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 금융위기의 시작일까 기회일까? :은행주 투자 찬성 vs 반대 의견"
SUMMARY
- 과거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 금융위기 우려 속 은행주 투자를 바라보는 '찬성 vs 반대' 입장
- SVB 사태의 여파는 현재 진행 중으로 섣부른 결론보다 주의가 필요
또다시 시작된 금융위기의 전조 3월 들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더 이상 금리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40년 역사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40시간 만에 파산하면서 전 세계는 또 다시 금융위기가 시작되는 게 아닌가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약 2주 사이에 추가로 몇 개의 은행이 더 파산했고, 스위스의 2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16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UBS에 인수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전 세계 은행들의 주가는 하루에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당사자인 미국 소형은행들은 갑자기 반 토막씩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백조 원의 돈이 공중분해되었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가 미국 은행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국 금리가 내려갈 때가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빅뉴스가 나오는 이때, '은행을 사야 한다 vs 사지 말아야 한다'라는 두 의견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장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SVB의 파산은 새로운 금융위기의 시작일지, 오히려 투자의 기회가 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죠.
과거를 돌아보자 2008년 리먼사태도 ‘금융’ 위기였습니다. 우리는 과거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때도 하루아침에 금융위기가 오지는 않았습니다. 2004년부터 투자자산은 빠른 속도로 가치를 올리며, 미국의 주택 가격은 2006년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버블로 인해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자, 은행은 신용이 낮은 대출자(서브프라임, Subprime)에게 주택담보대출(모기지, Mortage)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에서 과거 미국의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는 투자 은행 중에 채권 및 모기지 관련 투자가 가장 많았습니다.
© R.J Matson / politicalcartoons.com
은행들은 부동산의 ‘현재 가치’만 믿고, 저신용자에게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집값의 100%를 대출해 주더라도 집값이 오른다면 담보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은행들은 이른바 ‘묻지마 대출’을 계속해서 진행했습니다.
높은 레버리지를 이용하여 비우량 자산(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는데 200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순식간에 손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2008년 9월 10일, 한국의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마자 하루 만에 주가는 45% 폭락하고, 5일 뒤인 15일에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본격적인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던 것이죠.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여전히 기네스북에 올라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는데요. 무려 6,700억 달러(약 750조 원) 규모로 아직까지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최근 일련의 사태와 많은 부분이 겹쳐 있습니다.
과거와 유사한 지금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에는 은행들이 왜 무리하게 대출을 해주었는가만 기준으로 살펴봅시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니, 무분별한 대출이 실행되었습니다. ‘많은 대출 = 더 많은 수익’이라는 탐욕이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킨 거죠.
이번 SVB사태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특정 자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입니다. SVB는 스타트업의 은행이라고 불릴 만큼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많은 투자 자금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인 자금으로 미국 국채, 그것도 장기채에 투자했죠. 미국이 망하지만 않는다면 절대로 손해가 볼 수 없는 미국 장기채에 투자했는데 왜 망하게 된 것일까요?
바로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일단 SVB도 서브프라임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저신용 상태인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자산 가치가 떨어지거나, 금리가 올라가거나 금융이 불안하면 대형 기업보다 소형기업에 먼저 문제가 생깁니다. 스타트업들은 돈이 없으니, 은행에 맡겼던 예금이라도 찾아야 했고 은행이 가진 현금은 빠르게 소진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죠. 금리가 오르면서 국채 가격이 폭락했던 겁니다.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해는 보지 않는데, 당장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SVB도 현금이 필요하니 18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보면서도 국채를 매각했습니다. SVB가 손실을 공개하면서 유상증자를 발표하자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순식간에 뱅크런 사태가 벌어지고 파산하기까지는 이틀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리먼브라더스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믿음으로 무리한 대출을 했다면, SVB는 국채의 안전성에 대한 믿음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 연쇄적으로 다른 은행들이 파산하면서 스위스 2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까지 위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UBS가 인수를 결정하면서 일단 사태는 조금 진정된 상황입니다.
한국의 산업은행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했다면, 과거가 아주 조금은 바뀌었을까요? 이후 리먼브라더스의 자산은 일본의 노무라증권(아시아, 유럽 자산)과 영국의 바클라스 캐피털(북미 자산)에 인수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노무라증권은 크게 손해를 보고, 바클라스는 1년 만에 30억 달러의 이익을 보면서 유럽 최대 금융 중 하나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리먼브라더스의 부채가 600조 원을 넘었다고 하니, 작은 나라 한국에서는 너무 무리한 투자로 국가가 통째로 흔들리는 리스크가 있었을 겁니다.
이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 봅시다. 지금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 은행을 투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의견은 어떻게 갈릴까요?
다수는 투자 반대 의견 아직 위기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투자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되었다고 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서 은행의 이자수익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지만, 연체 문제가 발생하여 작은 은행들부터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죠.
거기다 금리가 올라가면서 저신용자들의 연체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 부실채권이 발생하고, 이전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더라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면서 예상 수익이 낮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죠.
