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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저온 식각 장비의 도입? SiC링 업체들이 피해를 볼까? 정리해드립니다

세 가지 오해를 한번에 풀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호돌이입니다.

​​​티씨케이, 케이엔제이는 SiC링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습니다. 하나머티리얼즈도 이들 기업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기업에 우려스러운 이야기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와이스트릿 강의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인데요, 보내주시는 질문을 보니 도쿄일렉트론과 관련된 두 가지 이슈가 난잡하게 섞여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진짜 피해를 보는가? 정리해드립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살펴보기

이번 글은 시각 자료를 활발히 사용하기 위해 영상으로 함께 제작했습니다. 구독, 좋아요,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반도체 파츠 기업 무서운 악재 등장? 이 기업엔 되려 수혜가 될 수 있습니다 (극저온 식각의 모든 것)

 

|도쿄일렉트론이 새로운 장비를 선보입니다 그런데

세계 식각 장비 2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이 지난 달에 VLSI 심포지움에서 재밌는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차세대 식각 기술이라 불리는 극저온 식각 기술을 이용하여 놀라운 성과를 낸 것입니다. 도쿄일렉트론은 자체적으로 변형한 극저온 식각 공정을 이용해 400층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단번에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낸드플래시를 만들 때엔 식각 공정이 여러 차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들 공정의 난이도가 모두 똑같지 않습니다. 쉬운 식각도 있고 어려운 식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엔 유독 어려운 식각이 있는데요, 낸드플래시를 좁고 깊게 파내는 난이도 극악무도의 공정입니다. 이 공정을 현업에서는 흔히 HARC라 부릅니다. 엄밀히는 HARC가 다른 뜻을 가져 HARE가 맞을 법도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편의상 HARC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이 공정에 램 리서치의 장비가 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램 리서치는 해당 공정 내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독주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학술 발표를 살펴보면 도쿄일렉트론이 기존 램 리서치 장비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의 장비를 개발해 들고 나온 것 처럼 보입니다. 이에 따라 도쿄 일렉트론의 새로운 장비가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대체 극저온 식각이 뭔 기술이냐? 건식 식각 공정은 상온에서 또는 상온보다 저온에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요즘에는 어려운 식각일수록 저온 공정이 많이 도입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도쿄일렉트론이 발표한 극저온 식각 공정은 이름에서 보듯 더욱 낮은 온도인 영하 -100도 이하에서 식각공정을 진행합니다. 통상 -120도정도가 극저온 식각 온도입니다.

 

|시장의 오해

그런데 일각에서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극저온 식각 기술은 램 리서치를 압도할 기술임

2) 극저온 식각 장비가 도입되면 SiC링이 사용되지 않을 것임

3) 삼성전자가 곧 해당 장비를 이용하여 낸드플래시를 제조할 것임

​이는 실제로 제가 구독자 및 강의 수강자 분들로부터 직접 받은 질문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강의와 무관하게 질문을 주시기도 했는데요, 유튜브 영상이나 스터디모임 등에서 관련 소식이 빠르게 전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일까요? 제가 보기에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위 세 가지 이야기는 모두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현 시점의 정보만으로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1) 극저온 식각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학술 발표로 인해 극저온 식각이 크게 부각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난리법썩인 것이냐?

​​사실 극저온 식각 기술은 이미 수십년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알려지며 오랫 동안 연구되어 온 기술입니다. 논문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난 반도체 심화강의에서 잠시 언급한적도 있습니다. 근래 수년 들어 연구용 장비도 여럿 개발되어 반도체 기업들도 해당 공정을 활발히 개발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발표가 흥미를 끈 이유는 4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쉽게 제조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제목과 내용을 구성하여 큰 호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극저온 식각은 장비의 부속품이나 식각 소재 등을 달리하며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 도쿄일렉트론이 선보인 내용도 그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장비 내의 웨이퍼 영역의 구조를 일부 변경하고 변형된 식각 소재를 사용하여 식각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새로운 장비를 개발했거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 것이 아닙니다. 여러 공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정보다 나은 결과물이 나온 것이며, 이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흔히 보이는 성과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 공정을 바로 양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닙니다.

