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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매출이 감소했다…진해지는 경기 위축 징후?

SUMMARY

- 부진한 기업들의 실적은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시사

-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 투자는 감소하여 애플∙알파벳∙아마존∙삼성전자 모두 울상

- 향후 기업들의 실적을 좌우할 2023년 연준의 금리 정책에 촉각

 

© istock

 

2023년 경기 징후가 벌써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아니, 지난 4분기만 보면 불경기 징후가 뚜렷해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추세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뉴욕증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애플이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주가 하락을 겪었고, 구글과 아마존도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가와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경기가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경기는 심리다’라는 이유로 경제전문가나 언론매체들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기업 실적은 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입니다. 지난 4분기에 전형적으로 B2B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부문이 부진에 빠졌습니다. 올해 1분기는 적자가 예상됩니다. 기업들의 반도체 수요 부진이 원인입니다. 고객사들의 비용 절감 계획과 맞닿아 있는 것이죠.

기업들의 비용 절감은 또 고용 감소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상당수 미국 내 테크기업들은 감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3년 부족한 수요와 높아질 경기 수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습니다. 당연히 전체 근로자들의 임금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금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수순이죠. 스태그플레이션의 심화 단계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이 같은 경기 상황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무섭게 치솟던 인플레이션도 가라앉는 추세이고 전 세계는 연준의 금리 동결 혹은 인하만 오매불망 바라는 눈치입니다. 금리가 떨어져야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 향방은 연준의 금리 정책에 달린 것 같습니다.

 

애플의 실적이 줄었어요 경기가 안 좋아져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경기방어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내수주나 금융주가 꼽힙니다. 특이하게 애플 주식은 경기 방어주 정도를 넘어 뉴욕 증시 내 ‘안전자산’으로 꼽힐 정도인데요. 웬만해서는 실적 하락의 염려가 적고 주가 또한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덕분입니다. 일반 기업의 주식, 특히 IT주를 ‘안전자산’이라고 부르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그만큼 애플 주식에 대한 선호도와 기업 신뢰가 높다는 얘기겠죠.

그런데 최근 분위기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애플의 주가가 테슬라만큼 심각한 하락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실적이 심상치 않아서입니다. 지난 2022년 홀리데이 시즌 때 애플의 실적은 감소했습니다.

홀리데이 시즌은 11월 말 추수감사절 주간부터 성탄절·신년을 포함한 12월 말까지를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최대 소비가 일어나는 소비 특수기입니다. 기업에 따라서는 한 해 장사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간이죠. 스마트폰부터 컴퓨터, 웨어러블기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애플도 이때 제품을 많이 팝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식으로 신제품도 많이 발표합니다.

최근 발표한 애플의 2022년 4분기 실적은 이런 홀리데이 시즌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매해 ‘기록적인 실적’을 보였던 예년과 다른 모습입니다. 이 기간(2022년 4분기) 애플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5% 감소한 1172억 달러로 월가 전망치 1211억 달러를 하회했습니다. 전년동기 대비 애플 매출이 하락하기는 201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기는 2015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제품별 애플 실적 (10억 달러) © 블룸버그 통신

 

물론 애플도 할 말은 있습니다. 2022년 말까지 진행됐던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규제에 따른 생산 차질이 컸기 때문입니다. 연말연시 제때에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이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중국 코로나19 규제가 그나마 풀린 올해 1분기도 상황은 녹록지 못합니다.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 수요가 예전만 못해서인데요. 애플은 올해 1분기 실적과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전년동기(2022년 1분기) 대비 매출 감소를 의미합니다. 아이폰은 물론 맥 계열 컴퓨터와 웨어러블기기, 서비스 매출 등에 있어 전반적인 감소가 예상됩니다.

 

알파벳과 아마존은 성장이 꺾였어요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가 줄어드는 동안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의 시각에서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게 당연한 것이지만, 벌써부터 그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있는 것인데요. 기업 전체를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아마존의 성장 둔화를 예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업들에게 광고와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알파벳과 아마존은 이를 바탕으로 높다란 성장치를 보이곤 했습니다.

