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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비자의 변화, 해외 브랜드의 몰락

Summary

- 최근 한국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의 중국 내 매출이 전반적으로 감소

- 이는 중국 내 ‘애국소비’가 트렌드가 되면서 자국 브랜드 선호도가 증가했기 때문

- 중국 의존도가 컸던 한국 화장품 업계는 유럽·미국·중동 시장으로 확장 중

- 중국에 투자할 경우 중국 시장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 iStock

 

중국 소비 트렌드 변화 심상치 않다 중국에서 해외 브랜드의 고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LG생활건강의 ‘후’가 중국 상반기 최대 할인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매출 상위 4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 618 쇼핑축제

중국 내 쇼핑 플랫폼 2위인 장동닷컴이 개최하는 상반기 중국의 최대 할인 행사로, 알리바바를 비롯한 대부분 쇼핑몰이 참여하여 화장품 업계의 상반기 대목으로 꼽힘

 

알리바바 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티몰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스킨케어 매출 상위 순위 40위권에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 LG생활건강은 ‘후’ 브랜드를 앞세워 로레알(프랑스), SK II(일본)에 이은 6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입니다.

 

2022년 상위 매출 1~10위 © 티몰

 

국내 화장품만 중국 내 매출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벌 신발 브랜드 나이키도 코로나19 유행 및 중국 공급망 혼란이 계속되면서 중화권 매출이 약 20%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런 소식이 나오면서 나이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7% 하락, 시가총액 110억 달러 감소).

 

 

물론 코로나19와 공급망 이슈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나이키 매출은 북미에서도 일부 감소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중국 비중이 워낙 컸다는 게 문제죠.

 

© 나이키 8-K 보고서 (2022.06.)

 

나이키의 최근 1분기 실적을 보면, 전년도와 비교할 때 신발류(-1.38억$), 의류(-2.22억$), 장비(-0.12억$) 등 중화권 내 총 감소 금액만 -3.72억$입니다. 1분기 중국에서만 줄어든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4,000억 원 수준이니 이대로 지속된다면 올해 중국 내 매출 감소는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기존의 유럽·한국 브랜드에서 자국 브랜드로 소비 대상을 변화하고 있습니다. Front Office Sports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말 기준 1년 동안 중국 내 자국 브랜드 매출은 17% 증가한 반면, 외국 브랜드의 매출은 24% 감소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는 특정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중국이 성장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중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조심해야 할 때가 온 것이죠.

 

대안 모색 나선 K-뷰티 중국 시장에 해외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던 국내 뷰티업계는 최근 유럽·미국·중동 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중국 진출로 성공했던 K-뷰티 관련 종목들의 하락폭이 코스피와 비교할 때 상당히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코스피가 30% 하락하는 동안 (물론 이것도 엄청나게 큰 폭의 하락입니다.) LG생활건강은 -60.65%, 아모레퍼시픽은 -47.38%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매년 성장하던 해외 매출에 제동이 걸린 탓이 큽니다. LG생활건강의 전체 연결 매출액 중, 해외 매출 비중은 2017년 18.1%, 2018년 21.4%, 2019년 27.3%, 2020년 33.3%로 매년 증가했습니다. 한때 ‘국내 최고의 성장주’라는 별명이 있었던 것처럼 10년간 쉬지 않고 주가는 상승했습니다. 특히 중국 매출 비중은 훨씬 더 컸습니다. 2017년 대비 중국 내 매출액은 약 3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6.5%까지 확대됐습니다.

