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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 집단 소송 캉메이 약품 사건, 중국 회계가 신뢰를 찾을 것인가? #1"

Summary

- 중국 최초의 집단 소송 사례가 된 캉메이 사례 분석

- 한 개인 투자자의 지속적인 고발을 계기로 캉메이의 분식회계, 주가 조작 등이 드러나게 됨

- 자칫하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수 있던 사안이었으나, 국가기관의 개입으로 5만 5천여 명의 투자자들이 집단소송 참여

 

투자자 A 이야기 중국 투자자 A가 한 주식에 투자를 했다. 그런데 일부 주주들이 단체로 그 회사에 법적 소송을 걸겠다며 A에게 인적 자료를 요청했다. A는 담당 변호사에게 자료 제공을 했고, 추후 돌려받았다. 이후로는 자료 보충 요구도, 연락도 없었다. 1년도 넘게 지난 어느 날, 법원에서 판결이 나왔다. 이미 A는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상태였다.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10만 위안의 보상금을 신청했는데, 실제로는 4만 8천 위안이 조금 넘는 보상금이 나왔다고 한다. A 입장에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받은 보상금이라 매우 흡족했다.

 

캉메이 약업의 전 회장 마싱톈(馬興田)

 

주주 하나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것이 바로 최근 핫이슈가 된 중국의 제약 회사 캉메이(康美药业)와 주주들 간의 소송이다. 중국 최초의 집단 소송이기도 하다. 2021년 11월 17일 캉메이 약업의 전 회장 마싱톈(馬興田) 등이 증시를 조작했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한때 전통 중국 약품 제조 1위 업체로 불렸던 캉메이는 한약(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양약보다 한약을 많이 소비한다) 외에도 서양 의약, 의료기기, 보건 식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신약 개발을 한 업체이다. 이 회사는 광둥성 성실 시범 기업이라든가 제5차 국가 혁신 기업 등 여러 표창을 받으며 잘 나가는 회사였다. 2018년 5월은 캉메이의 전성기로 시가 1300억 위안(한화 24조)이 넘는 소위 의약 주식 ‘천억 위안 클럽’의 일원이었다.

사실 2014년 8월 주주 중 한 사람인 류즈칭(清)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실명으로 캉메이의 경영진을 고발한 바 있었다. 회사 경영진이 10억 위안이 넘는 규모의 회사 자산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감추기 위해 토지 매입 등에 10억 위안 이상의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증권감독위원회는 광둥성 증권감독국에 이 내용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는데, 증권감독국은 위법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류즈칭은 승복하지 않고 증권감독위원회에 행정심의 신청을 했다. 그러나 증감회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여 그 신청을 기각했다.

여기까지는 매우 전형적인 중국식 부정부패 이야기이다. 권력과 금력이 결탁되어 있는 것은 중국에서는 상식에 가깝다. 필자의 경험 상으로도 정직하게 회계 장부를 만드는 중국 기업은 본 적이 없다. 다만 캉메이가 간과한 것은 이 류즈칭이라는 사람이 정말 의지의 중국인이었다는 점이다. 류즈칭은 증권감독위원회가 배임을 했다고 주장, 이번에는 사법부로 방향을 바꿔 1, 2심을 거쳐 최고법원까지 소송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류즈칭은 패소하고 말았다. 한국에서도 필자가 삼성 같은 재벌 기업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될까? 필자가 옳다고 해도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중국적 상황에서 권력과 금력에 대해 도전했으니 문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018년 하반기 캉메이가 분식회계를 한 것이 드러났다. 10월 16일 캉메이의 주가는 장중 급락했다가 이튿날 다시 폭락하여 사이드가이드가 발동, 거래가 중지되었다. 4일 후 거래가 재개되었을 때 캉메이의 주가는 이미 절반 수준으로 추락해 있었다. 분식회계 소문이 파다하던 이때에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희망을 가졌다. 어차피 대부분 기업들이 어느 정도 회계 부정을 하는 것은 상식이었고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관대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중요했던 것은 주가가 얼마나 오르느냐, 회복이 될 것인가 등이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28일 증권감독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고 캉메이가 이 사실을 공개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중국적 상황에서 국가 기관이 누군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미 결말이 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캉메이 전시관 모습

 

어떻게 캉메이는 개미들에게 굴복했는가 2019년이 되어서도 캉메이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결국 2019년 4월 29일 캉메이는 착오로 현금 자산에 299억 위안을 더 계상했다고 발표한다. 그러면서 ‘회계 착오’와 ‘회계 조작’은 다른 것이라는, 한국에서도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내용의 발표를 마싱톈 회장이 한다. 그러니까 고의로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실수를 했다는 변명을 한 것이다. 하지만 증권감독위원회는 곧바로 캉메이가 2016~2018년 재무보고서에 중대한 허위가 있으며 299억 위안(한화 약 5조 5천6백억)을 허위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이런 저런 부정부패에 이미 어느 정도 내성이 있는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캉메이 경영진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너무 많이 그리고 지나치게 대담하게 해 먹었다는 것이다. 캉메이는 회사 이름을 ‘ST 캉메이’로 바꾸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경영진들이 주가 조작을 통해 이익을 얻어온 사실도 발각되었다. 또한 회사 공금 116억 위안 정도를 전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증권감독위원회는 캉메이의 이런 사실에 대해

 

“캉메이는 장기간 계획적, 조직적, 체계적인 분식 회계로 법치를 짓밟고 시장과 투자자를 존중하는 마음 없이 자본 시장의 건전한 생태를 해쳤다”

 

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감독 기관이 이런 정도의 발표를 하면 해당 기업은 끝난 것이다. 2020년 5월 14일 저녁, 증권감독위원회는 캉메이에 대해 시정 명령과 경고를 할 뿐만 아니라 6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하고 21명의 책임자에게 90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의 차등 벌금을 부과하였다. 그리고 주모자 6명에 대해서는 10년에서 종신까지 증권시장 출입 금지 조치를 취했다. 또 범법 사실에 대해서는 해당자들을 사법 기관에 이첩하였다.

하지만 10만 위안에서 90만 위안이라니! 수 조원 규모의 자금을 빼내어간 사람들에게는 모기에 물린 정도의 아픔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국가 기관이 개입한 것이다. 베이징의 한 법률 사무소에 근무하는 씨에롄지에(谢连杰) 변호사 팀은 증권감독위원회 입건 조사 단계에서 캉메이 투자자들로부터 다수의 손해 배상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2019년 4월 30일 이후 합류했다. 단일 손실을 가장 크게 입은 피해자는 금액이 천만 위안으로, 한화 약 18억 6천만 원이 넘었다. 마침내 2020년 12월 31일에 11명의 투자자들이 광저우 중급 법원에 캉메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새 증권법과 최고인민법원의 관련 규정 해석에 따라 중국증권 중소투자자 서비스 센터(http://www.isc.com.cn/)도 5만 5천여 명의 투자자들의 특별 대표인으로서 집단 소송에 참여하게 된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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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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