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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0편) : 후공정의 대세, 칩렛의 모든 것

|반도체를 레고처럼 만든다고?

안녕하세요 호돌이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전공정과 후공정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 시장과 서버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며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 폭증할 예정인데요, 근래 고성능 칩들에서 나타나는 중대한 변화를 여러 차례의 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그 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글이 되겠습니다.

<반도체 산업 쉽게 이해하기>를 비롯해 여러 산업 시리즈의 작성이 지속 늦어져 대단히 죄송합니다. 일부 글은 2년 반째 숙성중인데요,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 하여 어서 공유하겠습니다.

 

 

|지난 산업 시리즈 살펴보기

지금까지 작성했던 여타 산업 글들도 함께 링크를 걸어두니 함께 살펴보시면 산업 공부에 도움이 되어드리리라 생각합니다.

▼ 지난 포스팅: 반도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9편) : MCU란? (어보브반도체) (관련링크)

▼ 디스플레이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4편): LG디스플레이(034220)는 왜 바닥까지 내려오게 되었나? (관련링크)

▼ 2차전지 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3편): 노칭 공정에 레이저가 도입되면 수혜보는 기업들 (관련링크)

▼ 모바일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편): 스마트폰 부품주는 왜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되었을까? (관련링크)

▼ 음식료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 : 아셉틱에 대한 모든 것 (삼양패키징) (관련링크)

▼ 폐기물산업 (1편): 인선이엔티(060150)는 아무 쓰레기만 처리하는 업체가 아니랍니다 (관련링크)

▼ 은행산업을 쉽게 이해하자 (1편): 신한은행은 왜 상장되어 있지 않을까? (관련링크)

 

|유튜브 영상으로 살펴보기

산업 시리즈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영상 자료를 함께 살펴보시면 더욱 쉽게 이해가 가능하시리라 생각합니다.

▼ 칩렛 1부, 이 기술을 이해하면 앞으로 투자가 쉬워질겁니다

https://youtu.be/IkvIOfkmYdk

▼ 칩렛 2부, 인텔이 TSMC에 제조를 맡긴 진짜 이유

https://youtu.be/2W_cfQsaymk

▼ 칩렛 3부, 인텔과 AMD의 야망, AMD의 칩까지 뜯어보겠습니다

https://youtu.be/Ht2YEE7kju8

▼ 칩렛 4부, 칩렛의 장점

https://youtu.be/GR1DLlA4TJ0


※ 당부의 말씀

본 컨텐츠의 재생산, 특히 블로그에 내용을 요약해 재작성하시거나, 본인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 관련 내용을 서술하시거나, 기사 등으로 그대로 베껴가기 등 타 컨텐츠화를 하지 말아 주세요. 무엇보다 개인 공부라는 이유로 본인 블로그에 본 내용을 베껴가다시피 그대로 요약하는 글을 남기지 말아주시 바랍니다. 오직 링크 스크랩만 가능하니 스크랩 기능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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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렛을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반도체 칩 한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이 필요합니다.

제조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누어볼 수 있겠습니다. 이 중에서도 후공정에서의 최대 이슈는 칩렛이 되겠습니다. 칩렛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2019년부터 본격 상용 제품에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근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영역이고 또 많은 이슈가 생길 영역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추후 후공정에서의 다양한 기술들을 이야기할텐데요, 칩렛의 개념을 이해하면 후공정 산업이 훨씬 쉽게 이해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칩렛은 무엇인가? 잠시 재밌는 이야기를 해보죠.

