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살짝 나아질까
SUMMARY
-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들어 금리 동결의 시점 고를 듯한 美 연준
- 완화된 분위기에 엔화 강세 오면 한국 수출 경쟁력도 안정화 추세 예상됨
- 시장 기대감과 실제 금리 움직임의 차이 존재해 채권과 금 처분에 신중해야 함
© istock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제로금리 수준에서 시작한 미국의 연방 기준금리는 지난해 말 5% 밑단까지 왔다. 코로나19 발발과 함께 풀렸던 돈의 양이 '물가 상승'이라는 역습으로 다가온 이유가 컸다. 연준은 돈을 빨아들이는 '긴축 정책'을 써야 했고 우리는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는 강달러 시대를 맞았다.
달러의 공급 감소는 미국 외 다른 나라들에 고통으로 다가왔다. 일본이나 유로존 국가처럼 저성장 국면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컸던 나라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개발도상국 경제는 2022년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한국도 다른 어떤 해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압박을 받았다.
길게만 보였던 연준의 긴축도 끝이 보인다. 연준은 26일(현지 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최상단 금리는 5.5%에 이르게 됐다. 물가 상승 우려를 덜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 정도 올릴 수 있지만 당분간은 '동결의 시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어쩌면 우리는 '동결의 시간' 이후 '금리 하강의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위기 이후 급박한 금리 인하든, 경기 연착륙을 고려한 금리 인하든 지금보다 더 낮은 금리의 시대에 살 가능성이 높다.
금리, 언제 떨어질까 지난해부터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는 물가가 됐다. 그전까지는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조정했다면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요즘에는 물가 상승 여력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지난 7월 12일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위안이 된다. 전년 같은 달 대비 3.0% 상승을 기록했다. 당초 전망치 3.1%보다도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6월 13일 발표된 5월 CPI 상승률이 4%란 점을 생각하면 많이 낮아졌다. 조만간 미국 내 물가 상승률이 2.0%를 가리킬지도 모른다.
미국 CPI 상승률 (전년동월 대비 기준), 출처 : 인베스팅닷컴
물가 상승률이 2.0%대로 떨어지면 연준의 정책은 바뀔까? 정답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이다.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평균 2.0%다. 2.0% 밑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당분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되레 올릴 수도 있다. 언제든 다시 물가가 뛸 수 있기에 상황을 관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저마다 다르지만, 은행들은 내년 초부터 연준의 완화적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 투자할 마지막 시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면 한국은행도 안도의 한숨을 쉴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3.5%로 섣불리 올리지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와 경기가 자칫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수준이 덜하다고는 해도 일본과 우리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취합한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국은행 금리 경로 전망을 보면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부터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 |
주요 내용 |
기준금리 전망 |
||
인하 |
23년말(%) |
24년말(%) |
||
씨티 |
연내 금리 인상 없을 것으로 예상, 다만 가계부채 증가가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 주기를 늦출 가능성 |
23년 11월 |
3.25 |
2.25 |
BNP파리바 |
근원 물가상승률 올해 4분기 2%대로 하락, 기준금리 올해 동결 후 내년 25bp씩 4차례 인하 |
24년 1분기 |
3.5 |
2.5 |
BOA |
내년 1분기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안정된 후 연준보다 먼저 인하 사이클에 도입할 것으로 예측 |
24년 1분기 |
3.5 |
- |
골드만삭스 |
한은의 정책적 우선 순위가 경기하방 리스크에서 금융 안정으로 이동 |
24년 1분기 |
3.5 |
- |
JP모건 |
2024년 2분기 금리인하를 시작할 전망이나 한은의 매파적 수사 고려 시 시기는 지연될 가능성 |
24년 2분기 |
3.5 |
2%대 중반 |
쏘시에테제네랄 |
연준의 추가 긴죽으로 원화 절하 압력이 커질 경우, 한은이 금리 인항을 단행할 가능성 |
- |
3.5 |
- |
주요 투자은행의 한국은행 금리 경로 전망(7월 13일 금통위 직후 보고서 기준 출처 :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씨티은행은 연내 금리 인상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한은이 금리 인하 주기를 늦추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BNP파리바도 올 한 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1분기부터 금리를 낮추고 내년 말이면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금리도 동결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권 금리도 다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채 10년물 기준 금리는 3.66%인데, 8월이 되면 3.5%대에 안착할 수 있다. 2.25% 정도였던 2021년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지만 2024년이 되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채권 투자의 마지막 적기는 올해 하반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채권 장기 보유자에게는 비교적 높은 금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고, 채권 차익 거래자에게는 싼값에 채권을 살 기회다. 채권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채권 가격이 싸다는 얘기다.
