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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에 9960억원이나 받아 어디 썼나요? I 현대엘리베이터 행동주의 분석

지배구조 개편으로 한숨 돌린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 핵심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가 기관투자자로부터 공격받기 시작했습니다. KCGI의 새로운 자산운용사가 현대엘리베이터의 자본 배치 정책을 걸고 넘어졌죠. <넘버스>에서 KCGI의 요구는 무엇인지 해석하고, 동시에 현대엘리베이터를 투자 관점에서 조망해보려 합니다.

????당신에게 들려줄 이야기

· 현대엘리베이터와 승강기 산업 : 바텀업·탑다운 분석

· KCGI의 요구 : 현대엘리베이터 자본 배치 상황 체크

· 9960억원 받아서 어디 썼을까? : 현대엘리베이터 증자 상황 리뷰

· 현대엘리베이터 밸류에이션 체크 ( vs. 코네·쉰들러·오티스 )

 

새로운 주주 행동주의 소식이 또 나왔습니다. 이번엔 범현대가에 속한 현대그룹의 핵심 회사 ‘현대엘리베이터’입니다.

 

 

|KCGI의 새로운 타깃 ‘현대엘리베이터’

‘재벌계 신화’ 고(故) 정주영 회장이 창업한 곳이 현대그룹이죠. 현재는 정주영 회장 5남인 고(故) 정몽헌 회장의 뒤를 이어 그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 현정은 회장은 낯이 익을 수 있습니다. 북한 관련 이벤트가 있을 때 뉴스에 자주 등장했거든요. 최근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서 현대그룹과 북한의 연결 고리는 약해졌고, 그의 대외 노출도 줄긴 했습니다.

 

북한 사업 관련 '최고 테마주'로 꼽히지만, 남북 관계가 안 좋은 최근 북한으로부터 '뺀찌'를 먹었습니다...(출처=구글 뉴스 갈무리)

 

그리고 현대엘리베이터 주주 행동주의에 나선 주체는

 

네. 또 ‘KCGI’입니다.

 

정확히는 최근 KCGI에 인수된 KCGI자산운용(구 메리츠자산운용)이고요. 지난 8월 23일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 서한과 주주제안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KCGI자산운용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제안 자료 갈무리)

이 제안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상 문제를 지적하는 여러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주주 행동주의인 만큼 투자 관점에서 고민해볼 만한 내용도 확인되죠.

 

KCGI 측 지적대로 현대엘리베이터가 그간 경영을 잘하지 못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 회사와 산업을 바텀업·탑다운 형태로 살펴보려 합니다. 그런 배경지식에 기초해 KCGI의 논리를 분석해 볼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승강기 산업은 플레이어가 적고 실적이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분야의 거의 독보적 위치에 있죠. 이 회사와 산업이 투자 관점에서 궁금하신 분들께 이번 콘텐츠는 도움이 될 듯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승강기 산업 – 1.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이유

 

현대엘리베이터의 본업은 승강기 제조와 설치, 유지보수입니다. 아마 고층 빌딩 승강기나 무빙워크,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종종 현대그룹 마크를 자주 보셨을 겁니다.

 

승강기엔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도 포함됩니다. (출처=현대엘리베이터 홈페이지)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에서 승강기 분야의 가장 큰 업체죠. 공시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2022년 승강기 신규·교체로 총 1만8000여대를 설치했습니다. 같은 해 전체 승강기 설치 대수(4만6090대·한국승강기안전공단 기준) 가운데 39.1%로 1위입니다.

 

(출처=현대엘리베이터 2022년 사업보고서/한국승강기안전공단)

특히 신규 설치는 16년 연속으로 해외 업체들을 제쳤는데요. 이처럼 높은 국내점유율의 배경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①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

 : 현대엘리베이터는 2020년 1분당 1260미터를 가는 승강기로 세계 최고 속도를 기록했고요. 수직으로 2개 엘리베이터를 연결하는 ‘더블 데크’ 방식, 인공지능과 스마트 빌딩에 도입되는 기술 등을 개발했습니다. 기술적으론 세계적 업체들고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편이라 하고요.

 

② 재벌가로서 국내 시장 장악력

 : 다만 높은 점유율에는 ‘현대’라는 이름표의 영향이 더 커 보입니다. 범현대가의 적통에 속하는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면서, 동시에 승강기 자체 생산라인을 갖춘 국내 유일의 기업이니까요.

당장 계열회사와 범현대가에서 생기는 승강기 실적도 상당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요 포트폴리오엔 범현대가로의 수주가 다수 보입니다.(출처=현대엘리베이터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의 후광에 힘입어 내수시장을 잘 잡은 현대엘리베이터입니다. 높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매년 조 단위 실적을 내고 있죠. 다음 파트에선 이 내용을 함께 확인해봅시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승강기 산업 - 2. 실적

|: 원가 상승의 ‘내상’ 회복하는 중

 

현대엘리베이터의 2022년 결산 IR 자료에 기초해 승강기 부문 실적을 나눠보면요.

 

(현대엘리베이터 2022년 4분기 IR 자료 갈무리)

완전 자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를 포함한 매출이 2022년 기준 1조7042억원입니다. 매출 비중으로는 ‘승강기 신규 설치’ 62.1%, ‘리모델링’ 17.0%, 그리고 유지보수에 해당하는 ‘서비스’ 19.9%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매출은 올랐지만 이익률은 떨어지는 추세를 드러냈습니다.

