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초 집단 소송 캉메이 약품 사건, 중국 회계가 신뢰를 찾을 것인가? #2"
Summary
- 캉메이 집단소송을 통해 회계사무소, 사외 이사 등 역시 연쇄 책임을 물게 됨
-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중국 사회에서 캉메이 사건은 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
- 중국 지도부는 기업 감사법 등을 통해 권력과 기업 간 유착을 끊으려 했으며, 캉메이 사건 역시 이러한 움직임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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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악습에 줄줄이 타격 여기서부터 이미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권력과 금력의 유착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고 보통 소액의 벌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증권법이 개정되고 중국증권 중소투자자 서비스 센터가 개입하는 것은 이미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권력을 쥔 사람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1년 4월 16일 광저우 중급 법원은 이 소송이 특별 대표인 소송으로 이첩 되었음을 공지했고 11월 12일 1심 판결이 나왔다. 앞서 지적한 대로 회사 경영진들이 24억 5천9백만 위안에 상당하는 손실을 투자자들에게 끼쳤다는 내용이다.
중국증권 중소투자자 서비스 센터 개최 행사 포스터
이러한 판결에 경악을 한 곳이 캉메이의 연도보고서를 심사한 회계사무소(正中珠江会计师事务所) 이다. 제대로 회계 감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00% 연대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이다. 그리고 24억 5천 9백만 위안은 절대로 회계 사무소가 예상할 수 있었던 금액이 아니다. 그래도 마싱톈(马兴田), 쉬두어진(许冬瑾) 외 11인처럼 감옥에 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이들은 관련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까지 밝혀져 뇌물죄로도 처벌을 받게 됐다. 마싱톈은 무려 12년형을 받았다. (관련링크)
회계 사무소 외에도 생각지도 않게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사외 이사들이다. 중국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적어도 1/3 이상의 이사를 사외 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상장사의 사외이사직을 맡는 것은 사회적인 신분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캉메이 사건이 터지자 선전과 상하이에 상장된 기업 중 적어도 20개 이상에서 사외 이사들이 사표를 던졌다. 왜냐하면 캉메이의 판결에서 사외이사에게도 5%의 연대 배상 책임을 물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외 이사가 되기 위해 기를 쓰던 사람들이 이제 도망가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사외이사는 사회적인 저명도가 있는 인물, 특히 대학교수들을 주로 기용해왔다. 캉메이의 경우도 5명의 사외 이사 중 4명이 대학 교수이다. 그런데 소위 대학교수라는 사람들이 오너의 월권으로부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너의 주구(走狗)가 되어 버린 것이다. (관련링크)
싱가포르 경영 대학의 법학 교수인 Zhang Wei에 따르면, 사외이사에 대한 경제적 의무의 경우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투자자에게 직접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법리를 따진다면 캉메이가 오히려 사외 이사들에게 부분적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우 사외이사 제도는 2001년에 도입되었는데 이런 위험에 대비한 보험 상품도 있다. 2021년 이후 약 390개의 중국 상장 기업이 이사를 위한 이사 책임 보험을 구매했거나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캉메이가 이 보험을 구매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험료도 매우 높아서 대상 금액의 10%에 달한다. 그만큼 중국의 이사회가 엉망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관련링크)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의 전환? 캉메이 사건은 당연하게도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권력과 금력의 관계에 대한 과거의 프레임이 깨진 것이고 사람들은 아직 새로운 프레임이 어떤 것이 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중국 내 여론은 상장 법인들의 이런 회계 부정에 대해 일단은 엄격한 반응이다. 이번에 캉메이가 상장 폐지되지 않고 살아남은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비록 파산을 위한 구조조정 단계로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중국 당국이 현재 남아있는 주주들을 배려한 배경에서 나온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 (관련링크)
필자는 이 일이 갑작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은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예고하는 여러 정책 발표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진핑 지도부는 과거 약 20여 년에 걸친 과거 권력층과 민간 기업가 간의 연결 고리를 분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금년 5월에는 이들 기업들의 부정을 뿌리뽑기 위해 기업 감사법을 개정한 바 있다. 회계 사무소들에 대한 경고도 이미 2, 3년부터 해왔다. 기업, 회계 법인, 기업가, 투자자 모두 당국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잘 이해를 못 한 것이다. 중국 상층부의 권력 투쟁을 잘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이번 조치가 놀랍지는 않았을 터다. (관련링크)
시진핑 주석은 이제 공동부유를 내걸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당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 기업과 국유 기업을 병합하는 혼합 소유제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국의 기업들은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 방향 및 직접적인 국가 권력의 개입 외에 수많은 소액 주주들의 감시의 눈길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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