여러분께서는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실겁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래 그림처럼 아주 많은 계란을 옮겨야 합니다 (버리고 가기 없습니다.. 이 많은 계란 다 그리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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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옮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들 계란을

1) 큰 박스에 모두 한 번에 담는 방법과

2) 작은 박스 여러개에 나누어 담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진정한 주식쟁이는 바로 다음 교훈을 떠올리겠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모두 담지 말라"

한 박스에 모두 담았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감이 잡히실겁니다. 이사 과정에서 계란 한개가 파손되어 다른 모든 계란까지 더러워질 수 있겠습니다. 또는, 깨진 계란으로 인해 또 다른 계란이 깨질지도 모릅니다. 결국 모든 계란들이 난장판이 될겁니다. 하지만 여러 박스에 나누어 담으면 혹여나 한 박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박스는 무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분산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디 투자 책에서 많이 봤을법한 이야기이죠?

 

칩렛도 이와 비슷합니다.

인텔이나 AMD는 고성능 칩을 만듭니다. 그리고 칩의 성능은 날로 좋아집니다. 그런데 칩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뜻은 계란의 개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과 흡사합니다. 칩 안에 만들어야 할 기능도 계속 늘어나고 칩 내부에 만들어 줄 구조물도 더욱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첨단공정의 비중도 함께 더욱 높아지게 되지요.

 

 

그런데 문제는 칩의 제조가 더욱 까다로워진다는 것입니다. 구조물도 많이 만들어야 하고 더욱 어려운 공정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칩의 크기를 더욱 크게 기워야 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즉, 더욱 많은 계란을 담기 위해 박스의 크기가 더욱 커지는 것과 같겠습니다. 여러 기능을 칩 하나에 모두 담아내려니 칩의 면적이 자꾸만 커지는 것입니다. 

 

 

이는 아주 심각한 사안입니다. 반도체 칩은 크기를 줄여야만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계란을 담을 박스의 크기가 커질수록 반드시 깨지는 계란이 하나 들어가 있을 확률이 높아지고, 이 경우 박스를 통째로 버려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칩의 면적도 늘어나, 구조물도 복잡해져, 더 어려운 공정이 필요해... 칩의 성능이 올라갈수록 제조 수율은 날로 날로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칩의 제조 단가는 더욱 올라가고 시장성은 떨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기업들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수율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자! 그리고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고성능 칩은 칩 내부에 여러 기능을 수행할 각각의 구역을 만들어주어야 해. 그런데 이들 구역들을 하나의 칩에 몽땅 만들지 말고 각각 따로따로 만들면 어떨까?'

즉, 계란을 꼭 한 박스에 몰아 넣지 말고 여러 박스에 나누어 담자는 것입니다. 칩에 들어가는 연산기능, 메모리기능, 전력 기능 등을 모두 하나의 칩에 몽땅 구현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대신 각각의 칩으로 따로 제조한 뒤 하나의 기판에 잘 이어붙여주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의 고성능 칩을 여러개로 쪼개어 각각 제조하는 기술을 칩렛이라고 부릅니다. 정확히는 칩렛은 chip과 let의 합성어로 칩 조각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요, 각각 쪼개어 만드는 개별 칩들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즉, 앞의 계란 예시에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작은 박스들을 뜻하는 단어죠. 그러나 보통 투자 관점에서 칩렛이라고 하면 이처럼 칩을 쪼개어 만든 뒤 잘 붙이는 방식까지 포괄적으로 의미합니다. 칩렛 기술은 하나의 칩을 여러 블럭으로 쪼개어 만든 뒤, 레고 블럭처럼 조립한다 하여 레고 같은 패키지(Lego-like package)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이와 같은 칩렛 방식을 채택하면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고, 가격경쟁력 확보도 용이하며, 더욱 고성능 칩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인텔이 TSMC에 3nm공정을 맡긴 이유?

인텔과 AMD는 CPU 시장의 강자입니다. 두 기업이 경쟁을 펼치며 성능이 좋은 CPU를 지속 출시해왔고, 이 덕분에 우리 컴퓨터 사양은 날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인텔에 대한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진 바 있습니다. 인텔은 2010년대 후반 들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제조 공정(10nm 공정)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인 AMD에게 시장점유율을 뺏기며 쓴맛을 봤었죠. 이러한 부진이 몇년 내내 지속되던 중에 2021년 들어 흥미로운 소식들이 나왔습니다. 인텔이 일부 차세대 칩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TSMC에 외주생산을 맡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2021년에 인텔이 TSMC에 일부 칩의 제조를 맡겼다는 기사가 대거 나왔었습니다.

