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물적분할? 현대백화점의 사례
Summary
- 꾸준히 논란이 되는 국내 대기업들의 인적·물적분할
- 인적분할 발표하자 추락한 현대백화점의 주가
-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손해일 수 있기 때문에 분할에 신중해야 할 필요성
최근 1년간 기업 분할과 관련된 공시가 정말 많았습니다. 크게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부터 SK스퀘어의 인적분할, 카카오계열사의 쪼개기 상장 등의 공시가 있었습니다. IPO를 통한 잠깐의 시세차익을 노린 사람들에게는 재미가 있었겠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씁쓸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9월 16일, 현대백화점이 인적분할을 발표했습니다. 분할 후 재상장일은 내년 4월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뉴스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각 분할 방법 간 차이와 현대백화점의 분할 내용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다양한 기업분할, 무슨 차이일까? 우선 용어가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분할’이라는 단어는 쪼개다의 의미이니 개념적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1개를 2개로 쪼갠다(분할한다)라는 건 알겠는데, 인적·물적이라는 건 무슨 차이일까요?
ⓛ 인적분할(人的分割, Spin-Off)
한자어를 뜯어봐야 개념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사람 인(人)을 써서 사람을 기준으로 나눈다는 뜻입니다. 전체 100주로 구성된 A라는 기업을 A-1(40%), A-2(60%)로 쪼갠다고 가정합시다. 기업의 규모는 그대로로 가져가기 때문에 A-1이 40주, A-2가 60주인 기업으로 분할시키는 방법입니다. 영어로는 스핀 오프(Spin-Off)라는 단어를 씁니다.
주가 변동을 무시한다면 인적분할로 인한 합산 시가총액의 변동은 없습니다. (A-1 + A-2 = A)
예) 이번 현대백화점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SK스퀘어도 인적분할한 기업입니다. 또한 작년 초에는 대림산업이 DL과 DL이앤씨라는 2개의 기업으로 분할하기도 했습니다.
② 물적분할(物的分割, Split-Off)
영어로는 Split-Off라지만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습니다. 미국에는 물적분할 사례가 거의 없으니까요. 한자로 물건 물(物)을 써서 물건(기업)을 기준으로 나누는 방식입니다. 기존 회사가 분할되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상장시키는 것인데요.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신규 상장회사를 수직적으로 관리하면서 상장을 통해 자금까지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는 지분구조로 인한 이득보다 주가가치 희석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 작년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가장 큰 예시입니다. 기존 LG화학 주주들 입장에서는 핵심사업인 배터리 분야가 LG화학에서 떨어져 나가며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③ 액면분할(額面分割)
테슬라가 많이 했던 액면분할도 있습니다. 기업을 2개로 나누는 건 아니고, 주식만 분할하는 방식입니다. 1주당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아무래도 거래하기 부담되죠? 만약 1주를 10주로 쪼개버리면(분할하면), 1주당 가격이 10분의 1로 줄어들게 됩니다.
국내에서도 이른바 황제주(1주당 가격이 100만 원이 넘는 종목)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소액투자자 입장에서 1주당 1~10만 원 정도면 나눠서 살 수 있는걸, 100만 원이 되어버리면 투자금액에 따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때 액면분할을 하면 거래량도 늘고 사람들의 관심도 받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성장주가 많이 이용합니다.
예) 2022년 테슬라(3대1)뿐만 아니라, 아마존(20대1), 알파벳(20대1), 쇼피파이(10대1) 등 유명 미국 기업들이 액면분할을 진행했습니다.
④ 액면병합(額面倂合)
반대로 액면병합(額面倂合)은 주식 가격이 너무 낮은 경우, 1주당 가격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주식을 1개로 병합 시키는 작업입니다. 주식의 유통물량이 줄어들면서 주가가 오르는 효과도 어느 정도 있습니다.(일종의 품절 효과)
예) 중국 인터넷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 ‘CWEB’는 10주를 1주로 바꿔주는 액면병합을 실시했습니다. 한때 100달러를 넘었던 주가가 5달러 수준으로 80% 폭락한 직후, 액면병합을 실시해 1주당 50달러 선으로 변경되었죠.
인적분할로 장밋빛 미래 꿈꾸다 9월 16일, 현대백화점은 존속법인인 주식회사 현대백화점과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에 대한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합니다. 금요일 발표 직후, 주말 간 장외거래가 정지되고 곧바로 인적분할을 포함한 장래 경영계획안이 공개됐습니다.
© DART
공시를 보면 인적분할 목적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 및 기업 가치 제고’라고 합니다. 분할과 관련된 IR자료를 살펴볼까요?
