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매도세에 요동치는 비상장 주식 시장
팬데믹 기간 동안 테크 기업가치가 급증하자, 상당 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상장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는데요. 두나무(증권플러스 비상장), 피에스엑스(서울거래 비상장)와 같이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들 또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번 달에는 대신증권 또한 줌인터넷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출시한 바 있으며, 앞으로 더욱 많은 기업들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이 계속해서 신고가를 경신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로 상장기업과 비상장 기업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이번달 14일 기준 컬리의 주가는 지난해 말 대비 42% 하락한 6만 5,000원에,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46.9%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IPO를 준비하고 있던 원스토어는 IPO 절차를 중단한 상태이며, 상장을 추진한 기업들은 희망 공모가를 크게 낮추어야 했습니다.
테크 시장의 이러한 어려움은 한국주식 시장만의 모습은 아닙니다. 글로벌 테크 업계 또한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인력 해고를 단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과 프라이빗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는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미국의 주요 프라이빗 마켓 플랫폼과 해당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비상장 기업들의 최근 추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 1. 미국의 세컨더리 마켓 시장
미국의 대표적인 프라이빗 마켓 플랫폼으로는 카르타엑스(CartaX), 포지 글로벌(Forge Global), 이퀴티젠(EquityZen), 잔바토(Zanbato), 클리어리스트(ClearList),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asdaq Private Market)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직원들은 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할 수 있으며, VC, 기관 투자자, 고액 자산가와 같은 투자자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일례로, 이퀴티젠은 연소득이 20만 달러 이상이거나 기본 주택 가치를 제외하고 배우자와 합산한 순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게 보유한 개인 투자자만을 멤버로 승인하고 있습니다.
주요 프라이빗 세컨더리 마켓 플랫폼
출처: 로아인텔리전스
승인이라는 첫번째 관문을 통과해도,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는 과정 또한 쉽지 않습니다. 먼저, 1) 투자자들은 투자하고 싶은 기업을 찾고, 해당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액티브 셀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2) 이후 자신이 판매하고자 하는 주식 정보를 입력하면, 플랫폼 측에서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고, 회사로부터 주식 매각 승인을 취득하는 형태입니다. 3) 이렇게 셀러와 투자자가 매칭이 되면, 투자자는 가격 협상, 계약서 사인 등을 포함해 장기간의 투자 프로세스를 겪습니다.
이러한 비상장 주식 거래 프로세스에는 ROFR(Right of first refusal, 우선매수권) 허용 기간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제 3자에게 자사의 지분이 넘어가기 전에 기업이 해당 지분을 매수를 할 수 있는 권리로, 원하지 않는 투자자가 자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데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영어로는 '먼저 거절할 수 있는 권리'라고 표현되는 것인데요. 매수/매도 계약이 체결됨과 동시에 회사는 30-60일 정도에 해당하는 ROFR 기간이 시작되었다는 통지를 받고, ROFR 기간에는 회사가 해당 주식을 대신 매수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밝힌 후에야 계약이 완전이 체결되는 형태입니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출처: 이퀴티 젠
비록, 이와같은 플랫폼을 통한 비상장 주식거래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한층 가까워졌지만, 포브스는 세컨더리 시장이 현재의 인기와 수요를 감안할 때에는 충분히 발전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수수료 없이 사실상 이제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퍼블릭 시장과는 반대로, 세컨더리 시장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세컨더리 마켓의 매매 계좌를 여는 것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투자 프로세스가 간단하지도 빠르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 2.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또 다른 방법
거래 프로세스가 여전히 까다롭다는 점뿐만 아니라, 프라이빗 업체에 대한 주가 판단은 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비장상 주식 거래는 일반 투자자에게 여전히 커다란 장벽입니다. 때문에 비상장 기업에 투자를 하고 싶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상장 기업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세컨더리 투자 펀드 또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엘리트 투자 기관의 메이저 펀드의 경우, ROFR 기간을 건너뛸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더욱 쉽고 간편한 투자 프로세스 덕분에 프라이빗 세컨더리 펀드는 지난 몇 년 간 빠른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2021년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2,700 여 개의 투자 펀드를 통해 총 1조 1,700억 달러의 자금이 프라이빗 시장에 유입되었으며, 이 중 4%에 해당하는 규모인 470억 달러가 세컨더리 투자 펀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합니다. 비록 전체 프라이빗 시장에서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2021년 프라이빗 세컨더리 펀드가 유치한 자금은 대략 300억 달러로, 모든 모태펀드의 총합보다도 큰 규모입니다.
