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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2023년, 달러와 채권을 다시 한번 봐야 하는 이유

SUMMARY

- 경기 불황과 고금리 상황이 겹친 2023년의 투자 전략

- 은행 대출 자산 부실화와 건전성 추락 등 우려 커지는 중

- 떨어진 원/달러 환율, 지금 달러에 투자해야 할 필요성

- 우량 장기채, 은행주, 신종자본증권 등도 괜찮은 투자처

 

© istock

 

인플레이션이 올 들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 지수가 분명 둔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3월부터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이 효험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어느 정도 시차를 둔다는 점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물가상승률 둔화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동시에 금리 상승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이미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수차례 일어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불황을 예감하는 눈치입니다. 더해서 은행 대출 자산 부실화 우려도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될 듯합니다. 금리 인상과 대출 자산 부실화, 이후에 오는 은행들의 건전성 추락은 수십 년간 공식처럼 따라다녔죠. 금리 인상 충격이 누적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마음의 준비를 더 해야 할지 모릅니다.

기준금리로 경기 속도를 조절한다는 것은 수능 출제위원이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늘 '조절에 실패했다'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하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2023년은 2022년보다 경기 예측이 힘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불황과 고금리 상황이 겹쳐 우리의 투자 생활이 여러모로 힘들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의 투자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개괄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환율, 한 숨 돌렸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많이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원/달러 환율이 1,450원 밑선까지 바짝 갔다는 점을 생각하면 3~4개월 만에 정말 많이 내려갔습니다. 비트코인과 비교하긴 뭐 해도 전례 없이 환율의 변동 폭이 컸던 해가 2022년이었습니다. 그만큼 금리가 급박하게 올랐고, 경기에 대한 우려 또한 커졌다는 반증입니다.

 

 

문제는 경기 불확실성의 정도가 2023년이 되어도 낮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도 금리 인상 후유증은 누중돼 왔습니다. '아파트값 하락 곡소리'는 후유증의 일부죠.

 

문제는 은행이야 진짜 문제는 은행 안에서 시작할 것입니다. 돈을 못 갚아 부실이 나는 대출자산, 타 금융사에서 빌려와 돌려 막는 예비 부실 자산의 비중이 점점 커질 수 있겠죠.

실제 KB국민은행 한곳만 봐도 연체되고 있거나 회수가 어려운 대출 자산의 규모가 늘고 있습니다. 2022년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금액은 4,707억 원입니다. 3개월 전인 2분기(4,209억 원) 대비 11.8% 증가한 규모인데요. 2022년 2분기까지 고정이하여신금액이 완만하게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반기에 금액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인상 충격이 있었다는 뜻이죠.

 

*고정이하여신

: 3개월 이상 대출 상환이 연체돼 이자수익이 나오지 않는 대출 자산을 뜻합니다.

 

© KB금융지주 실적 보고서

 

물론 은행에서는 ‘큰 문제 없다’라는 입장일 겁니다. 고정이하 여신금액만 갖고 ‘은행들의 위기론’을 운운하는 것도 성급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내놓는 연체율과 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좋아지고 있고 추정손실로 분류되는 악성 대출 자산도 2022년 3분기에 크게 줄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정신 차리고 봐야 할 게 이런 비율은 어느 정도 핸들링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추정손실 대출자산을 회계장부에서 손실로 놓고 신용 관리업체에 넘기는 것이죠. '은행의 자산 건전성' 항목은 보기 좋아집니다. 부실 대출 채권이 그만큼 사라졌으니까요.

 

KB국민은행/KB국민카드 연체율 및 NPL(고정이하여신) 비율 © KB금융지주 실적 보고서

 

이런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은행이라고 해서 금리가 높아지는데 대출 자산의 부실화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되고 있으니 자칫 제2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사건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사건이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중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점수 620점 이하의 비우량 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담보대출)가 부실화되면서 발생했다.

© 매일경제

 

다시 달러를 사 모을 때 미국 내수 경기만 놓고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대출이자 부담은 늘고 미국인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다면, 내수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미국 증시가 굳건히 버텨줘서 미국 내 투자 심리가 급박하게 하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위기 전 잠깐 쉬어 가는 타이밍’일 수도 있겠네요.

‘잠깐 쉬어가는 타이밍’인 지금, 달러를 사야 할 시점일 수 있습니다. 세계 경기가 힘들어지면 안전자산이 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다시금 원/달러 환율이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죠. 설령 미국에서 촉발된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2013년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때, 미 채권의 금리는 오히려 떨어졌습니다.(채권 가격 상승) 혹여라도 세계 경제 위기가 올까 봐 미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커진 것입니다. 기축통화이자, 미국이 발행하는 통화라서 '그래도 망할 위험이 다른 나라보다 적다'라는 이유가 큽니다.

