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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망할까?

Summary

-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

- 순식간에 시장 지배력을 잃고 몰락한 싸이월드의 전철 밟을 우려

- 싸이월드와는 다른 모바일 메신저 독점사업자 카카오의 위상

- 모바일 인터넷을 뒤이을 새로운 시장 강자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를 출시한지 12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네이버를 나와 2007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15년 만이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계열 서비스가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차질을 빚은지 보름이 되어가지만 이슈가 잦아들 분위기는 아닌듯하다. 불의의 사고로 서비스가 하루만 중단돼도 IT업체는 대외 신인도에 큰 타격을 받는다. 이 가운데 짧게는 2~3일(카카오톡 등) 길게는 일주일(다음 메일 등) 이상 서비스를 제대로 못했다면 '망신 중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카카오가 대기업 집단군에 분류된 이후 스타트업 시절 가졌던 도전정신과 참신함을 잃은 대가라고 평가한다.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는 비난이다.

또 다른 측에서는 '제아무리 구글이라고 해도 데이터센터가 불타버리면 손쓸 도리가 없다'라며 카카오를 두둔하고 있다. SK C&C 측은 ‘그만하길 다행이다’라는 반응을 살짝 내비치고 있긴 하다. 카카오 주가도 사고 이후 다시금 살아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지난해 고점 대비 터무니없이 주가가 낮아졌으며, 작년 상장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계열사 주가도 ‘죽을 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회복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 못하다. 자칫 한국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시장을 선도하다 몰락한 싸이월드의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1년 기준 카카오 주가 추이 © 구글 화면 캡처

 

이번 편에서는 2000년대 한국 인터넷 업계 성장주로 떠올랐다가 허무하게 사그라든 싸이월드의 사례를 보면서 카카오의 앞날을 예상해 보도록 하겠다.

 

'라떼는 말이야' 싸이월드의 성공 1990년대 후반 초고속인터넷망의 구축과 함께 여러 인터넷 서비스가 나왔다. 먼저는 이메일 서비스였다. 기본 5MB 저장 용량을 제공했던 '한메일'이 급성장했다. 한메일은 포털사이트 '다음'으로 모습을 바꾸면서 초기 인터넷 시장 초강자 '야후'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메일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한 서비스는 ‘검색’이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아주는 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야후가 알타비스타 등 다른 주자를 물리치고 1990년대 후반 시장을 선점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엠파스, 심마니 등이 나왔다. 이중 네이버는 후발주자였음에도 ‘뉴스 서비스’와 ‘지식인’ 등으로 사용자 확보에 성공하게 됐다.

PC통신 시절 ‘동호회’의 잔상도 초기 인터넷 시장에 짙게 베어 있다. 동창끼리 모이는 ‘아이러브스쿨’, 또래끼리 모이는 ‘세이클럽’ 등이 인기였다. 채팅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로 ‘다음 카페’와 함께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시장을 선도했다. PC통신 동호회를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던 ‘프리챌’도 선두주자 중 하나였다.

이메일부터 검색,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초기 인터넷 서비스의 가장 큰 고민은 ‘수익화’였다. 검색은 야후와 구글이 ‘검색광고’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줬지만 커뮤니티 등에서는 마땅한 매출원이 없었다. 배너 광고가 유일했지만 검색광고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매우 낮았다.

지금은 엔젤투자자도 여러 벤처 투자 펀드도 많다. 그러나 당시에는 창업자들의 개인 빚이 많았다. 코스닥 시장도 닷컴기업의 급락으로 얼어붙었다. 주식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조차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기업이 있었으니 ‘프리챌’이었다. 각 커뮤니티에 매월 2000~3000원가량의 사용료를 받겠다고 했다. '인터넷은 공짜다'라는 인식이 강했던 당시 분위기로 봤을 때는 위험성 높은 결정이었다. 프리챌 측은 전체 커뮤니티의 80%가 떠난다고 해도 충분히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봤다. (관련기사)

 

2001년 프리챌 화면 © 오마이뉴스

 

문제는 대체 서비스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PC통신 시절이었으면 능히 통했겠지만 다음카페부터 세이클럽 등 대체재가 많았다. 군소 커뮤니티 서비스였던 싸이월드도 이들 중 하나였다.  

싸이월드는 자신의 클럽 서비스를 갖고 커뮤니티 유치에 나섰다. ‘우리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공짜입니다’를 내세웠다.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고 싸이월드 클럽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실 싸이월드도 프리챌과 같은 고민을 했다. 돈을 벌 만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업 운은 의외의 곳에서 터졌다. ‘미니홈피’였다.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사용자를 소개하는 ‘프로필 팝업창’ 정도였는데, 사진을 올릴 수 있었고, 글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게 통했다. 1인 미디어 서비스의 성장과 맞물려 사용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다만 미니홈피는 새로운 게 아니었다. 싸이월드의 독창적인 서비스라고 보기에도 힘들었다. 세이클럽이나 프리챌 등에도 미니홈피는 있었다. 싸이월드의 미니미 같은 아바타 서비스도 운영되고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 태생의 당시 10대들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클럽보다도 미니홈피를 사용하기 위해 싸이월드에 가입했다. 싸이월드 측도 미니룸 등의 서비스를 출시했고 아기자기한 감성 디자인을 선보였다. 10대 소녀들이 사용하는 ‘다이어리’와 같은 모습의 개인 홈페이지였다.

 

 

자기만의 표현 공간’에 목말라했던 수요는 서비스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졌다. 자기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던 것. 미니미 옷을 입히기 위해 도토리를 샀고 미니룸의 배경을 바꾸기 위해 여러 가지 소도구를 배치시켰다. 1년에 3000원 정도 하는 미니홈피 스킨을 사는 데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전 인터넷 주류였던 20대 남성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여기에 디지털카메라 열풍과 맞물려 지금의 인스타그램 못지않은 '자기 표현의 도구'로 미니홈피가 쓰였다. 

