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하고 재미없지만(?), 성장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Summary
-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의 성장성이 배터리 생산 기업보다 높을 수 있음
- 배터리 산업의 주요 기업 주가는 이미 크게 상승한 상태
- 전기차 도입 10년째에 접어들며 폐배터리가 쏟아질 전망
- 글로벌 규제로 인해 폐배터리 처리 및 재활용 사업이 성장하며 주목받는 관련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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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투자의 구루인 피터린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단순하며 재미없고 하찮은 사업을 하는 회사에 주목하라’ 모두의 주목을 받는 핫한 기업보다 무난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좋은 기업들의 수익이 높다는 뜻입니다. 그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들’에서 정확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아리송하고 하는 일은 모호하고 따분해 보이지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 바로 내가 좋아하는 투자대상이다.”
그런데 이 책은 1989년에 나온 책입니다. 80년대 후반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당시의 핫한 기업들도 이제는 따분한 기업들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21세기 현재의 따분하면서 재미없어 보이고 모호한 일을 하는 기업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가장 핫한 분야인 배터리와 밀접한 ‘폐배터리 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차전지가 핫한 건 모두가 안다 이차전지(배터리)가 미래 핵심 품목인 건 이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핸드폰, 노트북에 들어가던 이차전지가 자동차(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배터리를 만드는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LG화학이 배터리 분야만 분사하여 만든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하자마자 국내 시가총액 2위에 등극한 바 있습니다.
주가도 꾸준히 상승해서 현재는 시가총액이 무려 140조 원에 달합니다. 3위인 SK하이닉스(64조 원)의 2배가 넘는 셈입니다. 올해 1월 전 국민 이벤트로 IPO를 진행하면서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들에게 몇십만 원씩 수익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가총액만큼이나 성장성도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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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분기에만 무려 7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이미 올해 누적 매출이 17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누가 봐도 올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일 겁니다.
IPO에만 10조 2천억 원의 자금(4,250만 주)이 모였으니 주식을 한다는 개인투자자들 모두가 LG에너지솔루션을 알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핫한 종목의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도 시가총액 140조 원인 기업입니다. 여기서 2배가 된다면 280조 원이 될 겁니다. 혹시나 3배가 된다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368조 원을 넘어서겠죠. 과연 가능할까요?
이미 너무 유명해서 좋은 평가란 평가는 다 받으면서 고평가 기업(PER 243.68 / PBR 7.24)이 되었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있다 보니 여기서 더 주가가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클 만큼 큰 기업보다는 아직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관련주들에 대해 고민해 볼 때입니다.
폐배터리 글로벌 규제 현황 이차전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간단하게 일차전지(건전지)를 생각해 봅시다. 혹시 여러분은 건전지를 쓰레기통에 버리시나요? 분명 아닐 겁니다. 건전지는 인체에 극히 해로운 납, 수은, 카드뮴 등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쓰레기가 아닌, 별도 수거함에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차전지는 어떨까요? 일상적으로 쓰이는 보조배터리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화재가 나는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건전지와 마찬가지로 화재 및 폭발 사고를 차단하기 위해 폐전지류는 전용 수거함에 버려야만 합니다.
© 환경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EPR,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근거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종전 제품의 재질구조 개선 정도에 있던 환경개선에 대한 생산자들의 의무 범위를 소비자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확대한다는 의미입니다.
©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재활용 의무를 생산자에게 부여한다니 너무 과한 제도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EPR제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유럽
2014년 EU집행위원회는 생산자의 재무·관리적 책임 범위를 제품의 생산·판매 단계로부터 수거·재활용·폐기 단계까지 확장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 European Commission, Development of Guidance on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이때부터 기업들이 제품의 수거와 재활용까지도 신경을 쓰게 되면서 유럽의 개별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당 제도가 확대 시행되고 있습니다.
© 한국과학기술원 유럽연구소
독일의 경우, 휴대용/산업용/자동차용으로 배터리를 구분하여 공식 대리인을 통해 배터리 수거를 진행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 인도
19년 10월 대표적 성장 국가인 인도도 리튬이온 전지 재활용 관련 정책을 발표하면서 배터리의 EPR 규정에 따라 생산자에게 배터리를 수거할 책임을 부과했습니다. 또한 재활용 시설을 설립하는 회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 중국
22년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 및 과학기술부는 자동차 분야의 EPR 시범 기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시범 기업 리스트에는 지리(吉利·Geely)자동차, 제일자동차그룹(一汽·FAW), 둥펑(東風)자동차, 치루이(奇瑞·Chery), 충칭창안자동차(重慶長安汽車), 상하이자동차(上海汽車·SAIC)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한 연계 기업으로는 폐차·회수·해체·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및 전기차 배터리 생산 기업 등 62개 회사 등이 있습니다.
