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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이철

러노버의 오너 류촨즈 논쟁

류촨즈(柳传志)

 

최근 중국의 인터넷에서는 중국 IT의 대부라고 불리는 류촨즈(柳传志)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러한 공개 논쟁은 중국에서는 매우 보기 어려운 희귀한 일이다. 류촨즈는 초창기 중국산 PC를 만든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중국과학원의 한 창고 건물에서 창업, 중국 최대의 PC 업체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당시 중국인들에게 중국도 첨단 기술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경쟁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준 민족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세운 기업이 롄샹(联想) 그룹이다. 필자는 지난 세기에 국내 모 대기업에서 일할 때 이들과 협력한 적이 있었다. 이 롄샹은 몇 가지 특징적인 기업 문화가 있었는데 우선 당시 대부분의 중국 기업이나 고위 공무원들의 차림새가 엉망인 것에 비해 롄샹은 직원들에게 모두 어두운 남색이나 감색 계열의 슈트를 입게 했고 넥타이도 규정된 컬러의 것을 꼭 착용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사무실 풍경을 얼핏 보면 일본 기업 같은 분위기도 나고 한국의 모 그룹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또 사업 방식에 대해서 기본적인 원칙이 있었다. 상-공-기(商-工-技)라는 것인데 비즈니스를 할 만한 영역이 있으면 먼저 수입을 해서 판매하여 시장을 이해하고 확보한다. 이게 상(商)의 단계다. 그리고 충분한 상품에 대한 이해와 규모를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해당 제품의 공급 회사(기본적으로 외국 회사)와 협력하여 중국 현지 생산을 한다. 이게 공(工)의 단계다. 제조 단계에서 적용 기술을 이해하게 되면 자체 제품을 개발한다. 이것이 기(技)의 단계이다. 어찌 보면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고도 성장기에 있던 당시의 중국에서는 공급만 된다면 폭발적 수요를 맞이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들이 섣불리 자체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기에 롄샹의 이런 전략은 차별되는 점이 분명히 있었다.

 

류촨즈와 양웬칭


롄샹의 PC를 뜯어보면 사실 기술적 규격은 같은 가격 대에 비해 상당히 낮다. 그러나 중국과학원에서 개발했다는 신인도, 외국 기업들과 비견되는 겉모습, 나름대로 제공하던 A/S 등으로 시장에서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당시 발군의 영업과 마케팅 수단을 발휘했던 젊은이 양웬칭(杨元庆)이다. 필자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롄샹의 이인자였는데 당시 3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였다. 그리고 그는 능력이 있는 젊은이라면 얼마든지 뜻을 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벌이기도 했다. 필자가 이 두 사람을 두 번 정도 만났었는데 류촨즈는 욕심꾸러기처럼 보였지만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었고 양웬칭은 카리스마는 없지만 매우 명석한 인물로 보였다. 이때 이미 롄샹을 정말로 키운 사람은 양웬칭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 두 사람이 가꾸어 온 롄샹은 나중에 3개의 회사로 분할이 되었고 그 후에는 당시 세계적 기업이며 컴퓨터 산업의 맹주였던 IBM의 PC 사업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중국의 굴기를 상징하는 회사가 되었다. 지금 시장에서 여러분들이 보는 lenovo 컴퓨터가 바로 이들의 제품이다. 롄샹의 IBM PC 인수 전에 삼성도 미국의 PC회사 AST를 인수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AST는 망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수준 미달의 삼성 직원들이 미국에 가서 AST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고 다닌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롄샹의 경우 IBM PC 부문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직원들을 존중해 주었다. 그리고 중국인답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조직을 장악해 갔다. 그 결과 lenovo는 아직 생존해 있는 것이다. 

 

 

류찬즈의 딸도 유명하다. 류촨즈의 딸 류칭(柳青)은 유명하고 부자인 아빠를 둔 셈이었고 베이징 대학을 나와 미국 하바드에서 유학을 한 엘리트이다. 류칭은 월 스트리트 금융 회사에서 일하다가 당시 국내 경쟁에 허덕이던 디디추싱에 CFO로 합류한다. 당시 차량 공유 서비스는 공전 절후의 치열한 경쟁 상태에 있었고 무제한 경쟁으로 누가 더 버틸 수 있는가로 승패가 날 상황에 있었다. 류칭은 그의 미국 인맥, 그리고 아빠의 미국 인맥을 통 동원한다. 애플의 팀 쿡과 같은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되기도 하였다. 결국 서방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디디추싱은 경쟁에 승리하였다. 당시 류칭의 사촌은 바로 경쟁 상대방인 우버 쪽에서 가족 간에 싸우고 있었는데 결국 류칭은 양사의 합병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너그러운 조건으로 사촌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디디추싱이 독점적 위치에 올라서면서 기업 가치는 하늘을 찔렀다. 류칭 개인의 자산도 1천억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현재 디디추싱의 CEO이다. 