한편, 유럽에서도 점차 개인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세컨더리 플랫폼은 흔하지 않습니다. 아직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스타트업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대부분인데요. 영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크라우드큐브(Crowdcube)와 씨더스(Seedrs), 루마니아의 시드블링크(SeedBlink) 등이 대표적입니다. 크라우드큐브의 경우, 프랑스의 대표 핀테크 업체 콘토(Qonto)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콘토 유저들이 콘토에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3. 매도세가 급증한 세컨더리 마켓 시장
한편, 최근에는 기업들의 IPO 행보가 불투명해지고 스타트업 직원들은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현금화하기를 희망 함에 따라, 프라이빗 시장은 강력한 매도세로 물들고 있습니다. 세컨더리 마켓 브로커 업체인 포지 글로벌(Forge Global) 측 설명에 따르면, 올해 자사 플랫폼에 "대규모의 셀러들이 유입"되었으며, "이때까지 이렇게 많은 셀러들이 있었던 적이 사실상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프라이빗 세컨더리 시장에서 주주들이 지분을 빠르게 매각하기를 희망하면서, 대부분의 비상장 테크 주식들이 연초 대비 훨씬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더인포메이션이 인용한 익명의 투자자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스트라이프(Stripe)의 주식이 80~90달러에서 거래되었으나, 현재는 50달러 선에서 거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클라나(Klarna)의 경우, 지난해의 3분의 2 수준에 해당하는 300억 달러의 기업가치로 새로운 펀딩을 유치하려고 한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기도 한데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클라나의 주식은 1,400달러에 거래되었지만, 현재 1,000~1,100달러로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이밍 챗 앱 디스코드(Discord)의 주식 가격 또한 750 달러에서 525 달러로 하락했습니다.
1월 이후 스타트업의 거래 가치 변화
출처: 에이프뷰
비상장 기업 금융 데이터 업체 에이프뷰(ApeVue)가 더인포메이션에 공유한 데이터 또한 위의 내용을 뒷받침 합니다. 스트라이프, 클라나, 디스코드, 바이트댄스(ByteDance) 모두 1월 초부터 5월 말까지 프라이빗 시장에서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스트라이프의 경우 82달러에서 50달러로, 클라나는 1,700달러에서 1,039달러, 디스코드는 698달러에서 583달러, 바이트댄스는 213달러에서 168달러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하락세에도 일부 테크 업체는 주가를 잘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NFT 마켓플레이스 오픈씨(OpenSea)의 주가는 비록 2월 대비(774달러) 하락한 수치이지만, 올해 초 455달러에서 현재 564달러로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스페이스 X(Space X)는 1월 초 59달러에서 5월 말 67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업들의 가치가 하락했으며, 포지 글로벌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 내 평균 거래 가격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에는 9% 가량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4. 드라이 파우더를 비축하고 있는 VC/PE
테크 시장에 겨울이 찾아온 만큼, 주요 투자자들은 투자에서 잠시 손을 떼고 업계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VC업체 인더스트리 벤쳐(Industry Ventures)는 현재 7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드라이 파우더(dry powder, 사모펀드가 모은 투자금 중 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돈)를 비축하고 있는데요. CEO인 한스 스윌든스는 올해 1월부터 프라이빗 테크 주식을 매수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프라이빗 시장의 총 거래 규모가 회복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PE의 드라이 파우더 규모
출처: Pregin 데이터 기반 S&P Global 리포트
한편, BC 파트너스(BC Partners)의 니코 스테토폴로스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은 PE 업체들이 그들의 포트폴리오 내 업체를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도록 하는 것을 더욱 어렵도록 만들었다"며, 지금은 특히 이와 같은 분위기가 기업들의 기업가치 등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 모두가 "기다리면서 살펴보고(wait-and-see)"있는 시기라고 덧붙였습니다.
| 나가며,
비록 테크 업계가 쉽지 않은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시간이 시장의 열기를 식히고, 진정한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의견 또한 있습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스콧 클라인먼은 "이자율이 0% 수준에서 14년간 유지된 것은, 퍼블릭 및 프라이빗 시장의 가격이 오르고 또 오르도록 했다"며 "일부 기업들의 가치는 50% 혹은 70% 이상까지도 하락했지만, 이는 해당 기업이 나쁘기 때문이 아닌, 처음의 가치 산정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며 그동안의 과열된 시장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또 다시 닷컴버블 혹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과거의 금융위기와 비교해, 현재는 드라이 파우더와 같이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고, 상황을 살펴본 후에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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