따분하지만 '성장'하고 있는 폐배터리 기업들 내가 버린 배터리는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일반 가정에서 다 쓴 배터리는 폐전지 수거함으로 분리배출된 이후, 지자체에서 수거함을 수거합니다. 이렇게 가져간 배터리는 재활용업체로 운반되어 건습, 습식, 소각, 용융 등 전지에 맞게 공정이 진행됩니다. 여기서 우리가 살펴볼 폐배터리 처리 기업들이 등장합니다.
© 한국전지재활용협회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지도 10년째입니다. 2013년부터 테슬라 전기차가 팔리기 시작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의 교체주기인 10년을 채운 자동차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전기차 대수가 얼마 없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많아졌나요? 도로에 자동차 10대 중 1대가 전기차가 된다면, 전기차에 들어간 많은 폐배터리를 누군가는 재활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런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돈을 버는 기업들은 어디일까요? 지금은 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을 찾아볼 때입니다. 물론 EPR 규제로 인해 배터리 생산 대기업이 직접 재활용을 추진하기도 합니다.
- 성일하이텍
2000년 귀금속 재활용 기업으로 시작했던 성일하이텍은 2008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군산에 이차전지 물리처리 공장을 준공하고, 현재는 배터리를 방전, 해체, 파쇄하는 전처리 공정과 소재를 추출하는 후처리 공정을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기업입니다. 기업의 목적사업만 봐도 이 회사가 뭘 하고 싶은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DART
현재는 말레이시아, 중국, 헝가리, 인도, 폴란드에 법인 및 공장을 설립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SDI가 8.79%의 높은 지분을 보유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2022년 7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시작부터 시가총액 1조 5천억 원 규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시가총액: 1조 4,859억 원
- PER: N/A
- PBR: 9.70
- 에코프로
자회사 중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에코프로CNG를 보유하고 있습니다.(지분율 48%) CNG는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는 에코프로에 투자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에코프로CNG는 2020년 3월에 설립된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입니다. 폐배터리 및 배터리 스크랩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을 회수하여 리튬화합물과 전구체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복합염을 제조합니다.
다만 에코프로의 주가 상승이 상당히 가팔라서 현재 시가총액 3조 원을 넘었습니다. 2016년만 해도 1만 원 이하였던 주가가 현재 12.5만 원을 넘긴 것입니다. 이미 10배 이상 상승한 상태로 절대 작은 규모의 회사는 아닙니다.
- 시가총액: 3조 1,339억 원
- PER: N/A
- PBR: 2,33
- 새빗켐
원래부터 폐배터리 처리 업체는 아니었습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자 재활용 기업에서 2017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했습니다. LG화학을 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원료로 전구체복합액을 생산합니다.
새빗켐은 2022년 8월 코스닥에 상장하여 지속적으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는 후처리공정만 가능하나, 내년부터는 전처리 설비를 추가하여 폐배터리 파분쇄 공정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또한 전구체복합액 CAPA는 현재 1만 톤에서 2025년 3만 톤까지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 시가총액: 5,073억 원
- PER: 87.32
- PBR: 21.25
이차전지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는 2025년 54만 대, 2030년 414만 대, 2040년 4,636만 대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평균 성장률이 무려 34%로 어쩌면 배터리 산업보다 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폐배터리 산업일 수 있습니다.
© SNE리서치, 키움증권
10배 수익 내는 왕관을 쓰려면 재활용 기업이라니 누가 봐도 따분하지 않나요? 찾아보지 않으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왜 수익이 발생하는지도 모르는 기업들일 겁니다. 다만 전기차 시장은 급격하게 증가한다는 사실, 전기차 핵심부품은 배터리라는 사실, 그 배터리를 누군가는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근거하여 ‘따분하고 재미없지만 수익을 올리는 기업’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폐배터리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한 분야로 향후 누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지에 따라 주가는 크게 뒤바뀔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 중에서 점유율 1위를 찍을 기업에 선점하여 투자할 수만 있다면, 피터린치가 좋아하는 탠배거 종목(10배의 수익을 내는 종목)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에코프로가 탠배거 종목이 된 좋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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