 

채권은 우량 장기채 위주로 지난해 금리가 급박하게 오른 덕분에 최근 채권 금리선은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현재 10년만기 한국 국채 금리가 3%대 중반인데, 2019년 때만 해도 발행금리가 2%를 넘지 못했습니다. 채권 가격이 전체적으로 싸진 이유가 큰데 이때 채권에 투자하기 좋습니다. 국채 우량채를 사서 장기 보유할 예정이라면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입니다.

금리가 정점을 지나 하락할 때를 대비한다면 장기채를 사서 갖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금 사 놓는 장기채는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고채와 같은 우량채라면 가능한 가정입니다. 통상 경기가 급속히 나빠질 때 이들 우량 국채의 값이 오릅니다. 차익 실현의 기회가 되는 것이죠.

반면 투자등급 이하의 채권(정크본드) 매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자칫 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진다거나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정크본드 혹은 하이일드본드는 경기 순환 곡선과 같이 움직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경기가 저점을 지나 상승 곡선을 그릴 때 매입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주식처럼 경기가 좋아지면 값이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값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실제 채권 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들을 보면 ‘경기가 하락 저점에 왔다’ 싶은 판단을 하면 정크본드 등 투자등급 이하 채권의 비중을 높입니다. 수익률 면에서 우량채보다 좋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채권 투자는 전문가의 영역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채권에 직접 투자하고 싶으시다면 장기 투자 관점에서 '내 자산 가치를 보호하겠다' 측면으로 접근하시면 좋습니다. 채권 가격에 따른 거래 차익을 남기는 것은 전문 트레이더들의 영역이고 그들도 자주 손실을 보곤 합니다.

한 가지 더. 최근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향후 10년을 봤을 때 2023년만큼 금리가 올라가 있을 시기도 드물 것이라는 예상 때문입니다. 장기투자의 관점에서 채권 투자의 적기라는 얘기죠.

 

장기 투자한다면 은행주에 관심을 은행주가 2023년 1월 들어 크게 올랐습니다. KRX은행주 지수는 1월 들어 3주간 20% 가까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6.93% 오른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입니다.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매수세가 몰린 덕분이죠.

더욱이 은행들은 2020년 이후 2022년까지 매해 최대 순이익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는 2022년 말에 주요 금융지주들(KB·신한·우리·하나)의 연간 순이익을 예상했는데 20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1년 이들 금융지주들이 올린 14조 원의 1.5배 수준입니다.

 

 

2022
12월 29일

2023
1월 17일

변동률

KB금융

48,500

59,100

21.9%

신한지주

35,200

43,300

23.0%

하나금융

42,050

52,200

24.1%

우리금융

11,550

12,850

11.3%

DGB금융

6,990

7,710

10.3%

기업은행

9,820

10,450

6.4%

© 네이버금융

 

장기투자 관점에서도 은행주는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예적금과 비교해 봅시다. 2020년 예적금 금리가 1%대일 때도 배당률은 5~7% 정도였습니다. 같은 돈 100만 원을 예금에 넣으면 1만원 정도를 이자로 받았겠지만, 그 돈 100만 원으로 은행 주식을 샀다면 5만 원에서 7만 원 정도의 배당을 챙길 수 있었겠죠.

실제 금융지주 회장들도 부지런히 자기회사주를 사 모읍니다. 첫 번째 메시지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 주주친화적인 경영을 하겠다'입니다. 두 번째 목적은 자신들의 노후를 대비한 계산이 있습니다. 배당률이 높다 보니 훌륭한 은퇴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국내외 은퇴자들이 노후 대비용으로 금융주를 매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은행주를 장기 투자하고 보유하기가 국내 투자 여건상 쉽지 않기는 합니다. 잘 오르지도 않을뿐더러 전체적인 하락 국면에서 '경기방어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할 때가 많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의 주가 하락세를 보였고, 회복은 다른 주식들과 비교해 매우 뒤늦었습니다.

게다가 2023년은 은행 내 대출 자산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해입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건전성도 높고 외부 충격에 대한 방어도 잘하는 편에 속한다고 해도 '은행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면 이들 주식의 주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초 은행주는 배당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긴 합니다.

 

신종자본증권도 괜찮은 투자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면 은행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것도 좋습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일종의 후순위 채권입니다. 은행이 자본금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거나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발행합니다. 주로 영구채(만기가 없는 채권) 형태로 발행되지만 보통은 5년 안에 채권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준다는 옵션이 설정돼 있습니다.

앞서 신종자본증권이 일종의 후순위채권이라고 했는데, 은행이 비상 상황에 처하면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은행의 자본금으로 포함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됩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은행이 망하기 직전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확률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 채권은 채권자에게 불리한 옵션이 붙어 있지만 그만큼 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2022년 5월 하나금융지주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최종 발행금리는 연 4.55%로 결정됐습니다. 은행채는 국채와 함께 초우량채로 분류돼 보통은 금리가 낮지만, 이 경우에는 신종자본증권이라는 특성 덕에 높은 금리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론상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자본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가격 하락의 위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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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