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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by 주식쇼퍼

실체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

SUMMARY

한국경제가 힘든 상황 속 코스피 상장사 중 23%가 적자 기업

미래 성장을 위한 적자가 아니라면 좀비 기업일 수 있음

- 실체가 존재하고 돈을 벌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 큰 손해 볼 수도

 

© istock

 

성장주와 가치주,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주식 투자에 정답은 없고 결국 어떤 종목에 투자하든 수익을 낸 사람이 정답일 테니 말이죠.

오늘은 종목을 고를 때 고민해 보셨으면 하는 점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실체가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입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배당주, 가치주 위주로 투자하는 안정 지향성 투자성향이라는 걸 감안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업의 두 가지 조건 우선 첫 번째로 실체가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기업은 당연히 존재하고 세계 어딘가에 회사 본사가 자리 잡고 있으며 대표님, 회장님도 있습니다.

여기서 ‘실체가 있다’는 뜻은 1. 기업이 정말로 돈을 벌고 있는가? 2. 홍보하는 것처럼 제품이 실존하는가? 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주식시장에 상장된 수 천개의 기업 중에서 생각보다 많은 수가 돈을 못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현재 대한민국 기업들의 적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데이터로 확인해 봅니다.

 

© 한국거래소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들의 실적 현황을 보면 전체의 23.74%인 약 140개의 기업이 적자 상태입니다. 결국 코스피 상장사들 4개 중 1개는 상반기에 마이너스 수익이라는 겁니다.

이 중에서 계속해서 적자가 지속된 기업은 66개, 이번에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80개로 상당히 힘든 한 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인 대형 기업들도 이런데 중소기업은 어떨까요?

 

© 우리금융연구소

 

올해 7월 우리금융 연구소에서 발표한 ’23.1분기 중소규모 기업 실적 동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는 중소기업들의 실적을 정리한 자료가 있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675개의 비금융 상장 중소규모(연평균 매출 1천억 원 이하) 기업의 합산 매출액은 8.3조 원, 영업이익은 -2,79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걸 평균으로 나눠보면 기업별로 매출액 123억 원 / 영업이익은 -4.1억 원이 나옵니다. 몇몇 기업이 적자가 나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 합계가 마이너스라는 건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한 겁니다.

 

놀라운 좀비기업 현황 혹시 좀비기업이라는 단어를 들어 보셨나요?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들을 일명 좀비기업이라고 부릅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부채 이자만 겨우 갚고 있는 거죠.

얼마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작년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 전체의 42.3%로 집계되었습니다. 총 19만 8,145개의 기업이 좀비기업 수준이라는 겁니다.

 

© 한국은행

 

열심히 일했는데 버티기 힘든 경우라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로 돈을 벌지 않으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아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메꾸고 있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어차피 문제가 될 거면 빨리 터져야 앞으로 미래가 있습니다.

 

적자라고 실체가 없을까? 적자라고 해서 다 안 좋은 건 아닙니다. 간혹 희망이 현실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 처음부터 흑자가 된다면 오히려 이상하죠? 지금 당장 돈을 벌기보다 미래에 대박을 꿈꾸며 투자를 받아 사업을 확장하는 수많은 꿈나무 기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우리 모두가 잘 아는 한국의 쿠팡과 미국의 테슬라가 있습니다.

 

  • 쿠팡

사우디의 오일머니와 소프트뱅크 손정희 회장의 합작 비전펀드가 계속해서 투자해 준 덕분에 쿠팡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쿠팡은 매번 수조 원씩의 역대급 적자를 갱신하면서 ‘계획된 적자’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저 표현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는 코웃음을 쳤을 겁니다. (물론 저도 포함입니다.)

 

© 쿠팡 IR자료

 

그러다 작년 3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후에는 지속해서 실적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올해 1분기에도 여전히 흑자인 상황에서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16% 나 증가했습니다.

쿠팡의 주가는 2021년 상장 시기의 $48달러와 비교해 보면 여전히 한참 하락한 상태입니다.

 

© 구글 파이낸스

 

  • 테슬라

테슬라도 원래는 만년 적자기업이었습니다. 2020년 4분기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을 발표했었죠.

2006년 전기차 판매를 시작한 이후 무려 14년 후 흑자전환에 성공한 겁니다. 테슬라는 2020년에 49만 9,550대를 판매하면서 당시 일론 머스크가 목표로 했던 ‘50만 대 판매’를 사실상 성공시켰습니다.

한때 파산 가능성이 높았던 테슬라는 이후 눈부신 주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부터는 하락세가 보이지만 이건 고금리 시대에 대부분 비슷한 상황으로 여전히 2020년 1월과 비교하면 8배 가까이 오른 상태입니다.