​​극저온 식각 기술은 도쿄일렉트론만 보유한 것이 아닙니다. 램 리서치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도 모두 공격적으로 준비해왔고 여러 논문도 발표했습니다. 다만 도쿄일렉트론이 램 리서치보다 관심을 끌기 위해 학술 결과를 공격적인 뉘앙스로 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도쿄일렉트론이 발표한 내용은 실제 장비화까지 아직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저 장비 내부 구조와 공정 변수를 이리 저리 변경해가며 실험한 결과에 불과하기에 실제 양산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월등히 많은 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아직 연구 단계의 결과를 공개했고 양산용 시제품이 완성된 것도 아닙니다. 

 

|(2) 극저온 식각이 도입되어도 SiC링이 유리합니다

티씨케이 는 지금껏 SiC링 사업에 주력해왔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습니다. "극저온 식각 장비가 도입되면 왜 SiC링이 필요 없게 되냐, 장비 구조가 바뀌냐"는 것입니다. 답변을 드리자면 이는 잘못된 질문입니다.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발표가 온라인상에 풀버전으로 공개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실험 조건, 장비 스펙 등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미 오래 연구 되어 온 극저온 식각 기술과 그 결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리는 비슷하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번 발표 내용을 상세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 유사 논문들을 참고해볼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시도된 극저온 식각 기술은 여전히 문제가 있습니다. Si링을 사용하면 양산에서 불리한 점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왜냐? 식각을 하면 낸드플래시만 식각되는 것이 아니라, 식각 장비의 핵심 부속품인 Si링이 같이 식각됩니다. 그런데 대개의 식각 공정에서는 Si 링이 식각되어도 무방합니다. Si링이 망가지면 새걸로 바꾸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낸드플래시의 HARC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왜냐? 공정 시간이 무려 1시간이 넘기 때문입니다. 공정이 너무나 오래 걸리다보니 공정 중에도 Si링의 부식이 너무 심하게 진행되고, 이로 인해 식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수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수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 쓰는 부속품이 SiC링입니다. SiC링도 Si링처럼 부식이 일어나지만 공정 시간을 버티기엔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극저온식각 연구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Si링이 같이 부식되기는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해외 저널 업체들이 불펌에 극도로 예민하여 데이터를 옮겨 오지 못한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여러 논문을 살펴봐도 여러 식각 조건에서 Si링도 계속 부식됩니다. 그래서 식각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율이 확 떨어집니다. 낸드플래시만 깎아야 하는데 Si링도 같이 깎이니 골치가 아픕니다. 낸드플래시와 Si링이 함께 식각되는 경향은 온도와 무관하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상온에서나 극저온에서나 함께 깍여서 문제가 되든지 아니면 함께 깎이지 않아서 문제가 되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들만 보면 여전히 SiC가 유리한 경향이 나타납니다. 다만 극저온 식각에서 꼭 SiC가 쓰이리란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SiC가 쓰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입니다. 즉, 이도 저도 가능하기에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미래에 등장할 장비가 정확히 어떤 스펙을 가질지, 그에 더욱 적합한 링이 무엇일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껏 연구 자료를 보면 기존의 식각 공정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경향은 나타나기에 여전히 SiC가 우위에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두드러지는 차이가 있다면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발표를 보면 기존 낸드플래시보다 무려 50% 이상 깊은 깊이를 30분만에 식각해냈습니다. 이 점은 두드러지는 특징입니다. 공정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SiC 대신 Si링이 쓰일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질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공정 시간을 단축해도 여전히 30분이 넘게 걸립니다. 보통의 식각 공정과 차원이 다른 긴 시간입니다. 게다가 실제 추후 양산 장비가 개발될 시엔 30분보다 더욱 오래 걸릴 여지가 큽니다. 그러니 여전히 SiC가 유리한 경향은 유지됩니다. 

​​물론 어떤 링이 쓰일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입니다.

참고로 SiC는 별거 없습니다. 스테인리스 냄비를 사면 처음 설거지 할 때 연마제가 묻어나오지요? 그게 SiC입니다. 발암물질이니 꼭 열심히 닦아 쓰세요. 새로 산 냄비를 바로 요리에 써먹으면 SiC 연마제가 발암물질로 작용합니다.

 

|(3) 조만간 삼성전자가 이 장비를 도입한다고?

