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OSAT 업체 실적 리뷰
매년 3월 중순 ~ 5월 중순을 전후로 상장기업들은 전년도 연간보고서를 발행한다. 국내업체들은 3월 중 연간보고서를 발행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5월을 넘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년도 연간보고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특히 상장기업을 모회사로 둔 중국 비상장 OSAT들의 매출액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기업의 연간보고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5월 말, 긴 기다림 끝에 모든 업체들의 매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연간보고서를 통해 얻은 자료를 하기와 같은 기준에 따라 정리했다.
1. OSAT사업 외 다른 사업을 영위할 경우, OSAT부문만 분리
2. 모회사에 포함된 자회사의 실적은 전체 시장 규모에 포함하지 않음
3. Fan-Out 패킹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는 TSMC는 추정치 기입
4. 해외 업체 매출액은 해당 통화의 연평균 환율 적용하여 원화 전환
2023년 6월에 작년도 매출액을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다소 퇴색될 수 있으나 자료를 통해 Top Tier 기업들의 매출 트렌드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었으면 한다.
2022년의 글로벌 OSAT 시장을 잠시 복기해 보자. 2022년 상반기에는 2021년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 들어서 반도체 재고 조정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의 매출 성장세가 하향 전환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반도체를 비롯한 선단 패키징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의 생산이 늘어나고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이 유지되면서 2022년 OSAT업계의 매출은 전년 대비 대폭 상승했다.
2022년 매출액 확인이 가능한 OSAT업체들의 매출액 총합은 63.8조 원으로 2021년 53.3조 원 대비 19.71%나 증가했다. World Semiconductor Trade Statistics (WSTS)의 집계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시장 규모는 2021년 5,559억 달러에서 2022년 5,741억 달러로 3% 남짓 성장했지만 OSAT업계의 연간 성장률은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을 아득히 상회했다. 이를 통해 시장의 수요를 웃도는 반도체의 초과 생산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전자 기업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이 이어지면서 2023년에는 OSAT업계의 성장률은 -15%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선단 패키징 공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중소형 업체들과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업체들이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OSAT업체들의 매출액을 국가별로 살펴보자. 대만, 중국, 미국의 OSAT업체들이 OSAT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20 90.45% → '21 90.76% → '22 91.13%) 미국과 중국의 비중이 높아지며 대만의 점유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대만의 1 Tier업체 들은 선단 공정을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면서 향후 수익과 매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게 됐다. 2021년 말 대만 ASE가 중국 내 공장 4곳을 중국 사모펀드인 Wiseroad에게 매각하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국의 OSAT들에게 물량을 몰아주면서 중국 업체들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은 AMKOR 단일 기업 1곳으로 15.56%에 달하는 점유율을 달성했다. 고성능 반도체의 수요로 인해 미국 거대 Fabless업체들의 성장이 지속되는 만큼, 이들과 장기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AMKOR가 그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2020년대의 반도체 OSAT 시장은 대만, 중국, 미국 기업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남아, 일본의 OSAT업체들은 고착화된 사업 구조와 한정된 고객사로 인해 OSAT업계의 변방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장의 중심으로 향하는 길에는 선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높은 성벽과 깊은 해자가 들어서며 1 tier 업체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 특정 원청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와 DDI반도체 위탁생산에 편중되어 있는 국내 업체들은 선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투자는 고사하고 급격한 경기변동이 있을 때마다 그 파고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다운 사이클이 도래할 때마다 국내 업체들이 충격을 분배하지 못해 벼랑 끝에 내몰리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코로나 펜더믹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 전환으로 전자 산업은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렸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급이슈가 부각되면서 반도체 생산이 급격히 증가했다. 국내 OSAT 업체들 역시 매출이 늘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시장 점유율은 반대로 역행하여 5% 중반까지 내려왔다. 매출액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시장의 성장률을 추종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전자 산업 침체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DDI반도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의 OSAT 시장 점유율이 4%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2010년대 일본과 싱가포르의 OSAT업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OSAT업계에서 국내 업체들의 영향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이제는 국내 OSAT업체들의 매출액 전체를 합해도 대만의 PTI 1개사의 매출액보다 작은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기보다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그럼에도 시장의 변화에 저항하며 현실을 외면한다면 멀지 않은 시기에 극한의 상황에 놓일 것이 자명해 보인다.
업체별 매출액을 간략히 살펴보면 업체의 규모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렸는데 10위권 내의 Top Tier 업체들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ASE Holdings의 산하 기업인 ASE Engineering과 SPIL은 미국계 Fabless와 IDM의 발주 호조를 발판으로 2022년 양사 합계 16.3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글로벌 M/S 25.58%를 점유했다. M/S는 2020년 30.06%에서 2022년 25.58%로 4.5%가량 하락했는데 이는 2021년 말 ASE Engineering의 중국 공장 4곳을 중국 사모펀드인 Wiseroad Capital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공장 매각으로 매출과 M/S 일부를 잃었으나 Lead Frame 기반의 Convential 패키징 라인을 정리하면서 선단 패키징 공정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중 정치 이슈로 인해 자칫 중국 공장에 대한 통제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을 피하면서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
2022년 하반기 달러화 강세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AMKOR의 경우, 전년도 대비 매출액이 3조 원 가까이 증가하며 글로벌 M/S를 15.56%까지 끌어올렸다. 2020년만 해도 1위 업체인 ASE Engineer와의 매출 격차가 3.5조 원에 달했고 3위 업체인 JCET의 추격을 의식해야 했다. 2022년에는 JCET를 멀찍이 따돌리고 ASE를 바로 턱밑에서 뒤쫓고 있다. 물론 ASE Engineering은 SPIL과 함께 ASE Holding에 속한 기업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2022년 AMKOR의 약진이 눈에 띄는 것은 변함이 없다.
