연이어 달러채 이자 결제일이 닥쳐왔다. 이 이자는 갚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래의 계약 조건이 도래 일자에 갚지 못할 경우 3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어서 최종 부도까지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이날 이후, 그리고 그다음에도 헝다가 지불해야 할 날짜들은 파도처럼 닥쳐올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여러 가지 소문이 나오고 있다. 중앙 정부가 각 지방 정부에 헝다의 도산에 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할 때에는 시진핑 주석이 헝다를 버리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다음 각 지방 정부에게 헝다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지원하라는 말이 돌자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헝다를 도산하게 내버려 둘 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도배를 했다. 그런데 부동산 프로젝트의 지원의 내용이 헝다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헝다가 짓다가 중단하는 프로젝트를 인수하여 지방 정부가 완공하라는 의미라는 말이 다시 돌고 있다. 그리고 소문은 다시 시 주석이 헝다를 버리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필자가 항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급변할 때는 시간은 중장기적으로, 위치는 글로벌로, 사건은 보다 큰 맥락에서 쳐다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헝다 사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동산과 관계있고, 부동산은 다시 금융과 연계되며, 금융은 다시 외환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대규모 사태를 수습할 능력은 국가의 재정 능력이 가장 중요한 인수이다.

 

헝다라는 기업 자체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절벽에 매달린 헝다, 지나치려는 중국 중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공산당이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은 중국 정부를 지휘한다. 중국 정부에게 있어 헝다 같은 민간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헝다 정도 규모의 기업 도산이 없었는가? 사실은 몇 개가 있었다. 다만 우리에게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았을 뿐이다. 

NYT는 이와 연관된 보도를 하였다. NYT는 중국의 문제를 역설적으로 금융을 너무 잘 통제하고 있다는 데서 찾고 있다. 중국 내외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이러한 안전장치가 투자자들을 너무 오만하게 만들고 지급능력이 부족한 대기업에게도 돈을 빌려주려 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 정부는 헝다에 대한 구제금융 신호를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투자자이나 중국 기업들이 헝다 같은 고위험 부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링크)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즉, 중국 정부는 자본주의 국가 정부와는 달리 민간 대기업의 도산 그 자체에는 가치를 별로 두지 않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도산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나 민생 파급 효과는 개입한다. NYT는 이미 중국 정부가 안방(安邦) 보험, 하이난(海南) 항공 등의 도산 과정을 통해 대기업의 파산 과정을 경험했고 이는 완다(万达) 그룹의 처리에서 대미지 컨트롤을 할 수 있게 하였다고 전했다. 상하이 고급 금융 학원 부원장 주닝(朱宁)은 중국 정부가 헝다 사태의 대부분에 있어 보상을 제공할 것이지만 투자자들은 땀깨나 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일반 주택 구매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각 지방 정부 산하의 부동산 기업을 동원하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완공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재정적 개입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상 정책이 가져올 명과 암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아시아 타임스 보도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엿볼 수 있다. 9월 24일 아시아 타임스는 헝다가 파산선고를 받으면 사회 안정 문제로 인해 공급업체, 계약자, 주택 구매자 및 자산 구매자가 먼저 보상을 받고 중국은행 및 외국인 투자자를 포함한 금융 기관은 나중에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일부 분석가들은 말했다고 보도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전국 수많은 주택 구매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중국 정부는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보다 인민의 피해를 먼저 구제한다는 priority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금융 기관의 보상이 차후로 밀린 것은 이후 유사 상황에서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먼저 권리 행사를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선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후 중국이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는데 장애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관련링크)

 

| 헝다가 유일한 부동산 기업이 아니며 결국 금융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상황 그러지 않아도 부동산은 대규모 금융을 일으키는 업종으로 금융 기관과의 유착 관계가 종종 일어난다. 또 그것이 그동안 중국 당국이 '금융의 시스템성 위기'를 예방하려 하고 '3개의 레드 라인' 정책을 펼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 경기에 문제가 생기는 국면에서 이미 과도한 레버리지를 해온 부동산 기업이 헝다 하나만이 아니다. 이미 금년 들어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하루에 하나 꼴로 도산해 왔다. 그리고 중국 당국은 줄곧 냉담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기실 구해주고 싶어도 구해줄 수가 없다. 도산하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미 1년 전에 헝다를 한번 구제했고, 그로 인해 쑤닝(苏宁)이 도산할 뻔했으며 다시 쑤닝을 구제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했다. 그러니 섣불리 부동산 기업의 도산을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그려온 큰 그림 그리고 중국 당국이 이미 진작부터 부동산 기업의 도산과 그에 따른 금융 산업에의 파급 효과를 예상했다는 사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1년 이전부터 당국은 이를 경고해 왔고 부동산 기업들뿐만 아니라 금융 기관에도 경고를 해 왔다. 무엇보다도 중국 당국이 새로운 상업은행법을 작년 이맘때쯤 공포한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이 상업은행법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퇴출과 은행의 대주주 조건을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 당국은 상업 은행들의 대규모 퇴출 사태를 예상했다는 의미이다. (관련링크)