파월이 떠올린 미국의 과거 우리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의중에 주목해야 한다. 연준 내 다른 이사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파월 의장의 발언권은 가장 셀 수밖에 없다. 그가 지향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연준의 정책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8년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파월은 임기 초기부터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언급하곤 했다. 키 190cm 이상의 거구인 볼커 의장은 1979년 연준 의장으로 지금도 정정하게 생존하고 있다. 과단성 있는 정책으로 효과를 봐 경제 위기가 닥칠 때면 회자되는 사람 중 하나다.
볼커 의장이 처음 취임했던 1979년 상황을 살펴보자. 산유국 이란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미국 대사관에서 인질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의 어설픈 인질 구출 작전은 미국·이란 관계를 더욱 꼬이게 했고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설상가상일까, 산유국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아프가니스탄 내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이슬람 원리주의로 무장한 세력이 득세하자 소련은 주저 없이 군대를 보냈다.
산유국 내 정정 불안은 국제 유가를 자극했다. 1979년 초 배럴당 15달러였던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39달러로 치솟았다. 지금처럼 셰일오일 등의 대체제가 있지 않았던 때라 세계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았다. 1980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그때 어려움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도 다를 게 없었다. 1979년 인플레이션은 13%에 이르렀다. 1970년대 누증된 스태그플레이션의 여파로 전 세계 경제는 휘청였다. 폴 볼커 연준 의장은 가차 없이 금리를 올렸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고 1981년 19%까지 연준 기준금리가 올라갔다.
역대 미국 기준금리.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음영 부분은 급속한 금리 하락기
이런 조치 덕에 인플레이션은 잡았고 미국 연준은 완화적 기조를 가져갔다. 금리가 떨어지고 달러가 풀리면서 전 세계 경제는 다시 성장세를 달렸다. 한국 경제는 반사 이익을 봤고 1980년대 중후반 10%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파월 의장이 생각하는 수(手)도 여기에 있다. 작금의 고금리 정책으로 경기가 안 좋아지고 위기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잡힌다면 경기 회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골이 깊은 만큼 꼭대기도 높다고 할까. 따라서 올 한해 하반기까지는 연준은 5% 후반대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경기 상황을 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금리를 급박하게 올렸던 연준이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시장은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나친 기대감으로 다시금 인플레이션이 자극된다면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것이다.) 점차 정크본드, 개발도상국 자산 등의 투자가 늘고 국내 무역 수지 개선 가능성이 커진다. 완만한 경기 회복의 분위기가 돌 수 있다.
엔화 오르면 한국은 웃는다 완화적인 분위기(연준이 금리를 내린다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는 옆 나라 일본 경제에 가중된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가리키면서 엔화는 상대적인 강세로 돌아설 것이다. 엔 달러 환율은 떨어지게 되고,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일본의 채권 금리에도 나타나고 있다. 0.47%였던 일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금리)은 보합권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초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0.47%로 마지노선이자 목표 금리인 0.5%에서 불과 3bp 낮을 뿐이었다.
그런데 연준의 금리 동결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일본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유지된다면 0.45%선에서 등락을 보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00엔당 원화 환율 추이. 출처 : 네이버금융
일본 국채 금리가 보합세라도 하향 안정화된 추세를 보인다면 한국으로서는 다행일 수 있다. 속절없이 떨어지던 엔화 가치가 바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한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점차 안정화 추세에 들어갈 수 있다.
일본 국채 금리가 다소 떨어졌다는 얘기는 채권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고 이는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옅어졌다는 뜻이다. 이제 일본 경제의 회복세와 함께 엔화 가치는 서서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엔화의 상대적 강세는 국내 수출 기업들에 위안이 될 전망이다. 한국 무역협회는 8년 만에 맞은 기록적인 엔저로 지난해 1~3분기 달러 대비 엔화가 원화보다 5.86%포인트 평가절하됐는데, 이 현상으로 인해 이 기간 한국의 수출이 168억 달러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작년보다 엔저 현상이 심화됐던 올해 상반기는 한국 기업들이 받는 악영향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달러와 금을 가져야 하는 이유 수능 난이도 조절에 출제자들이 늘 실패하듯 경기를 조절하려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노력은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블랙스완이다.
2008년 초반만 해도 리먼 브라더스라는 거대 투자은행이 무너질지 몰랐고, 2019년에는 코로나19 위기가 갑작스럽게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지 몰랐다.
연준의 완화적 기조만 보면 '경기가 나아지겠다'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금리의 움직임은 분명 불황을 가리키고 있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 현상은 1년여가 넘었고 올해부터는 미 국채 2개월물이 10년물 금리를 넘나들고 있다. 무엇이 될지 모르나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다.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하반기 금융 완화적 분위기라고 해도 국채와 같은 우량 채권, 달러화, 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투자자 유의사항: 이 콘텐츠에 게재된 내용들은 작성자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해당 글은 필자가 습득한 사실에 기초하여 작성하였으나,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시기 바라며, 투자 시 투자자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최종 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해당 글은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자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의 증빙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