 

좌) 류칭과 류촨즈, 우} 팀 쿡과 류칭

 

류촨즈 일가는 아버지의 자수성가, 총명한 딸의 승승장구로 중국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기업가 집안이 되었다. 류촨즈는 명예로운 은퇴를 하였고 회장 자리는 평생을 공헌한 양웬칭에게 물려주었다. 양웬칭 또한 자신의 인생을 불태운 기업을 경영하게 되었으니 충분히 명예로왔을 것이다. 그래서 세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나면 아름다운 동화 이야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류촨즈 일가의 이야기는 동화의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돌연 한 사람이 류촨즈와 양웬칭을 공개 저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바로 쓰마난(司马南)이라고 하는 중국의 평론가인데 이 사람은 좌파 사상으로 유명하고 민영 기업가들의 비리에 대한 반감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롄샹 그룹과 류촨즈에게 6개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쓰마난(司马南)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레노버의 성장 과정에 국유 자산에 큰 손실을 끼친 점
  • 임원 27명 중 외국인이 14명이나 되는 점
  • 회사 이익의 30% 이상을 경영진이 차지하는 점
  • 협력 업체에 1000억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점
  • 연구개발에 이익의 3%도 쓰지 않으면서 벤처 기업 IPO(科创版)를 신청한 점
  • 레노버의 국산 제품이라는 것이 그저 단순 조립 공장일뿐인 데다 가격은 외국 제품보다도 비싼 점

류촨즈나 양웬칭이 천문학적인 돈을 회사에서 가져간다는 소문은 익히 있었다. 쓰마난은 레노버의 모태인 중국과학원이 받는 배당보다도 훨씬 많은 돈을 양웬칭 개인 한 사람이 더 가져간다며 이래도 좋은 것인가 중국인들에게 묻고 있다. 이렇게 쓰마난은 중국 인민들의 감정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악덕 기업인들이 국가의 자산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여 치부를 하고 응당 국가와 인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자기 주머니에 넣어 사유화했다고 말이다. (관련링크)

이렇게 이야기하면 류촨즈나 양웬칭이 꽤나 억울하게 들리지만 사실 그간 류촨즈에 대한 비난과 나쁜 소문은 끊이지 않았었다. 말하자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땐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류촨즈는 쓰마난의 공개 저격에 반발하여 롄샹 그룹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항변하였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예전의 대자보 식으로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것, 특히 대상이 금력과 권력을 가진 인물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리고 대중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쓰마난의 공격이 있은 후 우후죽순 격으로 여기저기서 이런저런 인물들이 쓰마난을 지지하고 류촨즈를 비난하는 내용을 인터넷과 SNS 등에 올리고 있다. 이것은 자연발생적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정치 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국가 지도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SNS에 상에 글을 올리면 자동적으로 봉쇄가 되고 그 밖 유력 인사들에 대한 글을 올리면 곧바로 경고가 날아 들어온다.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 논쟁이 가능한 것은 당국이 방관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여기에 류촨즈를 비롯한 일부 재벌들의 모임인 타이산후이(태산회, 泰山会)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모임은 남방의 민간 재벌들의 모임 중의 가장 대표적인 모임이다. 마윈, 류촨즈, 부동산 재벌 홍룬(冯仑), 보건품 재벌 스위주(史玉柱) 등 1 세대 재벌들의 모임이며 특히 류촨즈의 딸인 류칭도 이 모임의 멤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이 인연으로 마윈이 호반 대학을 만들 때 류칭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 1세대 재벌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장쩌민 주석 그룹, 즉 상하이 방의 비호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시주석 그룹과 상하이 방이 서로 투쟁한 지 10년, 이제 상하이 방의 쇠락은 분명하게 보인다. 1993년에 창설된 타이산회도 이렇게 문제가 되자 2021년 1월 해산을 선포했다.

 

타이산후이(태산회, 泰山会)

 

류촨즈는 쓰마난의 공개 저격에 격분하여 그룹 직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사태는 이미 그에게 유리하게는 돌아가고 있지 않아 보인다. 쓰마난은 연이어 롄샹은 기술 회사가 아니라 고리대금업을 하는 회사라고 공격을 하였다. IT 회사라는 허울을 쓰고 있지만 내용은 소액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롄샹 지주 회사는 산하에 6개의 소액 금융 회사를 설립하였고 연도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그룹 이익의 57.55%를 차지하였고 2020년에는 좀 감소했지만 여전히 48.49%이다. 즉 본업이 무엇이냐는 질책을 받을 만한 것이다.