 

헝다 파산 예상 프로세스 그러므로 외부 세계의 떠들썩함과는 달리 중국 당국은 차분히 준비해온 대책을 하나씩 둘씩 집행해 가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 대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도산하는 헝다의 자산의 처리인데 자본주의 국가와는 달리 금융기관에게 우선권을 주지 않고 협력사와 고객들의 권리를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 Caixin에 따르면, 헝다의 많은 부동산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8월 이후 8개 성에서 헝다의 분양 수입 자금을 보관 계좌에 예치하고 자금 입출금을 중앙 집중식으로 관리하는 등 자금 통제에 들어갔다. 

Caixin은 자금 보관 계좌가 주로 지방 정부의 주택 건설 부서 또는 지방 정부가 위탁한 제삼자 회사 명의로 개설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금까지 장쑤, 안후이, 허난, 구이저우, 신장, 광시, 후난, 후베이, 주강 삼각주 등 헝다 부동산이 있는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특별 자금 보관 계정이 등장했다. 회사 측이 돈을 빼돌릴 것에 대비한 것이다. 그리고 이 헝다의 케이스를 볼 때 아마도 다른 대형 부동산 기업이 부도를 일으킨다면 역시 동일한 프로세스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관련링크)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헝다라는 기업, 특히 쉬자인이라는 기업주가 유지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정치 프로세스에서 이렇게까지 물의를 일으킨 기업, 특히 경영진들을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헝다라는 기업 자체의 파산 처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자회사인 헝다 자동차는 엄중한 자금 경색으로 창업판 상장 계획을 포기했다고 한다. 헝다는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관련링크)

 

| 헝다 사태는 중국 국내 금융 기관이 아닌 글로벌 금융 기관에 타격을  것이다

지옥은 문이 없어도 잘 들어온다 헝다 채권을 대규모로 들고 있는 금융 기관으로 적시된 것이 영국 Ashmore가 4억 3천만 달러 이상, 미국 BlackRock이 3억 9천만 달러 수준, 싱가포르 UBS가 2억 8천만 달러 수준, 홍콩 HSBC가 2억 1천만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이들은 다시 보험을 들어 놓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채권 중 상당 부분이 기타 금융 기관으로 파급된다. 

싱가포르의 미디어 Morningstar는 캐나다의 BlueBay Asset Management도 지난 수개월 BlackRock에 동참하여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도했고 HSBC 및 TCW 펀드는 이미 포지션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Morningstar는 또 UBS와 Ashinstone Group도 많은 양의 Evergrande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고 Fidelity와 China Banking Corporation이 관리하는 펀드도 상당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입되어 있는 구체적인 금융 기관은 파헤쳐 보면 계속 나올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헝다 도산의 영향이 글로벌한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링크)

그렇기에 사실상 절대 비중이 국유 기업인 중국의 은행, 금융 기관들은 헝다 도산의 영향이 크지 않다. 그러나 헝다의 청산 절차에서 협력사와 고객들의 자산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게다가 위안화 자산이 아닌 외화 자산으로 대규모 대가를 받을 생각을 하는 외국 금융기관에게는 아마도 악몽 같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지옥은 문이 없어도 잘들 들어온다"라는 중국의 속담을 소개한 바 있다.

 

| 향후 중국은 어떤 외자 정책을 취할 것인가?

일단 외국 자본이 큰 손실을 입으면 향후 외국 자본의 투자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중국 정부는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아직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헝다 같은 부동산 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반도체를 개발해 온 칭화 유니(清华紫光)의 경우에도 지원하지 않았다. 중국 IT의 대명사인 베이다 팡정(北大方正)이 도산할 때에도 중국 정부는 지원하지 않았다. 

필자는 그 본질적인 원인이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공식 발표와는 달리 여유가 별로 없으며 이런 식으로 대기업들의 도산을 지원하기 시작하면 파탄이 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위안화 부채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지만 대규모 외화 부채는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필자의 추측이 맞을지 틀릴지 알 수 없지만 이번 헝다 사태를 보면서 중국의 부동산, 금융, 그리고 외환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향후 모니터링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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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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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중국 전문가 現) 『중국의 선택』, 『중국 주식 투자 비결』, 『이미 시작된 전쟁』 중국 전문 도서 저자 現) '이박사중국뉴스해설' youtube, 중국 뉴스 사이트 '이박사 중국 뉴스' 운영자 前) , , , , , , 출연 중국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활동하고 이제 중국 사회, 경제 등 전반에 걸쳐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설하고 있습니다. 거시적 안목에서 중국과 우리를 이해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북경이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