그런데 일부 구독자께 더욱 충격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번 도쿄일렉트론의 기술은 상용화를 코앞에 둔 기술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도쿄일렉트론은 극저온 식각을 삼성전자와 함께 테스트했고, 삼성전자로부터 매우 큰 호응을 받아냈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도쿄일렉트론은 장비를 완성하여 삼성전자의 10세대 낸드플래시부터 공급할 것이라 합니다. 삼성전자의 10세대 낸드플래시는 2026년 즈음 시판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도쿄일렉트론이 선보인 기술은 2024년부터 삼성전자 공장으로 반입이 시작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도쿄일렉트론이 얼마 전에 새로운 장비를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비는 극저온 식각과 별개의 장비입니다. 이름하여 하이브리드 식각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퀄테스트와 양산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 알려졌습니다. 

​이 장비가 구체적으로 낸드플래시 제조 공정 중 어떤 공정에 사용될지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보면 HARC 공정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도쿄일렉트론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램 리서치에 승기를 내어주며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장비 개발에 매달려 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하이브리드 식각 장비입니다. 그리고 램 리서치의 점유율을 뺏어올 무기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도쿄일렉트론의 새 장비를 충분히 높게 평가하였고, 빠르면 10세대 낸드플래시부터 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10세대 낸드플래시는 2026년부터 시장에 나올 예정이므로 장비는 2024년 말부터 반입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장비는 극저온 식각과 무관합니다. 전혀 별개의 이슈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극저온 식각이 곧 도입된다는 이야기는 잘못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나중에 상용화 될 장비보다 지금 이미 나와 있는 하이브리드 식각 장비가 더욱 중요합니다. 일부 구독자께서 극저온 식각이 곧 도입될 것처럼 말씀 주신 이유는 새 장비 이슈와 극저온 식각 이슈가 동시에 터져 헷깔리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새로 나온 하이브리드 장비는 SiC 링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 장비가 사용된다고 하여 SiC링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아주 점이 있습니다. 만약 도쿄일렉트론의 하이브리드 장비가 큰 호응을 받아 정말정말 잘 팔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HARC 공정에 장비를 대거 공급하게 되면 어떤일이 생길까요? 피해기업과 수혜기업이 생깁니다.

​​일전에 티씨케이와 하나머티리얼즈에 대한 이야기를 푼 적이 있었습니다. 두 기업은 경쟁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왜냐? 두 기업의 고객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티씨케이와 하나머티리얼즈의 경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램 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의 경쟁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관련링크)

 

하나머티리얼즈는 도쿄일렉트론에 공급합니다. 그에 반해 램 리서치향 물량은 티씨케이가 잡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도쿄일렉트론이 하이브리드 장비로 승기를 잡으며 램 리서치의 점유율을 뺏어오게 되고, 결과는 뻔합니다. 티씨케이는 공급 물량이 줄어들 여지가 생기는 반면, 하나머티리얼즈는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깁니다. 따라서 이번 이슈들에서 Si냐 SiC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티씨케이냐 하나머티리얼즈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SiC는 계속 갑니다. 두 기업 모두 SiC로 승부를 볼 것입니다.

​​램 리서치는 최강자이고 자연스레 티씨케이도 이를 따라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해 왔습니다. 왕좌의 자리가 오래 가면 좋겠지만 반란도 심한 법이지요. 추후 램 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이 정확히 장비를 얼마나 공급하게 될지는 현 시점에서 불확실합니다. 다만 램 리서치와 티씨케이는 점유율이 워낙 높아 빼앗길 여지는 큰 반면 도쿄일렉트론은 넓혀갈 여지가 더욱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또한 두고 봐야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도쿄일렉트론이 램 리서치의 자리를 뺏어오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하나머티리얼즈가 더 유리한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겠습니다. 반면 도쿄일렉트론이 하이브리드 장비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주가가 떨어져 있는 티씨케이가 더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극저온 식각 이슈가 나왔다고 하여 SiC링 업체들을 부정적으로 보실 이유는 없겠습니다. 다만 도쿄일렉트론의 반등이냐 램리서치의 선방이냐. 이 점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추가 질문을 주시면 또 글과 영상으로 보답드리겠습니다 :)

 

저의 책도 참고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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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dolry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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