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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 가뭄과 전력난

Summary

- 최근 중국을 강타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장강 유역의 물 부족 심화

- 인구에 비해 수자원이 부족한 중국은 대규모 수자원 개발 계획을 집행 중

-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량이 많은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자 전력난으로 도시 기능 마비

- 나아가 산업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고, 국제적인 쌀 부족 현상이 우려됨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총칭의 황허

 

중국을 덮친 기록적인 가뭄 중국 쓰촨성에 때 아닌 가뭄이 강타했다. 8월 18일 기준 중국인 9억 명이 35도 이상의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티베트에서 시작해 상하이 지역까지 흐르는 장강(한국에서는 양쯔강으로도 부른다)의 대부분 유역이 이상 고온 상태이다. 8월 15일 충칭시는 최고기온 44.4도를 기록했다. 7월 장강 유역으로 유입되는 강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예년에는 8월 1일부터 15일까지 66mm의 비가 왔는데, 금년은 6.3mm에 그쳤다.

 

 

8월 22일 기상 당국은 11일 연속 더위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국립기상센터는 남서부 쓰촨(四川)부터 남동부 해안의 푸젠(福建)에 이르는 62개 기상관측소가 일요일에 기록적인 기온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관련링크) 산케이는 “요즘이 원래 1년 중 홍수가 많은 시기이지만, 후베이성 우한 기준으로 장강은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며 “장시성에서는 물 부족으로 138만 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링크)

 

바이허탄 댐

 

물 부족 해결 힘썼던 중국의 큰 그림 필자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중국의 수자원 상황에 대해 소개해왔다.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은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지만 담수 자원은 6%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황허와 장강 유역에 중국 인구의 3분의 2가 집중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수리 자원 개발 및 정돈 계획을 세우고 집행 중이다. 싼샤 댐의 건설이나 남수북조 프로젝트, 바이허탄 댐 개통 등이 모두 이러한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관련링크)

중국은 싼샤, 바이허탄 댐 건설과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수자원 부족 상황을 영원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대일로는 수량이 풍부한 장강으로부터 수량이 부족한 황허로 물을 대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동부와 중부에 거대한 대운하가 건설됐다. 지금은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 지역에 서부 대운하를 건설 중이다. 이 운하가 완성되면 지금까지는 물 부족으로 자주 수류가 끊기던 황허에 물이 가득하게 되어 1만 톤 급 선박이 항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남수북조 운하

 

황허에 대형 선박이 통행할 수 있게 되면 중국의 내륙 물류비용은 비약적으로 싸질 전망이다. 그리고 황허 연안의 대도시들이 새로운 경제 발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지난, 정저우, 뤄양, 윈청, 난저우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남방에 집중된 산업이 북방에서도 발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건설된 남수북조 운하의 모습

 

중국 정부는 동시에 황허의 물 부족 현상이 해결되어 공업용수 부족으로 허덕이던 북서부 지역의 공업 지대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농업용수가 해결되면 하남 곡창 지대의 농산물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근년 식량 안보를 끊임없이 강조하는 중국 공산당의 태도를 볼 때 농업용수 부족 해결은 중요성이 매우 크다.

 

애석하게도 하늘은 중국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중국에 “인간의 계산은 하늘의 계산을 따라가지 못한다(人算不如天算)”는 말이 있다. 아무리 인간이 예측을 하고 계획을 세워도 하늘의 뜻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수량이 많아 황허에 물을 대겠다는 장강에 이렇게 큰 가뭄이 들고 말았다. 삼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중국 중부 거대한 대도시 충칭은 전력 부족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쇼핑몰이나 상점 등에는 전력 제한이 가해져 백화점 등은 오후 4시에서 9시 사이에만 문을 열 수 있다. (관련링크) 심지어 도로의 신호등에도 전력이 중단되어 교통 혼잡을 이룬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쓰촨성 전역, 그리고 장시, 상항, 저장, 장쑤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전력 공급이 제한돼 많은 아파트 단지가 정전 등으로 고통받는 중이다.