이 소액 금융이라는 사업은 중국에서는 매우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마윈이 상하이 포럼에서 소리를 높여 중국 정부를 비난한 것이 바로 이 소액 금융 때문이었다. 정부 당국은 금융의 시스템 성 위기를 예방하여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인터넷 회사들이 이런 금융 서비스를 하는 것은 불법임을 명시하였다. 이에 대해 마윈이 반발한 것이다. 마윈의 앤트 그룹은 알리바바 쇼핑몰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할부 구입이나 소액 대출 등을 해 주는 금융 서비스를 했는데 중국 정부가 정한 대로 자기 자본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을 ABS로 유동화한다든지 하는 각종 방법을 극단적으로 사용하여 국유 은행의 돈을 마치 자기 돈처럼 고객들에게 빌려준 것이다. 참여자들의 지분도 마윈과 일체 행동 협약을 맺어 마윈의 의사결정을 따르게 했다.

앤트 그룹이 문제가 생기면 마윈 개인이 받을 피해액은 340만 위안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앤트 그룹은 마윈이 통제하며 권리를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 이익은 대부분 국유 은행이 아닌 알리바바가 가지고 갔다. 이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그러므로 쓰마난이 류촨즈에게 롄샹이  IT 회사인가 아니면 금융 회사인가 라고 질책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당신은 마윈같이 국가의 재산을 가졌다고 사유화하여 인민들의 고혈을 등쳐 먹은 인간이다"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쓰마난은 그 외에도 미국의 IMB PC 부문 인수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대가를 롄샹의 지분으로 지불했다며 롄샹은 중국 기업이 아니라 미국 기업이다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 또한 중국 인민들의 민족 감정에 불을 지피는 수법이다. 또 창업 당시 류촨즈 등은 주식이 전혀 없었으나 사업 성공 이후 중국 과학원에게 지분을 요구, 중국 과학원이 35%의 지분을 창업자들에게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후 이런저런 기업 조직 개편과 증자, 인수 등을 거치면서 해당 회사에 대한 중국과학원의 지분을 30% 이내로 줄였고 결국은 전체 그룹 지분 중 중국과학원 지분은 10% 미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가의 재산을 날로 훔친 도둑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전형적인 중국의 정치 사건이다. 그리고 중국 인민들의 감정을 선동하는 방식은 건국 때부터 중국 공산당이 사용해온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쓰마난이 류촨즈를 공격하는 것이지만 이념적으로 볼 때는 전통 공산주의 회귀적 사고가 지난 수십 년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온 자본주의 지향의 기득권을 공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직접 화법으로 말한다면 시진핑 그룹이 상하이 방 및 그 잔여 세력들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왜 권력 투쟁을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상하이 방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칼로 두부 자르듯이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쩌민 주석 그룹이 실질적으로 중국은 30년에 가깝게 통치해 왔다. 중국에서 고위직에 있는 공직자나 사업가 중에 어느 누가 이들과 관계가 없었겠는가? 시진핑 주석 본인도 장쩌민 그룹과 가까웠기 때문에 주석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류촨즈의 롄샹은 1세대 중국 민족 기업이다. 이 시기에 권력과 금력이 서로 결탁한 것은 매우 초기 단계였다. 이 20세기부터의 권력과 금력의 인연을 모두 파헤치는 것은 세상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

아마도 그렇기에 이렇게 바람을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심의 동향을 살펴가며 이 불길은 타오르는 규모나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향하는 방향은 틀림없이 내년의 20대, 차기 지도부 인사를 둘러싼 권력 투쟁이다. 이 불길에 휩싸인 민간 기업가들은 두통이 지끈지끈할 것이다. 마윈, 마화텅 등 말이다.

그러나 처세를 잘하고 있는 기업가도 있다. 중국 최고의 유리 제조 업체의 오너 차오더왕(曹德旺)은 지난 5월 돌연히 사재를 털어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위치한 푸저우에 3천 ~5천 명 정도 학생을 수용하는 대학을 만들어 국가에 공헌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출연할 자금은 1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1조 8천억에 달한다. (관련링크)

그의 이런 행동은 샤먼 대학을 설립한 화교 천자겅(陈嘉庚)을 본받은 것이라고 한다. 천자겅은 1921년 본인의 전 재산을 털어 샤먼 대학을 설립했고 모두 국가에 헌납했다. 샤먼 대학은 중국 유수의 대학으로 자리 잡았고 천자겅은 중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차오더왕은 일찍이 마윈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중국에서 민간 기업가로 큰 부자가 되면 끝이 좋지 않다. 적당한 선에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이다. 마윈은 이 말을 좀 더 새겨 들었어야 했다. 금년 74세의 차오더왕은 판세를 읽은 것이다. 필자의 눈에는 너구리 같은 차오더왕이 마윈이나 마화텅처럼 중국 당국에게 끌려다니면서 이돈 저돈 뜯기는 것보다 본인이 통제할 수 있고 당국이 손대기 어려운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14살에 학교를 포기한 차오더왕이 대학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일생의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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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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