▼ 2021.01.29 <인텔, 차세대 프로세서 내년 TSMC 3nm 공정에서 생산> (관련링크)

이 기사가 나온 직후 제게도 질문을 여럿 주셨습니다.

"인텔이 TSMC에 3nm 공정 칩 제조를 맡겼다는데, 이제 인텔의 제품들은 TSMC가 도맡아 만드는것인가요?"

이와 유사한 뉘앙스의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인텔이 CPU 제조 공정 모두를 TSMC에게 부탁한 것이 아닙니다. CPU 제조 공정 중 가장 핵심 제조 공정은 인텔이 직접 수행합니다. 이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CPU 일부 영역에 한하여 TSMC에 만들어달라고 외주를 준 것입니다. 아니, 근데 하나의 CPU를 어떻게 두개의 다른 기업이 따로따로 만드는가? 그 비결 또한 칩렛 구조에 있습니다.

 

인텔은 점유율을 뺏기며 겪은 시련을 만회하기 위하여 CPU 성능 향상에 몰두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인텔이 2023년에 출시하는 CPU는 기존 CPU와 차원이 다른 제품이 출시됩니다. 바로 경쟁사를 따라 칩렛 구조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인텔은 PC용 CPU는 14세대 CPU부터 칩렛을 도입합니다. 그리고 서버용 CPU는 사파이어래피즈부터 칩렛을 도입합니다. 사파이어래피즈는 추후 할 이야기가 많은 관계로 이번 글에서는 14세대 제품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흔히 CPU라고 하면 '컴퓨터의 머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녀석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시죠. 우리의 머리도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머리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대뇌, 소뇌, 간뇌 등 뇌의 역할에 따라 뇌가 여러 구역으로 나뉜다는 것을 잘 아실겁니다. 

 

CPU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하나의 칩인 것 같지만 실제로 칩 내부를 들여다보면 CPU의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각각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마치 대뇌가 따로, 소뇌가 따로 있는 것과 같지요. 

 

 

​그런데 인텔은 지금까지 이들 기능 구역을 하나의 칩으로 몽땅 한번에 만드는 방식을 취해왔습니다. 1개의 칩을 한번에 만들되, 칩 내부를 들여다 보면 기능에 따라 구역만 나눔으로써 칩 1개가 머리의 모든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즉, 계란을 한 박스에 모두 담아가며 칩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텔도 CPU를 만들 때 칩렛 구조를 도입합니다. 즉, 대뇌를 따로 만들고 소뇌를 따로 만든 뒤 하나의 기판에 이어 붙인다는 것입니다.

CPU 내부를 들여다보면 위 사진처럼 여러 구역으로 나뉘는데요, 이 중에는 그래픽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그래픽 구역이 있습니다. 흔히 GPU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이처럼 CPU 내부에는 일부 구역에 GPU 구역이 함께 만들어집니다. 인텔은 지금껏 이들 구역을 모두 한번에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GPU 구역을 별도의 칩으로 따로 만듭니다. 칩렛을 통해서 말이지요. 이에 따라 GPU 칩렛을 따로 제조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GPU 구역의 제조는 자사보다 TSMC의 제조 기술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텔이 직접 만들기보다는 TSMC에 제조를 맡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GPU 구역의 제조를 TSMC에 의뢰했던 것입니다. 