 

정전이 되어 어두운 중국 도시의 모습

 

당장 식재료를 사는 슈퍼마켓부터 이상 현상이 시작됐다. 한 중국 네티즌이 슈퍼에서 새우를 사 왔는데 집에 도착해 보니 빨갛게 익어 버렸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포도 농가에서 재배한 포도는 미처 수확도 못한 채 그대로 건포도가 되어 가고 있다. (관련링크)

나아가 중국식 샤부샤부인 ‘훠궈(火锅)’로 유명한 쓰촨에서는 더운 열기 속에 탕을 끓여 먹는 것이 견디기 어렵자 사람들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 훠궈를 먹는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산업체들이 멈춰섰다. 토요타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은 일시적으로 공장을 폐쇄했다. 애플을 만드는 타이완 폭스콘(Foxconn) 공장도 멈췄다. (관련링크) 쓰촨은 중국 리튬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생산한다. 리튬은 배터리의 주 재료다. 중국의 주력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리튬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홍콩 명보는 “쓰촨 부품 업체들의 공급 부족으로 상하이 FAW, 테슬라, 기타 상하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뭄은 중국의 산업 생산에 타격을 주고 있고 그렇지 않아도 비틀대는 중국 경제에 또다시 철퇴를 가하고 말았다.

이는 단순하게 산업 생산 감소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칭에서 상하이에 이르는 장강 중류와 하류 유역은 중국 식량 생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쌀 경작 지역이다. 작년 허난 지역의 홍수로 화북 지역의 밀 생산에 큰 차질을 빚은 중국이 금년에는 더욱 큰 규모로 쌀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가을에 대규모로 쌀을 수입할 경우 국제적인 쌀 부족 및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중국 최대의 담수호 파양호. 크기가 4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칭링’, 즉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강제 격리된 사람들은 숙소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이 숙소가 지방마다 큰 차이가 있다. 일부 지역은 임시로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사람들을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40도를 웃도는 열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컨테이너 안의 사람들이 어떤 지경일지 상상해 보라.

 

컨테이너를 이용한 격리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알고 있었음에도 거스를 수 없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까? 사실 이런 천재지변에 뾰족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필자는 뭔가 입안이 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3년 전 장강에 홍수가 났을 때 중국 상황을 여러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전달 중이던 필자에게 북미 과학자 한 분이 ‘펜듈럼 현상’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걱정이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오가는 말로 ‘펜듈럼’ 즉 시계추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자연은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큰 더위가 오고 나면 큰 추위가 뒤따르고, 큰 홍수가 오고 나면 큰 가뭄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분은 당시 장강의 홍수를 보며 필시 큰 가뭄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하며 우려를 표했다. 필자는 문외한인 관계로 “아, 그런가” 정도로 지나갔으나 이번의 가뭄을 마주하니 그분의 우려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당국도 어쩌면 이번 가뭄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3월 초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수리부 부장 리궈잉(李国英)은 “6~8월 사이의 추이 분석에 의하면 금년 중국 북부와 남부에 홍수 가능성이 크며 그중에서도 북부 지역의 홍수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반면 중부 지역은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말했다. (관련링크) 중국에서 중부 지역은 황허와 장강 사이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기는 어렵지만, 중국 당국이 금년 대규모 가뭄이 들 것을 예상했던 것은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 보도는 아무런 해설도 설명도 없이 사실을 매우 간단히 적시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이런 기사는 “알리지 않을 수 없으나 주목을 받기는 싫고 나중에 알리지 않았다는 말은 듣기 싫을 때” 주로 나온다. 어쩌면 중국 당국은 알고는 있었지만 어쩔 도리는 없다는 상황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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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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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중국 전문가 現) 『중국의 선택』, 『중국 주식 투자 비결』, 『이미 시작된 전쟁』 중국 전문 도서 저자 現) '이박사중국뉴스해설' youtube, 중국 뉴스 사이트 '이박사 중국 뉴스' 운영자 前) , , , , , , 출연 중국에서 20년 넘게 거주하며 활동하고 이제 중국 사회, 경제 등 전반에 걸쳐 관찰하고 분석하고 해설하고 있습니다. 거시적 안목에서 중국과 우리를 이해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북경이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