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학물질 PFAS, 글로벌 화학회사 수난시대
SUMMARY
-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화학물질 PFAS에 대한 유럽의 사용 제한 논의 시작
- 그뿐만 아니라 미국,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PFAS 규제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됨
- PFAS를 생산하는 화학 제조사들의 주가는 최저, 대체제 개발하는 기업에 주목
© istock
저번 시간에 이어 계속해서 유럽의 규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최근 유럽에서 워낙 다양한 규제법안을 발표하고 이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라 새로운 동향에 신경을 쓸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일명 ‘영원히 분해되지 않는 화학물질’인 PFA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FAS, 이게 뭐지? ‘피파스’ 또는 ‘PFAS’ 그대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어로는 과불화화합물(Per-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라고도 하지만, PFAS(피파스)로 통일시켜서 부르는 추세입니다.
과거 1940년대부터 개발되어 산업 전반에서 사용되는 물질 중 하나로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을 막는 특성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항공 우주 및 방위, 자동차, 항공, 식품 접촉 재료, 직물, 가죽 및 의류, 건설 및 가정용품, 전자, 소방, 식품 가공 및 의료용품 등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대부분 산업에서 조금씩 사용되고 있는 물질입니다.
이렇게 많은 곳에서 쓰이는 PFAS가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아서 잔류성 · 축적성이 높아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한 물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번 규제 왜 중요할까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전 세계에서 유해한 화학물질들을 관리하고 있고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큰 물질은 사용 자체를 금지하는 제한사항 또한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새로운 PFAS 규제에 주목해야 할까요?
이번 PFAS규제를 발표한 유럽화학청(ECHA)에서는 이미 제한 물질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럽 화학물질관리제도인 REACH*에서 제한(Restriction)하고 있는 물질은 현재 총 71종입니다.
*REACH: 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의 약자로 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허가, 제한에 관한 법률
© ECHA
새로운 규제에 포함되는 PFAS 물질은 그 종류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스톡홀롬 협약*에 따르면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이 있는데 이 종류가 무려 10,000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스톡홀롬 협약: 30종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의 생산 및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2004년 발효)
수십만 종의 화학물질 중에서 ‘고작’ 71종만 제한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포함되는 PFAS물질은 1만 종이 넘을 수 있다고 하니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PFAS 일정은? 올해 2월 유럽 5개국(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에서 PFAS물질이 고잔류성 기준을 초과한다면서 전면적인 사용 제한을 유럽화학물질청인 ECHA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이후 ECHA에서는 이를 검토하여 9월 말까지 전 세계에서 의견수렴을 받고 있습니다.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있다 보니 의견을 제시하는 기업, 단체, 개인이 꽤 많습니다. 7월 말까지 벌써 600개가 넘는 단체에서 각각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 ECHA, 의견수렴 개요
9월까지 의견을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아직은 규제법안의 초안도 발표되지 않은 상태로 모든 의견을 받은 뒤 실제로 규제가 시행되려면 앞으로 몇 년이나 남은 상황입니다.
현재 발표된 최종 제안문서(Proposal)의 원문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이후 올해 12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위해성평가위원회(RAC) 및 사회경제성평가위원회(SEAC)의 검토를 통해 ‘초안’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국내외 기업의 PFAS 대응 화학업계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기업들은 이번 유럽의 규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특이한 건 취합한 의견서 중 70% 이상이 독일/일본에서 발표되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화학업계의 선두주자는 미국, 독일, 일본입니다.
한국은 7월 상반기까지 단 1개 기업(회사명 비공개)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서 의견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삼성/엘지 등 주요 대기업도 정부 주도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취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 유럽
PFAS를 생산 및 사용하는 주요 화학기업 14개는 FPP4EU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FPP4EU(FluoroProducts and PFAS for Europe)는 Cefic(유럽화학산업위원회) 부문 그룹으로 유럽 내에 PFAS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학기업들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3M, 바스프, 듀폰(Dupont), 엑손모빌 등의 기업들이 속해 있습니다. 앞으로 이 기업들은 FPP4EU를 통해 계속해서 이해관계자들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 한국
©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6월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PFAS사용제한과 관련하여 업계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현재 동향과 대체물질 개발 현황이 공유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일정은 분석보고서 제공, 협회 차원의 공동 대응을 위한 수요조사, 기업 맞춤 컨설팅 지원 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규제 초안이 발표되고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있겠지만 국내 기업들도 PFAS의 대체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군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제환경규제기업지원센터의 분석보고서는 링크에서 원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관련링크)
다른 나라도 PFAS를 규제? 이전에 유럽에서 무언가 새로운 규제를 시행하면 다른 나라도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도 단계적 규제 시행을 준비 중입니다.