2020~2022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바람을 타고 중국의 비상장 OSAT업체들이 다수 증권시장에 입성했다. 그동안 중국 비상장 OSAT업체 정보는 중국 언론 자료를 통해 제한적인 내용만을 입수할 수 있었지만 Chippakcing, UNIONSEMI, Forehope, V-test, Chipmore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업체들의 매출, 수익 구조, 패키징 수준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추정치로 밖에 채울 수밖에 없었던 퍼즐이 맞춰지며 업체 Ranking 자료에 신빙성을 더할 수 있게 됐다.
2022년 고기능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AMD의 패키징 물량 중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TFME의 매출액이 증가했다. 2022년에는 기어이 대만의 PTI를 밀어내고 5위까지 랭킹이 상승했다. AMD의 CPU & GPU 패키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TFME의 매출액 또한 이에 편승하여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고성능 반도체의 까다로운 패키징 공정으로 인해 TFME 내부적으로는 품질 비용과 원부자재 핸들링 비용 증가에 대한 리스크 분산이 필요해 보인다.
한때 TFME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TSHT은 Mid-Low End 반도체 패키징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로 인해 성장이 정체된 모습이다. 난징에 선단 패키징 공정 라인을 완공하고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지만 중국 내 Fabless를 통해 TFME를 추격하기에는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JCET & TFME가 해외 기업들의 선단 패키징 공정을 인수할 때, 대응 액션이 늦었던 TSHT의 신중함이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자국의 사모펀드인 Wiseroad가 보유한 ATX Semiconductor + UTAC과 순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의 Big4(JCET, TFEM, TSHT, Wiseroad)를 제외한 중소형 규모의 OSAT업체들은 그동안의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사라진 시장에서 진정한 실력 검증을 앞두고 있다. Chippacking 같이 Low End 반도체 패키징에 특화된 업체는 2022년에 이미 매출액이 역성장하며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2023년 1분기에는 -40%가 넘는 큰 폭의 영업적자를 보이며 다운 사이클의 위력에 휘청거리고 있다. 상장한 지 2년 만에 큰 위기에 봉착한 셈인데, 이는 Chippacking 1곳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중국 OSAT업체들이 다운사이클 기간 중, 크게 흔들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체로는 SFA반도체가 14위에 하나마이크론이 17위에 랭크되어 있다. 하나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향 패키징 물량이 늘어나면서 2022년 대비 큰 폭의 매출 성장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마이크론으로 SK하이닉스향 물량이 몰리면서 기존에 SK하이닉스의 패키징 위탁을 받던 업체들의 매출액이 쪼그라들었다. 이는 단기적인 물량 조정이 아닌 핵심 OSAT만을 파트너로 끌고 가기 위한 원청업체들이 가진 미래 계획의 첫 번째 단계로 생각된다. 하나마이크론의 베트남 생산라인 가동과 SK하이닉스와의 10년 장기 계약은 국내 OSAT업체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크다. 삼성전자 또한 SK하이닉스와 유사한 OSAT운영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국내 OSAT업체들의 생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DDI Wafer Bumping, DDI패키징을 주요 업으로 하는 OSAT업체들의 매출 성장세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미 올초부터 OSAT업체들의 라인가동률이 급감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2분기가 마무리되는 현재까지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OSAT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날 선 시장 환경을 극복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느새 2023년 2분기의 막바지에 와있다. 전자공시에 공개된 국내 OSAT업체들의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하나마이크론과 두산테스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적자 전환하며 작년 동기 대비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 1 iter업체들, 특히 대만과 미국의 업체들은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중국의 TFME와 TSHT은 각각 -1.67%, -6.24%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중국 1위 OSAT인 JCET는 영업이익 흑자는 유지했으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도 대비 각각 -28%, -84.8%가 감소했다.
2분기 들어 반도체 재고 소진에 따른 일부 패키지에서 생산량 반등 기미가 있지만 모든 업체들이 동일한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재고가 지속 상승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의 적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OSAT업체들에게 있어서 전례 없던 호황기가 저물어 간다. 기술력과 생산력 그리고 이를 받쳐줄 고객사가 없는 업체들에게는 긴 불황의 터널을 견뎌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불황이 끝난다고 해도 선단 패키징 기술과 생산 라인이 없는 업체들에게는 수익성 없는 레드오션의 치열한 경쟁만이 남을 것이다. 특히 편중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OSAT들은 원청업체들의 물량이 해외로 이전되는 것이 가시화될 시에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암울한 전망이 시장에 가득하지만 지금이라도 규모의 경제를 이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 긴장이 고조될 양안 관계를 틈타 대만의 패키징 물량 일부를 우리나라로 가져오지 못할 경우, 국내 OSAT업계는 일본, 싱가포르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원청업체들의 물량 이전이 현실화되어 생산 라인이 공동화되기 전에 서둘러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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