© 현대백화점 IR자료
보고서명은 (주)현대백화점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분할의 개요, 구조, 운영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지분구조는 다른 기업에 비하면 상당히 심플합니다. 대기업 중에서 자회사 수도 많지 않고, 이름 그대로 백화점, 면세점을 주력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자회사 중 ‘한무쇼핑’이 성장하면서 자회사의 기업가치가 현대백화점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분할을 통해 백화점과 한무쇼핑을 확실히 분리하며, 총괄 지주회사 개념으로 ‘홀딩스’를 운영하겠다는 겁니다. 현대백화점을 별도 법인으로 만들어 기존 사업 강화와 신규 사업 확장을 분리하여 힘쓰겠다는 것이죠. 기존의 현대백화점은 존속법인으로 백화점 사업 부문을 운영하고, 신설법인인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투자 사업 부문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현재 분할 비율은 현대백화점:현대백화점홀딩스가 약 77:23으로 만약 100주를 보유하고 계시다면 기존 현대백화점 주식은 77주로 줄어들면서 신규 홀딩스 주식을 23주 받게 됩니다.
이번 발표는 분할의 첫 단계입니다. 인적분할은 내부 이사회에서 결정된 내용으로 아직 주주총회 투표 전이죠. 물론 대주주 지분율이 36%(정지선 17.09%, 현대그린푸드 12.05%, 현대A&I 4.31%, 정몽근 2.63%)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12.11%)이 인적분할을 반대하더라도, 극적인 반전이 없으면 무난하게 주주총회에서 분할 승인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년 2월로, 약 2달간의 회계 처리를 포함한 분할 과정을 거쳐 내년 4월 10일 2개 기업이 각각 상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주가에 비하면 상당히 저평가(PBR 0.31) 되어있습니다. 당장 부채를 제외한 자본만 4조 원이 넘는데 시가총액은 1.35조 원 수준에 그칩니다. 이번 분할은 어디까지나 비율대로 나누는 인적분할 방식이기 때문에 분할 후의 존속법인과 신설법인도 상장일까지는 이런 저평가 상태가 유지될 전망입니다.
갑자기 왜? 잿빛 가득했던 시장 반응 장미빛 미래의 발표 내용과 달리 현대백화점을 향한 시장 반응은 싸늘합니다. 안 그래도 주가가 1년 내내 하락세였는데 이번 발표 직후인 월요일 주가는 2,300원 하락한 -3.80%를 기록합니다. 특히 기관·외국인 모두 대규모로 매도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다음날 외국인은 매수세 전환) 발표 직후 증권사별로 이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대부분 ‘갑자기 왜?’라는 반응입니다.
© 네이버 금융
현대백화점의 자회사 한무쇼핑은 기존 재무상황이 너무 우량해서 작년 이익잉여금만 1.6조 원가량 되는데, 이것만으로도 현대백화점의 시가총액을 넘어섭니다.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현대백화점은 알지만 ‘한무쇼핑’이라는 기업은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과 한국무역협회의 합작법인으로 현대백화점 무역 센터, 킨텍스, 목동과 김포아울렛, 남양주아울렛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적분할로 한무쇼핑이 사업회사에서 분리된다는 것은 백화점 사업부의 분할을 의미합니다. 안 그래도 낮은 가치 평가가 더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결국 대부분의 증권사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인적분할 발표 직후 목표주가를 크게 하향하기도 했습니다. (유안타증권 12만 원 → 9만 원)
© 유안타 증권
신중히 두드려야 할 기업분할 인적·물적분할 모두 제각각 이유는 있습니다. 다만 이미 주식회사로 시장에 상장된 형태라면 분할은 신중해야 합니다. 대주주 입장에서 이득을 본다는 생각으로 물적분할을 즐겨 한다지만 이는 분명히 대중의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충분합니다.
계속되는 카카오그룹의 쪼개기 상장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그룹을 안 좋게 보게 되었나요?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손해를 보고, LG그룹에 대한 이미지도 바뀐 걸까요? 생각해 보면 분할은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손해일 수 있습니다.
현재 현대백화점 주가는 10년 이상 하락세입니다. 코로나 최저점(52,600원)을 제외한다면 현재 주가는 2006년 수준으로, 무려 15년 이상 횡보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하지만 주가는 그와 반대입니다. 미국 주요 백화점인 메이시스(M)도 PBR 1.3수준인 걸 비교한다면, 현대백화점 PBR 0.3이라는 수치는 얼마나 시장 평가가 냉정한지 알게 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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