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채권 투자가 환영받는 이유
Summary
-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은 '저가 매수의 기회'
-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개인 투자자도 쉽게 채권 매수 가능
- 다가올 저금리 시대를 대비한 투자 대안으로 눈여겨볼 만함
-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승 예상되므로 분할·분산 매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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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세계 경제는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입니다. 2020년 이전까지 디플레이션을 걱정했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올해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론 고물가와 고금리는 서로 강력한 연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물가가 심상치 않게 오르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금리가 올라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있더라도 치솟는 물가를 잡지 않으면 ‘지금의 경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라는 각국 중앙은행의 위기감이 강력하게 반영됐습니다.
그렇다면 ‘고물가’와 ‘고금리’에 맞는 투자도 있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라면 예금에 돈을 넣어 이자 수익을 기대하겠지만,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격이 싸진 채권에 관심을 가져봐도 좋겠습니다.
개인이 채권 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시장에 유통되는 채권을 직접 사는 ‘직접 투자’,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기대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가 있습니다.
채권, 직접 투자를 한다면? 개인도 주식처럼 채권을 살 수 있습니다. 다만 보통 개인이 채권 발행자와 직접 거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채무증권전문회원 인가를 취득한 금융투자회사(국채딜러)나 은행 등이 매수해 보유 중이거나, 이들이 중개하는 채권을 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들이 확보한 채권을 시장에서 개인이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개인이 채권을 살 수 있는 시장은 또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장외채권시장과 장내채권시장입니다. 장외채권시장은 증권사 등이 보유한 채권을 사는 시장인데요. 1만 원 밑의 소액 단위로 잘라 살 수 있어 개인이 접근하기 좋은 편이죠. ‘시장에서 사 온 증권사 보유의 채권’을 사기에 ‘장외시장’이라고 부릅니다.
장내채권시장은 주식시장처럼 자유롭게 채권이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우리가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흔히 보는 주식거래처럼 시장에 올라온 채권들을 살 수 있습니다. 증권사는 거래에 따른 투자 수수료를 받습니다. 따라서 ‘한국투자증권’ MTS에서 찾은 채권 상품을 ‘NH투자증권’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채권, MTS로 쉽게 삽니다 개인도 채권을 사서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모릅니다. 채권 투자를 기관 등 전문투자자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장외채권시장’과 ‘장내채권시장’ 모두 증권사 계좌만 갖고 있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한국투자 증권 MTS 화면을 예시로 채권 투자에 대한 부분을 설명드리겠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예시일 뿐 다른 증권사 MTS의 채권 투자 구조도 비슷합니다.
한국투자증권 앱에 들어가 ‘금융상품’을 터치하면 ‘장외채권 가입/관리’, ‘장내채권 매수/관리’가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이 보유한 채권을 산다면 ‘장외채권 가입/관리’에 들어가면 됩니다.
한국투자증권 MTS 화면
일단 전 ‘장외채권 가입/관리’ 화면에 들어가 ‘JB우리캐피탈423-4’을 골라봤습니다. JB우리캐피탈이라고 하는 여신전문업체가 발행한 여신전문채권인데, 수익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연 개인세전수익률’이 6.4%로 돼 있습니다. 이 채권에 대한 투자등급도 나와 있네요.
장외채권시장에서 JB우리캐피탈423-4 정보를 열어봤을 때
이 채권의 발행 시점은 2021년 5월이었고 당시 표면이율은 1.57%(발행 당시 고정된 이자)였습니다. 2021년 5월이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이던 때로 시장금리가 전체적으로 낮은 때였습니다.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채권값이 떨어졌고 수익률이 6%대까지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채권을 매수한다면 내년 5월까지 세전 6%대, 세후 5%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2022년 11월 기준 정기예금 금리가 4% 밑선이란 점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익률입니다.
장기채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고채를 둘러보면 됩니다.
장내시장에 들어가 보니 2039년 만기인 ‘국고01125-3909 채권’이 눈에 띕니다. 발행 당시 표면 이율은 1.125%였는데 이 채권 역시 채권값 하락에 따라 수익률이 올랐습니다. 세전 기준 3.79%입니다. 단순 계산해 이 채권을 1억 원어치 산다면 매해 379만 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국채라는 안전성이 있고,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에 은퇴자라면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네요. 게다가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갑니다. 되팔아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단 뜻이죠.
장내채권시장을 클릭해 열어봤을 때
요새 채권이 싼 이유? 채권은 발행 당시 원금과 이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에 나와 유통되는 순간부터 가격이 주식처럼 수시로 오르내립니다.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처럼 장기 보유하면서 이자 수익을 기대하는 채권 투자자들도 있지만, 시시각각 매수·매도를 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라는 투자 개념이 채권 시장에도 통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채권 유통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은 주식처럼 가격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시장금리, 채권 발행자의 신용도, 인플레이션, 경기 예측에 따라 오르내리죠.