이렇듯 적자였지만 흑자로 전환한 쿠팡과 테슬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실체가 있는 기업’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매일 로켓맨을 우리 눈으로 볼 수 있었고, 테슬라는 연간 50만 대의 실물 전기차를 판매했습니다.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실체가 있었던 겁니다.

 

실체가 없는 기업의 대표적 사례 그럼 반대로 실체가 없는 기업은 어떨까요?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 루보 사태

주식투자를 10년 넘게 했다면 과거 루보 사태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사건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베어링을 생산하는 루보라는 작은 중소기업이 있었습니다. 2006년 3분기 매출액은 54억 원, 영업이익은 -2.2억 원으로 1주당 주가는 1,185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주가조작에 연루되면서 1년 만에 주가는 51,400원까지 올랐습니다. 시가총액 5,200억 원까지 올랐던 루보의 사진과 상장폐지 되기까지의 주가가 아직도 인터넷에서 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주가가 50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 개미들이 이 불구덩이로 뛰어들었습니다. 이 기업의 실체를 한 번이라도 찾아봤다면 작전주라는 걸 깨닫고 절대로 사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 미국 전기차 니콜라

2014년 설립된 수소전기차 회사 니콜라(Nikola Limited, Inc.)는 여전히 나스닥 상장기업입니다.

처음에는 서학개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질 만큼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배터리, 수소 생산, 전기차와 관련하여 엄청난 홍보와는 다르게 실제로 보여준 게 없습니다.

다양한 논란 사례가 많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건 바로 니콜라 원이라는 수소 트럭이 아니었을까요?

2016년 수소 트럭인 니콜라 원을 공개했는데 실제 공개 당시에 아무도 트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왜냐면 껍데기만 있는 모형이었으니까요. 이후에도 니콜라 Two, Tre, Badger 등을 발표했지만 움직이는 차량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당시 니콜라 원이 굴러가는 영상도 있었지만 ‘언덕 위에서 밀었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나오면서 황당한 해프닝 중 하나가 되었죠. 몇 년째 다양한 사기 논란과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주식시장에서 거래는 되고 있습니다.

 

 

한때 65달러가 넘었지만, 지금은 동전주가 되었습니다. 테슬라는 계속해서 진짜 전기차를 발표하고 이제는 길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니콜라는 어떻게 될까요?

 

  • 보물선 테마주

역사 속에 등장하는 보물선을 찾았다는 뉴스도 몇 년에 한 번씩 보입니다. 2018년 제이스코홀딩스(당시 제일제강)은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라는 보물선 테마주로 유명해졌습니다.

 

© (왼쪽) 신일그룹이 주장한 돈스코이호 / (오른쪽) 실제 침몰전 사진 (BBC)

 

당시 150조 원 규모의 보물이 실려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제일제강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던 신일그룹이 ‘신일골드코인’을 만들어 투자금을 가로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금괴가 보물선 안에 있으니, 인양만 하면 대박이 난다는 이야기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자금을 끌어모았지만, 이 돈은 보물선이 아니라 제일제강 인수 자금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물론 어쩌다 실존하는 보물선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1974년 중국 송·원대 유물 2만 2천여 점이 실린 보물선이 전남 신안에서 발견된 이력이 있으니 보물선 이야기는 가끔 들리는 로또 1등 당첨과 같다고 보면 되겠군요.

 

주가가 올라도 조심해야 할 기업은? 전설의 루보 사태가 과거로만 끝날까요? 여전히 우리 주위에 이런 기업들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연례행사처럼 주가조작 소식이 뉴스에 보도됩니다. 다음 종목은 어디가 될까요?

예전에는 찌라시가 돌았다면 지금은 유튜브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판을 칩니다.

 

 

며칠 전에는 이런 영상도 올라왔습니다. 갑자기 워런 버핏이 부산에 있는 모기업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혹시 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본 적 있으신가요?

영상의 현재 조회수가 5천이 넘었습니다. 온갖 잘못된 정보가 많으니 결국 최종적으로 판단은 투자자의 몫입니다.

 

진짜로 돈을 버는 기업에 투자하기 단순히 적자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라는 거죠.

무리한 투자로 적자가 나지만 나중에 성공하는 기업도 있긴 합니다. 다만 그런 기업들은 대부분 미래를 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냅니다.

사양 산업에다가 적자가 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에 우리 돈이 아깝습니다. 더군다나 매출은 얼마 되지 않는데 허황된 계획으로 주가가 수십 배씩 부풀려졌다가 실체가 밝혀지면서 많은 개미가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실체가 없어서 망해버린 사례들을 보면 지금 와서 보면 황당한 사건 중 하나일 뿐이지만 대부분 그 당시에는 대박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이 항상 있었습니다.

갑자기 너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대박 소식이 나왔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요? 이래서 저는 적자가 몇 년째 지속되는 기업은 아무리 주가가 매력적이라도 쳐다 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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