인텔은 TSMC의 3nm 공정을 눈여겨 봤습니다. 3nm 공정을 이용해 GPU 구역을 제조하기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TSMC의 3nm 공정이 아닌 5nm 공정을 이용하기로 전략을 선회했습니다. 그 배경이 정확히 알려진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TSMC의 3nm공정 수율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고 여타 고객사 물량을 감안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인텔이 받을 수 있는 물량이 제한적이거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아무튼 인텔의 14세대 CPU는 칩렛 구조를 갖습니다. 총 4개의 별개 칩(칩렛)이 하나의 기판 위에 붙어 있는 구조로 완성될 예정입니다. 인텔은 14세대 CPU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작년 2022년, 인텔은 13세대 CPU를 출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경쟁사 AMD의 CPU 대비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선방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추후 14세대부터는 본격 칩렛 경쟁까지 본격화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인텔은 자체 제조 공정을 가진 기업입니다. 그래서 칩렛 일부와 기판을 직접 제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경쟁사인 AMD는 제조 공장이 없는 기업입니다. 그래서 모든 칩렛과 기판까지 싹 외주 생산을 맡겨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사간 어떤 결과가 흘러나올지 주목 받을 예정입니다. 인텔은 일부 칩렛의 직접 제조를 통해 원가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식 및 부동산 분석 작업을 위해 사무실에 4대의 컴퓨터를 돌려왔습니다. 그런데 근래 분석할 내용이 많아지다보니 컴퓨터 1대를 더 구입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소위 증설이 필요했던 것이죠. 그런데 인텔이 출시할 칩렛 CPU의 성능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보니 '신제품이 나오면 살까?'란 생각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저 조차도 이처럼 칩렛 CPU에 대한 기대가 큰데, 시장에서도 2023년 CPU 대전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만약 양사가 출시하는 차세대 제품이 가격경쟁력도 뛰어나고 성능까지 모두 뛰어나다면 PC 교체수요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고, PC시장의 회복기조가 발생할 수 있겠으며 CPU 업체는 물론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 업황에도 긍정적일 것입니다.

|AMD의 칩렛은 어땠을까?

비록 인텔의 CPU를 사례로 들어 칩렛을 설명드렸습니다만, 사실 우리 컴퓨터에 쓰이는 칩렛 CPU는 AMD가 앞서 출시했습니다. AMD는 2019년에 Zen2라 불리는 설계방식을 이용하여 새로운 CPU를 출시했습니다. 이들 제품은 AMD의 3세대 CPU라 불립니다. 제품 이름도 숫자 3으로 시작하죠(Ryzen 3350 등). 이들 CPU의 특징이라면 지난 2세대 CPU와 달리 칩렛 구조를 적용하여 출시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AMD의 칩렛은 앞선 인텔의 칩렛과 사뭇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AMD는 지난 2010년대 후반까지 인텔과의 CPU 경쟁에서 지속 밀려고 존재감이 없는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부진을 극복하고자 AMD는 인텔을 무찌를 전략을 고안했습니다. 바로 CPU 안에 들어가는 코어의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 코어 수에서 인텔보다 앞서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CPU는 컴퓨터의 머리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머리 안에는 뇌가 1개 들어 있습니다만, 컴퓨터는 하나의 머리 안에 여러개의 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뇌를 여러개 만들어 더욱 똑똑한 CPU를 만드는 것이죠. 이처럼 뇌의 개수가 여러개인 CPU를 멀티 코어 CPU라 부르고, 뇌가 몇개인지에 따라 듀얼 코어(2개), 쿼드 코어(4개), 헥사(6개) 코어 등으로 달리 불립니다.  아무튼 AMD의 전략은 인텔보다 더욱 코어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자, 코어 수가 많은 CPU를 인텔보다 빠르게 출시하여 시장의 호응을 얻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AMD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존의 CPU 제조 방식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CPU 칩 안에 여러개의 코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들 코어를 모두 한번에 만드는 것이 다소 위험해 보였던 것입니다. 1개의 CPU에 4개의 코어를 만들었는데, 만약 칩 일부 영역에 불량이 생겨 1개의 코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칩을 통째로 폐기하거나 시장에 헐값에 팔아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향후 코어 수를 더욱 늘리는 과정에서 칩의 사이즈도 점점 커질 것인데, 이처럼 칩이 커지게 된다면 불량으로 인해 작동하지 않는 코어는 더욱 많아질 것이고, 32개, 64개의 코어가 모두 완벽히 작동하는 칩을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AMD는 더욱 효율적인 칩 생산 방식을 고민합니다. 바로 칩렛이었죠.