싸이월드는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면서 정점을 향해 나아갔다. 대기업의 지배를 받아 자금난에 허덕이지 않고, 갖가지 사업 아이디어도 낼 수 있게 됐다. 충성 사용자층도 당시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두텁게 만들어졌다.

싸이월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SNS로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참고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10년 초반 싸이월드에서 올리는 한 달 매출은 1000억 원 이상이었고, 상당 부분 미니룸과 미니홈피, 배경음악 서비스 등에서 비롯됐다. 

 

카카오톡의 성공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 체류했던 김범수 의장이 아이폰 열풍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시장의 개막을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김범수 의장이 2007년 아이위랩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스타트업을 차리고 거듭된 실패 끝에 나온 '최후의 역작'이기도 했다. 

카카오톡이 나왔던 당시 시장을 선점하던 모바일 메신저는 여럿 있었다. 첫 번째는 네이트온, 두 번째는 왓츠앱이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은 국내 온라인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도 선도적으로 내놓았다. 2010년 카카오톡 입사를 제안받았다던 한 개발자는 "그때는 네이트온이 조금만 힘을 내면 카카오톡 정도는 쉽게 앞서나갈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초창기 카카오톡 화면

 

카카오톡은 초창기 싸이월드처럼 아기자기한 서비스 구성 등으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공짜 문자 서비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웠다. 개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문자(SMS)' 서비스가 갖고 있던 약점을 건든 것이었다. 문자 서비스는 건당 20원의 돈을 내야 했고, 단체 문자 등을 송신하는 데 있어 불편했다. 사진 등을 전송하기도 힘들었다. 

이 같은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싸이월드가 기존 강자 '프리챌의 맹점'을 건드려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우위를 가져갔던 것처럼 카카오톡은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대체하게 됐다.

대기업 SK텔레콤의 헛발질도 한몫했다. SK텔레콤은 문자 메시지 매출 감소를 결코 반기지 않았다. 앞서 개발된 네이트온 모바일 서비스가 혹여라도 자사 문자 메시지 매출을 깎아먹을까 우려하기까지 했다. 손자회사(SK텔레콤 - SK플래닛 - SK커뮤니케이션즈)의 서비스가 모회사 중심 서비스를 잠식한다는 것은 당시 대기업 정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싸이월드의 모바일화도 뒤늦게 이뤄졌다. 

반면 카카오톡은 자신들의 사업 확장을 억누르는 모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모바일 특화 서비스를 펼쳤고 문자(카카오톡)와 통화(보이스톡)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투자는 하되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식의 실리콘밸리 투자 문화가 이 즈음 한국에 퍼지게 된 것도 카카오톡에게는 이점이었다. 앞선 벤처기업들이 투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주주들에게 크게 시달렸다는 점을 생각하면 훨씬 나아진 환경이었다. 프리챌처럼 성급한 유료화를 단행하거나, 서비스가 무르익기 전에 대기업에 자신을 파는 싸이월드와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싸이월드의 전철을 밟을까 카카오톡이 순식간에 몰락해 싸이월드와 같은 비운의 사례를 맞게 될까? 지금도 싸이월드는 힘겹게 부활의 몸짓을 하고 있다.

우선은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서비스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실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카카오톡 못지않은 사용성을 보이고 있고, 텔레그램은 전 세계에서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도 모바일 메신저로서 훌륭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표현의 장' 외에 쓸모가 크지 않았던 싸이월드와 달리 카카오톡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모바일 서비스에서 금융, 쇼핑에 이르기까지 망라돼 있다. 다시 말하면 카카오톡 생태계에서 빠져나오게 된다면 그 사용자가 겪게 되는 불편함이 크다는 뜻이다. 서버 화재 사건 이후 잠시 감소했던 카카오톡 사용자 수가 곧 회복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플랫폼의 위력이기도 하다.  

다만 '메일'이나 '블로그'처럼 시장 지배 위치에 있지 못하면서 대체재도 충분한 경우에는 카카오 서비스 이탈자가 많아질 수 있다. 따라서 네이버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는 포털 '다음'은 이번 화재를 계기로 더 큰 하향세를 겪을 수 있다. 

대기업의 지배를 받으며 더 큰 성장의 기회를 갖지 못했던 싸이월드와는 다르다. SK는 싸이월드를 포털 ‘네이트’의 성장 발판으로 삼았지, 그 자체의 서비스를 확장해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카카오는 이미 그 자체로 국내 대기업 집단군에 속해 있다. 통신 대기업 손자회사의 일개 서비스였던 '싸이월드'와는 위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카카오가 기운다면? 중요한 것은 기업이 아니라 시장을 봐야 한다는 점이다. 급격한 시장 변화를 읽고 미리 대비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사라진다. 결국 '시장이 선택한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싸이월드는 1990년대 PC 인터넷 시장이 커지던 시기 '커뮤니티·1인 미디어' 시장에서 살아남아 한때 최강자였다. 카카오톡은 2010년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살아남았고 지금 대기업이 됐다. 

다시 말하면 시장의 판도가 새롭게 바뀌는 데 있어 카카오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기울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바일 시장이 계속된다면 카카오톡이 시장 지배자 위치를 잃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지금 투자자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카카오톡의 추락이 아니다. PC통신, 유선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을 이을 새로운 변화를 어느 기업이 일으킬지 살펴봐야 한다. 2020~2021년 ‘메타버스’ 열풍이 그렇게 거세게 불었던 것도 ‘혹시 메타버스가 모바일 뒤에 올 새로운 시장이 아닐까?’라는 추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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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