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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한낱 유행일까? 우리의 삶을 바꿀까?

SUMMARY

- 사람보다 더 나은 답변에 다시금 불어온 ‘인공지능’ 바람

- ChatGPT가 삶을 바꾸지 못하는 이상 ‘호기심’이 충족되면 사그라질 가능성

- 다만 AI에 대한 심도 있는 활용성은 높아질 전망

 

© istock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 ChatGPT의 관심이 뜨겁다. 연초부터 불더니 식을 줄 모른다. 관련 저서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거의 처음으로 나온 ChatGPT 관련 책은 대형 서점 내 베스트셀러 순위에 앉았다. 급조된 책이 분명하지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ChatGPT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람 같아서'다. ChatGPT가 내놓은 답변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공유됐다. '사람이 지은 것보다 더 났다'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칭찬했다. 이 정도 화제성이라면 앨런 튜링이 고안한 '튜링 테스트'*도 가볍게 통과할 것 같다.

 

*튜링 테스트

: 인공지능이 진짜 지능이 있는지 감별하는 테스트다. 사람이 내놓은 답변이랑 인공지능이 내놓은 답변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지능이 있다'라고 본다.

 

ChatGPT의 인기는 언제까지 갈까? 아니 우리의 삶과 생활을 바꿀까? 또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사람의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갈까? 한낱 유행으로 머물다 말까?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 ChatGPT의 가능성과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 보겠다.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알파고 2016년 전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이름하여 알파고 쇼크.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다는 게 바둑판 위 경우의 수인데, 인공지능이 사람을 올라섰다. ‘컴퓨터가 그 모든 수를 계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 사람처럼 배우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한국의 자랑이자 세계 정상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이겼다. 사람들은 1990년대 말 IBM의 인공지능 체스 컴퓨터 '딥블루'에 패배한 것만큼이나 충격을 받았다. ‘이젠 인간이 기계한테 안되는구나…’ 인간이 갖고 있는 직관의 영역마저 AI가 뛰어넘었다는 충격이 컸다.

 

관련영상.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찍은 영상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인공지능이란 말보다 AI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된 게 그 즈음이었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에서 만든 '알파고'라는 외산 AI가 가져온 신드롬은 그만큼 컸다. 정부는 AI 인력 양성을 위해 수 천억 원 예산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선진국 AI 경쟁력에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다급함을 내비쳤다. '우리는 뭐 하는 거냐'라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형식적 대책이었다. 비록 '형식적'이었다고 해도 '뭐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라는 게 당시 과학·IT 관련 공무원과 언론매체들의 생각이었다.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저 반짝! 7년여가 지난 지금 생각해 보자. 알파고는 어느 사이인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바둑판 신계에 올라선 알파고 제로도 짤막한 단신 기사 정도로 나왔다가 사라졌다. 프로 바둑 기사 사이에서는 AI의 바둑 기보를 참고한다고 하지만 바둑계에 한정된 일이다. 우리의 삶에 주는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바둑인들은 바둑을 즐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게 살고 있다.

왜일까. 알파고는 '약한 인공지능'에 속해서다. 인공지능은 크게 3가지로 분류로 '약한 인공지능', '강한 인공지능', '초인공지능'으로 나뉜다. 약한 인공지능은 특정 질문이나 과제에 특화되어 있다. 알파고는 바둑에 특화된 인공지능일 뿐 그 외 영역에서는 젬병이다. 3살짜리 아이가 아는 단어나 숫자도 이해 못 한다. 철저히 바둑에 특화됐고 바둑의 수를 학습한 인공지능이다.

 

분류

설명

약인공지능

특정 문제 해결에 전문화된 인공지능

강인공지능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같거나 더 나은 수준인 인공지능

초인공지능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하는 인공지능

 

같은 맥락에서 자율주행차도 마찬가지. 운전은 매우 잘한다고 해도 차 밖에서는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 AI스피커도 마찬가지다. 가상비서로서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영화에서 보는 '로봇 비서’처럼은 아니다. 요새 화제인 ChatGPT도 '말 잘하는 데 특화된 챗봇'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인공신경망에 따라 학습한 것을 내놓을 뿐이다. 어느 한 분야만큼은 인간의 능력을 초월했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인공지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미다.

이보다 나은 인공지능, 즉 '강한 인공지능'은 무엇일까? 아직 현실에 나온 게 없어 상상 속 존재를 예로 들 수밖에 없다. SF 명화로 꼽히는 '2001 오디세이아'를 생각하면 된다. 우주선에 탑재된 인공지능 HAL은 인간의 어드바이저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수준이 너무 높은 나머지 미션 수행을 위해 나약한 인간들을 하나하나 제거한다. 무시무시한 설정이다.

또 영화 'Her'에서는 감정을 가진듯한 챗봇이 나온다. 주인공은 사랑을 느낀다. 강한 인공지능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영화 속 챗봇의 사랑도 학습된 결과다. 인간이 그렇게 느끼고 착각했을 뿐이다. 챗봇이 리셋됐을 때의 허망함이란...