그리하여 2019년, AMD의 3세대 CPU가 칩렛 구조로 출시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커다란 PCB 기판 안에 작은 칩렛 2개와 큰 칩렛 1개가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작은 칩렛 2개는 사실상 같은 칩렛입니다. 두 칩렛은 CPU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각 칩렛당 8개의 코어가 들어 있습니다. 두개의 칩렛이 합하여 16코어로 동작하는 것이지요. 두 칩렛은 머리의 뇌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반해 큰 칩렛은 수많은 신호들이 오가는 통로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전문적으로는 I/O라 부릅니다. CPU 코어(작은 칩렛 2개)가 수많은 연산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데, 이러한 데이터 입출력 역할을 담당하는 칩렛입니다. 우리 머리로 따지자면 뇌 아래에 위치한 척수의 역할정도 되겠습니다. 척수는 우리 머리에서 수많은 신경을 연결해주는 통로의 역할을 담당하지요.

|AMD의 야망 vs 인텔의 야망

그런데 여기까지의 내용만 보면 '그렇구나'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앞선 인텔의 칩렛과 AMD의 칩렛을 살펴보면 두 칩렛은 사소한 차이가 있습니다.

 

AMD는 인텔에게 뒤쳐진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코어를 늘리는 전략을 채택했고, 이 과정에서 여러 코어를 따로 따로 칩렛으로 만드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즉, 칩렛을 도입한 근본적인 목적이 코어의 수를 늘리는 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AMD의 칩은 커다란 칩 하나 안에 지속적으로 칩렛의 수를 늘려 가며 칩 전체의 코어 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AMD는 이처럼 칩렛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코어의 수를 끌어 올리며 성능으로나 마케팅으로나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승리감에 도취되어 10년간 현실에 안주하던 인텔은 점차 점유율을 뺏기며 쓴맛을 봐야 했지요. 그러다보니 인텔 또한 AMD와 같이 칩렛 구조의 CPU를 출시하여 분위기 반전을 시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인텔은 AMD와 똑같은 구조의 칩렛 CPU를 만들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AMD를 따라 단순히 코어 수를 늘려가되 여러 코어를 칩렛으로 쪼개어 만든다면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AMD를 뒤따라간다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며, AMD가 확보한 특허도 피해야가 할 것입니다. 설계 특허와 제조 공정 특허 모두 피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텔은 더욱 공격적인 칩렛 구조를 고안합니다. AMD가 16개의 코어를 8개, 8개로 쪼개어 만드는 방식을 채택한 것과 달리, 인텔은 CPU의 코어를 쪼개지 않았습니다. 대신 CPU의 기능들을 쪼개어 만드는 전략을 채택한한 것입니다. 앞선 인텔의 CPU를 다시금 살펴보면 CPU 구역과 GPU 구역, 그리고 기타 기능 구역이 따로따로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AMD의 칩도 필요에 따라 기능별로 칩렛을 쪼개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몇개의 코어, 몇개의 코어를 따로따로 만드는 데에 보다 중점을 두는 것을 볼 수 있죠. 이에 반해 인텔은 기능별로 칩렛을 쪼개어 만드는 방식으로 차별화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화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칩렛을 '칩렛'이라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칩렛을 '타일'이라 부르는 마케팅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텔은 칩렛을 단순히 기능으로 쪼개는 데에서 나아가 칩렛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AMD와 인텔의 상세한 칩렛 전략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살펴봐야 할 내용이 너무나 많은 관계로 후속 시리즈에서 재차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선 칩렛의 기초에 대해 조금 더 살펴봅니다.