- 미국
미국 환경보호국도 주별로 다양한 규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반적인 로드맵은 환경보호청(EPA)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PA 홈페이지)
(캘리포니아) 2023년 1월부터 식품 포장재, 조리기구, 화장품 등에 들어가는 PFAS물질을 규제합니다. 예를 들어 앞으로 2025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는 PFAS가 포함된 화장품을 제조, 판매, 전달, 보관, 판매 모두 불가능합니다.
(뉴욕) 이미 2022년 12월부터 PFAS물질이 의도적으로 식품 포장지에 포함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 중국
중국 생태환경부는 새로운 오염물질 관리 실행(新污染物治理行动方案(征求意见稿))의 초안을 발표하고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PFOS, PFOA의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시행합니다.
오염관리물질시행계획에는 총 3가지 오염물질 등급이 포함됩니다.
- 내분비 교란 물질 및 항생제
-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에 의해 규제되는 물질 (PFAS 등)
- 유해대기오염물질목록(有毒有害大气污染物名录) 및 유해수질오염물질목록(有毒有害水污染物名录)에 등재된 물질로서 기존의 관리 조치로는 위험을 억제할 수 없는 물질
PFAS 영향을 받는 기업은? 규제가 새롭게 등장하면 수혜를 받는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누가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는가? 가 주요 관건이 될 겁니다.
반대로 영향을 받는 기업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화학 대기업 중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기업은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미국의 3M입니다.
- 3M (MMM)
화학물질의 규제가 심화되면서 화학기업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3M은 수질오염과 관련된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PFAS로 인한 수질오염의 주목으로 3M이 지목되면서 얼마 전에도 미국 수자원관리업체와 103억 달러(약 12조원)라는 엄청난 금액의 비용을 지급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이 외에도 3M은 수십 건 이상의 관련 소송에 직면해 있으며 공공수도시스템에서 PFAS의 오염을 처리하고 테스트하는 자금을 13년간 제공할 예정입니다.
© 구글파이낸스
3M은 이미 작년 12월 2025년까지 PFAS생산을 완전히 중단할 것으로 발표한 상태입니다. PFAS로 인해 파생되는 연간 매출이 약 13억 달러로 추산되는 가운데 대체물질 생산의 성공 여부에 따라 주가 상승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하는 상황입니다. 이미 10년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으니 미국 다우존스 수익과 비교해도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상태입니다.
· 시가총액: 576억 달러 (약 73조 원)
· PER/PBR: 8.56 / 3.76
· 배당수익률: 5.75%
- 바스프 (BASF, BAS)
독일의 바스프는 세계 최대 화학제조사 중 하나로 독일, 프랑스, 인도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유로뉴스(euronews)에 따르면 바스프의 Ludwigshafen 공장에서 PFAS를 생산하고 있으며 유럽의 화학물질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많은 로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3M과 마찬가지로 주가는 계속 하락 중입니다. 이미 2010년대 가격까지 내려가면서 배당수익률이 무려 7%대까지 높아져버린 상태입니다.
실적이 좋아서 배당률이 올라간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가가 내려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태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 시가총액: 423억 유로 (약60조원)
· PER/PBR: 10.01 / 1.4
· 배당수익률: 7.20%
INSIGHT 유럽연합은 PFAS규제에 대해 2024년 평가의견을 결정하고 빠르면 2026년부터 제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유예기간이 18개월 이상으로 예상되기는 합니다.
반드시 생산/또는 사용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손절’해야만 하는데 대체제를 찾기까지 많은 시간/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도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서 PFAS의 대체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미래에 큰 수혜를 입게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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