우리가 인공지능을 보면서 느꼈던 '착각'과 '기대'를 컴퓨터가 막 개발되던 70여 년 전 과학자들도 똑같이 느꼈다. 과학자 몇 명이 몇 날 며칠을 낑낑대며 풀어야 하는 문제를 당시 컴퓨터는 수 분내에 풀었다. 경외감을 안 느낄 수 없었다. 그때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곧 인간 지능의 영역까지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곧 그게 착각이라고 깨달었던 때가 1970~1980년대다. 컴퓨터와 프로그램의 발달은 인간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느렸다.

ChatGPT의 답변은 사람의 것과 비슷하다. 더 나을 때가 많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했으니 말이다. 연산 속도도 엄청 빠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ChatGPT는 인간을 따라 하는 AI일 뿐이다. ChatGPT에 애정을 느끼는 것은 각자의 자유겠지만, ChatGPT는 엄연히 기계의 일족이다.

 

물론 특화된 도움 주지만 ChatGPT를 '인간을 따라 하는 모사꾼' 정도로 폄하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예컨대 검색 방식의 변화다. 기존 인터넷 검색은 필요 정보의 키워드를 잘 입력해야 한다. 어떤 영화를 찾고 싶은데, 장면만 떠오를 뿐 키워드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찾기가 힘들다.

반면 ChatGPT를 사용하면 해당 장면을 묘사하고 질문과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원하는 답을 찾아갈 수 있다. 내가 형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잘만 설명하면 AI가 유추하고 ‘확률 높은 답’을 내놓는다. 맛집을 찾는다거나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책, 유튜브 채널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검색 사이트를 뒤져가면서 시간을 보낼 때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된다.

ChatGPT뿐이랴, 우리는 AI를 통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수십 년 전 컴퓨터는 천문학자와 전산학자의 '계산 고통'을 덜어줬고, 지금의 컴퓨터는 수많은 사람들을 연결해 준다. 내가 받는 메일에서 내가 읽지 말아야 할 메일을 알아서 걸러낸다. 때로는 자동 응답도 해준다. 많은 부분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창작의 범주에서도 ChatGPT를 비롯한 AI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예컨대 필자의 경험을 들 수 있다. 내가 쓰려고 하는 경제 주제의 색인을 ChatGPT를 통해 찾고 그 내용 구성을 물어본다. 추천해 주는 콘텐츠를 보고 재구성해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챗봇 관련 책을 쓰기 위한 목차를 물어보자 알려준 답변

 

실제 이 글을 쓰는 본인도 AI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팟캐스트라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지난 2016년부터 팟캐스트를 만들어왔지만 지난 2022년 상반기에 중단했다. 텍스트로 된 콘텐츠는 계속 만들어냈지만, 이를 읽고 녹음하면서 편집할 만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녹음 과정에 있었다. 전문 성우나 방송인이 아닌 한계가 컸다. 발음에 있어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녹음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잡음이 들어가거나 녹음되는 기기 상황에 따라 '명료하게 녹음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다시 녹음하는 것도 번거로웠다. 전문 MC나 방송인을 쓰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안이었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이 걸림돌이었다. 누군가를 섭외하고 녹음실을 잡고 실제 만나 녹음까지 하는 과정이 다 시간이었다. '이럴 시간에 더 공부를 하거나 다른 글을 쓰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AI 서비스였다. 음성합성 기술로 불리는 이 서비스는 매월 수만 원의 요금을 내면, 내가 쓴 글을 음성으로 변환해 줬다. 몇몇 부분에서 어색함이 베어 났지만, 그 자체만으로 시간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복잡한 녹음 과정을 생략할 수 있고, 비용도 아끼면서 청취자들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다. 구독자들은 코맹맹이 아저씨의 목소리보다는 AI로 합성된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언제까지 ‘최첨단 요물’일까 ChatGPT 신드롬도 언젠가는 수그러들 것이라고 본다.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게 신기하겠지만,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 바뀌는 게 아니기에 그렇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 등 가상비서 등을 통해 우리는 이미 AI를 경험하고 있다. 대체제 혹은 대안제는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누군가는 여전히 ChatGPT 대신 구글 검색을 사용할 것이고 SNS를 살펴볼 것이다.

IT서비스가 갖는 특성도 살펴봐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만큼 싫증을 내는 시기도 빨리 다가온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처럼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생활의 일부’가 되는 경우는 희귀하다. 비근한 예로 '클럽하우스'를 들 수 있다.

 

 

2020년 출시된 클럽하우스는 '쌍방향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라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인플루언서 혹은 셀럽의 대화를 바로 들을 수 있고, 대화에 참여도 할 수 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와 달리 참여자 모두가 대화가 가능하다. 일론 머스크, 오프라 윈프리 같은 유명인이 클럽하우스를 사용했고 국내에서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경영인들도 참여했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새로운 SNS 형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였지만 곧 잠잠해졌다. 호기심이 충족되자 관심이 떨어진 이유가 크다.

ChatGPT도 이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서비스는 앞으로도 존재하겠지만, 호기심이 충족돼 더 이상 신기하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권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서비스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응용될 수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검색엔진 측면에서 파란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웹사이트만 정렬해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추천 서비스를 대화형으로 알려줄 수 있다. 검색 강자 구글이 느끼는 위기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자기들이 구축한 검색 질서가 무너질 수 있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흔히 쓰는 일상용품처럼 흔하고 친숙해져서 ChatGPT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다. 한때 신기함의 대상이었던 AI스피커가 더 이상은 '최첨단 요물'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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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