이미 작년 4분기만 해도 미국의 가계부채는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고물가·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의 잔액이 급증했기 때문인데요. 작년 4분기 미국 가계부채는 16.9조 달러로 2020년 코로나19 초기와 비교하면 2.8조 원이나 더 증가한 상태입니다. 신용카드 잔액도 늘어나고, 가계대출의 연체가 높아지면서 또다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 불안감이 있죠.
나이별 총부채 현황 © 뉴욕연방준비은행
또 망하지는 않더라도 주가 폭락에 대한 위험도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이 망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위기 직전의 최고점을 여전히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 구글 파이낸스
5대 은행 중, JP모건(JPM), 웰스파고(WFC), 모건스탠리(MS)는 과거 전고점을 돌파했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씨티그룹(C)은 여전히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잘못 물리면 10년 이상 간다라는 게 은행주를 보고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저평가” 투자 찬성 의견 은행의 저평가 상황에 따라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생각은 비슷합니다. ‘대형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라는 것이죠.
실제로 SVB는 중소형 은행으로 사실 미국 정부의 관리 범위에서 애매하게 벗어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리먼사태 이후 미국은 도드-프랭크법 제정으로 은행의 건전성 관리를 강화했습니다. 또한 2018년 EGRRCPA(경제성장, 규제완화 및 소비자보호를 위한 법률)가 제정되어 규제 기준이 변경됐죠. SVB는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폭의 수혜를 받는 은행 중 하나였습니다. 자산규모 2,500억 달러 이하의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에 비해 완화된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을 적용받게 됐기 때문이죠. 그래서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었으나 이 과정에 무리한 투자가 동반되었던 겁니다.
*도드-프랭크법(Dodd-Frank)
: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2010년 7월 제정한 금융개혁법
* EGRRCPA
: Economic Growth, Regulatory Relief, and Consumer Protection Act
반대로 말하면 대형 은행들은 여전히 규제를 받으면서 높은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을 적용받고 있었다는 건데요. 더 이상의 파산이 없도록 여러 가지 이슈에 대응하게 대손충당금도 큰 폭으로 올랐죠.
뱅크런 사태로 SVB에서 인출된 현금은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미국의 5대 은행으로 예치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대형 은행에 대한 투자 찬성 의견이 나옵니다.
거기다 미국 정부에서 절대로 대형 은행이 망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죠. SVB와는 비교가 안 되는 투자 자금을 가진 대형 은행이 하나라도 무너지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을 0.5%에서 0.25% 또는 동결로 전망하는 비중이 절대다수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3월 22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만 인상하면서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으로 한 박자 쉬어가는 느낌입니다.
국내 시중은행은 어떨까? 국내 은행에 대한 의견도 갈립니다. 미국처럼 초대형 은행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에겐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가 있죠?
- 투자 찬성파
SVB 등 미국의 중소형 은행과 국내 4대 금융의 사업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한국 내 은행들은 수신대비 여신 비율이 높으며, 전체 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미만에 그칩니다.
또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올랐습니다. 부동산 대출도 DSR/DTI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안전자금을 보장한 상태로 진행했습니다. 부동산 폭락으로 경매건수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거기에 대출해 준 국내 시중은행의 손해는 아주 미비할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받을 수 있으나, 이미 주가는 바닥권으로 높은 벨류에이션과 배당수익률을 감안하면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 투자 반대파
전 세계적인 여파는 어쩔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해외에서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의 자금은 빠져나갈 것이고, 은행의 펀더멘탈과 관계없이 수급이 악화되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VB 사태 직후 3월 한 달간 KRX은행지수는 1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거기다 레고랜드에서 시작한 부동산 PF이슈도 있으니, 여전히 위험부담이 높다는 것이죠. 안 그래도 관치금융과 이자수익 비판으로 주주환원이 위축된 상황에서 굳이 지금 투자할 시기는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또한 이번 SVB사태로 금융감독원은 국내 시중은행에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더 늘리라고 지시했습니다. 대출 연체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불안한 점도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 보도자료(3월 22일)
아직은 현재진행형 이번 사태의 결론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나비효과로 몇 년 뒤에 금융위기가 발생할지, 일단 조용히 진정될지 말이죠. 왜냐면 이번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SVB 파산 여파로 많은 이들이 손해를 보았습니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SVB, CS, SB 등에 약 2800억 원을 투자해 손해를 본 상태라고 합니다. 작년에 한국에 방한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 국립은행도 CS에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해서 대부분을 잃었다고 하죠.
저는 이럴수록 과거를 돌아보고, 위대한 투자의 대가들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은 웰스파고를 팔았지만, 여전히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을 보유 중입니다. 레이 달리오는 이번 사태로 향후 2년 내에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이번 사건은 단기 부채 사이클에서 버블이 붕괴된 아주 전통적인 이벤트라고 했습니다.
이번 일은 은행의 파산(리먼브라더스와 SVB)이라는 점에서 시작은 비슷합니다만, 그 끝은 어떻게 될까요? 향후 진행 경과에 따라 위기에 투자하거나, 발 빠르게 자금을 뺄 수 있도록 주의하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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