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중국 경제
Summary
- 제로 코로나 정책 이후 초토화된 중국의 물류 공급망
- 중국 내 수출이 쉽지 않자 자국 기업마저 생산거점을 아세안으로 옮기는 상황
- 여기에 미국은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중국을 대놓고 배제하는 경제권을 구성하고 있음
- 기업이 떠나며 불거진 고용 문제를 잡지 못한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금융마저 붕괴 위기에 처함
© iStock
중국 지도부가 경제 악화를 시인하고 정상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추진 중이다. 상하이가 두 달간 봉쇄 상태에 있었고, 다른 많은 도시들도 전부 또는 일부 봉쇄 상태에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정말 어떤 상황일까? 지금의 이 사태는 코로나에 따른 일시적 상황일까? 혹은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변곡점일까?
엉망이 된 중국의 물류 공급망 두 달간 봉쇄됐던 상하이와 장쑤, 저장 지역을 합친 장강 삼각주 지역은 봉쇄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장강 삼각주 지역에서의 사람과 화물 이동은 직격탄을 맞았다. 항구와 공항 자체는 막지 않았으나 도로 운송이 사실상 봉쇄됐다. 종업원들은 출근을 하지 못했고, 생산품도 항구로 운반할 수 없었다.
미국까지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과거 2~3천 달러였으나 지금은 2만 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샤오싱에서 방직업을 하고 있는 천포(秦波) 사장은 “2천 달러였던 컨테이너 운송비를 2만 달러에 미국으로 10개를 보냈고, 이제는 20만 달러를 선불해야 보낼 수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또한, 대부분 FOB* 조건을 채택하고 있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부담이 10배 증가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현재 중국의 주요 수출 경쟁 국가는 베트남, 멕시코, 인도 등이다. 중국에서 미국까지의 운송 시간은 한 달이 걸리고, 멕시코에서는 하루가 걸리는 상황이다.
* FOB (Free On Board)
수출의 경우 판매자는 물품을 선적항에서 본선에 적재해야 하며, 이 시점까지 판매자가 물품에 대한 위험과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
지난 4월 중국기계전자제품수출상회가 광동교역회에 참가한 5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7.2%의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주문량이 줄었다”라고 했으며 “주문량이 늘었다”라고 답한 기업은 12.6%에 불과했다. 열악한 국제 물류(84.5%)와 원자재 가격(80.1%) 상승이 가장 큰 두 가지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은 운송 비용을 심각할 정도로 상승시켰고, 위안화 환율의 강세와 함께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 급속도로 감소시켰다.
중국 해관이 발표한 수출입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p 증가해 전월(14.7%)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기계전자제품수출입협회 분석에 따르면 4월 기계전자제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11%p 소폭 증가했다. 중국의 수출액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증가폭은 감소하는 것이다.
물류 파동은 의외의 곳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상하이 주변의 농촌 지역에서는 수박 수확기가 되었지만 평상시 농산물 매입을 해주던 업체들이 하나도 오지를 않아 기껏 키운 수박들을 방치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반면 상하이에 봉쇄되어 있는 주민들은 수박을 주문해도 오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물류 및 공급망이 엉망이 된 것이다.
전자상거래도 영향을 받고 있다. 선전국제전자상거래협회(Shenzhen Cross-Border E-Commerce Association)의 왕신 회장은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새로운 규제 도입으로 인해 지난해 8월부터 중국 판매상에 대한 주문이 감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신규 수주가 없거나 취소된 기업이 23%,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16%에 이른다.
중국 ‘손절’ 후 아세안 가는 기업들 이러한 중국 경제의 이상 상황을 상하이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의 일이자 코로나19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기에는 이미 파급 효과가 크다. 중국 경제 트로이카라는 수출, 소비, 투자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미 구조화되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수출이다. 중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과 동시에 올해 초부터 동남아 지역의 수출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 3월 이후 인도네시아의 수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40%를 넘어섰고, 베트남은 30%를,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은 20%대를 기록했다. 물론 화서증권의 수출 상품 구조 분석에 따르면, 3~4월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을 높인 품목은 주로 금속, 섬유, 의류 3가지로, 아직 중국 시장을 아세안에서 잠식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애플을 필두로 삼성, 폭스콘, 샤오미, 오포, 비보, OnePlus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인도로 바꾸고 있다. 관련 협력 업체들도 생산 기지를 인도로 전환하고 있어 중국의 긴장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중국 공상은행 몸바이 부행장 양쉬홍(杨绪红)은 “애플이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스마트폰 산업 사슬이 이제 인도에 구비되었다는 신호로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링크)
2015년부터 중국 휴대전화 회사들도 인도에 잇달아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중국상공회의소와 인도중국휴대전화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 휴대전화 회사는 200개 이상의 공장을 보유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2019년 1억 5,800만대로 전년 대비 7%p 성장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등극했다. 동시에 인도에는 268개의 휴대폰 및 부품 제조업체가 있으며, 인도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의 95% 이상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중국 수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 다다르자 중국 기업조차 해외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것이다.
상무부 상무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인 바이밍(白明)은 “동남아시아 국가의 작은 규모로는 충분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기 어렵지만 아세안의 통합은 산업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 하나하나를 떼어서 보면 중국과의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지만, 아세안 지역 전체를 통합적으로 고려할 시에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에서의 철수를 고려하게 한다. 베이징 EU 상회 회장 Joerg Wuttke는 “회원사의 2/3가 현재 및 향후 투자를 중국 외 지역으로 돌리려 하고 있으며 77%가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고위 기업 인사가 중국을 방문하려 할 때 비자 발급이 어렵고, 대다수 취소된 항공편에 중국에 도착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을 격리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많다. 한마디로 중국 출장이 대폭 축소됐다. 그 결과 향후 2, 3년 내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투자를 결정하려면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것은 필수인데 가보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3월 하순의 베이징행 항공기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여러 수속을 탑승 순간까지 마치지 못해 7월 하순의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이번에 베이징으로 돌아가면 상당 기간 한국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여차 하면 몇 달씩 외지에 팽개쳐져야 하는데 어떻게 자주 왕래하겠는가?