|칩렛의 또 다른 장점

위의 인텔 CPU 사례로 다시 돌아가봅니다. 가만히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인텔의 14세대 CPU는 4개의 칩렛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칩렛이 하나의 기판 위에 붙어 완성됩니다. 그 중 TSMC가 만들어줄 GPU 구역은 TSMC의 5nm 공정을 이용해 제조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CPU 구역은 인텔의 7nm 공정을 이용해 제조됩니다. 정확히는 'Intel 4'라 명명된 공정이 이용되지요.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인텔의 7nm 공정은 경쟁사의 4nm 공정과 동급의 위력을 갖습니다. 그래서 인텔은 자사의 공정명에 공정 노드와 상이한 숫자를 붙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인텔 공정 이름에 숨겨진 비밀 (Intel 7 vs Intel 4) (관련링크)

 

아무쪼록 인텔은 4개의 칩렛을 이어 붙여 CPU를 완성합니다. 그런데 이들 칩렛 중 일부 칩렛은 5nm 공정으로, 일부 칩렛은 7nm 공정으로 만들어어지는 것입니다. 즉, 칩렛마다 적용 공정도 다르고 심지어 메이커도 다른 것입니다. 여기서 칩렛의 장점을 또 하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밥을 차려 먹는데 반찬은 따뜻하고 밥만 식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밥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밥과 반찬이 모두 하나의 통에 담긴 일체형 도시락이라면 어떨까요? 밥만 식었다고 하여 밥만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가 없습니다. 밥과 반찬 모두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야 할 것입니다. 반도체 칩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에는 칩 하나를 만드는데 칩의 모든 구역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져야 했습니다. 첨단 공정이 불필요한 구역도 굳이 첨단  공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EUV면 EUV, 3nm면 3nm 등 모든 공정들을 거치며 칩이 찍혀 나왔죠. 그러다보니 칩 내부에 굳이 첨단공정이 필요하지 않은 구역도 모두 함께 첨단공정 장비 안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당연히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죠. 

가령 GPU 구역은 EUV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옆에 있는 CPU 구역이 EUV를 필요로 하면 억지로 EUV 장비에 들어가 했고, 모든 공정들을 거치며 괜한 공간 소비만 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칩렛 구조가 도입되면 5nm 공정이 필요한 칩렛만 5nm 관련 장비로 들어가면 됩니다. 10nm 공정만으로 충분한 칩렛은 10nm 공정까지만 진행하면 됩니다. 칩의 일부 구역이 불필요한 첨단 공정에 들어가 시간을 떼우는 비효율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EUV와 같은 첨단 장비의 생산 효율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텔처럼 EUV 장비 도입이 늦어 장비 보유 대수가 적은 기업도 종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EUV 칩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장비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칩렛의 뛰어난 장점입니다.

 

물론 칩렛 구조를 이용하면 칩렛들을 재차 붙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칩을 붙이는 공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제조 원가가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칩렛을 공정별로 따로 찍어내 제조 효율을 끌어 올려 제조 단가를 절약할 요인도 큰 것입니다. 이에 따라 칩을 잘만 설계하면 최대한 생산 단가를 줄이는 방향으로 칩을 찍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칩렛을 이용해서 만들면 칩의 일부 영역에 한해서만 고가 공정에 들어가면 되므로 고가 공정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특히 칩을 통째로 만들 때보다 칩렛으로 만들 때 칩의 면적이 훨씬 작아지므로 수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칩 설계가 더욱 용이해지므로 보다 공격적인 칩 설계가 가능해지며, 제조가 어려운 구역에 더욱 역량을 집중하여 칩의 성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는 중요한 그래프인데요, 4개의 선들이 오른쪽으로 갈수록 점점 수치가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칩의 면적이 커질수록 반드시 제조 수율이 떨어짐을 의미합니다. 수율 감소는 곧 제조 비용 증가를 의미하죠. 그런데 4개의 선들 중, 파란 선보다 초록 선이 더욱 숫자가 높게 유지되는걸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칩에 모든 기능을 구겨 넣어 단일 칩으로 만들 때보다, 칩을 쪼개어 만들어 칩렛구조로 만들 때 수율이 더욱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Y축은 수율을, X축은 칩의 면적을 의미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때 칩렛의 개수를 2개로 쪼갤 때보다 4개로 쪼개어 만들 때 수율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en.wikichip.org/wiki/chip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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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블럭처럼 칩을 호환하자