 

<2020~2022년 현대엘리베이터 매출·영업이익률>

·매출 : 1조5020억원 → 1조5763억원 

→ 1조7042억원 (2000억원↑)

·영업이익률 : 9.4% → 7.8% → 4.6% (4.8%p ↓)

 

이익률 감소는 원가 상승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가이드 레일이나 철판, 주물, 와이어로프 등 주요 자재 가격이 2020년 이후 줄곧 오른 게 확인되죠.

 

현대엘리베이터는 2020년부터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현대엘리베이터 2022년 4분기 IR 자료 갈무리)

현대엘리베이터는 IR자료에서 “수주 산업 특성상 통상적으로 수주 1년 후부터 매출·수익이 인식됨에 따라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당사 영업이익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말합니다.

쉽게 말해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원가 상승을 그해 수주 당시엔 판가 인상으로 대응하지 못했단 뜻입니다. 올해는 판가를 올린 만큼 실적이 개선될 거라 밝혔는데, 실제로 그런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보면요.

 

<2023년 상반기 현대엘리베이터 매출·영업이익률>

· 매출 : 1조2187억원 (YoY 26.8%↑)

· 영업이익률 : 3.0% (YoY 흑자 전환)

 

2022년 상반기 적자 상황을 1년 만에 타개했네요. 최근 4분기 영업이익률도 2%에서 3%까지 올라온 만큼, 지난해 나빠졌던 수익성을 올해 회복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승강기 산업 - 3. 한국이 ‘세계 승강기 시장 3위’라고?!

현대엘리베이터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라지만, 한 해 실적이 2조원에 달할 정도인가 싶은데요.

 

여기엔 한국이 세계 3위의

승강기 시장이란 배경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인구 순위 28위고 전 세계 인구 대비로는 0.65%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세계 3번째 승강기 시장이라는 게 의외죠. 실은 ‘신규 설치 기준’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출처=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승강기 산업의 기술동향과 산업전망’ 갈무리)

관련해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2019년 발표한 ‘승강기 산업의 기술동향과 산업전망’ 자료에 따르면, 세계 승강기 시장은 신규 설치 기준으로 1위 중국, 2위 인도라 합니다. 두 나라 모두 인구가 10억 명을 넘으니 당연하고요. 특히 중국은 한해 신규 승강기의 40%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인구 5000만 명인 우리나라가 3위인 건 ‘서울 중심의 밀집된 도시 환경’ 때문​인 듯합니다. 관련해 자료 속 맨트를 보면요.

 

"승강기는 주거생활(공동주택) 및 고층건물의 필수 설비로 현대생활과 밀접하며, 리사이클(제조→설치→유지→리모델링)산업으로 정기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을 형성"

"인구 밀집화, 도시화의 사회 환경변화로 건물 고층화, 주거공간의 복합화 등으로 국내 승강기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승강기 산업의 기술동향과 산업전망’ 갈무리

 

서울과 수도권 거주 인구가 많아 인구 밀도가 높고, 업무 지구를 중심으로 중고층 빌딩이 많이 들어섰죠. 여기에 주요 주거 수단이 아파트다 보니 승강기 수요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실제로 과거 기사에 따르면, 서울은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에서 18위(950만 명)지만 인구 밀도에서는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최상위권입니다.

 

과거 데이터이긴 하나, 서울의 인구 밀도는 뉴욕의 8배, 도쿄의 3배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습니다.(출처=한겨레/국토연구원)

작은 도시에 인구가 다수 모여있고, 여느 곳보다 도시화도 잘 돼 있고 고층 빌딩도 많아 승강기 시장이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어 보입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승강기 산업 - 4. 한 번 설치하면 꾸준히 돈 된다

승강기 산업에서 잊지 말아야 할 또 한 가지 특징은요.

 

한 번 설치하면 유지보수까지 이어지니

실적이 꾸준히 생기는 구조입니다.

 

아직 신규 설치 대비 매출은 적지만, 승강기 유지보수 시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게 점점 중요한 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2022년 4분기 IR 자료 갈무리)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매해 승강기 신규 설치 대수가 크게 늘지 못합니다, 반면 유상보수 대수는 2020~2022년 사이 매해 7000~8000대씩 늘고 있죠.

기존 노후화된 건물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용적률·건폐율이 높은 빌딩이 채운다면 자연스럽게 신규 승강기 설치도 늘고 유지관리 시장도 커질 겁니다. 또 과거 1~2기 신도시의 노후화도 진행됨에 따라 관련한 유지관리 수요도 늘고 있죠.

현대엘리베이터도 이에 따라 서비스 사업에서 안정적 현금수입이 창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9년 이후로 서비스 사업은 매출 기준 연평균 5%대 성장률을 기록했고요.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20%대에 달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 2022년 4분기 IR 자료 갈무리)

냉정히 말해 승강기 산업에서 신규 설치 시장 성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유지관리 수요가 꾸준히 늘 수 있다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실적과 이익률을 꾸준히 끌어올릴 수 있어 보입니다.

 

이제 KCGI자산운용이 낸 주주제안을 살펴볼 시간입니다. 현정은 회장에 대한 지적이나 대북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 등도 있지만, 저희는 좀 더 투자 사이드에 치중해 보려 합니다.

KCGI의 주장대로 경영상 문제가 실재한다면, 주주 행동주의를 통해 그 문제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겠죠. 다만 그런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면 KCGI 측의 행동주의 속 의도를 의심해볼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제목에 던진, 주주가 준 9960억원의 ‘떡밥’도 뒷부분에서 회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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