 

 

2021년에는 LG 생활건강의 면세점 매출 비중이 전체의 41%를 차지했고, 그중 ‘후’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66%였습니다. 특정 브랜드의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컸던 상황에서 최근의 브랜드 순위 변화는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매출 줄어들게 한 원인 ‘궈차오’ 중국 내 토종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중국인들이 자국 브랜드를 애국심으로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 큽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궈차오()라는 애국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국산 브랜드 선호도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궈차오는 중국을 뜻하는 ‘궈(國)’와 유행, 트렌드를 뜻하는 ‘차오(潮)’의 합성어로 중국인들의 애국소비성향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특이한 것은 애국으로 무장한 세대가 1990~2000년대 등 Z세대를 중심으로 커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중국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중국을 최고의 나라로 생각하며 해외 브랜드보다 자국 브랜드를 더 선호하게 된 거죠.

 

© 서울경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화장품 상위 20개 기업 중 중국기업은 6개 사에서 8개 사로 증가했고, 의류 시장에서는 상위 10개 기업 중 6개가 중국기업이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은 중국의 애국주의가 단기간에 끝날 유행이 아니라는 예상을 하게 만듭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지난 10년간 타국가 대비 압도적이었고, 이제 미국을 넘어서 세계 1위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죠.

국가가 성장하는 시기를 경험한 이들은 누구나 ‘우리나라가 최고다’라는 인식을 가질 확률이 큽니다. 우리도 8, 90년대 고도성장기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본도 버블 시기를 경험한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의 애국심에 대한 차이가 상당히 큰 걸 보면 이는 특별한 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슈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국의 예를 들어봅시다.

 

 

일명 ‘코끼리 밥솥’ 기억하는 분들 계신가요? 1970년대 밥솥의 상징은 일본 조지루시사의 코끼리표 밥솥이었습니다.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오면 꼭 밥솥 하나를 사 온다는 유행이 있을 정도로 전기밥솥의 표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요?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전기밥솥이 생산되면서 쿠쿠와 쿠첸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더 이상 코끼리 밥솥을 구경하기도 어렵습니다.

현재 조지루시(7965, TYO)의 시가총액은 986억 엔(약 1조 원)으로 쿠쿠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 나지 않습니다. (쿠쿠홀딩스 5,600억 원 / 쿠쿠홈시스 6,400억 원)

 

눈여겨볼 만한 궈차오 관련주 중국 스포츠웨어 업체인 리닝(李寧)의 2021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6%나 상승했습니다. 또한, 안타(安踏)의 작년 매출액은 500억 위안(약 10조 원)으로 전년 대비 39% 올랐는데, 중국 시장점유율 16.2%를 차지하게 되면서 1위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항상 해외 브랜드인 아디다스가 1위였는데, 이제는 중국에서 중국 브랜드가 힘을 쓰게 된 것이죠.

 

 

현재 이들 브랜드는 인기 톱스타들을 내세우면서 인지도를 급속도로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코끼리 밥솥이 어느 순간 쿠쿠로 대체됐던 것처럼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갑자기 안타로 대체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인기는 없습니다 1990년 맥도날드는 러시아에 진출했습니다. 이는 냉전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했지만, 반대로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합류한다는 상징이기도 했죠.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맥도날드를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했습니다. 맥도날드가 러시아로부터 철수한 날은 3월 14일입니다. 과연 이날을 기점으로 러시아에서 햄버거가 사라졌을까요?

 

 

러시아에서는 맥도날드 짝퉁인 ‘바냐아저씨(Дядя Ваня)’가 등장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년 안에 모스크바의 250개 맥도날드 매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해외 브랜드가 사라지면 반대로 자국 브랜드에는 (지적재산권과는 별개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이 기회의 땅이었던 시절은 이제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K-브랜드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1980년대 홍콩 영화도, 1990년대 일본 만화의 인기도 사그라들었던 것처럼, 현재의 K-브랜드 인기도 언제든 끝날 수 있습니다.

언젠가 동남아에서 중국 브랜드가 고급 브랜드로 인기를 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매출 비중이 큰 국내 브랜드는 계속해서 실적이 하락하고, 반대로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실적은 급속도로 커질 것입니다. 만약 중국에 투자하실 생각이라면 중국 시장 트렌드를 계속해서 주시하면서 성장하는 브랜드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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