 

아마존, 애플, 알파벳 매출 성장률

 

하지만 알파벳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60억 5000만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 증가하는데 머물렀습니다. 월가 추정치 765억 3000만 달러를 하회하는 수준입니다. 알파벳의 성장 둔화는 핵심 사업 매출인 광고 부문이 감소한 이유가 큽니다. 이 기간(2022년 4분기) 알파벳의 광고 매출은 59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불경기를 예상한 기업들이 비용 절감에 나섰고 가장 먼저 광고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죠. 알파벳의 광고 지출이 감소하기는 2020년 2분기 이후 두 번째입니다.

기업들과 직접 거래하는 클라우드 부문은 성장률이 다소 낮아졌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022년 4분기 73억 2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32% 증가했지만 월가 추정치(74억 3000만 덜러)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이전 분기 성장률이 38%란 점을 고려하면 둔화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나마 아마존은 괜찮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22년 4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 늘어난 1492억 달러였습니다.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반증입니다. 그런데 아마존의 주된 매출처인 클라우드서비스 ‘아무존웹서비스(AWS)’가 전년대비 20%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3분기 성장률(27.5%)은 물론 애널리스트 예상치에도 못 미칩니다. 기업들의 클라우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비용 절감 영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록 알파벳과 아마존이 부진했다고 하지만 성장세가 다소 꺾였을 뿐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아닙니다. 델이나 HP 같은 기업들과 비교하면 사정은 나은 편이죠. 이들 기업들은 2023년 판매 부진을 우려해 선제적인 감원에 나섰습니다.

델은 최근 PC시장 침체를 이유로 6650명의 직원을 감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 직원의 5% 수준이지만, 그 규모는 심상치 않습니다. 델과 경쟁상대인 HP는 지난해 11월 6000명의 직원을 줄였고, 시스코와 IBM도 각각 4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컨설팅 회사 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이들 기술 기업이 2022년 감원 계획으로 밝힌 직원 숫자는 9만 7171명으로 전년대비 649% 증가한 규모입니다.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더한 냉각기가 다가온 것입니다. 

 

삼성전자도 덩달아 어닝쇼크 클라우드를 비롯해 IDC 수요가 늘어나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부문도 웃을 수 있습니다. 기업들의 IT인프라 설비 투자 위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2022년 4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감소했습니다. 4분기 영업이익은 4조 31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6.55% 감소했습니다. 3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불황 분위기가 완연해지면서 영업이익이 줄었습니다.

문제는 메모리 시장 불황 장기화 우려가 크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고객 기업들의 투자 감소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1분기 반도체 사업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이 2조 5000억 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 삼성전자 실적 자료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 분위기가 나타난 표가 있는데 이곳에서도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1월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의 올해 1분기 경기실사지수(BSI)는 88입니다. 100에 미치지 못하면 경기 악화 전망을 하는 기업 수가 더 많다는 얘기인데,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선택은?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기업들의 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도 수식으로 이를 설명하는데요.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투자보다 유보를 하려는 경향이 커집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도입(혹은 빌려서)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투자할 돈이 있다면 채권을 사거나 저축을 해 이자 수입을 늘리는 게 더 이익입니다.

소비 심리도 위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가 영향을 주고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소득 또한 줄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재계에서는 금리가 서둘러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역대 미국 정부와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죠. 자신의 정부 대에 경기 활성화가 되고 고용이 증진되기를 바랄 테니까요. 가까이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멀리로는 1970년대 케인즈주의에 입각해 경제 정책을 펼쳤던 미국과 유럽의 정부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전 세계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던 것도 적기에 금리를 올리고 유지하지 못했던 것과 관계 깊습니다. 연준 의장을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장들이 정부의 눈치를 봤던 것이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도 과거 교훈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모델로 삼았던 인물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입니다. 1970년대 만연됐던 스태그플레이션을 강력한 금리 인상 정책으로 극복한 인물입니다. 한때 미 연방 기준금리를 20% 수준까지 올렸고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원망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파월 의장도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이런 각오가 단단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긴축 추세를 유지하면서 분위기를 관망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급박하게 진행했던 금리 인상의 여파와 결과도 기다려 봐야 합니다. 지난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속도 조절하겠다’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시장은 이를 환영했습니다. 악재 속에 ‘덜한 악재’였으니까요.

기업들의 실적 이전에 연준의 금리 정책을 올 한 해도 면밀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 내리냐’라면서 말이죠. 이런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하고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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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