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3.0 향한 유력 VC들의 대담한 베팅을 보면서
Summary
-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도 웹 3.0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행보는 공격적
-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VC인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암호화폐 분야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최근 45억 달러 규모의 새 펀드를 발표
- 바이낸스랩스, 패러다임, 혼 벤처스 등 다수 VC들도 웹 3.0 스타트업 펀드를 내놓는 상황
- 이에 웹 3.0 생태계에서 VC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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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웹 3.0을 소유할 수 없다” 지난해 말 웹 3.0을 둘러싼 논쟁이 실리콘밸리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를 달궜다. 이는 트위터 창업자이자 비트코인 애호가인 잭 도시의 도발적인 발언이 발단이었다. 그는 일련의 트윗을 통해 “당신은 웹 3.0을 소유할 수 없다. 웹 3.0을 소유하는 것은 VC들과 (VC에 돈을 대는) LP들”이라며, 웹 3.0를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웹의 미래’로 띄우는 이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잭 도시가 특정 VC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화살의 방향이 실리콘밸리 유력 VC이자 웹 3.0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VC 중 하나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를 향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안드레센 호로위츠를 이끄는 마크 안드레센이 잭 도시 트위터 계정을 차단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테크 생태계에서 웹 3.0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해 탈 중앙화된 환경에서 돌아가는 인터넷’이라는 의미로 통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메타 같은 빅 테크 회사가 주도하는 지금의 웹 환경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웹 3.0는 블록체인 영역 밖에서도 주목받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이들을 제외하면 일반인들 입장에서 웹 3.0는 체감하기 어렵다. 서비스 운영의 거의 모든 것을 특정 기업이 들었다 놨다 하는 지금의 웹 환경을 대체한다는 비전은 그럴듯하고 매력적이지만, 유튜브, 페이스북에 익숙해진 이들을 웹 3.0가 파고들기엔 걸림돌이 많다.
이 같은 걸림돌을 뛰어넘어 웹 3.0가 새로운 웹의 탄생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회의론이 공존한다. 그중 안드레센 호로위츠 같은 다수 글로벌 VC들은 웹 3.0가 대중화될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모양새다.
글로벌 블록체인 스타트업 투자 현황 © CB인사이트
웹 3.0 향한 VC들의 공격적인 행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지만, 유망 웹 3.0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기 위한 VC들의 공격적인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웹 3.0와 블록체인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최근 45억 달러 규모 펀드를 새로 선보였다. 이 펀드는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기 위해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4번째로 선보이는 펀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암호화폐 투자 부문을 이끄는 크리스 딕슨 총괄 파트너(GM)는 펀드 출범을 알리는 블로그 글에서 “우리는 웹 3.0의 황금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관련 분야 유망주들에게 적극 투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크리스 딕슨 안드레센 호로위츠 총괄 파트너 © 안드레센 호로위츠 웹사이트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웹 3.0과 관련해 블록체인 게임, 디파이,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s), 탈 중앙화 소셜 미디어(decentralized social media), 자기 주권 신원(self-sovereign identity) 및 레이어 1, 레이어 2 인프라 분야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산하 벤처 투자 조직인 바이낸스랩스도 최근 웹 3.0 기업 투자를 위해 5억 달러 규모 펀드를 공개했다. 바이낸스랩스는 2018년부터 25개국 이상에서 170개 이상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에 투자해왔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바이낸스랩스 외에도 패러다임, 안드레센 호로위츠 출신인 케이티 혼이 이끄는 혼 벤처스 등 다수 VC들이 대규모 펀드를 통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에 공격적으로 실탄을 쏟아붓고 있다.
이쯤에서 다시 보는 잭 도시의 발언 이 대목에서 필자는 잭 도시가 웹 3.0에 대해 날린 직격탄을 되돌아보게 된다. 웹 3.0를 소유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웹 3.0 발전을 위해 VC 역할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웹 3.0 분야에서 대형 VC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비판적인 여론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디파이언트 최근 보도를 보더라도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핵심 웹 3.0 프로젝트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에 비판적인 이들이 있다. 최근 45억 달러 규모 투자 펀드를 내놓기 전부터 안드레센 호로위츠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존재해 왔다.
디파이언트는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탈 중앙화 암호화폐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인 유니스왑에서 이뤄졌던 의사 결정을 예로 들었다. 지난해 유니스왑 거버넌스 토큰 UNI 보유자들은 투표를 통해 새로운 로비 조직인 디파이 에듀케이션 펀드(DeFi Education Fund)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표 과정은 유니스왑 투자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 대리인(delegates)들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유니스왑에 투자하면서 투표권이 있는 토큰을 받았고, 이를 유니스왑 거버넌스(governance) 참여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암호화폐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디파이 워치(DeFi Watch)의 크리스 블렉은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가진 영향력을 완전하게 이해하려고 할 때 사용자들이 직면하는 도전은 이들 대리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선발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다”라며 “이것은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대리인들이 가진 영향력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투명성 강화를 위해 대리인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웹 3.0 생태계에서 이 회사가 갖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한 일각의 우려는 여전해 보인다.
VC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웹 3.0 투자에 적극적인 VC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웹 3.0가 사람들 일상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서려면 역량 있는 창업가들의 과감한 도전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VC들이 여기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웹 3.0를 유력 VC가 주도하는 리그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경계할 일이지 싶다. 잭 도시가 던진 직격탄에 동의하는 이들이 늘어날 경우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웹이라는 비전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웹 3.0 프로젝트들에 투자하는 VC들이 투명성과 수평적인 거버넌스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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