대놓고 중국 배제하기 시작한 미국 자본은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는 금년 중국에서 3천억 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의 129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이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IPEF가 들어서면서 중국을 대놓고 배제하는 경제권을 주요 경제 국가들이 만들고 있다. 특히 향후 전략물자에 해당되는 에너지, 식량,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일본의 반도체 재료 기업인 JSR은 “중국이 자체 개발하려는 반도체 산업 가치 사슬은 성공 가능성이 적다”라고 한다. 각 가치 사슬은 수십 년의 업력과 막대한 자금을 투여한 성과이며, 일시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단기간 내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중국의 산업 경쟁력은 부단히 낮아질 전망이다.
도시 청년 농촌 보내자 농촌 청년이 울고… 이러한 경제 상황은 당연히 민생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대표적인 민생 문제가 고용이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 수년간 가장 주력해 온 것이 고용 문제이다. 지금 중국의 고용 현실은 어떠할까?
5월 베이징시는 농촌에 가서 일할 대학 졸업자들을 뽑는 공고를 게시했다. (관련링크) 베이징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농촌 봉사를 가라는 공고다. 계약 기간은 5년이다. 농촌은 도시보다 경제, 문화 등의 여건이 열악하다. 농촌에 가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대학 졸업자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사실 중국의 고용 문제는 매우 심각해서 수년 전부터 농촌 개발과 실업 문제를 연계하는 소위 ‘삼지일부(三支一扶)’라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다. (관련링크) 대학생에게 한 달 수 백 위안, 그러니까 한화로 몇 만원 정도의 돈을 주고 농촌에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 정부에서 일자리가 생기면 이들에게 채용 시 가점을 부여한다. 필자는 중국 정부의 여러 농촌 정책 소개 자료에 나타나는 농촌 젊은이 상당수가 이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쓰촨성의 경우 2022년 이 삼지일부 정책의 일환으로 1539명을 뽑는다. 광둥성은 3천여 명 정도이다. 이들은 농촌에 가서 교육, 업무 지원, 의료 지원, 농촌 진흥 등에 투입된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지만 내용을 보면 다르다. 교육은 선생님들이 부임을 거부하는 열악한 산골에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업무지원은 농촌의 촌 위원회에 가서 잡일을 하는 것이다. 의료 지원은 코로나 방역에 투입되어 방호복 입고 남들이 욕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농촌 진흥은 지원 사업에 투입되어 막노동을 하거나 농산물 전자 상거래 업무를 맡는 내용이다.
이런 일은 대학생 본인들도 하기 싫어하지만, 이들이 이런 일을 함으로써 현지의 중고등학교 졸업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결국 중졸자, 고졸자들은 농촌에서마저 농사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들의 선택은 결국 농민공이 되어 대도시에 유입되는 것 외에는 없다.
이런 상황은 고용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커창 총리는 금년 새로 공급되는 일자리가 1,100만 개 정도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금년 새로 대학을 졸업하는 인력만 1076만 명이다. 여기에 과거 사례를 보면 도시와 농촌의 일자리가 반반 정도이기 때문에 대학 졸업자 입장에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 정도만 도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직장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이들 민간 대기업들은 고용은커녕 최근 발표된 감원 인원만 1백만 명에 이른다. 여기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고용 시장에 들어와 대졸자들과 경쟁하게 된다. 그야말로 지옥의 악순환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중국 경제의 붕괴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그에 따라 고용이 어려워지면 그다음은 부동산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조건이 엄격해진다. 여기에 고용마저 불안하면 가구 소득이 감소하면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또다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속되는 것이다.
중국 주요 도시의 지난 4월 부동산 판매 현황을 작년 동기 대비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도시 |
부동산 판매량(만㎡) |
동기 대비 증가율(%) |
베이징 |
71.68 |
-24.3 |
상하이 |
10.57 |
-92.7 |
광저우 |
58.82 |
-50.4 |
선전 |
28.39 |
-12.4 |
총칭 |
42.67 |
-80.9 |
난징 |
54.42 |
-63.8 |
쑤저우 |
38.6 |
-50.5 |
우한 |
102.71 |
-58.7 |
간단히 말해 중국의 부동산은 급락 중이다. 각지의 인민 정부들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종 부양책과 세금 우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가격의 침몰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인 것처럼 보인다.
중국 경제가 붕괴하지 않도록 버티는 마지막 보루가 금융이다. 중국 정부가 그렇게나 열심히 외쳐온 ‘시스템성 위기’라는 것은 바로 이 금융을 말하는 것이다. 부동산 기업들에게 채무 비율이 너무 높다며 세 개의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도 금융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결과적으로 금융권의 불량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고 조만간 그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역대급 위기에 봉착한 리커창 총리 중국은 지금까지 무관용 제로 코로나 방역을 계속하고 있다. 상하이 등 도시가 조업 재개를 서두르는 것은 지금까지 필자가 지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조업 재개는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거니와 그 규모도 아직 적절한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반면 외자 철수, 수출 지체, 소비 급감, 부동산 하락은 전국적으로 급격히 나타나고 있다. 과연 리커창 총리팀이 중국의 경제 문제를 적기에 수습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