개인적으로 어릴적에 레고를 참 좋아했습니다. 기차부터 경찰서, 해양, 우주선 레고까지 정말 많은 레고들을 수집했었습니다. 초등학생때 까지만 해도 문구점에서 파는 레고를 싹쓸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은 레고를 수집하다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수많은 레고 박스들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여러 종류의 레고들이 하나의 박스에 섞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여러 레고 제품들을 가지고 놀다보면 레고들이 서로 섞이기 마련입니다. 경찰서를 만들어줄 레고 블럭들과 우주선을 만들 레고 블럭들이 한 박스 안에서 난잡하게 섞이면 말 그대로 레고 잡탕이 됩니다. 그러다보면 재밌는 일이 벌어집니다. 레고블럭으로 경찰서를 만드는데, 우주선용 블럭이 같이 섞여 들어와 경찰서가 이상한 색으로 완성됩니다. 흰색 기차가 빨간색, 파란색이 섞인 기차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칩렛의 장점을 또 하나 찾을 수 있습니다. 칩렛은 하나의 고성능 칩을  쪼개어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칩렛을 꼭 이번 고성능 칩에만 써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추후 또 다른 고성능 칩을 개발할 때 예전의 칩렛을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령, 인텔이 신형 CPU를 출시했는데, 4개의 칩렛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인텔이 그 다음 버전의 차세대 CPU를 개발할 때 기존에 만들어 둔 4개의 칩렛 중 일부를 재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즉, 14세대 CPU에 사용된 칩렛 중 일부를 15세대 신제품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CPU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텔이 서버용 CPU를 칩렛으로 구현했는데, 추후에 통신장비용 CPU를 출시할 필요가 생겼다면 어떨까요? 기존 서버용에 쓰이던 칩렛 일부를 그대로 통신장비용으로 가져다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서용 레고블록이 꼭 경찰서를 만들 때 뿐만이 아니라 기차를 만들 때 쓰일 수 있듯 말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구형 제품을 지속 사용하므로 제조 단가와 생산성을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제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작 칩 하나를 여러개로 쪼개었는데 참 많은 장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칩렛은 NASA에서도 쓰인다

흔히 고성능 칩이라고 하면 CPU가 먼저 언급되고 자연스레 AMD와 인텔이 먼저 언급됩니다만, 미국의 NASA도 칩렛 구조에 대해 깊은 고민을 거쳐왔습니다. 우주선에도 컴퓨터가 탑재됩니다. 하지만 이들 컴퓨터가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쓰인다는 점, 전력 소모가 극도로 적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우리가 흔히 쓰는 CPU가 사용될 수 없습니다. 

2010년대 들어 나사는 우주선에 탑재될 컴퓨터를 연구하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주에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최대한 컴퓨터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개의 칩을 최대한 잘 만드는 것'보다는 '여러 개의 칩을 따로 만들어 하나로 잘 합쳐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었죠. 이에 따라 NASA도 우주선에 탑재될 반도체 칩의 칩렛 구조화를 적극 연구해왔으며, 관련 논문과 성과를 여럿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기회가 되면 서술해보겠습니다.

|단순히 이어 붙인다고 칩렛이 아닙니다

이처럼 칩렛은 여러개의 칩을 하나의 기판에 이어 붙이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칩렛에 대해 종종 받는 오해가 있습니다. '단순히 칩을 여러개 이어 붙이면 무조건 칩렛이 된다'는 오해입니다.