이중 가장 큰 요인은 금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기준금리가 0.5%에서 1%가 되면서 시장금리가 일제히 올랐다고 가정해 본다면, 그 이후 나오는 채권의 표면 금리는 1% 이상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채권 투자자들이 그 채권을 매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0.5%일 때, 원금 1만 원에 100원을 주는 표면 이율 1%의 채권이 발행됐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준금리가 1%가 되고 시장금리가 일제히 올랐다면 이 채권의 매력도는 떨어집니다.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보다 수익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투자자가 이 채권을 시장에 판다면, 그때는 원금 이자 액면가인 1만 원보다 싸게 가격을 책정해야 팔릴 것입니다. 매수 대기자도 바보가 아닌 이상, 금리가 낮은 채권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채권의 시장 가격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 다른 원인은 인플레이션에 있습니다. 단기채보다는 장기채에 해당되는 내용인데요. 인플레이션은 달리 말하면 ‘돈의 가치가 하락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사과 1개를 100원에 주고 샀는데, 올해는 120원을 줘야 한다면,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입니다.
장기채 투자자들은 이런 인플레이션을 싫어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을수록 내가 들고 있는 채권의 원가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죠. 2022년처럼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8%를 기록한다면, 장기채 투자자들은 더 많은 금리를 채권 발행자에 요구할 것입니다. 시장에 나온 기존 장기채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지요.
인플레이션과 미 국채 수익률이 같이 올라간다(가격 하락)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미국 노동청 및 야후파이낸스
채권 가격이 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채권 매수자들의 불안심리를 들 수 있습니다. 채권 기업들의 업황 부진을 우려해 채권 사기를 주저하는 것입니다. 실제 올해 하반기와 내년은 급속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 위축이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입니다.
이론적으로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은 시장금리와 매칭됩니다. 예컨대 채권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기존에 발행되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새롭게 발행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수렴하는 것입니다.
채권 투자가 지금 ‘딱’인 이유 투자의 격언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입니다.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 저가 매수의 기회’가 왔다는 의미입니다. 언제든 채권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기에 지금 사서 모아 놓는 것이죠. 경기가 회복되고 금리가 떨어져 ‘기존 보유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때를 기다린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는 항상 주기를 탔습니다. 경기 저점과 고점을 오가면서 호황기와 불황기를 겪어왔죠. 불황이 깊어지거나 경제 위기가 오면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했습니다. 어느 정도 경기 회복이 전제돼 시장 불안감까지 완화된다면 시장 금리도 하락하게 됩니다.
시장 금리의 하락은 새롭게 발행되는 채권의 금리(표면 이율) 하락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과거 채권 가격은 오르게 됩니다. 더 많은 금리를 얻기 위해 고금리 시절 발행된 채권이나, 매수한 채권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때 투자자는 채권을 매도해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매도하지 않고 채권을 장기 보유하더라도 이득입니다. 시장 금리가 2% 정도 되는 시점에 내 채권 수익률이 5%라고 하면,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3%p의 금리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은퇴를 계획하고 있거나 10년 넘게 은행 예금 이자율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금리 상승기 동안 채권을 매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실제 많은 자산가들이 싸진 채권을 매수하면서 새롭게 올 호경기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간접투자는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지난 3월 이후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채권 투자 상품이 크게 늘었습니다. 채권 가격이 하락한 것을 보고 투자의 적기로 여긴 것이죠. 이중 하나가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ETF는 펀드매니저의 개인 역량에 크게 좌우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ETF 상품은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분산투자인 셈이죠.
예컨대 장기국채는 물가 안정에 따라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가격이 높아집니다. 당연히 이 국채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가격도 오릅니다. 회사채는 여기에 경기회복 신호까지 있어야 지수가 올라갑니다.
그러나 아직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고, 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적립식으로 투자하거나 여러 채권 ETF에 분산 투자하기를 조언합니다. 회사채, 국공채, 장기채, 단기채 등을 나눠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개인이 채권을 직접 구매할 때도 나눠서 분산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래도 물가가 걱정된다면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내년에 물가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겠죠.
이때 주목받는 게 물가연동채권입니다. 보통 물가연동채권이나 물가연동국채는 10년 만기를 중심으로 발행하고, 국가에 따라 2년물, 5년물이 발행되기도 합니다. 만약 2021년 이전에 물가연동채권을 매수해 놓았다면 2022년 물가 급등기 때 어느 정도 이익을 봤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기준금리를 급속하게 올리고 있는 시점에서 물가연동채권의 매력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채권 투자의 핵심은 큰 수익을 바라기보다는 인플레이션 헷지(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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