그러나 칩렛을 만드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1개의 고성능 칩을 만드는데 수율이 너무 떨어지는 관계로 1개의 칩을 쪼개어 만드는 것이 칩렛입니다. 그렇다라고 하면 칩렛은 여러 개의 칩을 쪼개서 만들기는 하지만, 이들 칩이 모두 하나의 기판에 이어 붙어야만 비로소 완성된 1개의 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이들 여러개의 칩이 모두 붙어야 칩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서는 칩렛 이전부터 여러 칩을 이어 붙이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다만 1개의 고성능 칩을 쪼개어 만드는 것은 아니었고,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 없는 여러 칩들을 이어 붙여 더 큰 칩을 만드는 데에 목적이 있었죠. 이미 완성된 1번 칩과 또 완성된 2번 칩을 하나의 기판 위에 한번에 붙여 또다른 완성된 3번 칩으로 재탄생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각각의 완성된 칩을 이어붙이는 것은 칩렛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MCM(Multi Chip Module)이 있습니다. 

 

MCM은 각각의 완성된 칩들을 하나의 기판에 붙여 더욱 고성능의 칩으로 재탄생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들 개별 칩들은 굳이 여러개가 하나로 모이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잘 작동합니다. 각각 개별 칩들 레벨에서 고유의 기능을 작동할 수 있는 칩이므로 이 경우는 칩렛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즉, 단순히 여러 칩을 한데 모아 붙인 경우는 칩렛이 아닌, MCM이라 부릅니다.

실제로 칩렛 이전 시절에 출시된 AMD의 서버용 CPU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4개의 칩이 하나의 기판 위에 붙어 최종적으로 1개의 칩으로 완성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얼핏 보면 4개의 작은 칩들이 칩렛이라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각각의 칩은 칩렛이 아닙니다. 각각 칩들은 혼자서도 동작이 가능한 개별적으로 완성된 칩입니다. 즉, 4개가 붙어 있지 않고 1개만 있어도 개별 제품이 됩니다.

출처: TechPowe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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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의 제품 이름은 EPYC 7601입니다. 당시 AMD가 출시했던 제품 중 가장 고사양 제품이죠. CPU 역할을 하는 칩이 무려 4개나 붙어 더 고사양의 CPU가 되었습니다. 개별 칩은 각각 8코어로 구성된 CPU입니다. 8코어짜리 칩이 4개가 모였으니 위 사진의 칩은 최종적으로 32코어가 됩니다. 그런데 MCM은 4개의 칩 중 1개만 있어도 정상적인 CPU로 쓰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EPYC 7261이란 제품이 그렇습니다. 위 사진의 4개의 칩 중 3개를 제거하고 1개만 남기면 EPYC 7261이 됩니다. 즉, 8코어짜리 CPU인 것이죠.

물론 반도체 기술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칩렛과 MCM의 경계가 다소 모호해지는 영역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MCM과 칩렛은 구분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칩렛은 단순히 잘 이어 붙이자는 개념 뿐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고성능 칩을 잘 만들자, 수율을 끌어올리자, 가격경쟁력을 갖추자는 목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칩렛은 추후 상대적으로 고성능 칩이 요구되는 영역을 중심으로 지속 확대될 예정입니다.

|마치며

이 글이 재밌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디 흥미가 있으셨기를 바랍니다. 왜냐? 아직 칩렛에 대해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반도체 산업 글을 작성하니 글이 술술 내려갑니다. 그런데 탈고를 위해 다시 읽어보니 분량이 너무나 깁니다. 그래서 1/5 정도를 잘라 이번 10편으로 마치도록 하고, 나머지는 후속 시리즈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많은 분들께서 기다리시던 주제도 함께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

저의 최고 인기강의인 <반도체 산업 강의>도 함께 참고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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